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 백 번째 과외 - 애교대란 上
“민시가아아앙-.”
통칭, 각목을 부르는 애교(줄여서 각부애)를 시전하는 수영이, 오랜만에 찾아온 소녀시대 숙소는 그야말로 헬게이트 오픈이구나.
“..미,민시가아앙-.”
통칭, 망설이다 하는 애교(줄여서 망하애)를 시전하는 수연이, 얘는 뭔 질투가 돋아서 각부애를 표절한 건 지 모르겠다.
“…윽.”
그걸 당하고, 지켜보고 있는 나는 그야말로 모든 게 카오스. 어서 이런 지옥같은 곳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굴뚝같았지만, 수연과 수영이라 불리는 쌍수의 이중 바리케이드에 막혀서 연속해서 탈출에 실패하고 있었다.
“내가 누구게에?”
눈 가리지마, 니 손에 묻은 땀이 스킨로션처럼 눈두덩에 스며들잖아, 이 망할 것아.
“내가 누구게염♥”
정수연, 제시카, 정시레, 정제시카, 수연이, 정겸디, 얼음공주, 싴병장! 누구냐고 안 물어도 목소리로 이미 파악 가능하니까, 제발 그런 애교는 자제 좀 해줄래.
푸헷, 미쳐버릴 것 같아.
애교 때문에 마음이 살랑살랑 눈처럼 녹아내려서 미쳐버릴 것 같냐구요? 아니요, 그냥 정신병원 제 발로 가고 싶을 정도로 미칠 것 같네요.
-사건의 시작은 이러했다.
수정이에게 쳐맞고 난 후, 한 3일이 지났을까. 보자마자 얼굴이 시궁창 물에다가 세수를 한 것처럼 찡그러졌다.
《자기얌∼ 나 이뽀 >ㅁ<? - 정수연♥》
난생 최초로, 수연이가 미치지는 않았나. 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보았다.
도대체 무엇을 본 건 지, 아니면 무엇을 쳐먹은 건 지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나보다 잉여가 될 수가 있지.
그리고 애교를 부려도 이 정도는 아니였잖아, 수연아. 넌 확실히 어떤 이상한 것을 건드렸어.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지이잉.
나는 이 핸드폰을 열기 전까지, 한 명이 더 미쳐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뚜영이 띰띰해여! - 최수영♥》
상황 파악이 대충 되가는 것 같았다.
흐음, 그러니까. 나름대로 추리를 해보자면 최수영이 뭔가 유통기한이 한참이 지났지만 맛있는 걸 가지고 와선 정수연을 꼬드겼다.
그리고는 그걸 맛있게 위장으로 섭취하시고, 위장으로 그 영양소들이 섭취되자마자 두 여자가 맛이 간 게 분명해.
“그럼, 해결방안은 119를 불러서 저 두 명을 병원에 보내는 방법 밖에 없겠네.”
명쾌한 처방, 나를 명의 민시그라고 불러다오. 계획한 것은 즉시 실천으로 옮기라는 부모님의 말에 따라, 재빠르게 핸드폰을 켜놓고는 119에게 전화를 걸려던 바로 그 순간.
-나는요오오오오-. 오빠가아아아아-. 좋은거어어어얼-.
이미 질리도록 듣고 있는 좋은 날.mdf가 내 귀를 세차게 두드렸다.
“여보세요?”
난 최대한 마일드(mild, 부드러운)해진 목소리로 내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마치 윤필주 슨생(모르면 최고의 사랑을 보시길.)같은 편안한 느낌이랄까.
“야! 너, 왜 문자 씹냐!?”
난 최대한 부드럽게 발신자에게 대해줬는데, 하마터면 발신자에게 욕 한 뚝배기를 야무지게 쳐먹을 뻔 했다.
발신자의 정체는 세컨드 순서로 문자를 보낸 최수영씨. 각목을 부르는 애교를 활자화시켜서 보낸 장본인이었다. 도대체 내게 이러는 저의가 뭐야!?
“...”
속으론 저렇게 따지고 싶어도, 속으로는 적극적인 성격이어도, 겉모습은 참 연약한 남자상인 나로세. 그저 닥치고있지요..
[니가 뭔데, 내 남친한테 전화질이양!?]
발신자와 통화 중에 들려오는 참으로 익숙하고도 달달하고 보고 싶었던 목소리, 하지만 오늘만큼은 애교가 과대하게 만땅인 수연이의 목소리었다.
역시나 질투 하나는 다른 사람 저리가라 할 정도로 야무지게 끝내주는 수연이었다.
“어머! 누가 니 남친이니!?”
하지만 최수영씨는 무슨 속셈인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수연양의 멘트에 콧방귀를 뀌며 ‘누구 맘대로 남친인건데!?’식으로 말하고 있나보다.
그렇게 되면 수연이는 우리가 이렇게 된 과정을 과거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쫘르륵 아웃사이더 마냥 나열할텐데. 그 전에, 왜 최수영씨와 정수연씨가 난데없고 뜬금없는 애교배틀을 벌이는 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저기요?”
용기가 제대로 나진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물어보려고 시도는 하고 있었다.
“왜!”
왜, 시도만 하고 있었냐면 방금같은 수영양의 ‘왜!’같은 류의 대답이 두려웠기 때문이랄까. 저렇게 물어보면 막상 떠오르는 대답이 있어야 말이지.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지 내게 설명 좀 해줄래? 머릿 속이 아주 카오스가 되버려서 말이야.”
어쨌든 대답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상황을 파악하는 것.
“그게 있잖아..”
전화기를 통해서 들리는 수영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건의 전말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수연아, 거울 좀 가져와쬬-.”
처음에는 그냥 수연이를 골릴 목적으로, 간단하게 소소한 장난이나 치면서 수연이랑 놀려고 애교를 부렸어.
“뭐?!”
근데, 평소에 내 애교를 오이만큼 싫어하는 수연이였던터라, 나의 애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지사였지.
당연히 내가 애교를 부리니깐, 맨날 똑같은 청춘불패를 보고서 꺄르륵-. 웃던 수연이가 그 순간만큼은 표정이 아주 썩었었지.
“쪼기, 쪼기있는 거울말이얌!”
하지만 난 수연이의 패기에 전혀 쫄지 않은 척을 했어. 실은 살짝 그 포스에 애교의 정도가 약해진 건 사실이긴해.
“거울은 가져다주는데, 수영아. 너 혀가 좀 짧아졌다? 내가 다리미로 주름져서 짧아진 니 혀, 아주 야무지게 쫙 펴줄까?”
내가 굴하지 않고 애교를 남용해가면서 해대니까, 수연이도 슬슬 열이 받았는 지 평소에 숨겨두었던 싴의력을 발휘해서 나를 혀로 농간하려 드는거야.
그 때의 수연이는 연습생 시절 때의 소연언니만큼 꽤나 두려웠다고 느꼈지만, 쓸데없이 승부욕이 발동한 나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수연이를 애교로 강ㄱ.. 이 아니라, 굴복하게 만들기로 굳게 마음을 먹은거야.
나도 한 번 마음을 억세게 먹은 일은 한다면 제대로 하는 성격이거든.
“아, 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꼬! 얼릉 빨리 저 거울 좀 가져다죠!”
그래서 손에 각목이 쥐어져있다고 생각하고, 손 끝에 챠크라를 집중한다음 수연이에게 애교를 있는 힘껏 발사했어.
“아, 나 씨ㅂ..”
나는 다른 멤버들로부터 수연이가 가끔씩 너무 빡치면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진짜로 눈 앞에서 수연이가 욕할려고 입모양을 살벌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까, 더 이상 애교를 부리지 않아야 내 생명보험금이 가족한테 넘겨지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꿀꺽.
땀 대신 나오는 건 침이었고, 땀을 흘리는 대신 침을 삼키는 것이 내 긴장감을 대변해주고 있었어.
“수여늬가 쩌어어어기 있는 수영이 거울 가꼬 오면 되여?”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수연이의 애교에 나는 정신적으로 데미지를 약 1000이상 받았어. 순식간에 회복불능 상태에 이르렀지만, 상황파악을 재빠르게 한 나는 이윽고 회복불능 상태에서 해제되어, 서서히 회복되어 가고 있었어.
“!?”
그래도, 피지컬이나 멘탈에 밀려서 살짝 움찔하긴 했지만.
‘수연이의 갑작스런 애교에 멘탈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 어떻게 쌓아온 각부애인데.. 한 순간에 무너질 순 없어. 수연이가 저런다면 다른 애들을 공략하는거다!’
하지만 굳은 의지로 시작한 일이 아니겠어? 나는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절실히 느끼고, 이미 내 멘탈에 가까워진 수연이를 내비두고 다른 멤버들을 공략하자고 생각했지.
예를 들면, 우리 리더라거나, 탱구라던가, 태연이라던가, 때때라던가, 꼬맹이라던가, 뭐 그런 얘들 있잖아?
“탱구얌, 탱구는 뽀끔밥 잘 만두니까여-. 수영이한테 좀 만들어주떼여!”
완벽하게 태연이를 목표물로 고정시키고, 그녀를 애교로 함락할 수 있게 엄청난 양의 애교를 퍼부어대기 시작했지.
태연이의 표정이 정확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기에, 성공이다 싶었지.
“수영아.. 드디어 정신 나갔어..?”
하지만 예상치못한 태연이의 멘트에 살짝 브이텍이 발생하긴 했지만 뭐, 버틸만 했어.
때마침, 고개를 돌리니 딱! 서현이가 딱! 고구마를 입 안에다가 오물오물 씹고 있는 채로 딱! 타겟설정이 탱구에서 막냉이로 딱!
“나 멀쩡한데에? 막냉앙-. 언냐한테 마쥬뜨좀 만들어쭹!”
태연이 상대는 이 쯤에서 그만두고, 막냉이에게 달려가면서 한 번 언니로써 애교를 부려봤는데..
“…언니, 그 전에 정밀검진부터 받으세요….”
막냉이가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진지한 말투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막냉이가 애교 하나 없이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면, 나도 진지해지잖아..
“삼촌.. 수영이가 아무래도 맛이 간 것 같아요. 숙소로 구급차 한 대만 보네주세요. 제발!”
그 와중에, 순규는 내가 뭐라도 잘못 먹고 정신이 이탈한 것처럼 보였는 지, 자기 방에 숨어서 사장님께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히힛, 나 안 미쳤어, 순규야.
“뚠규야, 누규한테 전화하는그얌?”
나는 순규도 모르게 짜리몽땅하지만 비율은 우월한 순규의 뒤에 다가가서는, 허리를 숙이고는 순규에게 귓속말을 했다.
“…꺄아아아악!”
그러자 순간 귀가 째질만큼 소리를 지르며 경악해버리는 순규였다.
*
“…그래서, 남은 건 나라고?”
수영이의 주관적이고도 장황한 설명에 대충 상황은 이해가 갈 것 같았다. 고로, 다들 수영이의 애교에 굴복했으나, 수연이만이 그 놈의 존심 때문에 애교모드에 흠뻑 젖어있다는 거구나.
“웅! 말 안해도 잘 이해하네!”
수영이는 내가 간단하게 이해해버리자,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을 것처럼 보였다.
“…저기, 너도 그렇고, 수연이도 그렇고, 너네들 이러는 거 정말 매우 한ㅅ..”
하지만 나 또한 이렇게 과다한 애교를 좋게 볼 리가 없었고, 나도 두 소녀들의 뜨거운 애교배틀을 그저 잉여스러움으로 취급할 수 밖에 없었다.
[헤헷, 민식아, 나 민식이 통화하는 거 다 들리는데, 민식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나한테 한심해보인다고 했다가는 그냥 죽여버릴꺼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수연이의 시니컬함에 그런 멘트는 곱게 접어 극복!
“…하핫, 하, 한가로운 것 같구나. 하하..하하..ㅎ..”
순식간에 찾아온 생명의 위기 탓에, 한심이 한가로움으로 바뀌는 놀라운 찰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