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예순 아홉 번째 과외 - 잔혹동화 마지막 페이지.
“왔다..”
이로써 두 번째로 그녀를 맞닥뜨리게 되는 건가. 지은이를 몇 주동안 괴롭혔던 그녀를 말이다.
나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있는 채로 상황파악을 하기 위해 용화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이이잉-.’
《아니, 매니저누나 우리 멤버들이랑 옆에서 놀고 있는데?》
‘!?’
여태까지 매니저누나를 범인이라 생각하고 그 추측에 거의 가까워졌나 싶었는데, 용화의 말대로라면
지금 문을 기분 나쁘게 긁는 저 범인은 매니저누나도 아니란 말인가, 사장은 혐의가 없다고 하니 넘어가고.
그럼 도대체 범인이 누구야!?
‘끼긱-. 끼긱-. 끼긱-.’
이번에는 도대체 뭘로 소리를 내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쇠로 문을 긁는 것 만큼 기분 나쁜 소리였다.
‘끼릭-. 띠익-. 띠익-. 띠익-. 띠익-.’
젠장, 저 범인이 비밀번호를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는 지는 모를 일이지만 갑자기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꽤나 소름이 돋았다.
일단은 범인을 잡을 수 있을 만한 둔기를 든 채로, 지은이가 있는 방으로 숨어서 들어갔다.
“오빠.. 어떡해..?”
막상 소름끼치는 소리 때문에 지은이가 잠에서 깨버린 듯 했다. 깨자마자 잠이 떨쳐졌는 지 두려움으로 몸서리를 치는 그녀였다.
“괜찮아,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
지은이의 머리를 따스한 손길로 쓰다듬어주며 그녀를 안심시키자, 그녀로부터 전해지는 떨림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지은이는 침대에 앉아 이불을 덮은 채로 날 뒤에서 보고 있었고, 나는 문틈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온 범인을 보고 있었다.
‘또각-. 또각-. 또각-.’
익숙하게 들은 하이힐의 굽소리와 함께 검은 모자를 쓰고, 하얀 마스크를 쓴 채로 긴 머리를 늘여뜨린 그녀의 모습.
그녀의 소매에서는, 역시나 내가 떼어낸 단추의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혈흔이 아직 굳지 않았는 지 새빨갛게 묻어있는 식칼과 방금 죽은 듯 보이는 검은 고양이의 사체.
그녀는 두리번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고, 아마도 그 타겟은 우리였을 것이다.
그리고는 지은이가 있는 방문을 섬뜩하게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움찔한 나였다.
‘또각-. 또각-.’
인기척을 느꼈는 지, 하이힐 굽소리가 점차 지은이의 방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손에 들고 있는 둔기를 더 억세게 쥐었다.
하이힐 굽소리는 점점 우리 쪽으로 가까워졌다가 갑자기 그 소리가 사그라들었다.
난 그 이유가 궁금해 문틈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았을 때, 그 때 다시 기분 나쁜 굽소리가 거실에 울려퍼졌다.
‘미친..’
문 틈을 통해 보는 바깥의 상황은 욕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분노를 느낄만한 상황이였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그녀는 피 묻은 식칼을 죽은 고양이의 목에 깊숙히 찔러넣어 목을 관통시키고는,관통시켰던 식칼을 빼어냄으로써 묻은 피들을 거실 바닥으로 흩뿌렸다.
섬뜩하게도 칼로 인해 떼어내진 고양이의 살점들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소스라도 되는 마냥 검붉은 핏방울들도 바닥에 떨어지며 붉은 파편을 튀겼다.
이대로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문고리를 움켜쥐고는 방문을 열고는 나갈 때 문을 잠글 수 있도록 미리 잠궈놓고는 문을 세게 닫았다.
“이 미친새끼야!”
나는 소리를 지르며 미친 행동을 벌이고 있는 범인을 향해 달려가며 둔기를 들고 있는 팔을 비틀었다.
‘퍼걱-.’
‘쓰윽-.’
“맞았다!”
내려친 둔기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범인의 등에 작렬했고, 살짝 기뻐지는 순간 무언가 내 배를 스치며 지나갔고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복부에서 느껴졌다.
깊게 그어지지 않았지만, 피가 조금씩 조금씩 흘러내리며 내 손바닥을, 내 티셔츠를 붉게 물들였다.
내가 고통에 잠시 주춤하고 있을 때, 저번과 마찬가지로 집 밖으로 도주를 하는 그녀.
이제는 놓칠 수 없다, 반드시 잡아야만 했다. 그 일념으로 잠시 고통을 잊으려고 노력하며 밖으로 뛰어갔다.
“지은아, 절대로 나오지 말고 문 잠구고 있어!”
지은이에게 그렇게 말해준 뒤, 저번과 똑같은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나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며 범인을 잡기 위해 매섭게 달렸다.
“하아.. 젠장..”
하지만 마음이 그러하나 정작 몸이 내 말을 듣지를 않았다. 칼날이 내 배를 스치며 낸 상처의 고통이 점점 심해져서 앞까지도 흐릿해지는 상황이였다.
범인은 점점 빨라지는 데, 나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
거기다가 언론에 노출되기를 꺼려하는 사장 때문에 경찰도 부르지 못하는 상태, 여러모로 큰 일인데도 지금 이 순간에 조력자가 없는 게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씨발.. 그깟 고통이 뭐라고 또 놓쳐야 되는거냐고!!”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 크게 소리치며, 점점 거리가 멀어져가는 범인을 고통이 섞인 신음을 흘린 채로 이러지도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투다다닥-. 투다다닥-.’
그 때였다. 오늘도 놓치겠거니 생각하며 부정하는 순간,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실루엣이 내 양 옆을 지나갔다.
그리고 점점 범인을 향해 다가오는 두 실루엣, 뒷모습이 꽤나 익숙했다.
이유가 뭔 지는 모르겠지만 저 두 명한테 잡힐 것 같은 범인의 모습에 약간의 희망을 가진 채,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그 곳을 향해 달려갔다.
‘퍼억-.’
두 실루엣을 가진 두 사람들은 아마도 태권도를 했나보다. 라고 순간 생각했다.
힘 없이 쓰러지는 범인의 모습에 살짝 어이없어하면서도 저렇게 쉽게 쓰러지는 이유가 이해가 갈 것 같았다.
나랑 추격전 같지도 않은 추격전을 하고나서, 저렇게 지친 상태로 당하는 것이니 말이다.
잡힌 범인을 향해 가까이 가보니, 방금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갔던 두 실루엣들이 범인을 잡은 채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잡혀서..”
비록 내가 잡지는 못했지만, 어찌됬든 지은이를 여태껏 괴롭혔던 범인을 이제서야 잡았기에 희열을 느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빡!’
“뭐,뭐야!?”
누군가 내 뒷통수를 후린건지, 내 뒷목에서 따가운 고통이 잠깐의 찰나도 없이 바로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누가 그런건지 찾아보았지만 도저히 알 턱이 없었다.
‘퍼억-.’
“으어억..”
젠장, 범인을 다 잡았는 데 이렇게 쓰러지고 마는 것인가.
힘이 없는 신음을 내뱉으며, 쓰라린 고통이 느껴지는 발목을 움켜쥐려고 하며 고개를 내리는 순간 소연누나가 보였다.
“소.. 소연누나?”
“이 밥팅아, 위험하게 칼에 긁히고!”
소연누나는 내가 칼에 긁힌 상처를 언제 본 건 지, 걱정된 듯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가에서 너무나도 맑아 나의 모습이 비칠 듯한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소연누나가 도대체 왜 여기 있는 지 알 턱이 없지만, 설마하며 범인을 잡은 두 실루엣을 쳐다보는 순간, 헛기침이 나올 뻔 했다.
“뭐,뭐야!?”
자세가 태권도를 쓰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지연이와 은정누나가 범인을 잡고 있었다.
내가 못 잡았던 범인을 저렇게 한 번에 잡다니, 왠지 내가 작아지면서도 진작에 두 소녀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볼걸. 이라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다.
“아, 나중에 설명해주고 일단 범인부터 보시지!?”
지연이의 징징거리는 말투는 여전했다. 범인을 꽤나 세게 잡고 있는 채로 징징거리는 것을 보자니 뭔가 아이러닉했다.
“저기, 민식아? 모자하고 마스크 벗긴다?”
은정누나는 지연이와 달리 차분히 말하며 모자와 마스크를 벗기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은정누나는 모자와 마스크를 재빠르게 벗겨냈다.
‘!?’
나는 정체가 드러난 범인의 모습을 멀뚱멀뚱하게 쳐다보며, 두 눈을 부벼보기도했다.
소연누나와 은정누나는 나를 향해 ‘뭐야, 아는 사람이야?’라는 눈빛을 보내며 나를 쳐다보았고, 지연이는 마찬가지로 범인의 모습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매니저 누나!?”
“매니저 언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 지 도저히 모르겠다. 분명히 용화의 말로는 매니저누나는 자신의 옆에서 신명나게 떠들고 있었다고 했는데,
지금 내 눈 앞에서 몸부림을 치는 저 사람도 매니저 누나가 아니던가. 뭔가 앞 뒤가 안 맞는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지며 지끈거려왔다.
“놔, 놓으라고!”
꽤나 높은 하이톤의 목소리가 내 귀를 따갑게 찔러댔다. 드디어 몇 주만에 처음 들어보는 범인의 목소리던가.
그러나 매니저누나라고 하기엔 약간 목소리의 맵시가 달랐다.
“씨발, 이게 무슨 일이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여기 있어야 하지 말아야 할 매니저누나가 왜 여기 있냐고.
씨발, 왜 강서연(매니저 이름)이 여기 있냐고!
“이씨, 이 손 치워!”
잡혀있는 매니저누나는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고 애를 썼지만, 티아라의 힘 꽤나 쓰는 두 명이 저렇게 죄고 있는데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 리가 없다.
“가만히 계시죠, 언니?”
더욱이 마찬가지로 지은이를 아끼는 지연이의 몸에서 스르륵 나오는 검은 오오라도 한 몫 했지만.
“어떻게 지은이한테 그러실 수 있어요!?”
“꺄아아악!”
은정누나가 손을 떼어내도, 여전히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지연이가 꽤나 힘을 쓰며 매니저누나를 억누르는 중이었다.
왠지 어깨를 분질러 버릴 것 같은 기세에 살짝 범인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꺄아아앗!! 아냐, 아니라고!”
“뭐가 아니란거예요!”
“난 너네들 몰라! 꺄아아악!”
도대체 말이 되는 상황인가, 누가 봐도 매니저누나인데 우리를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범인의 표정은 진짜로 우리를 모르는 사람으로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제 와서 무슨 거짓말이야, 누가 봐도 매니저누나잖아!”
“아니라고!”
지연이가 소리치며 그녀에게 대꾸를 했지만, 그녀는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며 몸부림쳤다.
도대체 상황이 정리가 안되었다. 용화한테 상황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더니, 용화가 하는 말은
매니저누나는 자신과 함께 있다고 했고, 정작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매니저누나였고.
그리고 범인은 자신이 매니저가 아니라고 자꾸 부정해대고, 아무래도 용화도 수상해졌다.
“어, 민식아?”
전화를 걸자, 바로 전화를 받는 용화. 그의 목소리는 별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 목소리에 분노를 느끼는 건 내 자신이었다.
“이 씹새끼야, 너.. 설마.. 범인이랑 한 패냐?”
“야, 뭐야.. 갑자기 왜 그래?”
나는 의심을 가진 채로 용화에게 통화를 하자, 용화는 당황한 듯한 말투로 통화를 이어나갔다.
“뭐, 매니저누나가 거기 있어? 야, 정용화. 그러면 내 앞에 있는 이 년은 뭐냐고!”
“..뭐..? 뭐라고..? 야!”
용화는 여전히 당황한 말투로 통화를 이어나갔다.
“왜, 뭐라고 할 말이 있냐?”
“야, 매니저 누나가 거기 있다고? 뭔 개소리야, 매니저누나는 여기 있어!”
“뭐?”
용화의 확신에 찬 말투에 또다시 머리가 혼잡해졌다. 그럼 이 앞에 있는 범인의 정체는 매니저누나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윽고 통화가 끊어졌고, 나는 용화가 거짓말을 친다고 생각하고 그를 잡으러 가려는 순간, 또 다시 진동이 손바닥에서 느껴졌다.
아마도, 무언가 보여주려는 듯 영상통화로 전화를 건 그였다.
‘딸깍-.’
“야, 봐봐. 여기 있잖아!”
“헐..”
영상통화에서 나오는 영상은 해명을 하는 듯한 용화의 모습과 함께 그 옆에서 뻗어서 자고 있는 매니저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씨발, 그럼 범인은 매니저누나가 아니라면.. 저 여자의 정체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