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6화 (197/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여든 아홉 번째 과외 - HUH 1

2011.1.9

소녀시대도 일본으로 가고, 카라도 일본으로 가고, 에프엑스는 코알란가, 무슨 프로그램 때문에 해외로 빠지고.

“하, 드디어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ㅎ..”

이런 대사는 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에는 쳐버렸다.

젠장, 내 예컨대 내가 이런 말만 해버리면 뭔가 춘내나게 아스트랄한 일이 곧 눈 앞에서 펼쳐진다구.

“이런 대사를 치지 말았어야 했어.. 으어어억..”

이미 바닥에 흥건한 물 위에서, 데구르르-. 데구르르-. 야무지게 구르고 있는 나였다.

물론, 실제로는 물이 없긴 하지만 지금 내 기분이 그러했으니까.

이 기분은 마치 김범수가 대중성을 판단치 아니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 싸지르다가 야무지게 7위한 느낌이랄까.

‘띠링-.’

“으어어억..?”

어째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하지만 그 덕분에 잉여스럽게 바닥에서 일정한 주기로 왕복회전운동을 하는 것은 멈출 수 있었다.

찬란히 빛나는 핸드폰의 화면을 꾸욱 눌러 메세지를 확인했다.

《오랜만에 만나자 ㅠㅅㅠ.. 나 너 보고시펑 ㅠㅠㅠ - 함백구》

이런 류의 애교가 가득 담긴 문자는 반칙인데. 

음성이 섞여있지 않은, 오로지 활자인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는 것일까.

진짜 이 메세지를 보자니, 은정누나를 안 만나면 은정누나가 쓸데없이 가슴앓이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젠장..”

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깨는 이미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장소만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는 너만의 긴급대기조까지는 아니고, 약간의 애교가 섞여있다면 마음이 약해져서 외출하게 되는 정도랄까.

하, 오늘따라 개드립이 너무 많은 것 같은 느낌이다.

‘띠링-.’

개드립에 대해 스스로 자아성찰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 쯤, 다시 나의 핸드폰은 진동을 동반하며 부르르 떨고선 맑은 소리의 메세지 알림음을 냈다.

다시 확인하는 핸드폰, 이번에는 누가 보냈으려나.

《오빠 ㅠㅠ 우리 회사로 와여 ㅠ_ㅠ - 공룡지연》

이번에는 지연이의 애절한 문자, 비록 디지털상이지만 그 아련함이 가슴 한 켠을 후벼파는 것 같다.

함은정양의 문자로 모자라, 박지연양의 문자라니. 안 가고 뻐기고 있다면, 내 자신에게도 용서가 못 될 것 같고 더욱 가고싶은 의지가 드는 건 나의 뒤통수를 스나이핑하고 있을 티아라 남팬들 때문이랄까.

어쨌든 몸은 이미 신발을 신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띠링-.’

아, 이 쯤하면 알아서 갈텐데. 왜 이렇게 문자를 보내는 겨.

슬슬 일정한 시간의 간격을 두고 차례차례로 쏟아지는 문자에 짜증이 솟구쳐 올랐지만, 나는 배려심 깊은 남자였으므로 한 번은 참고 핸드폰 화면을 켰다.

《자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유ㅠㅠㅠㅠㅠㅠㅠ - 퀸쏘 》

아니, 이건 또 무슨 속셈이시나요. 천하의 퀸쏘가 메세지로 질질 짜고 있다니!?

함은정양, 박지연양으로도 모자라, 이젠 박소연님까지 문자를 보내면 이제는 어디로 쨀 수도 없었다.

근데 웃긴건, 아직 우리 집 현관이라는거다. 고로, 아직 출발하지는 않은 셈.

‘띠링-.’

엘레베이터 버튼을 꾹 누르고, 곧 내가 있는 층으로 올 승강기를 기다리면서 발을 바닥에 치대고 있을 때 울리는 문자음.

이제는 그러려니하고, 핸드폰의 화면을 당기고는 문자를 확인했다.

《와라 - 람뽀》

“...!?”

람뽀의 문자에 순간 당황해버렸다. 다른 소녀들은 서로 울기에 바쁜데, 이렇게 시크한 문자라니.

답장은 그냥 함백구의 문자가 올 때 부터,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시크한 척을 하면서 엘레베이터에 탑승을 하는 나였다.

‘딩동-. 지하 1층입니다.’

“나는요오오오-. 오빠가아아아-. 좋은거어어어얼-.”

“여보세요?”

이제는 시동을 걸기 바로 직전, 주차장에 다다르자마자 징하게 울려오는 핸드폰과 징하게도 들은 아이유의 목소리.

문자로는 답장이 안 오니까, 이제는 전화라도 거는 것인가. 얼마나 고달프면 문자테러로도 모자라, 전화로 괴롭히려고 하는 지 싶었다.

“민시가아아아-. 흑흑..”

귓전을 때리는 이 애처로운 사운드의 주인공의 정체는 요즘 나의 정력을 자주 드레인하는 효민이였다.

항상 티아라의 인큐버스는 은정누나가 Still my no.1 이었는데, 요즘 효민이가 불건전하게도 바짝 그녀를 따라붙고 있었다.

정말 좋지않은 순위인데, 왜 이렇게 1위를 욕심내는 지. 이게 무슨 ‘나는 가수다 ver. adult’냐. 

아이돌 가수들이 부르라는 노래는 안 부르고, 선량한 일반인의 정기를 신명나게 빼먹고 있다니.

“왜..?”

“우리랑 놀자아아아-.”

안 그래도 그럴 참이였는데, 자꾸 그러면 가고 싶어지지 않을지도.

시크한 척을 열심히하면서 전화를 끊으려던 그 순간. 효민이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핸드폰을 통해서 들려왔다.

“자깅-.”

이렇게 상쾌한 소리를 내는 주인공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소연누나였으리라.

다른 멤버들 앞에서 이렇게 과감한 멘트를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는 건 그녀 뿐이였으니깐.

“왜요..?”

의도한 건 아닌데, 자연스레 존댓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와버렸다.

이건 인간의 본질적인 본능인 생존욕구에 의해서 발생한 현상 중 하나였으리라. 그렇게 단정지어보는 나였다.

“오면 시카에 대해서 많이 많이 알려줄게-.”

안 그래도 가고 있었는 데, 효민이와 달리 더욱 가고 싶게 만드는 소연누나였다.

과연 그녀의 입에서 시카에 대해 얼마나 많은 내용이 나올까. 시카의 리즈에 대해선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이 내 머리에 가득 찼지만, 정작 회사에 가면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 혹은 예감이 들었다.

어쨌든 그러기로 하고, 핸드폰을 끈 나는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고 도로를 질주했다.

“우와, 이 곳이 엠넷미디어!?”

확실히 로엔과 에스엠의 건물과는 비교되는 크기. 

두 건물은 좀 낡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비해, 엠넷의 건물은 그보다는 더욱 더 모던한 느낌이 들었달까.

어쨌든 확실한 건, 여기 안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티아라 멤버들이 있다는 것이였다.

기다려라, 티아라 아줌마들. 내가 갑니다, 낄낄-.

‘근데, 전에 에스엠 갔을 때처럼 막으려나.’

뭐, 팬픽이나 그런 것을 보면 대충 그렇지 않았는가. 예전에도 나도 한 번 막힐 것 같아서 수정이의 도움을 통해서 들어가긴 했지만.

어쨌든 일단은 억세게 마음을 먹고 엠넷 건물 안으로 눈을 질끈 감고 들어섰다.

“하, 경비가 없네..?”

경비가 나를 막고, 나는 그를 뚫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될거라 생각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는데.

나의 생각과는 달리 경비원 할아버지 조차도 없는 건물 안이였다. 

“무슨 일로..?”

‘...’

그 대신, 천사들의 합창.mp3를 깔아줘도 충분할만한 고퀄의 미모를 소유하고 계신 카운터누나들만 있었을 뿐.

젠장, 천국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 데, 나는 어찌하여 에스엠 건물만 그리도 들락날락했나.

“아, 네..”

대답은 하긴 했지만, 이미 모든 멘탈은 카운터 누나의 미모에 집중한 상태.

“무슨 일로 오셨나요..?”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어보는 카운터 누님, 지금 머릿 속에서 굴리고 있는 생각이라곤 오로지 저 누님을 꼬실 생ㄱ.. 밖에 하고 있지 않은 듯 했다. 그래서,

“당신을 보려구요.”

“네..?”

이런, 티아라 멤버들이 본다면 흠씬 두들겨 패줄 수 있을만한 정도의 대사도 과감하게 내뱉어버리는 나였다.

“핏, 웃기지말고 오기나 해.”

하지만 이런 상황을 다 관전하고 있던 큐리누나가 내 옆으로 찾아와서는 내 귀를 잡아당기고 연습실로 나를 끌고 갔다.

그렇다고 시선을 이대로 거둘쏘냐. 차마, 사나이로서 그러지 못했다. 는 개뿔, 귀가 뽑힐 것 같아서 큐리누나를 쳐다보며 제발 놔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으어억.. 누나, 제발 이 귀좀 놔줘!”

“너를 좋아하는 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는 여기서 카운터 언니한테나 집적대지!? 확, 애들한테 꼬질러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잠시동안 정신이 좀 어떻게 됬었나봐요, 바다와 같이 그 넓은 자애로움으로 저의 죄를 용서해주시와요.

갖가지 용서를 구하는 멘트가 단 몇 초만에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귀 뽑히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퀸쏘의 야릇한 훈계였달까. 그것만은 받고 싶지 않았다. 

“미치이이일듯-. 사랑했던 기억이이이-.”

여전히 귀가 잡혀서 발개진 채, 연습실에 가까이 들어서니 많이 들어봄직한 목소리가 내 귓속에 잔잔히 담겼다.

참, 한 번 생각해보니. 막상 수위에 미친 티아라 멤버들의 모습을 보기만 했지, 노래를 부르는 그녀들의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그래서일까, 나보다는 수 천배 더 잘 부르는 효민이의 노래를 듣자니 절로 탄성이 튀어나왔다.

“우아...”

진정으로 감탄하면서 박수를 치려던 그 순간. 익숙한 묵직함이 내 가슴팍에서 징하게 느껴졌다.

“우리 서방님이 드디어 소녀를 보려고 오셨군요!”

라는 사극적인 멘트를 치며 내게 묵직하게 러쉬를 해오는 이 여자는 다름아닌 은정누나.

은정누나의 러쉬를 받으니, 뭐랄까. 나를 사랑하는 초심은 전혀 잃지 않은 듯 보였다.

“으어억..”

하지만 러쉬라고 다 데미지가 약해빠진 건 아니다. 은정누나의 러쉬는 기분이 참 좋지만 그 만큼 데미지를 감수해내야했으니까.

덕분에 문턱에 발가락이 찧인 것 만큼의 고통스러움이 상체에서 느껴졌다.

“민시가!”

한 89편만에 들어보는 이 익숙한 소리의 주인공은 람뽀누나라고 생각할 새도 없이, 어떤 무언가가 나의 얼굴을 덮었다.

하, 람뽀누나. 내가 들리지 않은 동안에, 점프연습 엄청 열심히 했네.

은정누나의 지상공격, 람뽀의 공중공격. 동시에 치고 들어오는 두 패턴의 공격에 나는 맥을 추리지 못하고, 금새 바닥으로 나자빠졌다.

“우와아아아아-. 민식이다, 민식이-.”

은정누나와 람뽀의 공격은 그저 티저(혹은 인트로, 혹은 예고편)에 불과했으니.

어디서 나를 반기는 소리가 격하게 들려오지만, 다가오는 그 사운드가 일본을 강타한 얼스퀘이크의 웅장함으로 무장한 것처럼 느껴지는 건 왜 일까.

뭐랄까, 굉장히 마시멜로우 같은 것이, 참.. 느낌이 좋지 않아...

“오빠!”

“오빠!”

두 막내의 폭풍 ‘와락 안김ed’하며.

“자기야아아아-.”

평소에 쓰지도 않던 콧소리를 부담스럽게 농축한 채로, 돋는 애교를 부리는 퀸쏘하며.

“민식아-. 흐흑..”

노래 연습을 끝마치고, 요란한 분위기에 내가 왔다는 것을 눈치 챈 효민이의 러쉬하며.

‘와락-. 덥썩-. 털썩-.’

하나의 러쉬가 나의 몸을 흔들리게 만들고, 둘의 러쉬가 나의 몸의 리듬을 무너지게 만들고.

‘쿵!’

“으어억..”

셋의 러쉬가 나의 등짝에 극심한 따가움을 유발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고통의 신음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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