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일흔 두 번째 과외 - 이것만은 알고 가 (Before U Go) 下
어쨌든 하라는 자신의 할머니가 많이 위독하시기는 커녕 젊은 이 두 명을 낚는 낚시 실력이 여전한 것을 보고,
감동을 먹었는 지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할매, 나 얼마나 할매 걱정했는데!”
하라는 울음이 섞인 소리로 자신의 할머니를 향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하라의 할머니는 정작 태연한 모습으로 하라를 쳐다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원래 사람들이 저런 말을 던지면 그 대상에게 가서 안기거나, 어떻게 해야하는 데.
“히잉..”
구하라, 이 뇨석 은근히 내 품 안에서 어깨를 들썩거리는 것을 보니 고단수다.
“아니, 이 년아! 이 할매를 그렇게 모르냐, 난 우리 손녀 시집 갈 때 까지는 죽어도 못 죽는겨!”
하라의 할머니께서는 품 안에 아기마냥 안겨있는 하라를 삿대질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저 할머니, 과거에 광주 시내 주변을 주름 잡았을 포스를 은근히 지니셨을꺼야.
“내가 시집을 언제 갈 지도 모르는 데에!”
“언제 갈 지도 모른다니, 이 년아. 바로 옆에 사윗감 냅두고 딴 남정네랑 결혼하겠다는겨!”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더니, 나는 그저 하라를 품은 채로 보듬어주었을 뿐 인데,
난데없이 하라의 할머니 덕분에 22살 인생에 벌써부터 사윗감 낙점이라니. 기분은 좋지만, 만약 그랬을 경우에 후환이 두려웠다.
‘덜컹-. 덜컹-.’
그런 내 맘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하라는 그저 할머니의 말에 수줍어졌는 지 내 품에 더욱 안겨 얼굴이 발그레해져있을 뿐이었다.
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차가 과속방지턱에 걸릴 때 마다 헛웃음만 내뱉어냈다.
“다 왔네, 다 왔당.”
하라는 내 품에 안긴 채로, 과거에 자신이 살았던 동네를 훑어보았다가 익숙한 실루엣의 집이 나왔는 지.
그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오매, 급하게 위장입원해서 집이 깨끗한 지 모르겠네.”
아마도 할머니께서 집 앞에 다다르자, 무언가 생각나셨는 지 저렇게 급한 말투로 말하고는 황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가시는 것으로 봐선,
집이 많이 어수선 할 듯 보였다. 할머니를 위한 배려 겸, 바로 집에 들어가지는 않고 하라를 가이드 삼아 동네를 둘러보기로 했다.
“하라구, 동네 좀 구경시켜줘.”
“응, 오빠!”
하라는 나의 부탁에 별 불만없이 승낙한다는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거렸고, 하라는 이윽고 비탈길의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하라의 손길에 이끌린 채로 비탈길 아래를 내려갔고, 비탈길을 내려가자 조그만한 공터와 그 옆의 놀이터가 보였다.
“여기가 우리 동네의 명물, 사랑놀이터야.”
거 참, 놀이터 이름 거창하거나 혹은 노멀하네. 누군가가 생각나긴 하지만, 그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고 놀이터의 경관을 둘러보았다.
만화에서도 많이 본 듯한 파이프관 몇 개가 쌓인 곳과 그 반대편에는 미끄럼틀, 그네, 시소 등 너무나도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냥, 우리나라에 널려있는 놀이터랑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아니야! 놀이터 이름이 괜히 그런 게 아니라고!”
허엇, 왜 갑자기 내 말에 하라가 발끈하는 지 모르겠다. 여기서 무언가를 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이 곳은.. 이 곳은..”
“어, 하라언니 맞죠!”
하라는 무엇을 말하려는 지 자꾸 입을 쭈욱 내민 채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라가 그러고 있을 동안, 나이를 많이 잡아봤자 중학생 정도 될 듯한 모습의 꼬맹이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어..? 어..”
“저, 하라언니 팬이에요! 싸인 하나만 해주시면 안되요?”
하라도 혼자 중얼거리다가, 난데없이 자신의 팬이라고 말하는 꼬맹이를 보며 당황했다.
꼬맹이는 그런 건 알 바가 아니란 듯,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벌써부터 책가방에서 연습장과 네임펜을 꺼냈다.
“으..응.. 근데, 이름이 뭐야?”
“시아요, 윤시아!”
“그래, 시아야. 교복 입은 걸 보니까 중학생인 것 같은데, 공부 열심히 해.”
하라는 다정하게 이름이 ‘윤시아’라고 하는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자신의 싸인이 담겨진 연습장을 네임펜과 함께 꼬맹이에게 돌려주었다.
하라에게서 싸인을 받아든 꼬맹이는 신난 채로 놀이터 밖을 빠져나갔고, 그 꼬맹이는 뛰어가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하라언니, 하라언니 남자친구랑 잘 어울려요!”
“풋-.”
“핏-.”
그 소리에 우리 둘은 짧게 웃음소리를 내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다녀왔습니다아-.”
놀이터에서 다 큰 어른 두 명이서 미끄럼틀을 탔었다는 게 우스웠지만, 어찌됬든 재밌게 있다 왔으니 하라의 집으로 가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하라는 오랜만에 자기 집에 들어와서인 지, 밝은 목소리로 할머니에게 말했다.
“오매, 우리 손녀하고 손녀 남자친구니께 맛있는 거 맥여야지, 쪼매만 기다려. 알았제?”
“알았어, 할매!”
하라의 할머니는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준다는 것이 기쁘신건지, 흐뭇한 표정을 지으시며 다시 주방으로 가셨다.
나는 밖에서와 다를 바 없이 하라의 손에 이끌려 이번에는 하라의 본가 안을 열심히 보는 중이었다.
하라의 할머니 방도 보고, 화장실도 보고, 주방도 보고, 거실도 보고 마지막으로 하라의 손에 이끌려서 멈춘 곳은.
“여기가 내 방이야.”
바로 하라의 아기자기한 방, 비록 크기는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여고생 때의 교복은 옷걸이에 보기 좋게 걸려져있었고, 풋풋한 연두색 빛을 뿜어내는 침대는 벽에 달라붙은 채로 위치해있었다.
또한, 여자들이 이쁘게 보이려고 준비하는 곳인 화장대 또한 하라의 작은 방에 있었다.
하지만 화장대 위에 올려진 사진에는 오직 할머니와 함께한 사진만 있었을 뿐, 자신의 부모님과 함께한 사진은 없는 듯해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방 안이 아기자기하네.”
나는 애써 그런 마음을 감추고, 그녀의 집 안 사정을 저 사진 한 장으로 이해한 채로 하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나.. 있지..”
그런데 하라는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 듯 몸을 베베 꼰 채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용건으로 저렇게 베베 꼬는 건 지는 모르겠지만, 쪼매 마음이 불안하다.
“으,응?”
“남자.. 내 방에 남자를 들여보낸 건 처음이야.”
몸을 베베 꼬다가도, 이윽고 저런 말을 하고 난 후 손으로 자신의 발그레해진 볼을 수줍게 감싸는 하라의 모습에.
나는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 하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래? 난 많은데.”
오해하지 마, 너네들이 상상하는 비누를 줍거나 시키는 일원이 아니다. 용화같이 같이 노는 애들을 말하는 거다.
어쨌든 나의 장난에 하라는 토라졌는 지 볼을 크게 부풀린 채로 나를 노려보다가, 나를 때릴 기세로 다가왔다.
“이씨, 난 진지하게 말하는 데. 오빠라는 작자는 장난이나 치고 있고, 미워! 미워!”
“아하하-. 장난이야, 장난.. 장난이라니까!? 아악!”
나는 하라가 투닥거리는 것을 받아주면서, 자꾸 농담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녀석은 날 골로 보낼 속셈을 가지고 있는 지,
자꾸만 때리는 주먹의 세기를 높여만갔다. 하하, 이러다가 온 몸에 한 가득 멍이 들 것만 같은 느낌인데.
‘끼익-.’
“어어..!?”
“꺄악!”
하라는 나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멈출 생각을 못하고, 나는 요리저리 피해다니다가 결국에는 침대에 걸려선 침대 위로 나자빠졌고,
하라는 눈 앞에 어떤 상황이 벌어진지도 모른 채, 투닥거리다가 같이 넘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 위에 올라타버린 그녀였다.
“...”
“...”
하마터면 입술과 입술이 맞닿을 뻔한 상황. 그 덕분에 나와 하라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서로의 몸을 타고 흘렀다.
얼굴과 얼굴을 떼어내려고 하지 않은 채, 서로의 눈빛을 그윽하게 쳐다보는 상황이 위험하게 느끼면서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오매, 분위기 좋은데 방해했구만.”
“할매-. 아, 아니야!”
“으어억..”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언제 문이 열렸는 지는 몰라도 하라의 할머니께서 문을 열고 이런 묘한 광경을 지켜보고는 다시 거실로 빠져나가셨다.
하라는 이제서야 정신을 차린 건 지, 아니라고 부정하며 나의 배때기를 무릎으로 정성스레 꾸욱 눌러주고는 거실로 튀었다.
‘조흔 크리티컬 어택이다..’
그거 알아? 무릎 공격이 적절하게 스플래쉬 데미지를 걸어서 그 곳도 손상입었어. 뭐, 그냥 그렇다고.
“잘 먹겠습니다.”
간단한 한 마디를 내뱉고, 꽤나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밥상을 할머니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숟가락을 들고선 먹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갈비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동태전, 대명절 때만 볼 수 있을 반찬의 종류들이 지금 눈앞에서 신명나게 펼쳐지자,
입가에 점점 침이 고여갔다. 이미지 관리를 적당히 해봐야, 뭣하는가. 야무지게 먹으면 만든 사람의 입장에선 기분 좋은거지.
“오빠, 이건 내 꺼야!”
“쩝..”
물론 젓가락 싸움에서는 계속 하라한테 밀리긴 했지만.
그렇게 식사를 끝마치고, 어느새 하늘은 어둑어둑한 게 한 눈에 보일만큼 시간이 깊어졌다.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나온 나는, 잘 수 있는 곳을 두리번거리며 찾기 시작했고. 뭐, 당연한듯이 소파에서 자려고 디비 누울려고 하는 데.
“아니, 민식이는 여기서 뭐하는 겨. 하라랑 연인사이면 같이 자야제!”
“어억.. 하라 할머니!?”
하지만 할머니의 수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나는 하라가 있는 방 안으로 구겨져 들어갔고,
할머니가 확 미시는 바람에 내 등은 침대와 꽤나 정밀하게 충돌했다.
“으어억..”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신음소리가 절로 새어나오는 지 모르겠다.
여튼 등을 쓰다듬으면서 어쩔 수 없이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불 꺼진 방 안에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 데, 괜스레 마음이 묘해졌다.
사실은 연인 사이도 아닌 데, 할머니께서 자꾸 그렇게 단정지으니까 왠지 기정사실화가 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어서일까.
덕분에 아까처럼 어색하고 묘한 분위기가 방 안에 가득했다.
“뭐, 필요한 거 읍수?”
“할매!”
하지만 참 조흔 타이밍에 들어오시는 하라의 할머니 덕분에 자꾸만 그런 분위기가 깨졌다 생기기를 반복했다.
“아따, 그래 알았다 이 년아. 할매는 방해 안 할텨니 둘이서 오순도순 깨를 쏟아내면서 잘 해보랑께.”
그렇게 말하고 할머니는 다시 문을 닫고는 나가셨고, 나는 결국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하라의 할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꼭, 나가실 때 마다 저렇게 말하시는 걸 보니. 왠지 모르게 확실히 무언가를 노리는 것 같았다.
어쨌든 할머니의 언변 덕분에 인지, 분위기는 더욱 더 묘해졌다.
“오빠 자?”
“아니..”
하라는 침대 위에서, 침대 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 있지.. 감동했어.”
“뭐가?”
“오빠가 나를 위해서, 이렇게 힘든 결정을 서슴없이 해줬다는거..”
하라는 진짜 감동이라도 먹은 건 지, 순수하지만 약간은 짠 물방울을 또다시 글썽거렸다.
하라, 저렇게 밝아보여도 은근히 눈물이 많은 여자일 줄은 상상을 못했는데.
어쨌든 하라의 말에 의외성과 뭔가 뜨끔거리는 느낌이 나의 몸을 꾹꾹 찔렀다.
사실 할 일 없이 잉여스럽게 있기 싫어서 광주로 온 건데.
“오빠..”
하지만 이러한 내막을 알 리 없는 하라는 내 이름을 부르면서 은근슬쩍 내가 누워있는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내 옆에 디비 누워버리는 그녀. 이를 어찌해야 된단 말인가.
“하라야..”
“나 있지.. 부탁 하나만 더 들어주면 안 될까?”
하라는 점점 내 품 안으로 파고들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도대체 무슨 부탁이길래 저렇게 말을 아끼는 걸까.
“뭔데..?”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해줄 수 있어..?”
무언가 자꾸만 불안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역시나 내 말이 얼핏 맞아 떨어졌다.
나는 당황스럽지만, 하라는 꽤나 진지해보였다.
“가짜 남자친구가 아니라.. 진짜.. 남자친구 말이야..”
역시나 진지하다는 것을 말해주듯, 불이 꺼진 방 안에서의 비쳐지는 하라의 얼굴은 꽤나 붉어져있는 상태였다.
이런 분위기와 시간에 고백 받는 게 나로서는 꽤나 당황스럽다.
너 말고도, 책임져야 할 여자애들이 한 두 명이 아니라고. 그건 너도 알잖아, 하라야.
“알아! 나.. 오빠 알고 지낸 지 고작 한 달 밖에 안 됬는 데, 갑자기 이러는 게 웃긴다는 거.. 그래도.. 나 오빠가 너무 좋아..”
“왜?”
하라의 꽤나 진중한 고백에 나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내가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더 잘난 남정네들을 사귈 수 있는 스펙을 가지고 있는 그녀들이 왜 나에게 꼬이는 지 도저히 모르겠다.
“상냥하고.. 외모는 말하기 그렇지만, 잘 생겼고.. 또 자상하고.. 그리고..”
그녀는 내가 좋은 이유를 계속해서 쉬지않고 나열하다가, 어느 순간에서 말을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그리고.. 오빠한테서 좋은 향기가 나.”
좋은 향기? 이건 처음 들어보는 소리인데. 도대체 그 향이 어떻게 됬길래 그녀들이 좋아하는거지.
“좋은 향기?”
“응.. 좋은 향기, 어떤 향수보다더 더 좋아. 오빠 품에 안기면 뭐랄까, 너무나도 편안해져..”
하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품에 더욱 더 깊게 파고들었고, 난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그런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 문뜩 떠오르는 어느 팬픽. 심심해서 읽어본 적은 있었는 데, 어떠한 페로몬을 풍기는 주인공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어떠한 페로몬을 풍기는 게 사실이라면, 여자 애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건 혹시 내 몸 안에서 작용하는 무언가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판타지잖아.’
그렇지만 곧바로 개드립이라고 단정짓고, 바로 현실로 돌아오는 나였다.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나의 가슴팍을 툭툭 건드리며 말하는 하라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오빠.. 난 안 되겠지..?”
기달려봐, 고민중이니까. 어차피 이러한 인생, 더 늘려야하나. 아니면 여기서 멈춰야하나.
“나.. 난 하라야..”
“헷.. 알아.. 오빠 힘든 거.. 그래도 고마우니깐..”
내가 말릴 새도 없이, 하라의 얼굴은 점점 내게 가까이 오더니 그녀의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이 내 입술에 맞닿았다 이윽고 떨어졌다.
“난 오빠가 뭐라던.. 오빠를 사랑할 꺼니깐..”
하라의 그런 고백에 나는 무언가 좋지만, 약간은 나쁜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마 그 순간 만큼은 카사노바의 마인드가 빙의했으리라.
“사귀자, 하라야.”
무언가 악마같은 본성으로 말하는 나는 진심으로 고백한 하라를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내가 고백을 받아주자, 하라는 입가를 올리며 좋아하고 있었다.
“대신.. 이것만은 알고 사귀자.”
“응?”
하라는 연애하는 데 조건이 달리자, 당황스러운지 살짝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귀를 기울였다.
“아무한테도 우리가 사귀는 걸 말하지말자.”
“왜..?”
하라는 이해가 안 되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나는 그런 그녀를 이해시켜주기 위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생각해봐,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는 니가 남친이 있다고 하면..”
“아.. 그래도 멤버들한테..”
“원래 가까운 사람들이 더욱 더 위험한 법이야, 이런 건 조용히 비밀로 해야 돼.”
하라는 멤버들 정도에게만 알려줘도 되지 않겠냐고, 말하고 있지만.
그 순간 내 머리가 어떤 악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건 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런 하라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 하라 말고도 더욱 더 늘리고 싶은 기분이랄까. 분명히 그 때만큼은 내가 미쳤나보다.
“그래도, 그럼 자유롭게 만날 수가..”
“뭐, 멤버들이야. 너나, 멤버들이나 자주 나한테 놀러오잖아.”
“응..”
“친한 동생, 오빠 사이인 것 처럼 하면 되지 뭐..”
그제서야 하라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나도 그러한 하라의 모습에 묘한 미소를 지었고.
“오빠.. 고마워, 나 받아줘서..”
하라는 내게 고맙다는 듯 눈물을 글썽거리고는, 이윽고 내 품 안에 파고든 채 달콤한 잠에 빠졌다.
“너, 다시 봤다아?”
“뭐가?”
광주에서 둘만 아는 비밀이 생기고 난 후, 잠시 카라 멤버들이 있는 숙소 거실에 앉아 피곤한 몸을 편하게 뎁혀놓고 있는 동안,
승연누나가 묘한 미소를 띄우며 내 쪽으로 다가와선 귓속말을 했다.
“너, 이렇게 멋있는 앤 줄 전혀 몰랐어.”
훗, 내가 이런 남자인 줄 이제야 깨닫다니, 진작에 깨달았으면 좋으련만.
어쨌든 나 자신이 승연누나의 칭찬에 자뻑에 빠져있을 때, 승연누나는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주위의 시선을 살피더니, 기회가 왔다고 느꼈는 지 이윽고 내 볼에 무언가가 붙었다 떼는 소리가 들렸다.
‘쪽-.’
“힛.. 이건 동생 구해준 상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고는 귀엽게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가는 그녀.
나는 승연누나의 입술이 닿은 볼을 매만지며, 진짜 병원에 가서 검사라도 맡아야 되나. 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