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일곱 번째 과외 - What a girl wants 1
“으으으.. 니콜이, 이 음탕한 냔..”
정니콜을 그렇게 안 봤는데, 은근히 순규의 자리를 위협하는 다크호스였을줄 상상도 못했다. 지영이를 피하기 위해서 회피스킬을 쓰니, 아니나 다를까. 카라 중 냄새 맡는 능력은 제일 갑인 니콜양께서 친히 나의 아늑한 집으로 알현하시여, 길 잃은 강아지 한 마리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능력을 발휘한 댓가로,
나에게 점점 다가와서는 하늘로 승천하고 있는 존슨의 천국행을 간단히 제지해주겠다고, 자기의 치료능력만 믿으라면서 존슨을 움켜쥐고는 아찔한 웨이브를 내 눈 앞에서 선보이는 그 모습이 또 다시 한 번 나의 이성을 끊어주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렇게 괴롭힘당한 존슨은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붉은 피 대신, 하얀 토사물을 토해냈다.
그걸 니콜이는 좋다고 또 그걸 다 마시고 있고, 힘이 없어 쳐지려고 하는 존슨을 다시 깨물고 빨아서 세우고는 황홀하면서도 괴로운 관계를 무한반복해나갔다.
참, 니콜이란 여자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같은 여자인 것 같아..
“오빠!”
어쨌든 허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최대한 참아보며 얼굴을 아주 살짝 찡그린 채로 연습실 안으로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현아가 먼저 와서는 나의 등장을 신나게 반기고 있었다.
기분은 좋지만, 니콜이로 인해 생긴 요통 때문에 기분 좋아진 게 반감되려고 그러네.
“어, 그래. 현아야, 안녕..”
원래 같았으면 마지막에 느낌표를 무려 두 개나 띄운 채, 현아의 인사를 야무지게 받아치며 그녀의 기분도 마찬가지로 상승궤도를 걷게 해줄 수 있을테지만, 지금 내 허리가 시망이라서. 그럴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았다.
“음, 오빠. 허리는 왜 잡고 걸어?”
젠장, 너무 눈에 띄게 허리를 잡고서 워킹을 한건가. 현아는 나의 허리에 얹힌 손에 눈길을 둔 채 내게 물어왔다.
“아, 좀 무리했더니.."
나는 잠시 고통에 정신줄을 놓았다가 잡았을 틈에 무슨 말을 한 지 잊고 있었지만, 어쨌든 뭔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
왜냐하면 우리의 현아양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 지, 나의 말에 저렇게 리액션을 하고는 점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서 부채질을 하고 있지 않은가.
너무나도 새하얘서 눈이라도 내려앉은 줄 알았던 저 살결이 노을이 얹힌듯 발갛게 물들어가고 있었으니까.
‘왜 저래..’
하지만 나는 현아를 Fv 현 아 라거나 정해원을 보는 마냥 쳐다보고 있으면서 안타깝게 봤으니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얘들아, 오랜만이다! 음, 민식아, 현아 왜 저러니?”
그렇게 현아가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다시 새하얗게 화이트닝하고 있었을 쯤에, 굳게 닫힌 연습실 문이 열리며 그 틈 사이로 진영샘이 나타났다.
역시나 현아만큼이나 인사는 밝았지만, 인사도 잠시, 열심히 자신의 얼굴에 손으로 폭풍부채질을 하고 있는 현아를 쳐다보며 내게 물어보는 진영샘이었다.
“…저도 몰라요.”
난 현아가 저렇게 얼굴 붉어진 것에 대해 책임도 없고, 관심도 없수외다.
“어쨌든, 오늘은 배운 지 거의 한 달 가까이가 되어가니 실력이 얼마나 향상됬는 지 봐야하니깐, 내가 부르라는 곡 한 번 불러봐. 뭐, 많이 들어본 노래들일테니까. 그리 긴장할 필요는 없어.”
진영샘과 나는 현아가 자신의 얼굴색을 원상태로 추스릴 때까지 기다리다가, 현아가 “자, 이제 됐어요!”라고 말하며 드디어 자신의 얼굴을 보였을 때, 진영샘이 기다렸다는 듯 하려던 말을 내뱉었다.
“뭘 불러야 돼는데요오?”
현아는 진영샘의 말에 뭘 불러야 되냐고 말하면서 내 옆에 가까이 와서는 진영샘의 말에 경청했다.
“흠, 두 명의 실력을 동시에 확인하기 위해, 쉽게쉽게 길미의 ‘넌 나를 왜’로 가보도록 하자. 정엽은 민식이가, 길미는 현아가. 알았지?”
길미의 ‘넌 나를 왜’라는 노래를 선곡하다니. 멀티플레이어로만 들어봐서 잘 부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보컬하고 랩이 적절하게 섞여있으니, 현아하고 나에겐 적당한 노래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보았다.
-♪♬♬♪♪♬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어느샌가 ‘넌 나를 왜’의 반주는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고, 진영샘은 부를 준비를 하라며 제스처를 취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반주에 맞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넌 나를 왜.. 넌 나를 왜.. 넌 나를 왜.. 나를 떠나갔니.. (중간생략)”
“한참을 걷다가 삼청동 끝자락 쯤 왔을 때, 언제나 나를 만나던 그 길에서 내게 헤어지자고 했어, 울먹거리던 네 모습 너무나 가증스러워(중간생략)”
나의 보컬이 끝나고, 현아가 랩으로 빠르게 치고들어와서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랩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때는 그저 영락없는 갓 스무살 징징대는 꼬맹이었는 데, 랩 할 때 만큼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현아였다.
‘현아는 좀 늘었나?’
현아가 한참 랩에 집중하면서 내게 시선을 두고 있지 않을 때 쯤, 나는 문뜩 현아를 쳐다보면서 현아가 노래 실력이 많이 늘었나. 하며 생각해보았다.
“왜 떠나니-. 너는 왜 떠나니-.”
‘난 내가 늘었는 지, 안 늘었는 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부를 차례가 되었을 때, 목소리를 내면서 과연 나는 늘었는 지, 안 늘었는 지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 수업 끝! 남아서 더 연습하거나, 아니면 집에 가서 조용히 연습하도록! 그럼 난 이만-.”
시침과 분침은 원운동을 하며 천천히 돌고, 나와 현아는 노래 연습을 조금 더 해서야, 드디어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되었다.
수업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듯, 언제나 변함없이 진영샘은 우리의 수업을 마지막으로 폭풍같이 칼퇴근을 하셨다.
우리는 이제 짐을 챙기고 있는데, 진영샘은 이미 학원을 빠져나간 지 오래라니. 참 퇴근속도 한 번 불같구나.
“후아, 끝났다-.”
나는 기지개를 피며, 잠시간 피로했던 것을 조금이라도 날려버렸다. 그리고는 가방을 메고는 다시 집으로 가려고 하는 그 찰나에, 현아가 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오빠! 우리 나가기 전에, 잠시 휴게실로 가자아!”
현아도 나갈 준비를 나랑 비슷하게 했는 지, 이미 가방을 다른 손에 맨 체 나를 붙잡고는 휴게실로 가자며 나를 재촉했다.
“휴게실? 그 정도야 뭐..”
그 정도야 뭐, 딱히 시간을 심각하게 잡아먹을 만한 행동이 아니니까, 현아의 말대로 휴게실에 따라가주기로 했다.
“오빠는 뭐 먹을래?”
휴게실에 도착한 뒤, 현아는 곧바로 동전지갑을 꺼내며 자판기로 달려가서는 동전을 꺼내어 투입구에 집어넣기 전 나한테 무엇을 마실거냐고 내게 물어보았다.
현아가 나에게 마실 것을 사준다는 생각에, 순간 돈이 굳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고맙게 그녀의 호의를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
“나? 간단하게 커피나 뽑아줘.”
현아야, 잘 생각해보고 누르렴. 간단하게 커피라고 말했지만, 그 커피 종류 중에 값 싼 레쓰비도 있고, 값 비싼 T.O.P도 있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난 후자를 더 많이 즐기고 싶단다.
“그럼 나는.. 흐음.. 나도 커피!”
그렇게 현아는 나를 따라 자신도 커피를 마신다며 과감하게 푸른 색깔의 캔이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렇다, 그것은 레쓰비다.
‘아.. 티오피..’
니가 그냥 커피라면, 이건 티오피야. 맞아, 현아가 들고 있는 건 그냥 커피고, 자판기 안에 아직도 있는 것은 티오피지. 흐흑..
“자, 여기!”
“아, 따ㄸ..이 아니라 차갑네.. 여튼 고마워.”
어쨌든 내게 자린고비라고 불리던 현아가 무려 레쓰비씩이나 사줬으니 맛있게 먹어야겠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커피가 뜨거운 커피가 아닐까. 라는 마음으로 현아가 준 커피를 받았고, 곧바로 뜨겁다는 행동을 취했지만 고맙게도 냉커피였다. 큭..
“응, 근데 오빠.”
“응?”
현아와 나는 커피를 마시기위해 자판기 바로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서로 양 옆에 앉은 채로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언니랑 잘 되가?”
언니랑 잘 되가냐니, 아마. 하라랑 잘 되가냐고 묻는 건가. 뭐, 하라랑 별 트러블은 없으니 잘 되간다고 볼 수 있으려나.
“아…뭐, 그렇지.”
“히히, 언니 안 외롭게 해주는거지?”
당연히 안 외롭게 밤마다 뜨겁게 달궈주고있ㅈ.. 아, 이게 아닌데? 다행히도 속으로 나오는 말과 겉으로 나오는 말은 달랐다.
“응, 되도록이면 노력하고 있어.”
“헤헷, 글쿠나.”
현아는 나의 말에 안심이라도 된다는 듯이 밝게 웃으며 두 손으로 커피를 쥔 채, 입에다가 커피를 갔다댔다.
-후루룹.
그리고는 내 귀에도 다 들리게 아주 야무지게 커피를 마시는 현아, 다 마시고 난 뒤에는 입가에 묻은 연갈색 커피자국을 손등으로 지워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그리고는 레쓰비를 휴지통에 가서 버린 뒤, 다시 내 옆에 앉아 기지개를 피며 하품을 쫙쫙 해대는 현아. 아주 헐랭하면서도 귀엽구나.
‘기지개 한 번 야무지게 피는구나.’
“히이, 나 오늘 스케쥴 없는데에.. 오빠.”
현아는 기지개를 한 번 야무지게 피고 난 뒤, 어깨가 개운한 지 어깨를 흔들고, 목을 까딱거리다, 그런 행동을 멈추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신에게 스케쥴이 없다고, 그러니까 좀 놀아달라는 것을 돌려서 말하는 현아였다.
“응? 왜?”
하지만 내가 현아의 마음을 꿰둟고 있었을 리가 없고, 현아를 쳐다보며 그저 현아의 말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혹시 시간 비나? 헤헤..”
“뭐, 아직 방학이니깐 널린게 시간이지, 뭐.”
시간이 비냐는 현아의 말에 나는 개강까지 남은 시간을 세며, 아직 개강하려면 삼 주 남짓 남았다는 생각에, 아직 많이 남았구나. 라고 단정지어버리고는 현아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그럼 우리 있자나, 노래방 가서 확 스트레스 날려버리고 올래?”
남은 시간이야, 뭐 태산과 같이 많다고 대충 말하자 이번에는 노래방을 가자고 제안하는 현아였다.
“응? 노래 연습을 그렇게나 해놓고, 또 가자고?”
“에이, 했으니깐 확인할 겸 가는 거지이-.”
나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지겹게 노래를 불러댔는 데, 왜 또 노래를 부르고 싶냐고 물어보았지만, 오늘 배운 것을 적용할 겸 노래방에 가자고 말하는 현아였다.
“그런가?”
현아의 그런 허점투성이인 말에 묘하게 설득되어가는 나였다.
“응! 그러니까 가자아아아아앙-.”
“그.. 그래.. 가자..”
현아는 자꾸 내가 튕기려들자, 그것을 막으려는 듯 폭풍징징과 폭풍애교로 나의 손목을 잡고는 빨리 가자고 재촉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척을 하며 현아를 따라갔다.
“헤헷, 그럼 고고!”
‘뭔 놈의 가시나가 힘이 이렇게 쩌냐..’
근데, 진짜 현아에게 끌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