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아흔 네 번째 과외 - 강아지영이 괴롭혀요 1
2011. 1. 11
“그러니까 가기로 하는 거다?”
해는 이미 중천을 향해 꾸엿꾸엿 움직이고 있고, 하라구와 나는 식탁 위에서 때 아닌 협상을 보고 있었다.
“응.”
그녀의 부탁은, 다름 아닌 현아양을 보게 해달라는 것. 나는 하라구의 행적이 바깥으로 노출 될 가능성도 피할 수 없다고 엄연히 경고를 했지만,
그녀의 눈빛은 이미 현아양을 만나고나서, 덩실덩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탈춤을 추고 있었다.
“야호!”
“민식아, 나도 갈래!”
일단은 이렇게 하라와의 협상은 원만하게 해결을 보고, 하라는 벌써부터 기뻐하고 있는 눈치지만 이 틈을 노리는 여자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꾀많은 햄촤였다. 하지만, 아무리 꾀가 많은 들 무엇하리. 버티고 있는 여자사람이 철옹성 하라구인데.
멘탈은 그녀를 이길 수 있을 지 몰라도, 피지컬은 아무래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승연누나였다.
“언니는 스케쥴-.”
“으아아아앙!”
여러분은 지금 고된 스케쥴에 포효하는 카라의 세렝게티 초원의 날뛰는 햄스터를 보고계십니다.
아, 아무래도 저 햄스터는 자신의 뜻한 바가 어긋나게 되자, 현실을 부정하고 있나보군요.
“자, 자. 언니는 스케쥴 달릴 준비를 하라고!”
하라는 승연누나를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익살스러운 모습을 한 채, 그녀의 등을 팔을 길게 뻗어 떠밀었다.
오늘도 스케쥴을 소화해야하는 승연누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안 팔려서 싱싱함이 사라져가는 한 마리의 동태를 보는 듯 했다. 추욱 쳐져있는 몸이 꽤나 장관이었다.
“우어..”
카라 5대 미스터리 중 하나, 한승연. 그녀는 햄스터인가, 동태인가, 인간인가.
-철컥, 끼익-.
하라가 승연누나를 방으로 옮기고 있는 도중, 누가 바깥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듯 잠금장치가 풀려오는 소리가 내 귀에 스며들었다.
나는 매니저 형이겠거니, 하며 대수롭지않게 현관을 쳐다보았고, 그 틈에서 점점 모습을 보이는 사람의 실루엣이 선명화되고있었다.
“다녀왔습니다아-.”
문이 열리네요, 지영이가 오고 있죠. 여튼 지영이는 스케쥴을 소화하고 왔는 지 여유롭고 즐거운 표정으로 신발을 신발장에 벗어둔 채 거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주치는 나와 그녀의 두 눈.
“어? 민식이 오빠네-.”
나를 보자마자 즉각적으로 그녀의 두 눈이 반달모양으로 그려지며 생글생글한 눈웃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참, 무슨 일이 있어도 열 여덟살 꼬맹이(설리, 수정이, 지영이)들은 참 해맑아보이네.
“안녕.”
나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지영이를 향해 살랑살랑 손바닥을 보이며 손인사를 하며 말했다.
“안녕 못해-.”
그러자 장난기가 잔뜩 어린 표정을 지으며 그 인사 따위는 받아주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지영이의 모습에 살짝 황당해졌다.
“왜?”
그 황당함은 바로 궁금함으로 변했고, 그 궁금함은 내 입술을 빠져나와 그녀를 향한 질문이 되었다.
그러자 얼굴이 살짝 발개지면서 장난을 치는 지영이였다.
“나한테 뽀뽀해주면 안녕해줄래애-.”
지영이의 말 한 마디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일단 나의 표정을 잔뜩 일그러놓은 것으로 모자라, 하라구의 주먹과 얼굴에 한 가득 살기를 쥐게 하는 드립에, 자기 방에 있는 밥솥을 던져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승연누나까지.
괜스레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녀들의 살인충동을 말리려고 내가 몇 초동안 얼마나 맥이 빠졌는지.
“헤헷, 말 잘못했나?”
지영이는 머쓱한 지 머리를 손으로 긁적거리며 자기 방으로 도주하는 노련한 스킬을 시전했고,
하라구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아 씩씩거리며 애꿎은 벽만 툭툭 쳐댔다. 그리고 수 초 뒤, 열이 어느정도 누그러들었는 지 하라는 거칠어진 숨소리를 거두고 내게 귓속말을 했다.
“오빠, 지영이 조심해.”
귓속말로 사근사근 내게 말하는 게 귀가 간지럽긴 했지만, 도대체 내가 왜 지영이를 조심해야 하는 지 딱히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위험인자는 쟤가 아니라 하라구 너 인 것 같은데.
“왜?”
나는 그리 궁금하진 않았지만, 하라구에게 로킥을 피격당할까봐 그녀의 말에 대꾸해주었다.
“지영이가 가지고 논 남자 아해들이 한 두 명이 아녀.”
그러면 지영이가 그 말로만 들었던 ‘플라워 스네이크!?’는 훼이크고, 내가 들었을 때는 그런 전과도 없더만.
하라구는 왜 이렇게 지영이를 견제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그게 언니로써 할 말 이냐..”
그리고 아무리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남자 문제를 언급하다니 도가 지나치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비아냥거리며 하라구를 쳐다보며 말했고, 하라구는 별 상관 없다는 듯이 눈망울을 또랑또랑하게 빛내며 말했다.
“오빠를 더 사랑하니깐.”
그녀의 말이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기는 커녕, 오히려 두려워졌다. 그 동안의 소녀들의 전과를 살펴보자면 저런 말을 던지고 날 덮쳤다지.
그래도 나를 사랑해서 날 지켜주려고 하는 하라를 보자니 귀여워져 그녀의 머리를 쓰윽 쓰다듬었다.
“히힛..”
하라는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분이 좋은 지 약간의 웃음을 입 밖으로 흘렸다.
“둘이 뭘 쑥덕거려!”
솔로, 승연누나는 외로워서 웁니다. 그리고 쑥덕거리는 우리 둘을 보면서 진심으로 속에서 우러나오는 레이지(Rage, 분노)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승연누나와 한 몸이 되어 우리 둘 사이를 가릅니다. 멀티 어택이었나봅니다. 승연누나가 지나가고 나니, 가슴팍에서 따가운 고통이 느껴지는 군요.
저 멀리 나가떨어진 하라의 모습을 봐서도, 그녀도 데미지를 얼핏 받았는 데 그 위치가..
“하읏.. 내 가슴..”
내가 알기론, 여자의 가슴을 치면 남자의 그 곳을 치는 만큼 받는 데미지가 크다던데. 고로,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은 건 하라구라니.
“헐? 하라야, 언니가 미안..”
하라는 점점 얼굴을 찡그려뜨리며 고통을 잔뜩 느끼고 있었고, 미안해진 승연누나는 그녀에게 쪼르르 달려가선 미안하다고 계속해서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소녀들이 고통을 느끼고 사과를 하는 것에 바빴을 때, 은근슬쩍 거실로 기어나오는 아해가 있었으니.
“어, 오빠. 언니들 왜 저래.”
태연하게 기반암 지대에 심어놓고 절대로 꺼내지 못할 드립치고 바깥으로 나오는 지영이었다.
“몰라.. 나도 공격당했ㅇ.. 헉..”
아직까진 지영이를 쳐다보지 않아서 그녀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 지 즉각적으로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지영이의 질문에 대답해주면서 지영이를 쳐다보는 데, 지영이의 복장은 그야말로 충격.
안에 입고 있는 속옷의 색깔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흰 민소매, 다행히도 왼쪽은 빨간 하트장식이 있어서 왼쪽의 색깔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영이의 가슴이 워낙 글래머여서, 그 하트장식마져도 퍼져보이는 듯 볼륨감이 꽤나 컸다.
그래서일까, 지영이가 한 걸음씩 발을 내딛을 때 마다 그녀의 가슴 밑 부분이 들렸다가, 내려갔다.
‘순규만큼 큰 냔이 있었다늬..’
나는 소녀시대 이순규의 가슴 크기에 맞먹을 지영이의 가슴 크기를 보자니 잠시나마 멍을 때렸다.
거기다가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블랙 핫팬츠를 입어서 맨질맨질한 다리라인이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지영이였다.
“지영아.”
“웅?”
이성모드 해제.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니다. 뭐, 맞아도 그렇다고 치자.
여튼 지영이의 이름을 부르니 지영이는 평소보다 더 내게 귀여운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아흑, 너무 치명적인 귀여움이잖아.
“나랑 사ㄱ.. 으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거야?!”
다행히도 문제가 될 내가 종결내지 않은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목숨은 보장한 듯 했다.
“흐음..”
하지만 지영이는 이미 속뜻을 잘 이해했는 지, 손가락을 입술에 붙인 채 잔뜩 고민을 하고 있었다.
씨밤, 내가 뭔 실수를 한 겨. 지금 내 심정은 어떤 구멍이라도 안에 들어가 숨고 싶었다.
“어?”
근데 곧 내가 이 문제를 고민할 시간조차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 방금까지의 전개과정을 그대로 지켜본 하라구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지영이의 몸매를 보면서 잠시 멍을 때리고 있을 때, 하라는 지영이의 가슴을 한 번 보고,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고.
“이씨!”
느껴지는 건 분노, 얄미운 건 민시그.
하라구는 구사인볼트만큼의 속도로 내게 돌진해와서는 볼을 잔뜩 부풀린 채 카로킥(카라 중 최고의 로킥)을 내 정강이에 시전했다.
-빠각.
그녀의 발은 나의 정강이 및 주변의 뼈를 고스란히 강타했고, 순간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이미 나는 바닥으로 고꾸라진 뒤였다.
“으어억..”
남자라서 하이톤의 신음은 차마 내뱉지 못하겠고, 속에서 우러나오는 고통을 느끼는 로우톤의 신음성을 낸 채 정강이를 부여잡는 나였다.
순간 내 친구의 형 중 정형외과 개인병원을 차린 형이 머릿 속에서 스쳐지나갔다. 그 형한테 가면 치료비를 약간이나마 할인해주겠지.
“오빠, 괜찮아?”
바닥에서 열심히 뒹구는 나를 고정시키고, 일으켜주는 지영이. 그리고 그 옆에서 부축하는 승연누나.
힘 좋은 지영이는 나를 바닥에서 일으켜 자신의 품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열심히 그녀들에게 토닥당하는 나였다.
하, 지영이의 품은 참 포근하구ㄴ.. 아, 이게 아닌데.
“얘를 왜 때려, 이 깡패 하라구야!”
승연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과감하게 하라에게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하라는 반성하기는 커녕, 볼을 더 크게 부풀렸다 쪼그리면서 잔뜩이나마 아우라로 붉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맞아, 언니 지금 일진같아!”
일진이라면, 내 여자친구는 날라리에서 나오는 임윤아 정도!? 아, 내가 팬픽을 너무 본 건가.
내여날에 나오는 임윤아도, 과거 소녀시대 옆집에서 살았을 때에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온 임윤아보단 못 할 것이다.
“이씨, 맞을 만 하니깐 때린거지!”
하라구는 잔뜩 화가 났는 지, 씩씩거리며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저 알파벳 때문에 화가 난 것인 지, 바로 앞에서 한 눈을 팔아서 때린 건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 추측엔 두 가지 이유가 적절히 섞여서 그런 폭력적인 행동이 나왔다고 본다.
“으어, 여기 있으면 나 죽겠네.”
나는 앓는 소리를 내며, 여기 있으면 나의 생명을 보존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을 말했다.
“우씨, 가버려!”
그러자 하라는 기다렸다는 듯 내게 소리를 치고는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으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가주지 뭐.”
나는 하라가 방으로 들어가고 난 뒤, 자리에서 일어났고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민식아, 걱정마. 하라는 삐진 거 금방 푸는 애야.”
승연누나는 그렇게 내게 귀띔을 해준 뒤, 하라의 화를 풀려고 했는 지 바로 하라의 방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신발을 신고 집으로 갈 채비를 했다.
그러자 아까보다는 덜 야하게 민소매 위에 가디건을 걸친 뒤, 날 쫓아오는 지영이.
“같이 가자,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