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아흔 한 번째 과외 - HUH? 3
“Darling-. 뭐해?”
핸드폰을 귀에 대자마자, 달콤한 목소리가 나의 귀를 쿡쿡 찔러댔다. 아주 애교만땅인 수연이의 목소리였다.
“아, 일 끝나고 집에 가는 중.”
지금 뭐하고 있냐는 수연이의 말에, 인도 위를 계속 걸으면서 수연이와는 달리 그냥 평소의 말투로 그녀에게 말을 했다.
“그래? 힝,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아-.”
그러자, 수연이는 나의 말에 반응을 해주고는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말하는 데, 핸드폰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오는 그 애교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나같으면, ‘그래, 네가 사먹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수연이를 좋아하는 S♡NE 들은 자기 동네의 슈퍼마켓에 있는 아이스크림이란 아이스크림은 모조리 털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사먹으면 되잖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으면, 몸을 움직여서 직접 마트나 마켓에 나가서 사는 게 정석 중의 정석. 나는 게으른(?) 수연이에게 그러라고 일렀다.
“나, 일본어 못해앵-.”
그러자, 다시 한 번 목소리에 설탕 세 스푼과 애교 한 움큼을 뿌리고 내뱉는 수연이의 목소리.
일본어 못하면, 너의 그 유창한 잉글리쉬를 지껄이면 되잖니, 왜 애교를 부려서 귀에서 없는 닭살이 돋게 만드는거야.
“그럼 수연이 너 영어 잘하니까, 영어로 말하면 되잖아.”
나는 나름대로 방책이라고, 일본어를 못한다고 쓸데없이 애교를 아낌없이 뿜어내는 수연이에게 영어를 하라고 제안했다.
“히잉, 발음이 너무 좋아서 못 알아들어..”
그러자 수연이는 쓸데없이(?) 앓는 소리를 내며,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왔다는 그 고급스러운 발음 때문에 도쿄 사람들은 도저히 못 알아듣는다고 칭얼거렸다.
웃기지마세요, 정수연씨. 부사니쉬만 유창한 나도 치바현인지, 지바현인지 여튼, 싼 발음을 후려도 잘 알아들었던 현지인들이라구. 안 통할 리가 없어.
“흐음.. 그래? 어쨌든 지금 쉬는 시간이야?”
어쨌든 수연이의 칭얼거림은 거둬들이고, 수연이가 이렇게 일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와중에 전화를 한 것을 보면 잠시 휴식시간이려나. 라고 생각했다.
“응! 쉬는 시간인데 자기 생각나서 전화했지이-.”
역시나 내 예측의 6~70%는 들어맞는 것 같다. 이번에도 내 예측이 들어맞자, 수연이는 내가 지금 자신의 상황을 알아주어서 기분이 좋다는 듯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더욱 더 업이 되어있었다.
“그렇구나..”
하지만 나는 업된 수연이의 목소리를 듣고서, 마치 옆에서 그냥 이야기만 들어주는 친구처럼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통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낮에 부른 노래로 인한 안드로메다행 관광, 그 사건에 대해 수연이는 어떻게 생각하려나 모르겠다.
여기다가는 묘사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수연이의 때 아닌 협박으로 취중에 노래를 부른 적도 있었으니까. 물론 그녀의 표정도, 얼핏 티아라와 싱크가 맞는 듯 했지만.
“아, 근데 수연아.. 나 노래 못해?”
가수 대 일반인으로써, 진지진지열매를 한 움큼 베어물고 내뱉는 한 마디. 잠시나마 가벼우면서 흥겨웠던 분위기가 무겁게 침몰했다.
“응? 그건, 왜?”
수연이도 갑작스런 나의 이러한 질문에 이유가 무엇인지 어느정도 궁금하기는 한 것처럼 보였다.
“티아라 애들이 나 노래 못한다고 구박했어..”
나는 낮에 일어난 일을 그대로 수연이에게 고했고, 그 말투는 마치 티아라는 다른 여자 역할을 맡고, 수연이는 여자친구 역할, 나는 다른 여자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여친에게 꼰지르는 남자 역할의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근데, 앗차.. 티아라라고 말해버렸네. 항상 지켜주다가, 나를 갈구는 유일한 타이밍이 다른 여자 말할 땐 데.. 망했다.
“아, 티아라 만났어?”
역시나, 티아라라는 단어가 언급되자마자, 수연이의 말투에서 애교는 더 이상 묻어나오지 않고 차가움만 진득하게 퍼졌다. 그로 인해, 나의 당황한 정도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
차가워진 수연이의 말투에 정적만 유지할 뿐.
“만났어?”
다시 한 번 물어보는 수연이, 그럴 수록 더욱 더 털릴 것 같은 두려움만 증가할 뿐이었다.
“...”
뭔가 죄 지은 듯한 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침묵이 상책이죠.
“뭔 짓 했어?”
그런데, 상황이 안 좋게도 침묵을 지키면 지킬수록, 말 하는 것마다 냉기를 한가득 뿜어내는 수연양이었다.
하, 침묵이 상책이건만, 수연이랑 대화할 때는 아닌가보네.
“뭔 짓을 해, 아무 짓도 안 하고 노래만 했구만.”
그래도 미리 눈치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오랜만에 당황한 기색을 겉으로 보이지 않은 채로 수연이와 통화를 이어나갔다.
“아, 그럼 됬고. 히히-.”
하, 이 여자. 내가 안심하게 만들어주니깐, 바로 풀리다니. 이것에 더 당황하는 나는 뭐란 말인가.
“어쨌든, 너무 걱정하지마-. 자기 노래는 들어줄 만 하니깐.”
그리고, 내가 아까 진지하게 물어본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답을 해주는 수연이었다. 그런 그녀의 말에 눈물이 핑하고 돌 것만 같았다.
여태껏 신명나게 까이다가, 드디어 까이질 않다니.
“그렇지?”
나도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다음 말을 할 것 같은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응, 가수보다는 아니지만. 헤헷-.”
아, 역시나 약을 주자마자 바로 병을 주는 너는 센스쟁이. 뭐, 티아라 아해들이 지껄인 거에 비하면 약과지.
“아, 나. 스텝들이 부른다아-. 이따 전화할게에-.”
그렇게 나에게 약한 상처만 주고 스케쥴을 다시 진행하기 위해 전화를 끊는 수연이었다.
“하.. 정수연 너란 여자, 연약한 나에게 병주고 약주고 하는 여자..”
나는 끊어진 핸드폰의 화면을 보며, 아련하게 지껄여보았지만 그래봤자 다른 사람의 눈엔 잉여처럼 보일 뿐.
아련한 척을 더 이상 하는 것은, 나나 사람들이나 용납을 못할 것 같으니, 바지 뒷주머니에 꾸깃꾸깃 집어넣었다.
‘나는요오오오오-. 오빠가아아아아-. 좋은거어어어얼-.’
아련한 척을 따라, 나의 핸드폰도 바짓주머니로 꾸깃꾸깃 넣으려고 하니까 징하게 울려대는 아이유의 목소리였다.
수신자를 확인해보니, ‘정수정♥’ 이라니. 수연이 전화를 끊자마자, 수정냔의 전화라니. 이건 필시 정자매의 계략이렸다.
는 좀 잉여같은 생각이니, 그냥 요 냔의 전화도 받기로 생각하고, 핸드폰을 다시 집어든 나였다.
“어, 수정아.. 흐흑..”
전화를 받자니, 아까의 비난이 뇌리를 진탕하게 스치고 나가서인지, 나의 분위기는 매우 침울해있었다.
고인 구정물 위에 뜬 종이배마냥 쓸쓸하게 떠 있는 느낌이랄까.
“어? 오빠 왜 울어?”
다행히도 수정냥은 나의 미약하게나마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는 지, 바로 반응을 해주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지연냥과 화영냥과는 다르게 수정이는 좀 착하게 대해주겠지.
“흐흑.. 애들이 나 노래 못한데..”
아, 수정이가 좀 착하게 대해주니까, 어느새 내 말투는 찌질스러우면서도 뭔가 엄마한테 꼬지르는 듯한, 피도 안 마른 중딩의 스멜이 느껴졌다.
아, 내 이미지가.. 원래, 이 정도는 아ㄴ.. 게 아니라, 더 심할지도?
“그래?”
그러자 두 음절로 짤막하게 대답하는 수정이였다. 그녀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스멜로 봐서는 날 깔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응..”
“울지마, 오빠. 그까짓거 배우면 되지.”
역시나, 수정이는 다른 아해와 무언가 달랐다. 다들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말만 했지, 배워서 실력 좀 기르란 말은 하지 않았는가.
아, 소연누나가 그 소릴 하긴 했지만, 농담성이 꽤나 짙었다. 허나, 수정이는 나에게 배우면 된다고 확실히 말해주긴 했다.
“어?”
“학원가서 배우면 되잖아.”
그래, 학원. 어차피 수만옹이 한 달마다 통장으로 서포트 해주니, 돈 걱정은 딱히 할 필요가 없고.
노래실력이 최소한 노래방에서 가오가 깨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에 걸맞는 노력도 있어야겠지.
“그런가..”
“응, 나 예전에 잠깐 다녔던 학원 있었는 데, 거기 진짜 잘 가르쳐.”
수정이는 진심으로 자신이 다녔던 학원을 추천해주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업된 목소리로.
최소한 수정이는 다단계 피라미드 회사원이라던가, 사이비 종교의 미모의 여교도라던가, 노인들에게 사기를 치는 건강제품 판매원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
수정이의 진심어린 추천에 나는 반색하며, 진심으로 그 학원에 수강신청을 하고 다녀볼까. 라고 생각에 있었다.
“응, 가볼래?”
다시 한 번 내게 의사를 물어보는 수정이. 어차피 방학이라, 휴강을 앞두기 전까지는 널널한 게 잉여로운 시간이니, 딱히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다른 스케쥴도 다 밤에, 술 먹으러 춘내나는 남자애들이 먹자고 부를텐데, 뭐.
거의 밤에 놀다시피하고, 낮에는 뒹굴뒹굴 구르면서 자는 게 대부분이니까, 괜찮을 듯 싶었다.
“흐음.. 콜!”
나는 몇 십초간의 고민을 마치고, 수정이의 제안에 흔쾌히 승낙을 했다.
방학동안에 열심히 트레이닝을 해서,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보컬의 성장을 티애라 멤버들에게 보여주고 난 뒤, 큐리누나를 더 제대로 놀려줘야지.
그리고, 지연냥하고 화영냥도 말이야. 벌써부터 미래의 나를 생각하니 기분이 흐뭇해졌다.
“오키, 알았어. 내가 주소 불러줄테니까, 그 쪽으로 가. 미리 선생님한테 말해둘게.”
수정이도 자신의 인맥을 펼쳐서, 그 학원의 선생님한테 미리 말해두겠다고 하니, 다행히도 학원에 입학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듯 보였다.
그리고 수정이가 미리 말해두니까, 수강신청이 늦어질 이유도 없겠지.
“응, 고마워. 근데, 수정아. 너 왜 전화했어?”
어쨌든, 하루동안 나를 암울하게 만들었던 보컬 논란에 대해서 수정이가 끝을 맺어주니, 기분도 좋고, 수정이에게 밥 한 끼나 사줄까 싶었다.
근데, 그러고보니. 수정이가 나한테 왜 전화했지.
“응? 아.. 내가 왜 전화했었지..?”
궁금한 나의 물음에, 수정이는 자신이 전화를 건 이유도 까먹었는 지 멍한 말투로 잠시동안 정적을 이어나갔다.
요즘 수정이의 스케쥴이 좀 빡센건가. 전화를 건 이유를 까먹은 수정이의 모습이 참 안쓰러워 보였다.
“그건 뭐 넘어가고, 오빠가 밥 사줄까?”
자, 수정아, 니가 먹고 싶은 걸 말하렴.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준 리워드는 엄청나단다.
이탈리아 음식 뷔페도 갈 수 있고, 돼지껍데기집도 갈 수 있고, 뭐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리 집은 안 된다. 내 집 안에선 니가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모르니깐 미연에 그 사고를 방지해둬야해.
“히힛, 밥 사주는 건 좋은 생각인데, 그냥 나중에 사줘-. 스케줄도 밤에 끝나고 그래서-.”
흐음, 수연이는 일본 스케쥴로 바쁘다면, 수정이는 국내 스케쥴로 바쁘다니. 참, 연예인이라는 직업도 고달프구나. 라고 싶었다.
“그래, 스케쥴 갖다온 뒤에 푹 쉬어. 새벽에 딴 짓하지 말고-.”
‘요즘 수정이가 새벽에 이상한 영상 봐.. by. 설리’를 인용하자면, 수정이가 심심한 지 룸메이트인 설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건전적인 영상을 본다고 하니,
어쨌든 수정이의 대꾸가 있기 직전에 미리 끊어두고, 논란을 잠재워야겠다. 고 싶어 전화를 끊어둔 뒤, 곧 올 수정이의 문자를 기다리ㅁ..
아, 문자가 있구나. 그럼 문자로 따지겠네? 시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