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5화 (216/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여덟 번째 과외 - What a girl wants 2

때 아니게 발휘된 현아의 괴력으로 인해 오게 된 학원 앞 번화가, 점점 밤이 다가오는 것을 암시하는 듯 눈에 담기는 광경이 현란해지고 있었다.

전광판에 맺혀있는 네온사인도, 밝은 낮동안에는 꺼져있는 쇼윈도의 조명도, 환한 빛을 내던 햇살이 사라짐과 동시에 자연스레 어두컴컴한 번화가를 비추고 빛내고 있었다.

“와아아, 이쁘다!”

밤거리를 비추는 조명만큼이나 밝은 피부색을 가지고 있는 현아는 나와 같이 번화가의 인도가를 걷다가 우연히 보이는 옷가게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보통 고등학생과 다를 바 없이 쇼윈도에 전시되어있는 예쁘장한 옷에 관심을 가지는 현아였다.

‘지연이랑 성격이 비슷비슷한가 보네.’

쥬라기파크를 딱히 돈 주고 갈 필요 없는 티아라 숙소. 거기서 공룡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연이처럼 예쁜 옷이 있으면 우선 걸음을 멈추고 보는 현아였다.

하핫, 지연이랑 성격이 비슷비슷하면 시망인데. 돈 지출 엄청 나가는데. 안 되는데.

“어어…저것도 이쁘다아….”

그렇지만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봐도 현실은 사실이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쇼윈도에 걸려있는 두 옷에 아주 넋을 놓고 있는 현아였다.

“현아야, 오빠가 옷 사줄까?”

그래도, 내가 오빠랍시고, 옷에 한 눈을 파느라 여기가 사람 많은 번화가인지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현아를 향해 말했다.

“…응? 오빠 돈 있어?”

옷 사주기를 원하냐는 나의 말에 눈에 초롱초롱한 반짝이가 맺힌 듯한 현아의 모습이었다.

젠장, 내가 꼭 이런 말만 할 때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란 말이다. 이건 완전 여태껏 본적도 없었던 현아의 동경의 눈빛이잖아.

“글쎄, 잠깐만….”

만약 옷을 사주려고 하는 데, 카운터 앞에서 돈이 없다는 불상사가 터진다면 나에게 닥쳐오는 쪽팔림은 이루 말할 수 없었기에, 미리 잔액을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그런 김에, 현아에게 잠깐 말을 하고 뒤를 돌아서 지갑의 잔여금액을 확인해보았다.

‘돈이 없고, 그 대신 현금카드가 있네. 뭐, 현금카드에 쌓인 게 돈인 데.’

힛, 텅 비었네. 하지만 삐까번쩍한 골드컬러의 체크카드가 내 눈 앞에서 보란듯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잠깐 돈 계산을 해보았다. 어디보자, 수만옹한테 주급 1000만원씩 받으면서, 벌써 세 달 째 주급을 받고 있고.

그렇다면 적어도 1억 이상은 있다는 소리였다. 훗, 1억 이상 있는데 몇 십만원 쯤이야.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른 소설의 주인공처럼 거리낌없이 쓸 수가 있다. 라고 말하고 싶다.

나란 남자, 분명히 카운터 앞에서 돈 계산할 때, 카드 들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려하고 있을 그런 남자.

“응, 있어.”

그래도, 뭐 하나쯤은 사줄 수 있는 센스있는 민시그니까. 

돈 나가는 게 눈물이 나긴 하지만, 뭐, 한 벌쯤은. 그래, 한 벌쯤은 사줄 수 있는 남자니까. 

“…그래? 그럼…아, 아니야. 됐어, 오빠. 노래방이나 가자.”

나의 있다는 말에 반색하는 표정을 짓는 현아였다. 그리고선 갑자기 다른 여자애들과는 달리 착한 뇨자 모드를 취하는 현아.

그러한 모드가 괜찮긴 했지만, 영 익숙치 않아서리. 개인적으로 사줄 수 있을 때 사달라고 하는 게 좋을텐데. 이렇게 노래방이나 가자고 하면 내가 감동해버리잖아!

“현아야, 괜찮다니까 그러네. 가서 하나 골라.”

그러한 이유로 현아의 어깨를 잡은 채, 자연스레 옷가게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현아의 발걸음은 그리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그래…”

그럴 수 없다면서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그녀였다. 남의 경제적 사정을 생각하는 참 고마운 현아였지만, 이대로 계속 묘사했다가는 삼류 가족드라마 하나 찍을 것 같은 기세였기에, 이 쯤에서 현아를 설득해서 옷가게 안으로 걸어가야 한 벌을 사줘야할 것 같았다.

근데 예전같으면 거의 지출을 막는 것을 지향하는 나였는데, 요즘따라 왜 이러지. 왠지, 내가 변한 것 같은 그런 느낌?

“네가 너랑 나는 가족이라며.”

참, 내가 이러고 있다니. 현아가 예전에 했던 말을 다시 현아에게 되뇌이며, 설득하려고 시도는 하고 있는 나였다.

“응. 그랬긴 그랬는데…”

현아는 예전에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는 모습을 보이며 내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그럼 이야기 끝. 가족 쯤이면 한 벌 사줄 수 있으니까 들어가자.”

인정하는 듯한 현아의 모습에, 나는 더 이상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는 모습을 보이고는 어쩌다보니 현아의 손목을 잡은 채로 옷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으, 응… 헤헷..”

그러자, 기분이 좋은 듯 내게 손목을 잡힌 채로 옷가게 안으로 별 저항없이 따라 들어가는 현아.

아, 애초에 이렇게 들어가기를 바랬던거냐!? 사기당했어… 현아에게 농락당했어…

“오빠는 여기 있을테니까, 맘에 드는 거 골라.”

그래도 그런 모습은 철저하게 숨긴 채,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옷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는 바로 보이는 소파에 앉아 서있는 현아에게 입고 싶은 옷을 사라고 말했다.

“응!”

그러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보통 훈고딩과 다르지 않게 많은 옷들이 있는 곳으로 쌩하고는 사라지는 그녀였다.

역시 여자란 애들은 웬만해선 쇼핑을 하는 것에 대해 무지 좋아하는구나. 나도 내 꺼 살 때만 좋아하지, 내가 아닌 사람 꺼 고르는 건 무지하게 지루한데.

“언니, 저한테는 무슨 옷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현아는 자꾸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점원을 향해 자신은 무슨 스타일의 옷이 잘 어울리냐고 묻고 있었다.

“손님 같은 경우에는 몸매가 잘 받쳐주시니까 타이트한 원피스같은 스타일을 입어도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이거 어떠세요?”

그러자 여점원은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어느 한 쪽의 카테고리를 가르켰다. 그 곳은 타이트한 원피스들이 일렬로 진열되어있는 카테고리랄까.

여점원이 추천해주는 스타일에 맘에 든 다는 듯한 표정을 해맑게 짓고 있는 현아였다.

“그래요? 오빠!”

여점원이 추천해주는 스타일로 한 번 입어보려는 듯, 여점원이 하는 말에 일일히 대꾸하면서 나를 쳐다보더니, 결국엔 나의 호칭을 소리치며 부르는 현아였다.

“응?”

나는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잡지류의 책 같은 것을 읽고 있었다가 현아의 샤우팅(?)에 고개를 들고서 현아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현아는 하늘색 바탕에 핑크로즈 무늬가 박힌 원피스가 걸린 옷걸이를 손에 들고는 내게 어떠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이거 어때보여? 입으면 괜찮을 것 같나?”

난 눈을 감지 않은 채, 현아가 저런 옷을 입고 있는 것을 상상해보았다. 

흠, 잠깐이나마 상상해봤지만 괜찮게 어울릴 것 같다는 게 내 판단. 뛰어난 몸매 때문에 웬만한 옷은 소화할 것 같은 그녀였기에, 한 번 입어보라고 말을 했다.

“글쎄…. 입어봐야 알겠는데. 한 번 입어봐-.”

“알았엉, 오빠 잠시만 기다려어!”

내가 한 번 입어보라는 말을 하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웃으며 탈의실이 있는 곳으로 그 옷을 든 채 쪼르르 뛰어가고 있었다.

풋, 귀엽네. 그래도 귀엽다고 정벅은 하지 말아야지. 왠지 정벅을 하면 내가 손해일 것 같은 그런 안 좋은 느낌이 드니깐. 

“오빠, 어때?”

입이 심심한 나머지, 테이블 위에 입요기용으로 있었던 민트향 캔디를 하나 집어서 입 안에 넣은 채 요리조리 돌리면서 거의 다 녹여 먹을 때 쯤, 현아가 탈의실의 문을 열고서 천천히 나왔다.

그리고 내게 건네는 한 마디. 

“…헐, 섹시….”

저런 옷을 입으면 청순한 모습이 돋보일까싶어 한 번 입게 했지만, 현아의 몸매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서 인지 오히려 육감적으로 보였다.

“잉? 섹시하다고오?”

지도 딴에는 청순할 줄 알았나보다. 나도 애초에 그렇게 생각했지만, 정작 입혀놓으니 돋보이는 건 섹시미랄까.

‘역시 통이 넓은 게 아니라, 타이트해서 그런 가. 몸매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네.’

아무리봐도 절대로 청순미만 보이지 않는 원피스, 다른 여자애들이 입었으면 청순미만 보일까 생각했지만, 그건 또 아닌 듯 했다.

“아, 아니야. 여튼 현아야, 그거 맘에 들어?”

일단은 다른 생각은 접어두고, 그것을 입는 당사자가 자신의 기호에 맞는 지 알아야했기 때문에, 현아에게 그 옷이 어떠냐고 물어보았고 아직은 비록 대답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녀의 대답을 대충은 유추해낼 수 있었다.

“응! 이따만큼 맘에 들어-.”

손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현아, 저 정도로 맘에 든다고 하면, 뭐 기분좋게 사줄 수 있지. 더 이상의 손떨림이 없이 나는 지갑 안에 있는 카드를 집고서 점원에게 건네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 사지 뭐. 얼마예요?”

그리고는 능력있는 남자의 모습을 현아 앞에서 보이며, 카운터로 걸어서는 여점원에게 현아가 입은 옷을 가리키며 가격을 물어보았다.

“잠깐만요……. 55만 4천원입니다.”

그 여점원은 현아의 옷을 잠시 응시하더니, 이윽고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가격을 말했다.

55만 4천원!? 예전같으면, 어떻게든 저것을 안 사려고 발버둥치고, 만약 샀더라고 치더라도 거의 삼주일은 컵라면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야했지만, 요즘은 풍족해져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아…. 아, 일시불로 계산해주세요.”

그래도, 과거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 그 기억때문에 잠시 망설여지긴 했지만, 과거는 과거일뿐. 현재를 생각하고, 현재를 즐겨야했다. 케세라세라, 과거보다도, 미래보다도 더 중요한 건 현재니까.

“네, 포장해드릴까요? 아니면 입고 가시겠어요? 입고 가시면, 아까 입으신 옷은 종이백에 넣어드리구요.”

여점원은 이번엔 옷을 어떻게 하고 갈 건지 내게 물어보고 있었다. 나한테 물어보면 뭐 어쩌라고, 옷을 입고 있는 현아에게 물어봐야 정상 아닌가. 

나한테 물어보는 여점원 덕분에, 나는 다시 현아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할래? 입고 갈래?”

“응, 입고 갈래! 나 이 옷 맘에 들어.”

옷이 너무 맘에 든 나머지, 새 옷을 입은 그대로 입고 가겠다는 현아. 어린아이처럼 너무나도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사준 보람이 있는 듯 보였다.

“알았어. 그럼, 갈아입은 옷 포장해주세요.”

아까 옷을 추천했던 여점원이 들고 있는 현아가 여기 오면서까지 입고 있었던 옷을 종이백에 넣어달라고 말했고, 이윽고 곱게 정리해서 종이백 안으로 현아가 입었던 옷을 넣어주는 여점원이었다.

“네, 여깄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그 종이백을 내게 자연스럽게 건네주었고, 본의 아니게 나는 현아의 짐셔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무거운 것도 아닌데 그냥 들어주지, 뭐.

“수고하세요-.”

“수고하세요오-.”

방금까지의 현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을 얻고, 방금까지의 나는 현아에게 존경과 동경심을 얻고, 방금까지의 옷가게 점원들은 크나큰 소득을 얻은, 잊을 수 없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