소설리스트

216화 (217/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아홉 번째 과외 - What a girl wants 3

"아, 저기 있다! 들어가자 오빠!"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고 번화가를 거니는 현아와 어느샌가 현아의 옷가지가 담겨져있는 종이백을 들고서 셔틀노릇을 하는 나.

뭔 놈의 옷가게는 이렇게 많고, 뭔 놈의 노래방은 이렇게 안 보이는 지 몰라서 심지어 종이백으로 길거리에서 축구를 하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아의 레이더망에 노래방 하나가 걸린 덕분에 그 짜증은 잠시 누그러져들었다.

"…번화간데 노래방이 왤케 레어해."

노래방 모습이 레어하다는 게 아닌, 단위면적당 존재하는 노래방의 출현빈도가 레어하다는 뜻.

여튼 그래도 새로 개업한 노래방인지, 분위기는 흡사 백화점 화장실과 비슷한 깔끔한 분위기였다.

"몇 시간 하시겠어요?"

노래방은 별로 손이 닿지 않은 듯이 무척이나 깨끗했지만, 주인은 환갑을 곧 앞둔 곱슬머리 아줌마였다.

그 아줌마는 나와 현아를 쳐다보면서 몇 시간 하겠냐고 물었다.

"일단 한 시간 먼저 넣을게요."

나는 만원짜리 한 장을 지갑에서 꺼내면서 말했고,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알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방을 안내해주려던 그 때, 아줌마의 시선이 내가 아닌 내 뒤쪽으로 옮겨졌다.

"만원 되겠습니다, 손님."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카운터로 걸어가면서 내게 만 원이라고 말하는 아줌마의 모습에 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며 고개를 돌려보니, 현아가 냉장고에서 맥주 몇 캔을 꺼내 흔들고 있었다. 이 망할 냔.

"너, 술 마셔도 돼?"

나는 노래방에서까지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기에, 우회적으로 현아에게 말을 해보았다.

"오빠, 나 이래뵈도 스무살이거든요오-. 어쨌든 노래나 부르면서 마시자!"

하지만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돌려말하기도 역시 스무살이라는 나이로 극복. 나는 현아의 싱글벙글한 모습에 체념을 하며, 다시 지갑에서 배춧잎 한 장을 떨리는 손으로 아줌마에게 건네주었다.

"…그래, 술버릇만 심하지 않으면 되니까."

그 때는 몰랐다, 현아가 그렇게 꼬장이 심할 줄을.

"현아야, 그렇게 많이 마셔도 진짜 무리 안 가?"

현아의 앞에 쌓여져있는 맥주캔만 해도 벌써 세 캔째. 현아가 계속해서 체력감소 없이 이런 기세로 쳐마셨다간 노래방 천장도 뚫을 기세였다.

"괜차나-. 괜차나아-. 난 뜨무달이니까앙-. [괜찮아, 난 스무살임.]"

나의 걱정어린 말에도 불구하고, 현아는 원없이 자신의 술 취한 모습을 내게 야무지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 술 취한 모습을 보니, 티애라 멤버들과 같이 술을 마실 때 미친 짓을 일삼았던 효민이가 머릿 속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스무살이고 뭐고, 너 지금 발음 로버트 할리가 한 뚝배기 권하던 발음같아."

얼굴은 괜찮지만, 혀는 전혀 괜찮지 않아 열심히 비틀어지고 있는 현아를 향해 센스있게 놀려봐서 그녀에게 도발을 해보았다.

"할리아찌는 할리 아찌고! 현아누운, 현아야앙-. [할리 아저씨는 할리 아저씨, 난 나.]"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확고한 현아는 너는 너, 나는 나. 라는 이론을 적용시키면서 간단하게 취기가 있는 상태에서도 내 말을 받아쳤다.

다행인것이, 술 취하면 왠만해서는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그러다가 결국엔 죽빵을 꽂아서 기절시키는 경우가 있었는데, 현아는 맥주 세 캔의 위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Listen&Repeat를 하지 않고 있었다.

'…존나 괜찮다며 쳐 마시더니 꼴 좋다.'

세 캔을 해치우고, 이번에는 네 번째 캔을 따는 그녀. 난 이제 겨우 한 캔 마시고 있었지만 내가 노래를 부르는 사이에 벌컥벌컥 두 캔을 섭취한 현아를 보고 충격을 입어, 더 이상 맥주를 마시지 않은 채 그녀의 진상을 보고 있는 중이였다.

"너 몇 캔짼 줄 알아? 그만 좀 마셔라. 그 정도 마시면 주당인 나도 못 버티겠네."

네 캔을 아주 야무지게 마셔되는 현아의 하얀 얼굴이 발개지는 것을 보면서 내심 현아의 걱정을 했다. 저러다가, 픽! 하고 쓰러지면 어쩌나하고.

"오빠아아-. 난 괜짜느니 걱정 마셔엉-.[오빠, 나는 괜찮으니 너나 걱정하셈.]"

현아는 걱정말라는 듯 내 어깨를 토닥토닥 거리면서, 네 캔 째 열심히 목구멍으로 넘기고 있었다.

이제는 현아가 나한테 무슨 말을 하는 지 의역 조차도 불가능 할 정도. 이러다가 혀로 꽈배기를 만들 기세인 그녀였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탁!

네 번째 맥주캔마저 다 비우고, 테이블에 세게 내려치는 그녀. 다행히도 트림같은 여자아이돌의 이미지를 하향시키는 멋진 행동은 하지 않았다.

'현아 이 냔, 눈 풀려서는 우리 아빠 취기 잔뜩 올랐을 때 모습 보이고 앉아있네.'

하지만 트림 대신 완전 풀린 눈으로 나를 멍한 표정으로 응시하는 현아였다.

"흐끅…."

그리고는 술 많이 먹었어요. 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듯 딸꾹질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걱정이 되었다.

"봐봐, 내가 무리라고 했잖아. 현아야, 집에 가자."

아직까지 진상을 피우는 모습을 그리 보여주지 않은 현아를 흔들어보며 이제 집에 가자고 재촉을 했지만, 도대체 일어설 생각을 안 하는 현아였다.

"흐끅…."

그 대신 나오는 건 딸꾹질뿐. 야무지게 맥주가 위에서 발효되는 냄새가 내 코를 찡하게 했다.

"……현아야?"

그리고는 아무 반응도 안 한 채, 고개를 푹 숙인 채 자는 지도 모르는 현아를 계속해서 흔들어 깨우려고 시도했다.

"……우와아앍!!"

"흐어어억!"

씨, 씨발. 존나 깜짝 놀랐네. 너무 조용한 현아를 깨우다가 이게 왠 봉변인가. 몰래카메라도 아니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이 느낌은 옥수역 귀신보다 더 섬뜩하잖아.

"…흐끅, 난 왜 솔로야아아아아아…!!"

현아는, 현아는 진상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이제 시작이라는 듯 슬슬 진상을 부리며 발버둥을 치는 현아였다. 

'니, 남친 없는 걸 내가 어떻게 하라고. 이 흥할 냔아….'

나는 먹던 맥주캔을 들어서 마시려고 확인했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젠장, 내가 화장실 간 틈에 내 꺼마저 쳐먹었다는건가.

"우씨! 때욘 언냐도, 유나 언냐도, 시까 언냐도, 빠니 언냐도, 유리 언냐도, 떠현 언냐도, 뚠규 언냐도, 떨리도, 뚜정이도, 빅또리아 언냐도, 으정 언냐도, 또연 언냐도, 찌여니도, 뚀민 언냐도, 뽀람 언냐도, 찌으니도, 니콜 언냐도, 심지어 하라 언냐도 다 있는 데 왜 나만 없냐고. [알아서 해석 요망.]"

현아가 언급하는 남친 있는 뇨자 리스트[1].txt에 빠짐없이 움찔하긴 했지만, 현아가 못 보았으니 다행이었다. 

"……에취! 아, 여튼 현아야 진정해."

자꾸 어디가 가려운 지, 재채기까지 나오는 이 상황. 그래도 나는 취기가 잔뜩 오른 채 폭주하려고 하고 있는 현아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이씨이…! 오빠도 또까따! [이씨, 오빠도 똑같아!]"

현아는 자신의 어깨에 얹힌 내 손을 뿌리치며 나도 똑같다는 말을 했다. 뭐가 똑같은건데…

"…!?"

"하라구 언냐랑 사귀고오오-."

술에 의해 나타난 징징거림은 정상 상태의 현아의 징징거림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 된 채 내 귀를 괴롭혔다.

그녀가 아직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주먹을 안 쓴다는 게 참 다행이었지만, 사실 몸을 안 섞은 게 더 다행이었다. 

"흐끅… 히잉…그래, 난 항상 찬밥 신세지이…."

현아는 징징거리는 걸로도 모자라, 이번에는 눈물을 한 방울씩 뚝뚝 흘리고 있었다. 어억… 난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데….

"흐아아아앙…!!"

눈물이 모여모여, 강물을 이루듯. 눈물방울이 모여모여, 눈에 띄게 보일듯이 현아의 눈가엔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현아야, 울지마. 왜 울어…."

난 현아의 눈물에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현아에게 어깨 토닥토닥을 시전하면서 현아를 달래보았지만, 현아는 조용히 남은 맥주캔 한 병마저 비워댔다.

"히잉, 저리 가! 오빠도 또가타. 흐윽…흐끅![오빠도 똑같음, 흥!]"

그리고는 어느새 눈물을 멈추고 다시 내 손을 뿌리치는 현아였다. 아, 씨발… 나보고 뭐 어쩌라고….

"저기… 현아야?"

그래도, 이제 갓 스무살인데 참아야지, 어쩌겠는가. 앞으로 슴살이 될 막둥이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는 나였다.

"나도 남친 만들어줘어! 남친! 남친! 남친! 흐끅…."

이번엔 다른 꼬장인가. 아까는 그렇게 하늘이 떠나가도록 춘내나게 눈물을 펑펑 쏟아내더니 이번에는 뜬금없는 남친타령이라니.

안주라도 가져와서 이 년의 입을 확 막아버려야 내 귀가 살텐데.

'이 냔, 술버릇이 완전 늅늅이네.'

"…흐끅. 오빠아…"

여전히 술딸꾹질을 멈출 지 모르는 채, 나를 부르는 현아.

"응? 왜?"

나는 그런 현아를 보며 아까의 분노를 느꼈지만, 애써 참으면서 현아의 말에 대답을 했다.

"헤헷, 내 남친해라아…"

이건 또 무슨 도그사운드. 나는 만인의 남자친구가 아니란 말이다. 현아를 비롯하여 26인의 히로인들이여.

"현아야, 정신ㅊ…"

나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현아를 힘겹게 일으키면서 정신 차리라는 말을 했고, 현아는 정신을 차렸는 지 내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잡고는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쪽.

그리고 입술 박치기. 현아의 맨들맨들하고 야들야들한 입술의 감촉이 잠깐 느껴지긴 했지만, 지금은 그 감촉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씨바, 정신 차린 줄 알았는 데….

"!?"

"이건 내 남친이라는 입술도자앙!"

정작 기습키스를 해놓고는 지 맘대로 나에게 입술도장을 찍었다고 꼬장을 부려대는 현아였다.

"현아야… 우린 가족이라면ㅅ…"

나는 현아가 예전에 했던 말을 현아에게 말하면서 곱씹어보았지만, 현아는 다시 헤헤 웃었고 현아의 얼굴은 또 다시 가까워지고 있었다.

-쪽.

또 입술 박치기. 그녀의 향기보단, 맥주 다섯 캔의 위력이 내 콧구멍을 강제로 확장시키고 있었다.

"응! 오빠는 우리 가조옥-. 남매끼리 뽀뽀하는 건데 어때애애-."

근친상간을 정당화하려는 현아의 모습에 어이없기도 하고, 뭐. 진짜 남매도 아니지만.

-쪽! 쪽! 쪽! 풀썩.

어이없게 만드는 것도 그녀만의 귀여운 전략이었는 지, 어이없어서 멍을 떄리고 있을 동안 나의 입술을 강간하고는 드디어 내 입술사냥을 다 해서 피로도가 제로가 되었는 지, 곧바로 땅바닥에 누워 뻗어버리는 현아였다.

"……하, 여태껏 여자애들 중에서 술버릇 갑이네."

나는 장렬히 쓰러진 현아의 모습을 보며 한 숨을 쉬고는 완전히 뻗어버린 그녀를 힘겹게 일으키고는 노래방 의자에 앉혔다.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가자고 말해도 계속 퍼마시더니 결국엔 이 꼴 났네. 하… 나만 고생한다."

그리고 내 말을 들을 생각을 안 하던 현아가 얄밉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직은 한없이 여린 현아인데.

그저 아무 말 없이 현아의 힘없는 팔을 내 목에 걸고는 현아의 다리를 들어 업는 수 밖에.

-물컹.

"…힛, 그래도 참아야지."

현아의 갓 슴살답지 않은 감촉에 그래도 웃으며 업는 나였다.

"으어어…."

는 개뿔, 현아의 쩌는 감촉 따위, 느낄 시간이 없었다. 술로 가득찬 그녀의 몸은 꽤나 무거웠다.

나도 적어도 맥주 한 캔 이상은 마신터라, 힘든 것은 배로 느껴졌다. 이러다가 술 깨버리겠네.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현, 현아야… 니 집 몇 동이었냐, 으어어억…"

나는 업혀있는 현아를 다시 제대로 업으면서 현아에게 집의 정확한 위치를 물어보았지만 현아는 침묵을 유지할 뿐이었다.

"됐어, 필요없다. 나에겐 이미 너에게서 너의 핸드폰을 습득했지, 후훗… 쿨럭!"

어쩔 수 없이, 나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현아를 내비두고 노래방에서 소파 위에 올려놓아져 있던 현아의 핸드폰으로 왠지 같은 그룹 멤버일 것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남바타 010-XXXX-XXXX

남바타, 무언가 충성스러워 보이잖아? 이름이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남바타? 이름이 바타인가, 아니면 별명인가?"

분명히 별명인데, 그 때는 술이 취해서 였는 지 왜 저랬는 지 모르겠다.

"뭐, 어때. 1번으로 저장되어있으니 걍 전화하는 수 밖에."

술김에 판단력도 흐려져서인지, 1번이라는 이유로 그냥 전화를 걸어보는 나였다. 

[어, 현아야!]

약간의 통화연결음 끝에 어떤 여자가 전화를 받으며 현아의 이름을 불렀다.

"아, 저 현아 아는 오빠인데요, 현아가 술이 많이 취해있어서 그러는 데, 여기 몇 동으로 가야하나요…?"

[아! 1902동으로 오세요. 보아하니, 업고 있으신가본데, 힘드시니 물이라도 준비할게요.]

몇 동이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몇 동인지 내게 말을 해주며, 내가 올 때 쯤 물이라도 드리겠다는 배려를 보이고 있었다.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고맙습니다. 곧 갈게요."

나는 정체 모를 그녀의 배려에 고마워하며, 그녀가 말한 1902동으로 현아를 업은 채 걸어갔다.

-딸깍.

"으어! 드디어 고지가 눈 앞이다!"

힘내자, 민시그. 고지가 눈 앞이야! 조금만 더 버텨내면, 한 시간동안 현아를 업은 것을 멈추고 허리를 쫙 필 수 있다!

"여기에요, 조심하세요오…."

남바타로 추정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현아의 방으로 보이는 곳에 들어가 침대에 현아를 뉘이고는 굽은듯한 허리를 쫙 폈다. 흐아, 이 느낌… 느끼고 싶었다!

"하, 드디어 해방!"

"네?"

뜬금없는 개소리에, 남바타는 놀랐는 지 나를 쳐다보며 말했고, 나는 그 모습에 쪽이 팔려서 잠시동안 가만히 있다가, 남바타라는 그녀가 주는 찬물을 마시고나서, 잠시 현아가 디비 누워있는 침대에 앉아 쉬고 있었다.

"아, 이만 가볼게요. 여튼 냉수 고맙습니다. 그럼 전 가볼게요."

한 5분 쯤 쉬고나서, 하마터면 현아가 있는 침대에서 졸려서 디비 잘 뻔 했지만 잘 참아내고, 남바타라는 그녀에게 가보겠다는 말을 하고 현관에 있는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네에,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맘에 들게 배웅해주는 남바타, 나는 웃으면서 그녀의 몸매를 힐끗 스캔했다.

'찰지게 생겼네. 하지만 집에는 정니콜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돼!'

뜬금없이 스캔한 몸매는 꽤 감질나게 매력적이었지만, 이윽고 아직 집에 가지 않은 채 내 침대에서 드러눕고 있을 니콜을 생각하니, 다시 한 번 눈물이 찔끔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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