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2화 (203/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아흔 다섯 번째 과외 - 강아지영이 괴롭혀요 2

우리 집으로 가겠다는 건 딱히 내가 말리지는 않을 건 데, 난 순간 지영이가 체온을 느끼지 못하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뻔 했다.

분명히 오늘 하루는 모두 영하인 날씨인데, 입고 있는 옷의 모양새는 한여름을 연상케 할 정도라니.

“응? 가는 건 상관 없는 데, 안 춥냐.”

나는 오빠랍시고, 지영이의 옷 모양새를 보면서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고 지영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에? 괜차나, 오빠가 날 품어주면서 가면 되지.”

지영이의 말투가 언제부터 이렇게 음탕해져갔는 지 도저히 알 턱이 없었다. 설리의 말투가 그냥 커피라면, 지영이 말투는 아메리카노야. 

돋기는 하지만, 좀 예감이 안 좋은 씁쓸한 뒷맛이 있을 것 같달까. 물론 안 좋은 의미로 말한 건 아니다.

쓸데없는 것 같은 내 잡생각은 일단 집어치우기로 하고 운동화가 바닥과 부딪히는 소리를 내는 걸 듣고 있는 채로 계단을 올라갔다.

겨우 한 층 차이, 카라의 집에서 한 층만 더 올라가면 우리 집이 있으니, 집에 가겠다고 엘레베이터를 타는 것은 무척이나 미련한 짓이다.

“흐익..”

그 때였다. 쌀쌀하고 매서운 겨울의 바람이 열린 창문의 틈 사이로 들어와 내 머리카락을 헤집고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나야, 뭐. 이 곳에 놀러올 때부터 든든하게 추위에 대비한 터라 이 바람은 그저 입꼬리를 올리면서 걸을만한 바람이였지만,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강지영이었다.

“내가 분명히 춥다고 말했지.”

어차피 집에 갈 때까지의 남은 거리는 10m도 되지 않지만, 내 성별이 남자였다.

남자는 여자를 보살펴야 하는 법, 걸치고 있던 점퍼를 지영이 어깨에 걸쳐주고는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휘잉.

‘으어억..’

역시나, 이 혹한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핫팩이 야무지게 달려있던 점퍼였는데. 그것을 벗겨내고 나니, 지영이가 걸치고 있는 점퍼를 다시 뺏어서 입고싶었다.

하지만 그러자니 내가 찌질해지고, 그리고 목적지까지 약 10m도 남지 않았는가.

“후아, 도착. 그럼 열쇠로 문고리를 열어재껴볼까.”

티아라들이 사는 곳까진 도어락이 설치되어있었지만, 이번에는 아날로그틱한 느낌을 현관문에서나마 받고 싶어, 도어락 대신 열쇠를 통해서 여는 방식으로 설치했다.

그래서 이제 열쇠를 들고 문을 열어야했다.

-휘잉.

하지만, 이번엔 또 다른 의미로 주머니가 휑해있었다. 내 열쇠, 전체적으로 고동빛을 띄다가도 누리끼리한 색을 은은하게 내비치는 것이 어디로 사라졌단말인가.

지영이는 그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고, 나는 지영이 앞이랍시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주머니 안의 손놀림은 꽤나 현란하게 움직였다.

일단은 바지 주머니에는 없고, 상의 셔츠를 뒤져봐도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디 있는거지.

‘설마!?’

나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지영이가 입고 있는 자켓을 쳐다보았다. 저것은 아까 내가 벗어줬으니 분명히 내 자켓.

그리고 문뜩 집에서 나갈 때, 열쇠를 자켓 주머니에 넣었다는 기억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지영아.”

“잉?”

그래서 지영이에게 말을 걸어서 열쇠를 빼올 필요가 있었고, 그런 생각이 든 나는 곧바로 지영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특유의 추임새로 내 말에 대꾸하는 지영이었다.

“그 자켓에서 열쇠 좀 꺼내.”

지영아, 우리 지영이는 순수하게 열쇠만 꺼낼 수 있지? 뭐, 열쇠 가지고 또 장난은 안 치겠지?

“힛, 알았쪙.”

지영이는 빵긋 웃으며 자켓에 손을 넣어 주머니를 뒤졌고, 열쇠 소리가 확실한 듯한 짤랑거리는 소리가 주머니 안에서 들려왔다.

“오빠, 여기.”

그래, 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바로 주는구나. 나는 많이 익숙한 모양새의 열쇠를 집으려 팔을 뻗었다.

‘!?’

“힛.”

하지만 마치 땅에 떨어진 돈을 줏으려고 허리를 숙이면 저 멀리 무언가에 이끌려 움직이는 지폐 마냥 열쇠도 지영이의 움직임에 의해 이 곳 저 곳 왔다리갔다리 움직였다.

나는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지영이를 쳐다보았고, 지영이는 그 눈빛을 읽었는 지 대답을 하기는 커녕 살짝 미소를 짓기만 했다.

오늘은 장난을 안 친다 싶었다, 이 미운 오리 같은 냔.

“이번엔 무얼 원하냐.”

평소같았으면, 여러 번 지영이에게 당하다가 협상테이블을 열었겠지만, 오늘은 날씨가 날씨인만큼 얼른 집에 가서 따뜻한 음료나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별 행동없이 바로 협상테이블을 열어버리는 나였다.

“흐음, 원하는 거? 일단 비축. 자, 여기!”

흐아, 무서운 냔. 바로 쓸 생각은 않고 계속 비축을 하고 있다니. 도대체 몇 개 째란 말이냐.

두 번이나 그랬던 전례가 있었으므로, 난 램프의 요정 지니마냥 지영이의 소원 세 가지를 들어줘야했다.

무서운 냔, 괘씸한 냔. 이라고 속으로 씨부렁거리며 나는 떨리는 손으로 지영이가 들고있는 열쇠를 집었다.

-딸칵.

경쾌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공기가 바깥으로 쏟아져 나왔고, 나는 문을 열자마자 바로 집으로 향했다.

바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던 이 곳은 지중해의 해변가와 같은 온화함이 느껴진달까. 급하게 입에서 따뜻한 음료를 원하게 된 나는 지영이가 문을 잠궜으리라고 굳게 믿고, 주방으로 걸어간 뒤 포트에 재빨리 물을 담아 버튼을 누르고는 얼른 물이 뜨거워지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목구멍아, 식도야, 위야, 소장아, 곧 기다려줘. 너희들을 따시게 할 액체가 흘러 내릴테니까.

‘일단은 옷이나 갈아입긴 훼이크고, 지영이가 뭐하는 지나 볼까.’

옷이야, 뭐 갈아입을 필요도 없이 자켓만 벗겨내면 집에서 입는 편안한 복장이었다. 

어차피 물이나 끓일 동안에 가만히 소파에 앉아서 지영이가 무엇을 하는 지 구경만 하면 된다.

“오빠, 이것 좀 켜줭.”

가만히 소파에 앉아서 구경을 하려고 있었지만, 내게 닥쳐오는 시련은 게임셔틀 노릇.

보아하니 지영이가 이번에 하려던 게임기는 닌텐도의 야심작 Wil 인 것 같고, 난 대충 본체만 켜주고 다시 소파에 앉아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려 시도했다.

는 훼이크고, 물이 다 끓어가는 것처럼 보이니 주방으로 다시 걸어가서는 녹차 티백을 컵에다 담아두고 물을 부었다.

그리고 녹차 티백 안에 있는 가루들이 물 전체로 퍼질 때 까지 잠시만 기다렸다가 마시기로 했다.

“잉, 오빠! 잠깐만 일루 와 바!”

식탁에 앉아 열심히 무언갈 하고 계신 지영이를 쳐다보다가, 지영이는 힘든 게 있는 지 나를 소환했다.

나는 지영이에게 소환당해서 그 쪽으로 걷고 있는 데, 도대체 뭔 게임을 하기에 그녀는 허리를 숙이고 있었는 데 풍만한 그녀의 가슴골이 그대로 다 보여서, 하마터면 헛기침을 내뱉을 뻔 했다.

덕분에 지영이가 입고 있는 브래지어도 소녀다운 핑크색인 걸 알아냈지만. 

“스키게임 하는 데, 이러고 있으면 힘드니까, 나 좀 잡아주라.”

뭐, 그 정도야. 는 개뿔, 내가 왜 잡아야 하는 데.. 나도 그 게임 해본 적 있어서 그러는 데, 딱히 잡아줄 필요도 없는데!?

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느새 내 손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잡고 있었다.

“이 씨, 거기 잡으면 쓰러져어어-. 더 위에에에-.”

지영이는 내가 허리를 제대로 안 잡은 게 마음에 안 들었는 지, 내 손을 잡고는 자신의 봉긋하게 부푼 가슴 바로 아래를 잡게 만들었다.

이런 위치라면, 지영이가 조금이라도 격하게 움직이면 피할 새도 없이 그녀의 부드러운 살들이 내 손과 부딪힐 게 뻔했다.

젠장, 하라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이 냔, 꽤 노련한 스킬이다. 나도 노련한 놈이지만, 피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나.

‘근데, 지금 이 자세. 누군가 오면 심각하게 오해할 포지션(position, 위치)인데.’

딱히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이해를 돕고자 어느정도 묘사를 해준다면, 일단 지금 지영이는 스키게임을 하느라 허리를 숙인 상태였고,

나는 그런 그녀의 가슴 밑을 잡아준 채로 있다보니, 누가 보면 딱 ‘뒤치기.’가 바로 연상될 자세였다.

“에잇! 에잇!”

지영이냔은 스키게임을 하면서 자세를 고정시켜야하는 상태가 다가오자, 안 그래도 아슬아슬한 거리인데 엉덩이를 뒤로 쭉 빼는 그녀.

원하지는 않았지만, 슬프게도 그녀의 엉덩이가 내 존슨과 천 쪼가리사이로 합일되는 상황이 닥쳐왔다. 

씨발, 다행히 지금은 존슨이 잠에서 깨지 않았다는 것, 만약 그가 잠에서 깨버린다면 난.. 난..

“에잇!”

-씰룩.

“에잇!”

-씰룩.

추임새에 맞춰서 움직이는 그녀의 엉덩이, 이 느낌은 마치 헤롱헤롱한 사람을 정신 차리게 해주려고 싸닥션을 갈기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지금 기상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존슨을 깨우기 위하여, 엉덩이로 존슨을 싸닥션 때리는 꼴이라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내 존슨은 시간이 지날 수록 잠에서 깨기 시작하고 나는 점점 이성이 멀어져갔다.

‘으어억..’

눈은 점점 풀려가고, 가슴 밑을 부여잡은 내 손은 점점 위로 올라가는 듯 했지만 난 내 정신을 다시 되찾을 필요가 있었다.

거기다가 한 명을 더 늘린다고, 좋을 이유도 없었으니까. 이 쯤에서 존슨을 진정시키고 녹차를 입 안에 도입시키는 게 시급했다.

-철컥.

그 때였다. 내가 본능에서 이성으로 갈아타는 데 약 75%가 지났을 때 쯤, 누군가가 현관문을 간단하게 열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난 분명히 지영이가 문을 잠그고 들어왔을 것이라 믿었건만, 아무래도 그녀는 게임이 더 중요한 듯 싶어 잠구는 걸 깜빡해버린 건망증 소녀인 것 같다.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영이는 도저히 엉덩이를 뺄 생각을 안 하고 있을 뿐더러, 난 문을 열며 우리 집으로 들어온 사람이 이 광경을 볼까 두려워했다.

“오빠, 아까는 미ㅇ..”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의 정체는 아까 나를 신명나게 깠다가 방 안으로 훽 사라지신 하라구.

그거는 미안해 할 필요도 없는 데. 난 그저 하라구가 지금 이 모습올 볼까 두려운 것 뿐.

그녀는 꽤나 빠르게 거실 안으로 들어섰고, 나는 손을 뺄 새도 없이 하라구의 꽤나 냉소적인 눈빛을 느끼곤 몸이 있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

이것은 나의 침묵이기도 하고, 이 모습을 보고 말이 없어진 하라의 침묵이기도 했다. 젠장, 갑자기 ‘1초 후가 궁금한 사진.jpg’가 내 머릿 속에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언니, 왔어?”

정작 당사자인 지영이는 태연하게 내 존슨을 갖고 놀았던 엉덩이를 여우같이 싹 빼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하라를 보며 말했다.

흠, 이런 경우에는 지영이가 쳐맞기는 커녕, 다 큰 어른이 저 꼬맹이한테 유혹당했다는 이유로 내가 맞을 가능성이 심각하게 높아지겠지.

“이 자식이!!”

하라구는 침묵 후 Real Rage Mode에 돌입했고, 빛보다도 더 빠른 듯한 구사인볼트의 추진력과 헥토파스칼 킥이 정확히 나를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빠악!

다른 묘사할 필요도 없이, 분노와 추진력과 힘이 적절하게 섞인 그 발차기는 바로 유언을 날려도 충분할 것 같은 파괴력이었다.

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았지만, 정작 진짜로 으스러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차라리 이렇게 맞고 살 바에는, 병원에서 잉여스럽게 누워있는 게 최곤데. 좀 더 세게 까주지..

- 강아지영이 괴롭혀요 1탄 끝, 결과 : 민시그의 부상(Injury), 하라구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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