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3화 (184/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일흔 여섯 번째 과외 - Santa baby 完

‘간 때문이야아아아-. 간 때문이야아아아아-. 피로는 간 때문이야아아-.’

피로는 간 때문이라고? 아니야, 순규 때문이야. 라는 생각을 지껄이며 잠에서 깨버렸다.

어제 그렇게 심하게 순규가 봉인해제하는 것을 막았어야 했는 데,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 머리가 아팠다.

“으으으..”

“서바아앙-. 일어낫쪄염?”

나 참, 술 때문에 숙취를 해소하는 경우는 봤어도 뜨겁게 놀았다고 이를 풀어줘야한다니.

내 몸도 참 특이체질이다. 순규는 언제 일어난 건 지는 모르겠지만 앞치마를 두르고는 아내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그리고는 아침부터 신명나는 주먹을 부르는 애교라니, 이젠 익숙해져서 억지로 참아준다.

“너, 그거 왜 두르고 있어..?”

그렇다. 내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앞치마 두른 순규는 처음 봤다.

어떤 마법의 금서에서 나오는 레시피를 보고서 무언가를 제조하는 듯한 냄새가 풀풀 안방까지 퍼져오는 듯 했다.

“아침 해줄려고오-.”

나무주걱을 요리조리 흔드는 그녀, 그리고는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시 주방으로 움직였다.

그녀의 등을 멍하고 쳐다보니, 이순규. 일본에서 입었던 목까지 올라왔던 그 베이지색 털스웨터를 입고는 앞치마를 메고 있다.

그 옷, 내 겨울 패션의 대표적 트레이드마크라서 좀 유명한데. 누가 와서 알아보면 백 퍼센트 순규는 털리고, 나도 털릴 텐데.

‘지글지글-.’

일단 임팩트한 스매쉬 걱정보단, 미각을 잃느냐, 안 잃느냐. 가 더 중요한 법.

불안한 마음을 쫘악 펴고, 주방으로 천천히, 더 천천히 움직였다.

참고로 웬만한 애들의 요리실력은 뭐랄까. 독버섯처럼 때깔만 좋고 뒷맛은 씁쓸하달까.

대표적으로 함은정양의 ‘치즈라면을 빙자한 요구르트라면탕’, 태연양의 ‘사랑이 듬뿌욱 들어간 우유&도시락’

참 거지같게도 태연이의 도시락엔 수면제가 타져있어서 깨고 난 후에 더럽게 고생했다지.

“어? 언제 여기까지이-. 그렇게 배고팠나아? 우유라도 줄까아.”

우유라니, 무슨 드립이야. 그건..

괜히 주방에 온 건가, 라고 생각하면서 안방으로 튈려고 하는 순간 등에서 느껴지는 이 뭉클함.

고개를 휙 돌렸다.

“짜잔-.”

헉, 편의점에서 파는 오백원짜리 팩 우유잖아. 

귀찮게시리, 가위로 윗부분을 잘라서 빨대를 꽂아서 먹는 그런 류의 우유 말이다.

“우리 서방은 이거 먼저 먹고, 좀 이따 아침 먹자아-.”

대답 대신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끄덕거리고는, 식탁에 앉아 유유히 순규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냄새가 불안한 스멜이긴해도, 뒷모습에서 풍겨져나오는 우월한 아우라는 현모양처 못지않다.

그렇게 순규의 숨막히는 뒷태를 안카메라로 찍어대며 감상하고 있는 그 순간, 초인종이 맑은 소리를 내며 거실에 울려퍼졌다.

“신상 공개를 왜 이렇게 거부하냐.”

혹시 게이바에서 홍보를 나왔을 수도 있으니깐, 인터폰으로 확인을 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가리고 있는 건 지, 손금만 선명하게 화면을 통해 보였다.

하, 어쩔 수 없이 마음을 가다듬고 현관문을 열어줘야 하는 건가.

“음..? 왜 이렇게 시끄러워, 한 두명이 아닌건가.”

현관문에 다가섰을 때, 밖에서 조잘조잘대는 소리라니. 아무래도 인터폰에 대고 시끄럽다고 말하기 보단,

실내용 슬리퍼를 하나 들고 가서, 개쪽 당하는 게 훨씬 더 나을 듯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문고리를 돌려 문을 서서히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광속으로 문이 활짝 열렸다.

“으어억..”

부모님이 그렇게 어정쩡하게 있지말라고 말했는 데, 이번에도 어쩡쩡하게 서 있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어쨌든 자세를 다시 바로 잡고, 먼저 거실로 습격하는 저 무리들을 보아하니, 올 때 마다 일 하나 씩은 만드는 무서운 소녀시대들이 아니던가.

“음, 이순규!?”

“!?”

“..헤헷.. 안녕.. 얘들아, 밥 먹을래?”

우리 집에 방문한 멤버들의 이름을 나열하자면, 모태변태라서 섹드립에 일가견이 있는 태연과 색기절정 유리,

그리고 불법과외생 파니와 음탕한 막내 서현이, 요즘 비중 없어서 작가가 많이 미안해하는 윤아,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내 팬이 되줄 것 같은 시카 정도만 놀러온 듯 했다.

그 중에서도 청춘불패로 같이 동업한 바가 있는 유리가 순규를 발견하고선 삿대질을 하며 가리켰다.

순규가 여기 온다는 말을 멤버들한테 안 했던가, 에잇.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이봐요, 이순규씨. 여기가 댁이 말하던 사촌집이에요?”

“...히히힛.. 쏘리..”

유리가 아무래도 순규를 갈궈주는 포석을 닦아내고, 첫 번째 어택은 시니컬한 시카의 어택이었다.

순규는 강아지마냥 낑낑대면서 아무 행동도 못 하고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언니, 실망이에요! 민식이 오빠랑 놀 거 였으면 같이 좀 데리고 가주지. 치사하게 언니 혼자만 가기예요!?”

“미..미안..”

“!?”

물음표 + 느낌표, 하나 더 추가. 순규는 미안함에 몸둘 바를 몰라 몸을 베베 꼬고 있었으니, 차마 저걸 추가시키진 못 했겠지만

울그락불그락 얼굴이 발개진 서현이와 미안한 순규를 제외하곤 모두 하나 씩은 추가해버렸다.

그리고는 날 쳐다보는 꼬라지가, ‘이 늑대새끼. 막내마저도 늘려버리다니.’라는 눈빛이었달까.

오줌을 지릴 수 있을만큼 순간 후달렸다.

“다.. 다음부턴 같이 오면 되잖아.. 응..?”

“닥쳐라, 순규야.”

“...”

용서를 구하는 순규의 말에도, 소녀시대 공식 리더 탱구는 오랜만에 포스를 좀 뽐내며,

같은 동갑내기이자 듀오인 순규를 찌그러트렸다. 아무래도 단듀라서 배신감이 더 컸나보다.

“그, 근데.. 이순규, 왜 니가 민식이 옷 입고 있어!”

“후엥..?”

“그러고 보니 그러네. 오랜만에 순규를 좀 이뻐해줘야겠네.”

역시나, 내가 저 옷 너무 많이 입고 다녀서 소녀들이 누구 옷인 지 다 알아챈다는 걸 눈치챘어야지, 순규야.

소시에서 눈치 하나는 빠르고, 남들 잘 속이는 네가 오늘은 신명나게 당하는구나.

어쨌든, 순규는 도망가지만 먹이를 노리는 소녀들은 그녀를 잡았다.

‘나를 노렸어, 너는 슈슈슛-. 나는 훗훗훗-.’

오랜만에 소녀시대-훗(HOOT).mp3 파일을 틀어주고 싶어진 순간이었다.

소녀들이 같은 동족을 저렇게 제거하다니, 이건 레전드 영상이라서 반드시 핸드폰에 담아서 두고두고 봐야했다.

나의 폰, 갤스를 가져와야지.

“응?”

가져오려고 발길을 돌리는 순간, 갸녀린 손아귀가 내 발목을 확 잡았다.

고개를 내려보니 참으로 애절하게도 순규가 나에게 아련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살려주고 싶지만, 생각해보니 프랑스에서도, 일본에서도 니가 날 후릴 때 좀 데미지딜러였던 것 같아.

잘 가라, 이순규. 찬란한 순규의 봄이로구나.

“꺄아아아아악!!”

등을 돌려 방을 향해 걸어갔을 때, 아주 많이 익숙한 비명소리가 내 귀를 찔렀다.

“민식아, 연말인데 우리 뭐할까아?”

처리당한 순규양은 시체마냥 카펫에 달라붙어있을 때, 젠장스럽게도 이 흥할 냔들은 내 옆에서 달라붙어선 떨어질 줄을 몰랐다. 좀 움직이자고, 이 흥할 소녀들아.

유리는 오랜만에 ‘조신모드 권유리’가 발동해서는 마치 지와 나만 있는 마냥 데이트 계획을 구상중이었다.

“글쎄, 뭐할까. 작년 연말이었으면 내무반 구석탱이에서 병장냄새 풀풀 풍기며 발효됬었을텐데.”

“나, 나! 연말도 됬고하니, 민식이한테 과외받을래애!”

파니냔은 이 무슨 폐드립이여. 시방, 파니랑 안 한 지 한 달 넘었나. 

흠, 그 때 일본에서 한 거 이후로는 한 게 없었으니, 저렇게 말 할 법도 했다.

근데 상황을 가려서 말했어야했는데, 좀 말 실수 하신 해외파 파니양입디다?

“으이구, 파니 너는 과외타령 좀 그만해. 민식이한테 배울 게 뭐 있다고..”

김태연, 은근히 파니를 나무라면서 나를 디스하는 놀라온 스킬을 내 앞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뒷담도 아니고, 대놓고 앞담까기라니. 과연 그녀의 용기는 타의 모범으로 삼을 만 했다.

“태연양, 그 발언 좀 그럽디다?”

“헤헤, 그랬나? 미아아안-.”

그렇다고 나를 무시하는 듯한 저 발언을 쉽사리 넘어갈 수 없었다.

배울 게 없다고? 이래뵈도 복무 기간동안 갈고 닦은 스킬만 해도 수 십가지인데.

예를 들면, 꿍디순디-. 아, 이게 아니라. 예를 들면 ‘삽으로 노가다의 기초 다지기 LV.10’

이라던가, ‘사회 나가서도 쓸만한 눈치 LV.10’라는 패시브 스킬 등을 찍었는데.

하지만 스킬 레벨에 비해, 상황대처능력이 약간 후달려서 과외는 못 하고 맨날 받기(당하기)만 하지.

흐흑, 처량한 내 신세여.

“민시가아앙-.”

나 자신을 성찰해보며, 약간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있을 때 쯤, 참으로 간드러지고 달달한 목소리가 내 귓가를 간지럽혔다.

보나마나, 이 목소리는 시카가 분명할테지.

“으..응?”

“자, 아아아-.”

무언가를 들고, 무언가를 플라스틱 숟가락에 퍼서 내게 떠먹여주었다.

시카가 입을 벌리게 하는 유도성의 소리를 내는 바람에 내 입은 자동으로 오픈이 되었고, 그 안으로 딸기 아이스크림 한 뭉탱이가 시리게 들어왔다.

아까만 해도 암울, 지금은 겨울, 내 입 안에 들어온건 아이스크림 수 십 방울, 시려서 터질 것 같은 눈망울.

“맛있지? 맛있지? 내가 줘서 더 맛있지?”

“응..”

시카같은 뇨자는 ‘니가 줘서 더 안 맛있어.’하면 좀 삐져서 풀기 어려운 뇨자일 것 같아서 그냥 그녀에게 맞쳐주려는 겸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기분이 좋다는 듯 빙구웃음을 지어낸 그녀였고, 그런 그녀를 쳐다보다가 내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음?”

“오빠아아앙-. 귀여운 윤아가 안마해줄게요오-.”

“어, 언니! 그건 제 말투란 말이에요오-. 쨌든, 저도 오빠 안마할래요!”

그렇게 사이좋게 윤아와 서현이는 내 한 쪽 어깨씩 맡아서 힘 있게 주무르고 있었다.

서현이는 약간 주무르는 게 약했지만, 윤아는 역시 별명 그대로 힘윤아. 안마 솜씨 하나 개작살이다.

이 때, 윤아가 좀 돌아버리면 내 어깨도 작살날 것 같지만 그럴 일은 없겠지.

“민식아아아-. 우리 왔떠!”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아직 잠그는 걸 잊은 듯 현관문이 보란듯이 활짝 열렸고,

문 사이로 들이밀려오는 것은 스케쥴이 끝나서 돌아오는 카라 일행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을 바로 거실에서 보고 눈이 마주쳐버린 소녀들, 그리고 굳어버린 나.

그리고 아직까지도 바닥에 찰지게 달라붙어있는 순규.

여담이지만, 카라랑 눈을 마주쳤을 때, 진짜 멀쩡한 어깨가 작살날 뻔 했다.

-Santa baby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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