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9화 (190/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여든 두 번째 과외 - 정니콜은 돋았슴다 2

2011. 01. 05

“아주머니, 이건 저 테이블에다 서빙하면 되요?”

새해 첫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소는 다름 아닌, 전에 미리 동의를 구했던 니콜의 엄마, 즉, 아주머니의 고깃집이었다.

거의 이주일에 한 번 씩 오는 터라, 참 아르바이트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일을 하고 나면 엄연히 일당을 받으니까 아르바이트라고 볼 수 있겠지.

‘동네에서 초딩들이 찌라시 뿌리는 것도 아르바이트라고 치는데, 뭘.’

새해가 지나고 정확히 3일 뒤, 나는 초글링 1부대가 찌라시 몇 백장을 천본앵처럼 하늘에 흩날려버리는 것을 보았나니.

초딩들에게 찌라시를 지급해준 그 피잣집 아저씨가 그 광경을 봤더라면 얼마나 노여워했을꼬.

“응, 거기다가 서빙하면 돼-.”

낭랑한 목소리, 사팔인생의 니콜 아주머니 대신 내가 고기를 들어서 열심히 식당 이 곳 저 곳을 움직여다니면서,

노곤해보이시는 아주머니 대신 아직 스테미나가 팔팔한 내가 서빙을 하는 터였다.

“어이, 청년! 여기 소주 두 병만 더 추가할게.”

아저씨의 대사가 무언가 복고적이지만, 난 아무런 말 없이 냉장고에서 소주 두 병을 꺼내들어 아저씨가 있는 테이블에 간단히 서빙을 하고는,

비어있는 의자에 가서 앉아 잠시 아픈 다리를 두드리는 중이었다.

“아, 이제 아침 밖에 안 됬는데. 점심시간엔 어떻게 하나.”

“호호, 그 때는 용주도 오니까 덜 힘들어질꺼야.”

젠장, 그냥 암 생각도 없이 하는 아르바이트였지만, 뭔 놈의 아침에 하는 서빙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저녁시간과 맞먹는 것이냐.

그 때는 여대생이 적수라면, 이번엔 술 드시고 거하게 취하시는 아저씨들이 적수.

다행히 아침부터 그런 눈살을 찌푸릴만한 행동을 하는 취객은 식당 안에 있지 않았다.

“용주요? 아, 니콜이요?”

처음에 아주머니가 용주라고 말 할 땐, 살짝 누굴까. 진짜로 고민을 열심히 해서 니콜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니콜이냐고 다시 물어보니, 대답 대신 옅은 미소를 띄운 채로 니콜이와 똑같은 눈 웃음을 지으시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아주머니였다.

흠, 니콜이가 확실히 일은 잘하는 것 같아서 괜찮은 데, 요즘은 ‘야한 냄새.’ 드립 이후로 내가 경계하고 있는 대상이었다.

그래서 니콜이가 오는 이 상황을 좋아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여기, 갈비 2인분 추가요!”

“네, 갑니다!”

아, 앉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주문을 시키는 건 지.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니콜이를 꺼려하기 보단은 어서 빨리 니콜이를 소환해야 할 것 같다.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또 오세요-.”

점심시간을 준비하기 전 마지막 손님을 보내기 위한 재빠른 배웅인사.

마지막 손님은, 좀 나이가 되시는 분이라서 그러신지, 연륜있는 손짓으로 나의 인사에 대꾸했다.

“아싸, 점심시간 전까지 잠깐 쉰다!”

뤼히, 짤막한 준비시간 두 시간에 이런 희열을 느끼다니.

마음 같아선 묵혀뒀던 쎈 로그함수 문제를 한 번에 싹 다! 싹 다! 풀어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없으니 버로우나 타야지.

“민식군은 배고플테니까, 일단 아침 겸 점심으로 이것부터 먹어.”

“아, 고맙습니다!”

니콜의 아주머니께서 점심 겸용으로 주신 음식은 말 그대로 진수성찬!

은 무슨, 진수성찬까지는 오바고 남은 삼겹살 1인분이 전부였다. 하지만 일한 뒤에 쳐먹는 새참은 참 꿀맛인법.

나는 오늘도 그 진리의 공식을 믿고, 아주머니께 삼겹살을 받아들고 잽싸게 젓가락을 놀려대며 굽는 중이었다.

후후, 나를 촵스틱er 민시그라고 불러다오.

“히야, 맛있겠다..”

어쩌다보니 식재료를 미리 구비해놓지 않은 터라, 어쩔 수 없이 아침을 패스해야했다.

고로, 눈 앞에서 야무지게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삼겹살을 보고서 어찌 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으리오.

‘젓가락은 그저 거들 뿐.’

젓가락은 그저 뜨거운 고기를 입 안에다가 고이 담아두게 하는 도구일 뿐.

완전히 노릇노릇하게 익었을 때에, 나는 불을 끄고 한 손엔 상추를 쥐고 기타 갖가지 재료들을 얹고 마지막 삼겹살을 얹으려는 그 순간.

“헤헤, 민식오빠아-. 나 왔어!”

우쮸쮸, 니콜쨔응. 하필이면 왜 이 기막힌 타이밍에 찾아온게냐.

먹이 냄새는 기막히게 잘 맡는 냔, 흑흑..

“아아.. 니콜이구나, 안녕-.”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 동네에 사는 인상 좋은 오빠인 척 하면서 니콜이의 눈을 쳐다보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니콜이는 방긋 웃었다. 그게 끝이였다. 아싸, 진짜 그게 끝이였다. 고기를 세이브했다!

“잘 먹겠습니ㄷ..”

“얘는 엄마보다, 민식군을 먼저 찾네. 엄마보다 민식군이 좋니?”

까고, 순간 입에 머금고 있던 쌈이 입 밖으로 빡세게 분사될 뻔 했던 것을 니콜 모녀들은 알까.

어쨌든 대충 헛기침을 하며 니콜이 아주머니의 질문을 너스레 넘기려고 시도했다.

“하하, 아주머니도 무슨 소리를..”

99.9%의 농도짙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 번 쌈을 입 안으로 꾸깃꾸깃 집어넣었다.

니콜이는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듯 입을 벌려 말했다.

“응! 난 오빠가 좋아!”

“푸훕!”

니콜양의 발칙하고 깜찍한 드립에, 하마터면 나는 상추쌈 우주인 1호가 될 뻔 했다.

우리나라 우주발전사에 한 획을 그을 뻔 했지만, 다행히도 내 몸에 잠재되어있는 근육들의 움직임이 그런 참사 및 역사를 미리 방지해주었다.

젠장, 남자에게 힘을 줘야할 것은 허리와 괄약근이라고 굳게 믿어왔건만, 이제는 입술 근육까지 힘을 줘야하다니.

“히히..”

난 하마터면 그 동안 네 냔에게 쌓아왔던 이미지가 한 순간에 증발할 뻔 했는 데, 넌 뭐가 좋다고 웃어.

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니콜이의 개같은 스멜 때문에 은근슬쩍 그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오빠한테 야한 냄새 나.’

↗에 있는 드립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쇼크와 동시에 내가 향수를 사게 하는 데 일조해버렸다.

그래서 오늘도 무슨 냄새가 날까봐, 꼬챙이를 든 남자에서 만든 향수를 뿌리고 왔다고.

‘이거이거, 니콜이의 눈빛을 보아하니. 이제 0을 향해 야무지게 달려가는 내 양기도 쪽쪽 빨리는 거 아녀.’

약간 헛된 망상도 니콜이를 보며 해보긴 하지만, 나는 그것이 그저 망상일 것이라 제발 믿고 싶었다.

니콜이마저 나의 마성의 늪에 빠져버린다면, 나 또한 정말로 미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 이제 점심시간이네. 민식군하고 니콜이 손님 맞을 준비 해.”

아, 내 삼겹살이 누군가에게 탈탈 털렸슴다. 니콜이에게 경계를 하고 있었는 데, 니콜이는 아무 짓을 하지 않았는 데.

도대체 누가! 영양만점 내 고기들을 탈탈 털어간 거란 말이냐.

“(오물오물) 으음.. 어숴!”

니콜이 아주머니의 발음이 살짝 어설픈 걸로 봐선, 범인이 누군지 알 것 같긴 했지만,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엄연히 그녀와 나는 생산요소를 제공하는 대신 받는 댓가로 계약을 맺는 쌍무적 계약관계니까요.

그렇다고, 내가 영주의 명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영주의 토지에서 농사를 짓는 장원 안의 농노는 아닙니다. 낄낄.

“하아..?”

본격서빙스킬마스터물, 서빙왕 민시그. 이러다가 온 몸이 GG치고, 로컬 서버로 빠져나와서는 광고 아르바이트를 스스로 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나는 건, 자꾸만 니콜이가 내 뒤만 강아지마냥 졸졸 따라오는 것이였다.

내가 한 발자국 앞으로 도망가면, 그녀도 한 발자국씩 따라잡고.

이건 뭐, 어느 봄날. 제주도에서 내가 등에 다가 명찰달고, 그녀는 방울을 달고, 나는 유채꽃밭 사이를 뛰어다니며 안 잡히려고 도망치는 것과 뭐가 달라.

‘아, 오늘만은 왠지 나에게 오른쪽마우스를 클릭하고 따라움직이기를 니콜이가 클릭한 것 같지만, 의외로 파니 스멜이 흠씬 풍기는 이유는 뭘까나.’

속으로는 여유롭게 나를 쳐다보는 니콜이를 보며 생각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티파니가 생각나서 더 두렵다.

기분 탓이라고 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웃음에 난 자꾸만 소름이 끼쳤다.

어쨌든, 아주머니를 도와드리는 일을 끝내고 숙소로 천천히 걷는 길.

하늘을 물들인 주황색 놀 때문에, 온세상이 주황빛이 섞인 누리끼리한 빛깔을 뿜어내며 물들어가고 있었다.

물론, 나 또한 그 주황빛의 천국에 흡수되는 듯한 느낌을 가지긴 했지만.

드넓게 펼쳐진 광활한 하늘을 감상하는 낭만적 구경은 이 쯤에서 멈추라는 듯 니콜이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오빠아..”

“으응..?”

일단은 내 칭호만 불렀으므로, 간단하게만 대꾸해주는 나였다. 하지만, 다음에 튀어나온 니콜이의 질문이 좀 문제였지만.

“헤헷, 하라랑 그거 했어?”

“!?”

그거라니, 혹시 마트에서 장보는 것을 말하는 거라면. 예전에 한 번 같이 장 본 경험이 있긴 했지.

근데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지!? 

“뭐.. 뭘 해..”

괜스레 말이 더듬어지면서 나와서일까. 누가 보면 여자가 섹드립만 쳤다하면 기막히게 당황해하는 남자로 보는 줄 알겠다.

“아이.. 왜.. 그거.. 있자나..”

이렇게 몸을 적극적으로 베베 꼬면서 부끄러워하는 니콜이의 모습은 또 처음 본다.

딱, 스멜이 뭔가 내가 허리 고생할 것 같은 스멜이라서 좀 덴져러스 해졌다. 

근데 여햏들이 자꾸만 내게로 꼬이는 걸로 봐선, 뭔가 수상하기도 싶었다. 

아무래도 호르몬 검사 몇 가지를 해보는 게 시급할 것 같았다. 나중에 시간 나면 한 번 가 봐야되는 데, 도저히 시간이 생기질 않으니.

“으..응..”

아, 미련 곰탱이같은 민시그, 했다는 걸 어쩌다보니 말하게 하다니. 내 스스로 함정을 파는 것을 자초하고 말았구나. 

그러자 니콜이는 반색한 웃음을 지어댔다.

“헤헤, 어땠어? 기분 좋았어?”

이 냔이 미국물을 먹어서 그런가. 마인드가 아주 오픈 마인드에다가, 당돌하기까지하다.

“음.. 뭐.. 그게..”

“헤헤.. 오빠, 기분 좋으면..”

잠깐, 지금 말하는 니콜이의 멘트, 어디선가 데자뷰처럼 본 것 같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비록 말을 하진 않았지만, 다음 대사는 무엇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듯한 느낌.

딱, 여태까지 정확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니콜이는 파니가 행했던 루트를 그대로 뒤쫓아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나도 해주라!”

아, 씨바. 역시 내 촉은 틀린 적이 없어. 나중에 이걸 이용해서 사주카페 좀 파면 괜찮을 것처럼 보였다.

또 추측되는 건, 니콜이의 종족명은 왠지 티파니과 니콜목 같다는 걸.

“저.. 저기 니콜아.. 그건 사랑해야지..”

“헤헤, 나 오빠 좋아해..”

“어째서..”

“으음.... 으음.. 몰라!”

딱 봐라. 딱 봐도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한 이유를 대는 걸로 봐선 티파니 스멜이 흠씬 풍겼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티파니라도, 하드웨어가 니콜이다. 어쨌든 확실한 건 내 잔여량은 더 이상 남아있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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