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8화 (189/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여든 한 번째 과외 - 정니콜은 돋았슴다 1

*

“하아.. 귀신의 농간이었다니.”

하라가 아까 한 말이 막대하게 내게 충격을 입혀주기는 했지만, 나를 그렇게 가지고 논 게 하라가 아닌 귀신이었다니.

은근히 충격을 입긴 했어도, 내가 몇 시간동안 봤던 그 이미지는 하라의 본래의 이미지가 아니라니 참 다행이었다.

“으어어..”

잠시동안 머릿 속이 복잡해지는 바람에 멍을 때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말았다.

일단 약간의 부상을 입은 하라는, 제일 먼저 그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보아하니, 하라를 부축하느라 규리누나와 승연누나는 먼저 간 듯 싶었고, 문뜩 정신을 차렸을 때 문 밖으로 길을 나서는 지영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러고보니, 이제 스물 세 살이네.”

무의식적으로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니, 액정화면은 2011/01/01 SAT 00:40 을 띄우고 있었다.

2010년의 나는 군대를 갓 제대해 사회에 다시 적응하느라 힘들었지만, 늦봄 쯤에 찾아온 아홉 명의 소녀들을 비롯해 

세기도 힘들 것 같은 많은 소녀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비록 이 놈의 아우라 때문에 프랑스에서도 죽을 뻔 하고, 일본에서도 목숨을 부지하지 못 할 뻔 했지만,

마음 착한 소녀들은 다 이를 용서해주고, 서로에게 잘하라고 하지 않는가. 부디, 2011년에는 맞아 죽을 일 없이 편안하게 보내지는 못하겠지만 웬만해선 그녀들과 멀어지지 않기를 바랬다.

그녀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몰라도, 잃는 것 만큼은 죽고 싶을 정도로 싫으니까.

“킁킁-.”

여튼 날짜를 보고 열심히 가오를 잡으며 양껏 진지해져있었는데, 

처음으로 봤을 때의 그 이미지처럼 니콜이는 날 떠나지 않고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킁킁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것도 이런 저런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고서 말이다.

“뭐, 뭐야. 왜 그래?”

나는 누에삐오 돋는 행동을 하는 니콜이의 모습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그대로 그 감정을 실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그제서야 냄새를 맡는 것을 멈추고, 말하기 전에 눈웃음을 방긋 터트렸다.

“헤헤.. 오빠아..”

“응?”

다른 멤버들에 비해 한국말이 조금 어설픈 니콜이는 무슨 말을 하든 말을 늘어뜨리는 습관이 있다.

이런 점이 은근히 파니랑 비슷하단 말이지. 허나, 다른 점이 있다면 니콜이는 식신이고, 파니는 그나마 소식하는 편이랄까.

최근에 봤을 때는 파니도 슬쩍슬쩍 입 안에 어떤 음식을 쳐넣고 오물오물거리는 걸 자주 목격하는 데, 과연 니콜이랑 비교할 수 있으리오.

“오빠한테 야한 냄새나아.”

“!?”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이건 무슨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했다고, 그 돌다리 위에서 탭댄스 출 것 같은 대사잖아.

점점 이 상황이 판타지아적으로 변하긴 하지만, 이제는 각자 뭔 능력이라도 하나씩 주어진 것인가.

아무리 니콜이가 다른 여햏들에 비해 후각이 발달되었다고 한들, 니콜이가 가진 능력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버렸다.

어쨌든 이 당황스러움을 장황하게 생각하며 느꼈지만, 간단하게 느낌표와 물음표를 붙여서 표현하는 나였다.

-EX ) “!?”

“뭔 소리고.”

하지만 네이티브 부사니언이라면 미쿡물 좀 먹고 온 뇨자의 직감에 시공간이 오그라들듯 쫄아버리면 안되었다.

그러니까, 경상도 남자처럼 대응하는거야. 민식아, 넌 잘 할 수 있어.

“히히, 오빠아.. 나 바보 아니다아?”

그래, 바보는 아닌데. 지금 니콜이는 신명나게 내 말에 동문서답을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지금 상황에 적절한 대답인 것 같다. 그렇다, 니콜이는 보아하니 얼핏 눈치채버린 것 같다.

저런 매의 눈 아니, 매의 코를 가진 정니콜같으니라구. 애써 부사니언처럼 대꾸해보았지만 니콜이는 로스앤젤레스 시민처럼 대응해버렸다.

그러니까 결론은, 보기좋게 실패라는 것이다.

“끄아아아아아-!!”

버스는 떠나갔고, 카라 멤버들 중 유일하게 남아있던 니콜이도 떠나갔다. 

고로 산장에 홀로 남아, 잠시동안 고뇌의 샤우팅을 우렁차게 토해냈다.

그나마 충격이 해소가 되었냐고? 아니, 전혀. 그 대신 목에 걸리던 가래 하나는 해결했어.

“어디갔다가 이제 와?”

하늘이 먹빛으로 광활하게 물들어졌지만, 비록 나 혼자 하산하는 거였지만.

으스스한 분위기는 이미 하라구와 니코르와 산신령의 콤비네이션 덕분에 분위기 따위는 무시하고 아스트랄함을 씹은 채로 하산할 수 있었다.

온천에 도착하고 보니, 나를 보며 잔소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승연 누나였다.

“아, 산장에서 잠시 뒷정리 좀 하느라.”

승연누나가 의심을 하지 않을만큼의 깔끔한 둘러대기였다. 내가 생각해도 잘 둘러댄 것 같아.

셀프로 쓰담쓰담하고 싶은 기분이랄까.

“그러면 도와달라고 하지 그랬어..”

“그러면 먼저 가지 말 지 그랬어..”

도움을 요청해도, 산장 안에는 아무도 없는 데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나.

나를 능욕한 산신령을 부르면 신령이 짠 하고 나타나서는 영력으로 도와주지도 않을 노릇이고.

아, 그 산신령은 왠지 부르면 튀나올 것 같은데. 본의 아니게 몸을 섞느라 친밀도도 좀 신명나게 상승한 듯 하고.

진작에 도와달라고 할 걸 그랬나.

“히힛, 그래도 하라 부축해주느라 먼저 간 거 잖아, 이해 좀 해줘야지?”

그래요, 이해해드릴테니. 어차피 사실 산장 뒷정리는 하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승연누나와의 잠깐의 대화를 마치고 잔뜩 피곤해져버린 나는 뜨뜻한 온천탕에서 몸을 청결히 하고는, 잠옷을 입고 온돌방에 이부자리를 깔고 잠을 잘 준비를 했다.

‘오빠한테 야한 냄새 나아. 오빠한테 야한 냄새 나아. 오빠한테 야한 냄새 나아.’

젠장, 누가 라디오를 머리맡에다 놓고 니콜이가 말한 저 부분만 무한재생 시키는 것은 아닐테고.

안 걸릴 것 같으면서도 처음으로 들켜버리니까 내 머릿 속 잔상에 깊게 각인되는 것인가.

자꾸만 니콜이가 한 말이 머릿 속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몇 시간동안이나 이불 안에서 뒤척거렸다.

“으으.. 결국엔 제대로 못 자버렸네.”

미미하게 보였던 다크써클이 어느새 코가 있는 쪽까지 내려와 누가 봐도 퀭해보이는 얼굴이 되어버렸다.

이 정도 다크써클이라면 오랜만에 이를 가릴 화장이라도 해야 할 정도인데, 어쩔 수 없이 옅은 화장을 하고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밖으로 나왔다.

“후아아.. 이 공기도 오늘부로 잠시만 안녕인가.”

도시에서 느껴지는 답답한 공기에 비해, 시골에서 느끼는 공기는 꽤나 신선해서 참 좋았는데.

도시에서 쌓였던 여러가지 스트레스와 죄책감이 시골에서 비워지고, 이제는 다시 그 스트레스를 쌓아야 할 시간이었다.

“오빠, 언능 와! 안 그러면 버리고 간다!?”

젠장, 하라구의 재촉에 스트레스가 +1 상승했습니다. 

돈도 없는 데, 버리고 간다니.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니. 라고 슬퍼하고 있지만,

몸은 이미 버려지지 않기 위해 밴을 향해 광속으로 뛰는 중이었다.

“헤헥.. 안 늦었지?”

“히힛, 장난인데. 잘 걸려드네.”

망할 년, 여기까지 뛰어오느라 땀을 약 여섯 방울 정도 흘리면서 비축하기도 힘든 에너지를 소모했는데.

정작 출발한다던 밴은 시동 조차 걸려있지 않은 채로 있고, 매니저 형은 저 멀리서 뻐끔뻐끔 담배를 피고 계시고,

하라는 웃으면서 장난을 치고 앉아있고, 니콜이와 지영이는 일부러 센터자리를 비워놨다며 일루 오라고 손바닥을 방방 쳐대고,

하하, 좋지 아니한가. 

“아, 왔구나. 그럼 이제 출발하자-.”

저 쪽에서 담배를 마저 피고 오신 매니저형은 시동을 걸어 밴에 탑승했고, 나는 한 숨을 내쉬며 밴 안으로 탔다.

하라구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左 하라 右 지영 前 니콜이 있는 자리에 앉았다.

“히히..”

하라구는 뭐가 좋다고 이리 싱글벙글 거리는 지, 그렇게 대책없이 해맑은 것도 괜찮지만 그 부끄러운 시선 좀 치워줄래.

너의 시선은 은근슬쩍 내 존슨을 노리고 있는 듯 해서 말이야.

너는 노렸어, 너는 슈슈슛-. 나는 흐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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