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6화 (187/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일흔 아홉번째 과외 - 시크릿 가든 3 

“흐아아앙-.”

“흐극.. 민식오빠.. 나 무서웠쪄어..”

“떨어져!”

제일 먼저 출발하고 미션을 달성하고 온 승연누나와 니콜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겁에 가득 질린 모습이었다.

근방 20m 앞에서부터 부스터를 달고 오더니, 지정된 타겟은 나였단 말인가.

아량이 넘치는 마음으로, 안겨온 그녀들을 보듬었나니 옆에 있던 하라구는 그대로 분노를 뿜어내며 억지로 세 사람의 사이를 벌려놓고 있었다.

“시른데에-.”

하지만 언제 울었냐는 듯, 눈물을 어느새 그친 승연누나가 나를 더 꽈악 안아버리곤 하라를 야골렸고,

하라는 더욱 더 분노에 가득찬 눈빛으로 승연누나는 떼어내려고 열심히 노력중에 있었다.

“이씨, 오빠는 왜 승연누나를 안아주고 있어!”

드디어 분노가 절정에 치닫은 하라구, 약간 데인저러스한 스멜이 콧구멍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빠각-.’

“으어어억...”

물리 1,2를 야무지게 배운 하라구는 고딩 때 배웠던 포물선운동의 원리를 제대로 익혀서는 로킥을 제대로 내 종아리에 작렬했다.

덕분에 승연누나를 감싸안았던 내 팔은 힘 없이 그녀에게서 벗겨져나갔다.

‘아, 김주원씨. 당신이 로킥을 맞을 때의 심정을 알 것 같네요. 길라임이 그냥 커피라면, 하라구는 티오피야.’

잠시나마, 나는 산장 땅바닥에 누워 자기보호를 위한 봉인을 결국엔 스스로 하고야 말았다.

“오빠, 이제 일어나! 우리 차례야, 민식오빠!”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등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망할 냔들. 진짜로 셀프봉인했다고 해제도 안 하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라구가 우리 턴이 되었다고 나를 봉인해제시켰다는 점이었다.

“으으으.. 음? 지영이는 왜 우나..”

“히잉.. 무서워서-.”

지영이는 강아지소리를 내며 규리누나 옆에 달라붙어있었다.

규리누나는 이 정도 담력훈련 쯤이야 가소롭다는 듯, 실소를 머금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겁 잔뜩 먹은 지영이를 보듬어주고 싶었지만, 그러다간 영구적으로 봉인될 것 같은 예감에 일찌감치 접어두었다.

어쨌든간에, 옷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고 본격적인 담력훈련용 길로 걸어가려는 순간, 온천주인아저씨가 우리에게 충고를 했다.

“조심하세요, 이 시간이면 이상한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니깐.”

“지..진짜요?”

아저씨의 충고를 뒤로 하고, 무척이나 어둑어둑하지만 희미한 줄에 매달린 희미한 등불빛에 의존하여 겨우겨우 걷고 있었다.

하라는 아저씨의 말을 듣고선 벌써부터 겁을 잔뜩 먹어서는, 내 팔에 의지한 채 한 걸음씩 움직이고 있었다.

‘이상한 일은 무슨, 완전 거짓말이잖아.’

내가 미신따위 믿을쏘냐. 라는 신념을 가진 나로써는 아저씨의 충고를 말 그대로 귓등으로 쳐댔고, 

유유히 으스스한 여러 장치가 전혀 없는, 그저 적막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길만 걷고있었다.

“오빠.. 꺄악!”

그래도 하라는 너무나도 을씨년스러운, 잎사귀를 모두 벗겨버린 나무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겁을 먹고 있었다.

판타지영화를 너무나도 많이 봤으면, 저 나무의 우람한 줄기에서 눈과 코와 입이 그려질테지만. 전혀 그럴리가 없었다.

그 와중에 옆에서 잘 붙어다니던 하라구는 딱 붙어있다가 갑작스럽게 휘청거렸다.

“뭐야?”

“꺄아아앗!”

뭔 소리인가 하면서 옆을 쳐다보는 데, 옆에 보여야 할 게 없었고 아래를 보니 하라구가 떨어질락 말락 하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며, 그녀의 몸을 황급하게 감싸안았고, 다행히 하라는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았다.

“뭔 코스에 낭떠러지가 있어.”

길에 낭떠러지가 있는 게 약간 이상하긴 했지만, 대자연이 만들어 낸 위험요소 중 하나라 생각하고 간단히 넘어가려고 했지만,

하라구가 얼굴을 찡그러뜨리면서 울상을 짓고 있는 걸로 봐선 잠시 쉬면서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걸을 수 있어?”

나의 질문에 대답 대신 고개를 양 옆으로 흔들어보이는 하라구,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을 봐서도 지금 당장은 걷기 힘들어 보이는 듯 했다.

하, 갑작스런 부상이라니. 쏟아지는 건 한 숨 뿐이었다.

“하아.. 일단은 업혀라.”

나는 사람을 업는 자세를 취했고, 하라는 조용히 내 등 뒤로 다가가서는 뒤에서 내 목을 감싸안았다.

나는 내 등에 업힌 하라의 다리를 떨어지지않게 잡아주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마저 걸었다.

“어? 오빠.. 저기 휴게실 같은 게 있는 데..?”

“어, 어디?”

얼마를 더 걸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하라는 팔을 뻗으며 한 손가락으로 어느 건축물을 가리켰다.

등산객들을 위한 쉼터. 라고 써져있는 건축물 안에 들어서자, 다행히 눈에 띄게 구급상자 하나가 보였다.

“잇챠, 하라야. 여기 잠시만 있어. 곧 붕대 감아줄게.”

“응..”

하라를 의외로 깨끗한 간이 침대에 뉘이고, 건너편 서랍 위에 놓여져있는 구급상자를 집었다.

그리고는 구급상자를 열어, 새 것 같아보이는 붕대를 쫘악 펴고는 조심스렇게 하라의 다친 발목을 칭칭 감았다.

“괜찮아?”

하라의 한 쪽 발목이 까슬까슬한 압박붕대로 칭칭 감겨지고는, 가위로 뒤처리까지 완료한 뒤 하라에게 답답한 느낌이 있지는 않느냐. 라는 식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응, 오빠 덕분에 덜 아프긴 해..”

“다행이네..”

일단은 한 숨 돌렸으니, 여기서 잠시 쉬고 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다섯평 남짓한 곳이지만은, 쉴 수 있는 의자도 있고, 침대도 있겠다. 이렇게 야산에서의 이러한 쉼터는 그야말로 오아시스였다.

“오빠, 근데 졸려 죽겠어엉..”

“졸리면 자야지, 침대도 있으니까 잠깐 자.. 얘들한테 내가 전화해볼테니깐.”

하라는 고통이 점차 미미해지기 시작하자, 그로 생기는 안도감에 갑작스레 잠이 쏟아지는 듯 했다.

나는 카라 애들한테 잠시 늦게 갈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 하라를 일단 재우고 핸드폰을 켰다.

“으악, 이게 뭐야!”

하라가 잠든 이후로 분위기가 뭔가 휴게소 분위기라기보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요상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연락을 위해 킨 핸드폰 화면에는 다름 아닌,

“히히히히히히-.”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요상하고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화면에는 산발이 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로, 씨익 공포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젠장, 분명 핸드폰 화면에는 소녀들에게 털리지않기 위해 가드용으로 지정해둔 용화와 권이랑 같이 찍은 사진이 있어야하는데 말이다.

‘휘익-.’

괜스레 재수없는 느낌에 핸드폰을 하라가 잠들어있는 침대로 던져버렸다. 그러자 더 이상한 분위기가 휴게소 안을 감싸돌았다.

‘깜빡깜빡-.’

딱히 문제가 있어보이지않는듯한 전등이 갑작스레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웬만해선 닭살이 돋지 않는 체질인데, 이번에는 꽤나 많이 돋아날 정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공포였다.

핸드폰에선 귀신이 나오지 않나, 등불은 잘만 켜져있다가 갑작스레 저렇게 맛이 가질 않나.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나. 싶었다.

‘똑똑똑-.’

창문을 통해 보이는 곳엔 분명 사람이 없는 데, 선명하게 들려오는 노크하는 소리. 

바람이라고 치기엔 손으로 치는 듯한 느낌이 격하게 느껴지는 소리라서, 더욱 더 공포스러웠다.

그리고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단정짓기에도, 이 산은 사람이 자주 들락날락거리지않는 야산이 아니던가. 문뜩, 길을 나서기 전의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조심하세요, 이 시간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깐.’

젠장, 그저 아저씨의 근거없는 소리인 줄 알았건만,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었다니.

이십 이년동안 쌓아왔던 담력훈련 때 안 쪼는 가오가 오늘을 통해 한꺼번에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기이임수한무, 거북이와두루미, 삼천갑자동방삭..”

일단은 공포에 젖어 열심히 펌프질되고있는 심장을 먼저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부터 안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기에,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을 한껏 들이쉬었다가 내뱉어대기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큼 요동치고 있는 내 심장이었다.

어느 삼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내 심장이 고장난 것도 아니고, 불타오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포옥-.’

“하라야, 괜찮아.. 오빠가 옆에 있ㅇ.. 으윽!?”

한숨이 점점 잦아들었다. 아직도 진정되지않는 내 마음에 자연스레 쏟아지는 한 숨이랄까.

그런 와중에, 하라는 언제 깼는 지 모르겠지만 내 등 뒤에서 백허그를 해왔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말을 해주려고 했지만, 

제대로 말하기도 전에 내 목이 있는 곳에서 오묘한 감촉과 함께 이상한 기분이 내 몸을 감싸왔다.

아무래도 하라의 입술이 내 목을 포개고 있나보다. 젠장, 갑자기 이러는 건 너무 당황스러운데. 나는 급히 그녀를 떼어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으어억.. 뭔 놈의 여자가 힘이 이렇게 세..’

하지만 전혀 떼어내지지 않고, 오히려 나보다 더 센 힘을 가지고 있는 하라구였다.

내가 알기론, 하라는 이렇게 힘이 세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 데 이 힘은 마치 고양이가 코끼리를 상대하는 느낌이랄까.

“하라야.. 왜 이래!?”

아, 씨바. 이것은 아무래도 너무나도 갸냘픈데 현실은 전혀 그러지도 못한 뇨자에게 강간당하는 느낌.

내 입 안에서 튀어나오는 한 마디도 뭔가 뜨거운 도쿄의 영상에서 많이 본 듯한 대사다.

하지만 갑자기 힘이 세진 하라구는 아랑곳하지않고, 나를 손쉽게 침대로 눕혔다. ‘퍽-.’소리와 함께 침대로 나자빠지는 나였다.

‘쓰윽-.’

그리고는 내 위로 올라타버리는 하라구. 아까 온천탕에서부터 이상한 스멜이 심하게 느껴졌는 데, 이번엔 진짜 마음이라도 굳게 먹은건가.

무서운 냔. 하라가 아닌듯한 하라구의 머리카락은 온전한 달빛에 비춰져서 신비한 느낌 보다는, 으스스한 느낌이 잔뜩 들었다.

고로, 지금 벌어진 이 상황이 나는 두려웠다.

‘츄릅-. 츕-.’

하지만 두려워할 새도 없이, 하라는 내 입술을 포개버렸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혀를 내 입 안으로 집어넣어버렸다.

하라의 키스는 처음 관계를 맺는 사람이라고 치기엔 너무나도 능숙하고 노련했다. 

“하으응..”

그리고 벌써부터 흥분에 젖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입술을 붙였다가 뗄 때마다 그녀의 벌어진 입 사이로 신음이 나지막히 터져나왔다.

얼마나 한참동안 키스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나는 하라의 키스에 익숙해져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키스를 계속해서 하고있는 터였다.

도망치려고해도, 힘이 웬만큼 센 게 아니라서 말이라서 현실에 순응하고 있달까. 

‘츄릅-.’

오랫동안 키스를 하고 천천히 입술을 떼는 하라의 눈은 꽤나 멍해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리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그러다가 약간 혼탁한 동공을 내게 보이는 채로 손등으로 입술을 닦으며 말하는 하라였다.

좀 더 자세히 보니, 그녀의 눈빛엔 초점이 없었다.

“흐응.. 이번 남자는 음기가 쎄네..?”

“잠깐 이 목소리.. 하라 목소리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한데.. 너.. 누구야..?”

하라 목소리라고 하기보단, 뭔가 더 농염함이 느껴지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저씨가 한 말도 있어서, 약간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하라를 쳐다보는 나였다.

하지만 하라는 태연한 표정으로 피식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핏, 이제부터 너를 따먹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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