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7화 (198/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아흔 번째 과외 - HUH? 2

“뭐야, 나 없이도 잘 놀고 있었잖아.”

생각해보니, 이 티아라 아줌마들 나 없이도 잘 들 놀고 있었는 데, 나를 부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 곳이 남녀공학이었다면 여차할 새도 없이 낙동강오리알 신세가 되었겠지만, 다행히도 이 그룹은 여고 혹은 여대에 가까운 형태니까.

남자에 대해 하도 많이 굶주리제.

“여자들끼리 노는 게 뭐가 그렇게 재밌겠늬..”

이럴 거면 왜 불렀냐는 나의 불평에 큐리누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여자들끼리 노는 게 뭐가 재밌겠냐며 한탄을 했다.

순간 그녀에게서 낯선 여자의 향기가 느껴진 건, 드립일까.

“맞아, 남자 한 명 쯤은 있어야지.”

소연누나도 큐리누나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거들었다. 아, 소연누나가 저러니까 왠지 딱히 반박을 못하겠는데.

하지만 나는 찌질하게도 꼭 한 번씩은 대꾸를 해주는 남자라, 경험에 의한 조건반사적인 행동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연습생이나 동료들 많잖아?”

그렇다. 내가 여기에 귀를 잡히면서 끌려오며 지나갈 때도, 아주 다양한 연령층(그래봤자, 10대 혹은 20대)의 남자들이 수두룩했구만.

왜, 그들과는 어울리지 않고 나만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너보다 별로야, 별로.”

헐, 이런 틈새를 노리는 귀효미같으니라고. 다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천장을 쳐다볼 때, 혀를 끌끌차고,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면서 나를 높여주는 말을 효민이.

넌 내게 감동이었어. 아, 이건 아닌가.

“효민 언니의 말이 맞다아!”

갑자기 화색이 도는 나의 표정을 눈치챈, 눈치빠른 지연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효민이의 말이 맞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화영이도 멍을 때리고 있었다가 살짝 표정이 바뀌는 게 한 눈에 보였다.

“맞아, 맞아.”

그리고, 그녀가 하는 말은 효민이와 지연이의 말에 마찬가지로 맞장구를 치는 말. 

풋, 무슨 말인 지 예측이 가능하고, 또 예측한 대로 대답하니까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근데, 뭐하고 놀 거야..?”

그래, 이제 튕기는 건 그만두고, 한겨울에 손이 얼어가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여기까지 오기도 했으니까.

뭔가 기회비용보다 더 큰 편익을 얻을 수 있는 움직임을 취해야 했다. 물론, 야한 놀이는 편익이 0이라서 안 되고.

“음.. 눈 많이 와서 밖에 나가는 건 싫은데에.”

지연이는 은근슬쩍 애교를 부려가며, 밖에서 놀기는 참 귀찮다. 라고 비언어적으로 내게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럼 뭣하러 여기까지 오게 만든겁니까.”

밖에서 놀아야 내 에너지가 활기차지는데, 이번에도 안에서 데구르르 움직이면서 에너지를 소비하자니.

... 참, 좋은 방법이다. 乃

“힛, 여기서 놀면 되지.”

은정누나는 말을 아끼고 있다가, 새악시처럼 수줍게 웃고 있었다.

와, 완전 내숭. 다들 은정누나 그렇게 안 웃는 거 아는 데, 공식선상에선 그렇게 웃나. 어쨌든 은정누나가 오늘따라 자꾸만 서방님, 서방님 하는 게 나는 아주 조금 불안했다.

“그러니깐, 뭐하고..”

그래, 은정누나의 말대로 여기서 놀면 되는 데, 문제는 여기서 어떠한 생산적인 활동을 하며 시간을 합리적으로 소비하냐, 이 말이다.

나의 짧은 한 마디에 모두들 머리를 싸매는 ‘척’을 하며, 야무지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노래!! 헷, 여기는 보컬 및 안무 연습실이잖아, 오빠.”

다들 무엇을 하며 놀까.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화영이가 생각난 게 있는 지 손을 번쩍 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화영이의 말에 다들 밝은 표정을 지으며 그 제안에 동의하는 듯 했다.

“오올, 류화영-. 머리 좋은데에-.”

지연이는 화영이의 어깨를 자신의 팔꿈치로 툭 치며, 머리가 좋다고 그녀를 치켜 올려주고 있었고, 화영이는 뭐가 좋다고 혀를 내밀며 웃었다.

근데 내 생각으로는, 화영이가 머리가 좋은 게 아니라, 지연이가 고민 자체를 안 한 것 같은데.

뭐, 그냥 내 생각이겠지. 설마 그랬겠어.

“그럼, 우선 큐리언니부터 노래 시작!”

어쨌든 이 연습실에서 하는 여가활동을 노래로 정한, 티아라 멤버들과 나는 서로 눈치만 보며 누가 먼저 先노래를 부를 지, 눈치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리더경력이 있던 은정누나가 칼같은 진행으로 큐리누나를 중앙으로 세웠다.

“칫..”

뭐랄까, 큐리누나의 표정은 가수인데도 불구하고, 참 많이 불안해보이면서도 불평어린 표정을 지으며 중앙으로 걷고 있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며, 발성을 하는 그녀. 

“크큭.. 누나, 연습 좀 해야겠네? 푸하핫-.”

오랜만에 배를 잡고 뒹구르르하면서 웃을 수 있었다. 큐리누나가 이렇게 개그를 쳐줄 지는 꿈에도 몰랐는데.

그래서일까, 큐리누나는 내 리액션에 실망했는 지 뾰루퉁한 표정으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어엇, 때리지만 마세요. 오늘은 피부케어하는 화장품도 안 바르고 왔단 말이야.

“칫, 너는 얼마나 잘하는데?”

큐리누나는 풀리지 않을 뾰루퉁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잘할 것 같냐니, 그렇게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 누나보단 실력이 나을 것 같아.

“누나보단 조금 더 잘 할 걸?”

감히 가수에게 도전하는 과감함을 지니고 있는 나. 이 과감함이면 나는 7ㅏ수다에서 하우스밴드 건반은 맡으려나.

킥, 물론 까대는 소리긴 하지만.

“그럼 어디 불러봐!”

큐리누나는 나의 건방짐에 살짝 화가 나버린 건 지, 발개진 얼굴로 발끈하며 마이크를 나의 손에 강제로 쥐어주었다.

아, 이렇게 갑자기 줘버리면. 원래 거지같았던 실력이 더 안 나오고 그러는데.

“..잠깐만, 이렇게 마이크를 토스해버리ㅁ..”

역시나, 나의 현재 감정은 말투를 통해 한 번에 드러나보였다. 큐리누나의 강제토스에 당황한 나와는 달리,

노래를 부르지 않는 그녀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가 얼마나 잘 부를까-. 하면서 기대하고 있었다.

아, 다들 팬픽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냐?

“와아, 우리 서방, 기대된다!”

특히 은정누나가 나의 부담을 야무지게 한 1톤 쯤 추가 시켜주었다. 

그리고 ‘난 님들과 다르게, 애칭도 써염.’이라는 생각을 가진 건 지, 과감하게 서방이라는 말도 서슴없이 쓰는 은정누나였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마이크를 쥐고 서서히 발성을 하고 있었다.

“차마 죽지도 못해애애애애-.  니가 돌아올까봐아아아-. 언젠간 날 찾을까봐-. 아무것도 못해, 오늘도 내일도 너만 원해애애-.”

양껏 혼자만의 소울을 느끼며 ‘4men - 못해.mp3’를 완창한 나, 나 자신은 만족스러웠지만, 그녀들은 어떠할 지 모르겠다.

그녀들의 표정을 대충 보아하니, 다들 감동은 한 그릇 정도 야무지게 먹은 듯 한데?

“서방..”

목소리에 감동이 야무지게 찬 듯이, 웅어리진 톤으로 나를 아련하게 쳐다보는 은정누나.

“왜, 감동 먹었어?”

도대체 나는 어디서 나온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는 지, 그 때의 나는 정신줄을 얼만큼 놓았는 지 모르겠다.

곧 나에게 닥칠, 후폭풍을 잊고 있던 채로.

“너.. 어디 가서, 제발.. 노래 부르지마..”

아, 나에게 지녀졌던 근자감이 한 순간에 증발해버리는 순간이였다.

효민이가 눈물을 글썽거리고, 입을 가리면서 저렇게 애절하게 슬픔이 담겨있는 채로 말하는 걸로 봐선.

아, 괜스레 나도 눈물이 글썽거려지네. 사실 4men의 (노래)못해.mp3 였지만.

“아우우우, 귀 아퍼어어어-.”

“아우우우, 내 귀!”

두 막내들은 보란듯이, 귀를 감싸거나, 후벼파며 어서 귀를 정화시켜지기를 간절히 원하는 듯 보였다.

막내들도 저러고 있다니, 자신감이 이젠 땅바닥에서 야무지게 기고 있었다.

“풉, 너 그렇게 나를 까더니, 너는 장문복 보다 더 막장이네.”

큐리누나는 미리 준비해둔 비난이 있었는 지, 노래가 끝나자마자 가차없이 준비해둔 비난 중 하나를 나에게 휙 던졌다.

돌맹이처럼 날아온 그것은 화살이 되어 나의 귓구멍에 그대로 꽂혔다.

“큐리언니, 민식이가 아무리 못 불렀다고 해도 그 정돈 아니다.”

다행히도, 큐리누나의 비난이 더 늘어날 수 없도록 소연누나가 잠깐 나의 편이 되어주며, 큐리누나의 또 다른 비난을 간단하게 미리 막아냈다.

흐흑, 소연누나가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나. 오늘만큼은 배려심 깊은 퀸쏘구려..

“아, 그래..”

노래에 일가견이 있는 큐리누나는 의외로 남의 말에 수긍이 빠른 뇨자였다.

“하아, 이래뵈도 나 가이드 녹음도 해본 적 있는데..”

지나가는 소리로, 작년에 했던 가이드 녹음을 떠올렸다. 태연이랑 같이, 음원랭킹을 휩쓸었던 아이유의 잔소리를 가이드 녹음을 한 기억이.

근데도, 티아라 멤버에게 이렇게 존니스트 까이다니. 나의 노래실력에 감동한 사람은 없고, 그 대신 중립 하나와 부르지 말자 다섯이랄까.

“기계의 힘이겠찌.”

아니다, 부르지 말자. 라고 외치는 사람이 여섯 명이구나. 방금 말한 람뽀도 포함해서.

어쨌든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 수록 약이 되는 것 같지 않고, 독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 아니거든!?”

하, 내가 이런 말투로 람뽀를 상대할 줄이야. 근데, 진짜로 오토튠이랍시고 그런 목소리를 튜닝하는 기계는 쓰지도 않고 녹음했다.

이렇게 부정해봤자, 내가 노래를 부를 때의 그녀들의 표정은 바뀔 줄을 몰랐지만 말이다.

“여튼, 너 노래 연습 좀 해야겠다?”

하, 이제는 소연누나 마저도 더 이상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그래, 나의 편은 원래 없었던거였어.

다른 아해들은 못 알아듣게, 혼잣말로 조용히 내 자신을 비아냥거리며 약간 씨부렁거렸다.

“노래 연습은, 이 박소연이가 도와줄게. 물론 과외료는 밤에 니가 힘좀 쓰면 ㄷ.. 으악!”

소연누나는 도와준답시고, 불법과외를 저지르려다가 막내를 비롯한 많은 티아라 멤버들에게 합법적이지 못한 거래가 적발되어,

별명으로 달고 다니는 ‘퀸쏘’답지 못하게, 은정누나와 지연이에게 질질 끌려 어느새 연습실 바닥의 구석에 껌처럼 들러붙어있었다.

‘아.. 나도 개드립치다가 저 꼴 나겠네.’

어디 저 사람들 무서워서 드립 치겠나. 자칫하다간 과거의 스텝 아닐 때 처럼 잉여스럽게 채팅방에서 강퇴 될 기센데.

그래서, 잉여돋는 나란 사람은 갑자기 소심해진 채로 나머지 시간마저 조용히 보냈다.

‘그리고.. 딱히, 반박할 수도 없고..’

큐리누나와 보람누나와 지연이와 화영이의 말에는 어느정도 반박해줄 수 있다 치지만, 

효민이와 은정누나와 소연누나의 말에는 뭐랄까. 반박하면 개털 날릴듯한 아우라 때문에 차마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이돌 중에서도 잘 부르는 편에 속하는 셋이 아니던가. 

‘...’

그리고, 괜히 장난으로 시작한 노래놀이가 이렇게 내게 나의 노래실력을 되돌아보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흑흑, 괜스레 마음이 아련해지고, 자기반성 혹은 자아성찰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이후로 티아라 멤버들이랑 논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을 정도로 충격도 컸고, 다시 학원이라도 다녀서 쪽팔리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야하나.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진 나였다.

“나는요오오오-. 오빠가아아아-. 좋은거어어얼-.”

정처없이, 도로변을 거닐고 있을 때 쯤, 우렁찬 ‘아이유-좋은날.mp3’와 함께 수신자 : 정수연♥ 이라는 전화가 핸드폰 화면에 크게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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