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0화 (201/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아흔 세 번째 과외 - HUH? 完

“일단 기본기부터 다시 다질 겸, 발성부터 시작하자.”

진영샘의 오랜만에 듣는 수업의 시작은 발성부터였다. 하기야, 노래의 기초가 발성이 아니던가.

“그럼 도부터. 다들 목하고 배에 적당히 힘 주고.”

다들이라고 해봤자, 겨우 현아양하고 나 두 명이겠지만. 

어쨌든 진영샘이 시키는 대로 배와 목에 적당히 힘을 줬고, 진영샘은 한쪽에 비치된 건반 앞으로 앉아 ‘도’를 눌렀다.

-뚜우.

“아-.”

“아-.”

건반을 누름과 동시에 건반음이 들려오자, 나와 현아양은 동시에 발성을 시작했다.

나와 그녀 모두 가장 쉬운 ‘도’는 가장 편하게 넘어가는 듯 했고, 슬슬 음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뚜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순식간에 올라가는 1옥타브. 건반음의 높이가 빠르게 올라간 것도 있겠지만, 아직 한 옥타브 정도는 벅차다고 느끼지 않았다.

문제는 두 옥타브가 올라갔을 때부터 이겠지만, 현아양은 역시 여자고, 가수 출신이기도 하니, 이 정도는 편하게 올라가는 듯 했다.

“그럼 한 옥타브 더 올라갈까.”

-뚜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순식간에 한 옥타브가 더 높아졌다. 힘들겠지만, 이 정도 음은 간단하게 해내야 노래방에서 쪽팔려지는 빈도가 줄어드니까.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현아양은 자신있게 두 옥타브를 넘기고, 나 또한 그녀를 따라 두 옥타브를 살짝 찡그린 채로 넘겼다.

하, 고작 두 옥타브에 이렇게 고생하다니. 하지만, 이제가 본격적으로 내 음의 한계가 다다르게 될 영역.

“두 옥타브 까진 괜찮아 보이는데. 근데, 한 옥타브 더 올려도 가능할까나, 우선 민식이부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아-. 아-. 아-. 아-. 아-. 아!?”

일단은 창피한 느낌을 나부터 주자는 건 지, 진영샘은 씨익 웃으면서 세 번째 옥타브의 피아노 건반을 눌렀고,

그에 따라 건반음은 1옥타브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보통 남자의 평범한 음영역이 2옥타브 파에서 솔이라고 하던데, 나는 그보다 살짝 높은 2옥타브 라에서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고, 그걸 체크한 진영샘은 곧바로 현아양을 쳐다보았다.

“현아양?”

“네?”

“준비 되었죠?”

대답 대신 고개를 위 아래로 조그맣게 끄덕거리는 현아양. 진영샘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건반을 눌렀다.

역시 아까와 똑같은 상황, 보통 잘 부르는 가수라면 삼 옥타브는 가뿐히는 아니지만 얼핏 넘긴다는 데, 현아양도 가수라니까. 은근히 여기서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달리, 표정에는 뭔가 불안함이 가득한 그녀였다.

-뚜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아-. 아-. 아-. 아-. 아-. 아-. 아!”

하지만 그녀는 2옥타브 시가 한계였다. 흐음, 가수라고 다 잘 부르는 건 아니였나.

뭐, 큐리누나도 있는데. 현아양은 큐리누나보다 더 잘 부르는 것 같으니, 됐어.

하지만 나와는 달리, 그녀와 진영샘의 표정은 꽤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차 있었다.

“흐음, 민식이는 가수도 아니고, 일반인이라서 그렇다고 치지만, 현아양은 가수인데.. 근데, 보컬 보단 현아양은 그룹에서 래퍼 역할을 맡고 있으니까, 다행히도 보컬은 조금만 늘리면 음이탈 문제는 빈번히 발생하진 않을 것 같네.”

“네..”

아무리 칭찬으로 가르치는 진영샘이라고 하더라도, 현직 가수에겐 조금 다르게 말하는 듯 보였다.

어쨌든 진영샘은 현아양에게 몇 가지를 더 충고해주고, 다시 나와 그녀를 모두 골고루 쳐다보며 말했다.

“발성 몇 번 더 연습하고, 오늘 수업은 이만 마칠게요.”

“다행히 오늘은 첫 수업이라서 좀 쉬웠네.”

물론, 계속해서 음영역이 2옥타브 라에서 끝난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연습만이 살 길이라고.

아무래도 방학이고, 시간도 많으니까 자주 학원에 찾아와서 발성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룰루-. 오늘은 이 자판기에서 뭘 뽑아먹을까나.”

사이다, 콜라, 환타 등등 여러가지 탄산음료가 자판기에 즐비했지만, 목 관리를 어느정도 해야하므로 나는 사이다(?)를 고르기로 마음먹고,

100원짜리 동전 몇 개를 동전투입구에 망설임없이 집어넣었다.

-꾸욱.

동전의 양이 최소금액의 범위에 다다르자, 빨갛게 불빛을 내기 시작한 자판 버튼들. 

이제 저 하악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사이다느님의 아래를 누르면..

-우당탕!

내 손가락으로 누르기 직전, 어떤 새하얀 손가락이 먼저 선수를 쳐서 자판기 버튼을 눌렀고,

아래로 고개를 내리니 아까부터 자꾸 토라져있던 현아양이 사이다를 집고 있었다.

‘씨바, 내 사이다가!?’

이럴 때는 여자에게 저 사이다를 양보해야되나. 라고 생각했지만, 몇 초도 안 되어 그 사이다는 다시 나의 손에 들어왔다.(!?)

“저기요, 저 진짜 몰라요?”

“네? 오늘 통성명했으니까, 이제 알지요.”

이제는 당신의 이름이 김현아고, 나이는 나보다 세 살 어리고, 여자라는 걸 알고있다구요.

그리고 음의 최대영역이 2옥타브 시. 라는 것도.

근데 현아양은 나의 대답이 맘에 들지 않는 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부정을 했다.

“아니, 그거 말구요.. 포미닛..”

“포미닛은 모르겠는 데.. 아, 잠깐만요.”

그 놈의 포미닛이 뭔 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격하게 바지에서 진동이 울리는 것이 누군가의 전화가 분명했으므로, 일단은 현아양에게 미안하지만 전화를 받기로 했다.

‘010-XXXX-XXXX 하라구♥’

흐음, 하라구가 이렇게 전화를 건 거는 어떻게 해석해야되나. 아, 간단하게 카라가 일본에서 한국 숙소로 돌아왔다고 해석하면 되는구나.

어쨌든 전화를 안 받으면 집에 가서 탈탈 털릴 것 같으니까, 미리 받아야지.

“응, 하라구.”

“오빠아-. 우리 숙소니까 빨리 와!”

역시나 하라구를 비롯한 카라 멤버들은 일본 스케쥴로 일본에 잠시 가있다가, 다시 숙소로 온 듯 했고.

이 다섯 명들은 나를 신명나게 갈구기위해, 나를 숙소로 소환하려는 게 분명했다.

“음.. 알았어, 금방 갈게.”

그녀들이 무슨 속셈으로 저러는 지, 뻔히 아는 데도 불구하고 갈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미워진다.

하지만 그것만은 믿어다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살기 위한 생존본능이 발동된 것이라고.

“근데 어디 간 거야?”

하라구는 어느새 우리 집까지 노크를 해봤는 지, 나의 위치를 묻고 있었다. 하, 무서운 냔.

“아, 나 실용음악학원.”

근데 이 곳이 스엠엔터테인먼트 하에 있는 스엠아카데미라고는 말 못 한다.

“응? 왠, 학원?”

하라구는 맨날 니콜이 아주머니의 식당 일만 도와주다가, 자기네들 가정부 겸 짐꾼 역할을 전담했던 내가 왠일로 학원으로 발을 딛은 건 지, 무척이나 궁금했나보다.

“그런 게 있어. 어쨌든 빨리 갈 테니까, 걱정마.”

그, 그런 이유가 티아라 애들이 갈궈서 복수의 칼날을 한 번 신명나게 갈기 위해 이 곳으로 온 거라고는 죽어도 말 못한다.

“응, 빨리 와!”

여튼 하라구의 기운 찬 목소리를 끝으로 잠깐의 하라구와의 통화는 끝을 맺었고, 다시 현아양이 질문했던 것에 대답해주기로 했다.

“아, 미안해요.. 다시 한 번 말 좀?”

현아양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까의 질문 보다는 지금의 내 통화가 궁금한 표정이었다.

“...하라구언니?”

그녀의 입에서 ‘하라구’라는 하라의 별명 석 자가 튀어나왔다. ‘언니.’라고 말하는 걸로 봐선, 하라구와 어느정도 친분도 있는 듯 보이는 그녀.

“아, 아세요?”

나는 그녀가 하라구를 아는 표정을 짓는 걸 보고 되물어보았고, 그러자 현아양의 표정은 매우 심통난 모습으로 바뀌어있었다.

“흥!”

그리고는 대답없이 혼자 다시 토라지고는, 더 이 상 말도 안 하고 다시 걸음을 성큼성큼 내걸으며 밖으로 나갔다.

나도 요 앞에 주차해놓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한강의 북쪽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성큼성큼 걷는 그녀를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고 그 주차장에는 겉이 번지르한 밴 한 대가 시동이 걸린 채 정차해있었다.

“흥!”

그리고 다시 한 번 크게 토라지는 소리를 내며, 차 안에 타는 현아양. 그렇게 현아양을 태운 밴은 먼저 주차장을 빠져나갔고, 나는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고는 내 집을 향해 타고 달려갔다.

“왔어?”

카라 숙소에 도착해보니, 막상 승연누나와 하라구밖에 없었다.

이유는 니콜이는 영웅호걸 촬영, 지영이는 예능, 규리누나는 라디오 때문이라고 하던데. 참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스케쥴을 구르는 그녀들을 보자니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응.”

“근데, 갑자기 왠 노래 학원?”

하라구의 지금 최대 관심사는 역시 내가 다니는 노래학원이었다. 가만히 집에 틀어박혀 있다가, 음악학원에 가있으니 그럴만도 하지.

“아아, 누가 내 노래실력을 깔봐가지고 코를 납작하게 해주려고.”

나는 그 누가를 티아라라고 자세히 말하진 않았지만, 티아라라고 말했다간 ‘카라 대 티아라’라는 빅매치가 벌어질 것 같아서 참기로 했다.

“뭐야, 그럴꺼면 나한테 말하지. 내가 더 잘 가르쳐 줄 수 있는데.. 이것저것 말이야! 낄낄..”

승연누나는 나의 이유를 듣더니, 살짝 아쉬운 말투로 말하다가도 어느새 작은 키로 얼굴을 내 쪽으로 확 들이밀며 씨익 웃으며 말하는 승연누나였다.

“이 언니가 일본 활동하고 나더니, 더 이상해졌어.”

하라구는 승연누나의 이런 모습을 도끼눈으로 째리면서 말했다. 나도 째리진 않았지만, 하라구의 말에 살짝 공감이 갔다.

“내, 내가 뭘..”

하라구의 말에 급격하게 얼굴이 발개지며 당황해하는 승연누나. 모습이 해바라기씨를 잘못 먹은 햄스터같았다.

“음, 뭐랄까 원래는 안 이랬는데, 유리언니처럼 음탕해졌달까.”

하라구는 일본 스케쥴을 하면서 달라진 승연누나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소녀시대 유리에 비유하면서 말했다.

흐음, 괜스레 익숙한 비유에 더 확실히 수긍된 채로 동감하게 되는 나였다.

“근데 학원에서 같이 연습하는 애가 있는데, 얼굴은 확실히 고등학생 같아보이는 데, 랩은 잘하는 데 비해서 노래는 별로랄까.”

“응? 현아?”

어쨌든 승연누나를 공격하는 것은 이 쯤에서 잠시 멈춰두고, 아까 봤던 현아양 이야기를 하자, 하라구는 뭔가 아는 낌새가 있는 지 바로 자신의 입에서 ‘현아’라는 이름이 나왔다.

“응, 맞아. 너 아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하라구가 현아양에 대해서 무언가 좀 더 자세히 아는 것 같으니, 하라구를 통해서 현아양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키는 좀 작아서 아담하고, 머리는 흑발에다가 웨이브 살짝 지고, 얼굴이 많이 귀염상인 현아?”

-끄덕. 

“헐, 우리 현아네!”

하라구는 자신이 아는 현아의 모습을 묘사했고, 하라가 한 그 묘사는 아까 보았던 ‘김현아’라는 소녀의 모습과 많이 유사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거리자, 하라구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우리 현아!’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확실히 아는 듯 보이는 하라구였다.

“알아?”

그래서 나는 다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되물었다. 그러자 한 치에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였다.

“응, 알지. 당연히 포미닛 현아잖아.”

“누꼬, 그건.”

“나랑 청불 같이 한 아이돌 가수야.”

아이돌이라니. 하라의 마지막 말에 괜스레 쓸데없이 불안감이 급격하게 온 몸으로 느껴지는 나였다.

- HUH?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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