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3화 (204/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아흔 여섯 번째 과외 - 두 남자는 수정이를 싣고 1

“한 눈 팔지마, 또 그러면 나머지 눈도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깐. 알았지, 오빠아-.”

남자의 본능과 강지영의 여우스러움으로 창조해 낸 그 신(Scene)으로 얻어낸 것은 죽빵이라는 맛있고도 고통스러운 빵이었다.

근데, 난 예전부터 죽빵 류의 빵 종류는 싫어하던 편이라서 아까 하라가 죽빵을 줄 때도 거의 억지로 먹은 듯 했다.

“응..”

나는 달콤살벌한 표정을 지으면서, 무서운 말을 웃는 표정으로 내뱉는 하라의 모습을 보고는 약간 움츠러든 듯한 느낌으로 그녀의 부탁(?)에 대답을 했다.

‘근데, 어떻게 하라를 못 알아 볼 수 있지.’

근데 참 하라를 이 곳으로 데려오면서도 신기한 것이, 여기서 연습하는 수강생 전체가 하라를 못 알아보다니.

역시나 잘 만들어진 선글라스와 모자의 위력은 꽤나 소름이 돋는 듯 했다.

“오빠 아팠어?”

단순한 디자인의 학원 복도를 지나 나와 현아양이 배우는 연습실의 문을 열고는 바로 앞에 있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자리에 앉자, 하라가 내 옆에 앉아서는 자신이 죽빵을 날린 곳을 손으로 매만지며 나에게 물어보았다.

“응..”

당연히 아프지, ‘빠악!’소리가 제대로 터졌는 데, 상처 안 나고 배기겠냐. 가서 마데카솔이나 사와.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했다간,

하라는 미술과 생활에서 배웠던 대칭미 이론을 언급하며 내 반대 쪽으로 죽빵을 날릴 게 분명했다.

“미안.. 내가 오빠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야..”

하라는 진짜 미안한 지 눈물을 글썽거리며 거의 울먹거리듯 나의 볼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래, 하라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어느정도 감은 오고 있어. 질투심도 카라에서 꽤나 돋는 다는 게 무서우니까.

“아.. 내가 더 미안하지. 근데, 난 지영이랑 단지..”

미안해하는 하라의 표정이, 내가 지영이와 얽힌 오해를 풀기 위한 말을 꺼내자 순간적으로 매섭게 바뀌었다.

나의 볼을 매만지던 손도 살짝 힘을 준 듯 싶었고, 그냥 그 오해 계속해서 안 푸는 게 내 생명에 지장이 없을 듯 했다.

‘아..’

슬프지만, 만약 내가 하라와 결혼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라고 잠시 머릿 속으로 떠올려보았다.

-

“그, 그건 오해야!”

장소는 침실, 하라는 정말 오해가 짙은 말을 내게 해댔고 난 진짜 억울해서 그녀에게 그건 오해라고 호소를 했다.

하지만 점점 내 쪽으로 다가오는 그녀, 분위기로 봐선 한 대 칠 기세다.

-빠각.

“끄악!”

“아이구, 이 화상!”

-

“으으.. 상상하기도 싫다.”

나는 고개를 양 옆으로 저으며, 하라와의 결혼생활을 부정했다. 맨날 저렇게 맞으면서 살기는 참 싫다고.

그에 비하자니, 갑자기 생각나는 수연이. 수연이는 가끔 무섭긴 하지만, 귀여운 면도 참 많고, 나한테도 잘해주고, 내 말도 잘 들어주는 데..

수연이가 보고싶어졌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지.

“응?”

“아, 아니야..”

하라는 나의 말에 고개를 훽 돌렸고, 나는 손을 휘저으면서 아까 한 말에 대해서 부정을 했다.

그러자 하라는 갑자기 연습실 주변에 대해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응? 왜 저러지.

“하라야, 왜 그래?”

나의 물음에 하라는 눈치를 보다가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 냔의 음탕스러운 눈빛을 보아선, 뭔가 원하는 게 분명히 있었다.

예를 들면, 스킨십이라거나, 신체접촉이라거나, 스킨 투 스킨 정도?

“오빠아..”

벌써부터 입술에다 침을 잔뜩 묻히고, 멍한 눈빛을 띄우고, 이렇게 애타게 나를 부르는 걸로 봐선 확실히 볼이 붉어질만한 속셈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그걸 다 예상했다는 거지. 하이고, 얘는 스케쥴 안 생기나. 그냥 대통령 딸로 나오는 드라마 같은 거 붙여주면 안 되나?

“우리 있짜낭, 아무도 안 오는 데에.. 찐-하게 뽀뽀하까아?”

이 냔이 내가 안 보는 틈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각 기업의 소주의 맛에 대한 분석.’이라도 하셨나.

혀가 아주 꽈배기처럼 비틀어졌구나. 그 위에다가 달달한 설탕 뿌려서 베어 물ㅁ.. 아니,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하라에게 동화가 되어 있었다니.

“자제하렴.”

하지만 나는 데카르트, 스피노자의 이론을 따르는 일개 평범한 시민으므로, 이성적으로 굴 필요성이 있었다.

아무리 연습실에 사람이 없다지만 불시에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올 지도 모르는 일일 뿐더러, 하라의 드립 자체가 규리수(규리수가 궁금하면 인터넷에 치시길)이니.

“히잉, 왜애..? 우리 한동안 못했짜나아-.”

과도한 애교는 지나가던 퀸쏘도 각목을 들고 후릴 정도라던데, 다행히 퀸쏘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주먹을 꽉 쥐고 그녀의 광대뼈를 타겟팅.. 한 건 훼이크고, 애교에 하릴없이 약한 나는 벌써부터 풀리려 하고 있었다.

하라에게 자제하긴 개뿔, 내가 좀 자제해야했다.

“키스만, 응?”

하라는 벌써부터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는 지, 싱글벙글 귀엽게 미소를 지으면서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나는 데카르트니, 스피노자같은 학자들의 이론을 따라야한다고 지껄였지만, 역시나 나의 치명적인 약점은 도대체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니.

어느 순간부터, 내 입술은 하라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철컥.

딱 분위기 좋을 때, 목숨과 쪽팔림을 걸고서 다가갔던 입술인데, 이렇게 그 흥을 깨는 문 소리를 내다니.

도대체 범인이 누구야! 라며 따지려고 들었지만, 들어온 사람은 진영샘이었다. 

“여기서 연애를 하면..”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아직 솔로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네요. 제 불찰입니다, 부디 넓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저를 용서해주시옵소서.

내가 이런 식으로 선생님에게 사죄를 드릴 동안, 하라는 멀뚱한 눈빛으로 나와 선생님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요, 선생님?”

선생님을 뒤따라오는 귀여운 모습의 흑발의 소녀, 자세히 볼 필요도 없이 선생님을 따라 이 곳을 찾아올 사람은 오직 한 명뿐. 현아양 밖에 없으니 말이다. 

근데 현아가 등장하니, 하라의 표정이 갑자기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선 마냥 놀라더니 현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어?”

“어!?”

하라의 추임새에, 따라서 반응하는 현아양의 추임새. 현아양의 이미지가 저런 것도 있었나, 하면서 그녀들을 쳐다보았고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들은 이산가족 상봉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보다도 더 기쁘게 서로를 껴안았다.

“언니이! 보고 싶었쪙!”

헐, 현아양이 나한테 삐져서 성큼성큼 걸어갈 때부터 대충 짐작은 했지만, 현아양도 애교쟁이라니. 

하라가 얼마 전에 현아양에 대해서 말한 것이 떠오르면서, 무언가 불안감이 내 뒷목을 어루만지고 지나갔다.

“선생님.. 얘는 그냥 참관자로 수업 보게 해도 될까요?”

그녀들이 눈물겨운 상봉을 하며, 안 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말하고 있을동안 나는 진영샘에게 하라구가 이 수업을 참관해도 되냐고 물었고,

진영샘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대답 대신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거렸다.

“근데, 현아야 너는 큐브인데 왜 관계도 없는 SM에 와서 연습해?”

두 시간에 걸친 수업시간이 끝나고, 구석진 방에 마련된 휴게실에 앉아 본격적으로 노가리를 깔 준비를 하시는 현아양과 하라.

“아.. 그게 있잖아, 보컬트레이너 오빠가 한 명 있었는 데, 지금 다쳐서 못 움직여. 근데 당장 나는 앨범 때문에 노래 해야 되서 연습해야 되는 데, 어쩔 수 없이 이 근방에서 잘 가르친다고 하는 여기로 온거야. 소속사와는 전혀 관계없어, 사장님도 그러셨구.”

현아양은 자신이 큐브 소속인데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연습하는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요약해서 설명했다.

현아양의 말을 듣고 있었던, 나와 하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해했다는 뜻을 내비쳤다.

“으음.. 근데 언니.”

“응?”

현아양은 자신에게 물어봤던 것에 대해서는 대답을 마친 상태, 이번에는 하라에게 역으로 질문을 하려나 싶었다.

“저 오빠는 어떻게 아는거야?”

아마도 현아양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유추해보았을 때, 나의 인중인 듯 했다. 고로, 하라가 날 어떻게 알 게 되었냐고 물어보려는 것 같았다.

“아, 옆집 이웃-.”

그러자 하라는 다행히도 심플하게 현아양의 질문에 대답했다. 사실, 내 연예인 인맥은 은근히 이웃인 경우가 많은 듯 했다.

“아아..”

현아양도 하라가 날 알게 된 이유를 대충 이해하자, 약간의 추임새가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져나왔다.

“그리고 내 애인-.”

역시나 이웃에서 끝날 줄 알았다면 내 오산이었다. 하라는 내 팔에 찰싹 달라붙어면서 거침없이 솔로인 현아양 앞에서 애정공세를 펼쳤고,

현아양의 얼굴이 살짝이나마 찡그러진 게 눈에 훤하게 보였다. 괜찮아요, 현아양. 나도 찡그러졌으니까.

“야, 그런 말 하면 어떻게 해.”

나는 귓속말로 하라의 행동을 나무랐지만, 그녀는 ‘내가 뭐 어때서?’라는 표정을 짓고는 내게 말했다.

“현아는 괜찮아.”

하라는 내게 안심하라는 듯한 의도로 말했을 게 분명했지만, 나는 전혀 안심이 안 되었다는 게 문제였다.

근데 현아양의 표정은 찡그러졌다가 갑작스럽게 우울해졌다. 분명, 무언가를 생각해낸 듯 한 현아양이었다.

“근데요.. 오빠는 왜 카라는 알고, 저희 그룹은 몰라요?”

역시나, 카라는 알면서 자신의 그룹은 왜 모르냐. 라는 게 확실히 서운한 듯한 현아양이었다.

왜 저렇게 서운해보이는 지, 사실 맨 처음에는 티비를 잘 안 봐서 얼굴 보고 바로 이름이 나오는 사람들은 소녀시대 밖에 없었다고. 

티아라도 그 때, 이웃이 아니었으면 몰랐을테고, 카라도 몰랐을테지.

“설마.. 포미닛은 아직도 안 뜬 거예요..? 히잉..”

그녀가 포미닛이라고 말하는 걸로 봐선, 현아양의 소속되어있는 그룹은 포미닛인가보다, 했다.

근데 도대체 무슨 연유로 저렇게 울적해진 말투로 말하는 거지?! 금방이라도 울 것 처럼 말이다. 설마, 단지 그룹을 모른다고 해서 저러는 건 아닐테고.

아, 상황을 읽어보았을 때는 그런 연유로 우려고 하는 게 맞구나. 현아양? 울지마요, 울면.. 왠지 내가 다칠 것 같은 예감이 드니까.

“아, 아냐아냐.. 내가 워낙 티비를 안 봐서 그래.”

“히잉.. 그래요?”

현아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눈물이 맺히려고 하는 눈가를 부비적거리며 말했다. 다행히도, 눈물을 눈에 보일 만큼 크게 흘리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얘를 왜 울려!”

-퍼억!

은 훼이크, 하라는 자신이 아끼는 동생이 누군가에 의해서 울 게 된다면, 그 누군가를 가만히 안 뒀을 정의로울 성격인가보다.

하라의 그러한 정의로운 면모를 본 대신, 받은 댓가라고는 등뼈가 뒤틀릴만한 위력의 고통이었다.

하지만 수 많은 소녀들의 타격으로 맷집을 수도 없이 단련해온 나, 이 정도로 고통에 몸부림칠 리가 없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드럽게 아프다..’

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 한 가지. 현실세계는 내 생각대로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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