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4화 (195/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여든 일곱 번째 과외 - 영원히 너와 꿈꾸고 싶다 完

‘캬아-.’

귀엽다, 정수연. 왠지는 모르겠지만 정수연이라는 여자가 점점 마음에 차오르는 듯 했다.

허나, 지금은 힘들어하는 윤아가 더 중요하므로, 일단은 윤아에게 신경을 써 줄 필요가 있었다.

“음? 뭐해 오빠아-.”

“아, 미안..”

윤아는 내가 시카의 문자에 감탄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궁금했는 지 내 어깨를 흔들었다.

그제서야 나는 호접몽의 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고, 간단하게 챙길 것만 챙기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윤아야, 바다 가자.”

“와아, 진짜!?”

윤아는 어린 아이마냥 무척이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런 윤아의 모습을 보고는 씨익 웃으며, 현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겨울의 시린 바람이 얼굴에 부딪혔지만 참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응, 가야지. 자,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엘레베이터로 내려갈까, 계단을 타고 내려갈까. 약간이나마 고민을 하긴 했지만, 웬지 모르게 떠오르는 후배 소월이 생각에,

당장 엘레베이터로 걸음을 옮겼다.

‘지하 2층입니다.’

역시, 걸어서 내려가는 것보다 엘레베이터는 무척이나 빨랐다. 해가 지는 저녁놀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런 시간을 아껴야만 했다.

주차장으로 걸어나오니, 저기 가운데에 주차되어있는 채로 부의 위용을 뽐내는 나의 오토바이가 보였다.

훗, 절대로 연비 때문에 자주 못 탔다고는 말 못한다.

“좀, 추울텐데 괜찮겠어?”

가릴 수 있는 추위는, 헬멧으로 막는 머리에서 느껴지는 추위 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 외의 부위는 모두 무방비상태. 은근히 연약한 윤아가 걱정되긴 했지만, 그녀는 대답 대신 나의 허리를 꽉 잡고 등에 기댄 채로 말했다.

“힛.. 이러면 안 추워.”

귀여운 뇨석, 생각해보니 시카만 귀요미가 아니라 웬만한 소녀시대 멤버들은 센스쟁이였지.

윤아의 애교에 녹아버린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

‘부아아아앙-.’

오토바이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회색빛의 도로 위를 거침없이 질주했다.

‘아, 씨바. 존나 춥네..’

윤아는 따뜻할거다. 내가 몸소 바람막이가 된 채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으므로.

연약한 겨울의 바람은 a^2의 가속도로 달리는 오토바이 때문에, 이제는 무형(無形)의 화살이 된 채로 내 점퍼 위로 거침없이 꽂히고 있었다.

“윤아야!! 진짜 안 추워!?”

“응, 오빠가 바람이란, 바람은 모조리 막아줘서 안 추워!”

그래, 다행이다. 한층 고조된 윤아의 목소리를 보니, 원래의 윤아로 돌아온 듯 했다.

그거면 됐어. 흐흑.. 그거면 됐어. 

‘휘이이잉-.’

머릿속에 상념대신 시린 바람만이 윙윙거릴 뿐. 

윤아는 나의 체온으로 인해 점점 따뜻해지지만, 나는 점점 노량진 수산시장의 바짝 얼린 인간동태 한 마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부아아아아- 부아아아앙- 부아아아아아앙-.’

어느새 추위를 느끼는 감각이 무뎌진 듯, 나와 그녀가 타고 있는 이 오토바이는 광속으로 서해안고속도로를 가르지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헬멧으로 완연히 쏘아지는 바람을 막은 상태라서, 얼굴은 안 추운게 정말 다행이었지만.

“오빠, 손 빨개!”

“아, 괘, 괜찮아..”

감히 이 추운 한겨울에 대항하려는 혹독한 대가를 치루듯 오토바이와 내 손은 이미 물아일체였다.

그 모습을 윤아양이 아주 뒤늦게 발견해주셔서 덕분에, 내 손은 지나가는 던파 유저가 보기라도 한다면.

‘오옷 귀검사!?’

라고 소리치며, 저 손에는 분명히 수 많은 귀신들이 봉인해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것이다.

“윤아야!”

“응?”

신명나게 몸이 얼어가는 채로 오토바이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와중에, 괜찮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비록 드라마에선 많이 했을 장면이겠지만, 윤아의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다면 그 모습을 지켜보는 그들도 이해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힘들면 소리쳐! 그럼 기분이 한결 나아질꺼야!”

물론 말하는 그 대사가 뜬금없긴 했지만,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윤아의 움직임이 윤아의 손끝을 통해 전달되었다.

그러자, 약간의 텀을 두고 크게 들려오는 하이톤의 샤우팅.

“오빠아아아아아아!!”

“왜!”

아직까지 허리를 감싸안는 느낌이 드는 것으로 봐선, 영화처럼 대놓고 팔 벌린 채로는 소리를 못 지르는 것 같은 윤아였다.

풋, 내가 예상했던 것이 살짝 빗겨나가긴 했지만, 헬멧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귀가 찢어질만큼 소리가 큰 걸로 봐선, 괜한 걱정이다 싶었다.

“사랑해애애애!”

매서운 바람소리가 내 귀를 가리긴했지만, 윤아의 그 말만큼은 분명히, 또렷하게 들렸다.

그렇게 다시 윤아의 얼굴이 내 등에 닿는 것을 느끼며 오토바이 핸들과 하나가 된 내 손은 좀 더 빠르게 오토바이를 움직였다.

‘부르르르르-. 끼익-.’

“드디어, 도착이다..”

차가운 바람을 막아줘서 고맙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답답한 헬멧을 벗고 오토바이의 시동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오토바이에 내려 점점 하늘빛에서 주황빛으로 바뀌어가는 하늘을 구경했다.

“우아아아, 노을이다.”

한 낮의 따스함을 보내고, 어두스름한 밤의 장막을 불러올 태양의 마지막 모습.

하루 일과를 다 마치고 태양이 뿌듯해하며 자아내는 진홍빛 미소를 보는 그녀였다.

신기해하면서도 그녀 자신도 괜스레 미소를 지으며 햇빛이 보여준 한 폭의 장관에 화답하고 있었다.

나는 과연 바다 밑으로 수줍게 사라지는 저 불그스름한 해를 쳐다보아야 하는 지, 눈 앞에 담겨진 세상에 하나뿐인 여신의 조각상을 보아야 하는 지 심히 갈등이 되었다.

“아.. 너무 좋아..”

내 시선은 어느새 노을이 아닌, 아름다운 놀빛이 스며든 그녀에게 가있었다.

그녀의 머릿결은 세상 그 어떤 물결보다도 아름다웠고 편안했으며, 그녀의 외모는 조각장인이 정성을 기울여 깎아낸 유일무이한 명작이었다.

그런 그녀가, 놀이 스며들은 광활한 바다를 보며 저런 감탄사를 표하는 모습에 웃음이 지어졌다.

“좋아?”

물어봤자, 대답은 뻔하겠지만. 그래도 물어보고 싶었다, 확답을 듣고 싶었달까.

“응! 나 오늘이 제일 행복한 것 같아!”

윤아는 고운 결의 모래알을 밟으며 걷다가, 나의 질문에 멈춰서며 말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진심으로 그녀의 모습을 내 기억에 담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가를 거닐 수 있다는 게 낭만적이야..”

바다로부터 실어진 바닷내음이 나는 바닷바람이 윤아의 머리카락의 틈새를 벌리고 지나갔다.

윤아의 눈동자엔 낭만감이 말로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게 젖어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몸을 내 쪽으로 돌리고, 감수성이 풍부하게 젖어있는 그녀의 깊은 눈빛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고했다.

“윤아야.”

“응.”

우선,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렀다. 그러자 그 소리에 반응하는 그녀.

나는 윤아의 목소리를 듣고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힘들면 언제든지 와.”

나는 괜스레 씨익 웃으며 윤아의 풍성한 윗머리를 손을 갖다대 쓰다듬었다. 윤아도 날 따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쉼터가 되줄테니까.”

“응.. 고마워..”

윤아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리고 윤아는 뭔가 결심하게 있다는 듯 자신의 팔을 뻗어 내 뒷목을 감싸안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점점 가까이 대고는 나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이건 오빠가 내 걱정 덜어줘서 고맙다는 선물.”

내 앞으로 가까워진 윤아의 앵두같은 입술은 내 입술 위로 그대로 포개졌다.

그리고는 입술을 부드럽게 오므렸다가 피면서 고개를 천천히, 느리게 움직였다.

네가 준 이 느낌,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 영원히 너와 꿈꾸고 싶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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