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4화 (205/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아흔 일곱 번째 과외 - 두 남자는 수정이를 싣고 2

“그러니깐요..”

하라를 가운데에 앉혀두고, 셋이서 친목을 목적으로 한 대화를 이어나가다 나는 대충 그녀의 성격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후룹.

“앗, 뜨..뜨!”

뜨거운 인스턴트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재빨리 입 안으로 흡입하면, 식어버리기는 커녕 짜증나게 입천장만 벌겋게 데일 뿐인데.

내 건넛편 자리에 앉은 현아는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마시는 척을 하려다가 신명나게 커피에 관광을 당하는 중이었다.

“조심했어야죠.”

나는 그런 현아양의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차려고 하긴 했지만, 그만두기로 하고 곽에서 휴지 몇 장을 뽑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수줍은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고, 방정맞게 흘린 커피의 흔적들을 휴지로 톡톡 찍어 지워냈다.

“헤헷, 미안해용.”

현아양은 머쓱한 지 어깨를 올렸다 내리며, 혀를 입술 밖으로 살짝 내밀었다.

행동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그녀의 성격 중 하나는 얼핏 어리숙하고, 철 없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그런 점이 그녀의 귀여운 외모를 더 부각시켜주는 듯 했다.

‘...’

다만, 위험한 게 있다면 아기 같이 귀여운 얼굴에서 묘하게 패왕류의 색기가 새어나온 다는 것이랄까.

“앗, 시간 됬다. 아쉽지만, 오빠 나중에 보자앙-. 현아도오-.”

나를 제외한 그녀들(현아양, 하라)이 신명나게 서로 있었던 일들과 과거에 자신들이 같이 방송했던 추억들을 이야깃거리를 삼아 열심히 떠들다가, 문뜩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가는 것을 하라가 느끼고는 시계를 쳐다보았고,

급히 자신의 가방을 챙기고는 자리에서 빠져나가는 하라였다.

‘아, 근데.. 하라가 스케쥴이 생기면, 카라의 차를 타고 왔던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카라의 밴에 몸을 실은 채, 여기에 도착한 터라 내가 아끼던 오토바이도 주차장 어느 곳을 가든 지 존재 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 연습실만 들락날락하는거라서, 지갑도 안 챙기고 왔는데. 그야말로, 남자의 손잡이가 된 경우라고 생각하면 되시겠다.

‘아, 현아양한테 택시비라도 빌려볼까.’

구차하지만 일단은 기회를 노리면서 현아양과 같이 인도를 거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있는 건 무지 심심했으니까.

“히히, 이제 나도 가봐야겠다.”

휴게실에 구비된 벽시계를 통해 시간을 확인한 현아는 스케쥴 시간이라도 다 된 건 지,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아양을 숙소까지 에스코드도 해주기로 했다. 시간대도 어느새 해가 지려고 하는 저녁 시간이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고.

사실, 택시비가 목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현아양이랑 같은 길을 걷기를 시작하는 나였다. 다행인것은, 현아양이 나와 같이 걷는 것은 그다지 혐오감이라거나, 싫다는 느낌은 들고있지 않다는 것?

“오빠.”

어느덧 길거리를 걷기 시작한 지, 수 분째. 나는 그녀가 밴이라도 끌고 왔을까, 싶었지만 그것은 사치스러운 생각인 것 같았다.

자세히 물어보니 연습실까지 오는 데 걸어서 왔다는 현아가, 집에 갈 때는 차를 타고 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으니까.

“응?”

나는 길을 걷다가 문뜩 나를 쳐다보며 말하는 현아의 모습을 살짝 쳐다보면서 대꾸했다.

“하라구 언니,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의외로 현아가 이런 질문도 할 줄 알다니. 어쨌든 그런 그녀의 질문에 쉽사리 대답을 내뱉을 수가 없는 나였다.

잘 빠진 매끈한 다리, 너무나도 잘록한 그녀의 허리가 전부는 아니었으니까.

“으음.. 뭐, 음.. 그러니깐..”

현아의 질문에 꽤나 당황한 말투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젠장, 얼굴 표정은 포커페이스로 일관한 듯 한 데, 문제는 말투였나.

“에이, 뭐예요-. 하라언니의 일방적인 사랑인거예요?”

현아는 꽤나 시원하지 못한 나의 대답에 기대치만큼 실망을 한 건 지, 볼을 부풀리면서 나를 나무랐다. 그리고 하라언니의 일방적인 사랑이냐며 나에게 묻는 그녀였다.

글쎄다. 일방적인 사랑일 지, 쌍방적인 사랑일 지는 앞으로 두고보면 알 일이 될텐데.

“우리 언니 잘해줘요.”

생긴 게 어리긴 했지만, 말하는 모습을 보면 꽤나 어른스러운 면도 있고, 가끔은 나이대로 노는 경향도 있고. 부탁이나 충고를 할 때의 묻어나오는 어른스러움과 가끔씩은 떼를 쓰는 어린 티가 공존하는 그녀였다.

“응?”

현아의 그런 말에 나는 대충 무슨 뜻인 지는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현아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하라언니, 안 그래 보이겠지만 외로움 많이 타는 언니예요. 그래서 저도 친하게 지냈던거구요. 헤헷, 언니한테는 미안한 말이겠지만 언니가 불쌍해보여서..”

현아가 말하는 하라의 진실된 모습은, 하라가 보기와는 다르게 외로움과 쓸쓸함을 자주 타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하라가 그렇게 질투도 심하고, 감정기복도 심한가 싶었다.

현아의 말에, 문뜩 하라와 지냈던 지난 세 달간의 추억들이 내 머릿속에서 스르륵 지나갔다. 그런 애들이 상처도 쉽게 입고, 빨리 아물지 않고, 감정기복도 심한 턱에 우울증도 있고, 질투도 심한 것도 다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하라에게 더욱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솔직히, 밤에만 이상한 목적(?)으로 날 찾아오지만 않으면 잘해줄텐데.

“아, 그리고 이거요.”

현아는 하라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고 할 얘기가 없는 지,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한 두어번 접힌 홍보지같은 것을 내게 건네주었다.

“응, 뭐야?”

나는 그 팜플렛이 무엇일까, 라고 궁금해하며 그 팜플렛을 펼치며 그녀에게 말했고, 펼쳐내니 보인 것은 콘서트 홍보용지였다.

‘4minute 게릴라 콘서트, 오늘 밤 9시 30분, 장소 : ○○공원’이라고 간단명료하게 글씨가 써져있고, 그 뒤로는 포미닛으로 추정되는 걸그룹의 모습이 보였다.

뭐, 현아가 여기 찍혀있으니, 현아가 말한 포미닛이라는 그룹이겠지. 

“우리 게릴라콘서트 하는 데, 언니랑 오시던 지 아니면 혼자 오셔도 되요.”

현아는 그 콘서트에 대해서 내게 부가설명을 해주려고 하는 지, 간단하게 쓰여져 있는 글씨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오늘 9시 30분에 한다면, 하라의 말을 듣기로는 스케쥴이 늦게 끝난다고 하니, 하라는 가지 못할 듯 싶었고, 나는 남는 게 시간이니 당연히 갈 수 있었다.

“아? 갈게. 어차피 남는 건 시간이니깐.”

나는 호의적인 표정으로, 그녀에게 호의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다행이라는 듯, 얼굴에 즐거움이 퍼져가는 현아의 표정이었다.

“네, 꼭 오세요! 오빠는 이제 같은 동포니깐요. 히힛-.”

역시나 아직 현아는 어린 꼬맹이었다. 확답을 해주니깐, 저렇게 싱글벙글해가지고는 표정에서 웃음기를 떨쳐내지도 못하고 있다니.

그녀의 행동, 그녀의 모든 것이 귀여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응?”

‘같은 동포’? 그게 무슨 말이지. 이럴 때는 동포라는 말보단, 동료라는 말을 써야 문장의 호응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듯 한데.

아, 내가 너무 국문학적으로 나갔나? 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현아의 해설이 듣고싶어져 그녀에게 따지지 않고 간단한 추임새를 넣어 그녀의 대답을 유도했다.

“같이 연습하니깐 가족이죠, 헤헷-.”

현아가 이렇게 싹싹한 면도 있다니, 하기야 사람 좋은 웃음을 헤프게 흘려대니, 그녀도 왠지 폭풍친화력과 폭풍인맥을 갖고 있을 듯 했다.

카라의 정니콜양이 그러했으니깐, 현아도 어느정도 인맥은 두텁겠다. 싶었다.

“어, 다 왔다. 여기가 저희 숙소에요.”

콘서트와 하라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걸은 것도, 어언 수 분이 지났다. 포미닛 숙소는 학원과 별로 떨어져 있지도 않은 듯 싶은데, 그 때는 왜 밴을 탄 건 지 궁금하기도 했다.

뭐, 스케쥴이라도 갔나보다. 라고 간단하게 생각해버린 나는 현아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녀가 말하는 숙소의 겉모습을 한 눈에 담았다.

평범한 길에, 평범한 주차장, 평범한 입구에, 평범한 창문. 다른 그룹들과는 다르게 숙소가 너무 평범한 건 아닌가, 싶었다. 

“응, 잘 가-.”

어쨌든 그런 걱정은 그녀가 할 일이니, 현아의 숙소에 대한 걱정은 멀리 미뤄두기로 하고, 이제 숙소로 들어갈 그녀를 향해 기분좋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녀어엉-.”

그러자 시선은 나를 향해 고정한 채, 성큼성큼 뒤로 걸으며 팔을 크게 흔들며 인사를 하는 현아의 모습, 귀요미인 그녀의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져 그녀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손을 계속해서 흔들었다.

“흐음, 무언가 까먹은 게 있는 것 같은데.”

그 때의 나는 현아를 에스코트 해주는 대신, 그녀의 웃음에 마음이 녹아내려 돈을 꾸는 것을 잊은 듯 했다.

“하아, 완전 내가 압구정에서 미아가 되버렸네.”

다시 기억을 더듬어서 학원이 있는 길가를 찾는 데, 어언 수 십분을 소비했다.

분명히 현아를 데려다 줄 때는 학원에서 10분도 안 걸린 것 같았는데, 막상 학원이 보이는 익숙한 길거리에 도착하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근데, 이젠 누구한테 구걸을 하지..”

구걸도 사람을 가려서 해야하고, 구걸도 아는 사람에게 해야 덜 쪽팔린 법. 진영샘이 빌려줄까 싶어, 학원을 찾아가보았지만 진영샘은 이미 우리가 휴게실에서 떠들고 있을 때 칼같이 퇴근하셨다고 했다.

망할, 그럼.. 방법이..

-짠.

스스로를 욕하며 머리를 후려치고 있을 때 쯤, 학원 뒤편으로 보이는 SM 건물의 뒷 모습이 보였다. 그래, 소녀들이라면 빌려줄 지 몰라.

‘근데, 소녀들은 일본에 갔잖아..? 아마, 안 될꺼야.. 아마..’

불과 몇 일 전, 티파니양이 우리 집에 찾아와서는 일본에서 일주일 정도 있다가 올 것 같다고, 그 동안 보고싶을 것 같다는 핑계로 내 정기를 빼간 모습이 생각났다.

그걸 핑계로, 나도 티파니에게 돈을 꾸려고 했더만 그녀들은 이미 일본에서 Gee 혹은 Run Devil Run 혹은 Genie를 열심히 불러재끼고 있을 듯 싶었다.

‘그 대신 에프엑스가 있을거야!’

하지만 에프엑스가 해외로 가거나, 스케쥴 있다는 소식은 내 소식통인 ‘카카오톡 문자 by. 소녀시대, f(x), 티아라, 카라, 아이유, 용화, 권, 수만옹, 광수아저씨, 매니저형님들, 대학 친구, 고등학교 친구’등을 통해서도 못 들었으니깐 말이다.

계속 앞문을 통해 들어가는 방법은 이제 식상한 듯 싶으니, 당당하게 뒷문을 통해서 SM 내부로 들어가자고 생각하는 나였다.

“흐음, 수정이한테 전화하면 열어주려나.”

횡단보도를 건너, 도착한 SM. 이걸 열 수 있는 마스터키는 내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니, 관계자 중 한 명에게 전화해서 열어달라고 부탁해야지.

수정이가 현대 문명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흘러가는 얼리어답터라면 이 전화를 재빠르게 받아줄 것이라 믿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젠장, 의외로 스마트폰을 잘 가지고 노시는 수정이가 얼리어답터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며 이번에는 설리의 전화번호를 찍고는 통화버튼을 누르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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