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예순 다섯 번째 과외 - 잔혹동화 네 번째 페이지.
“...”
의미심장한 추측을 하며, 매니저 누나가 말해주던 것처럼 또 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 일어나지 않을까.
라는 불안감에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는 검은 커튼이 햇빛에 의해 걷힐 때 까지 밤을 꼬박 새보았지만, 별 다른 일이 없었다.
“다행이다.”
밤 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해가 뜨는 일출의 광경을 보자 유일하게 뱉은 나의 한 마디다.
오늘 밤만큼은 지은이가 편하게 잘 수 있었던 것에 대한 느낌이랄까.
매니저누나가 말한 스케쥴까지는 아직 약간의 시간이 남았으므로, 잠깐의 잠을 자볼까. 라고 생각하며 눈꺼풀을 잠시 닫았다.
“오빠.. 어딨어.. 흑흑..”
눈을 부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의 귓가를 파고드는 나를 찾는 소리에 무거운 눈꺼풀을 떼었다.
그러자 바로 앞에서 보이진 않았지만, 어디선가에서 지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누가 같이 없으면 안될정도로 정신상태가 많이 약해진 지은이였다.
지은이의 흐느낌에 무거운 다리를 박차고 지은이가 있는 곳으로 재빨리 걸어갔다.
“지은아!”
지은이의 방에 들어가서 지은이의 이름을 외치자, 지은이는 여전히 계속 눈물을 흘리며 내게 뛰어와 안겼다.
“흑흑.. 나 버리지마.. 오빠.. 무서워.. 흐윽..”
“아냐, 안 버려. 내가 네 곁에 있잖아.”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다는 듯, 계속해서 어깨를 들썩거리며 애절하게 울어대는 그녀였다.
아아, 심각하다. 이 정도의 상태라면 방송활동이 제대로 원활히 이뤄질 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활동을 계속 지속하나 모르겠다.
이것이 진정 연예계의 쓸쓸한 뒷모습인것인가. 라고 생각한 나는 왠지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매니저누나가 지은이를 데리고 내려오라고 문자를 보내는 바람에 지은이의 옷을 챙겨 입혀주었다.
딱히 지은이의 옷을 갈아입히는 데 눈에 거슬리는 것은 없었다. 어차피 볼 꺼 안 볼 꺼까지 다 본 사이 아니던가.
옷도 다 갈아입혔으니, 간단한 요기를 위해서라도, 약해진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혹시 몰라서 가져왔던 아주머니가 챙겨주셨던 고기를 지은이가 보는 앞에서 꺼냈다.
“우웁..!”
지은이는 내가 들고있는 고기를 보자마자 바로 화장실로 달려나가선 토를 수 없이 해대었다.
처음엔 왜 그럴까. 라고 고민해보았는데, 매니저누나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하자니,
재어놓은 고기는 고양이 시체와, 고기에서 나오는 선혈은 고양이 시체에서 묻어나온 검붉은 피와 매치가 되었다.
젠장, 아무래도 내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지은아.. 미안..”
“아냐, 오빠..”
얼른 화장실로 달려나가 지은이의 메스꺼워진 등을 토닥거려주며 진정시키고 미안하다는 말을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힘이 없는듯한 소리로 내 사과를 받아주었다.
기운이 방송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버린 지은이를 겨우 부축하고 현관문 밖으로 나오는 찰나였다.
“...!”
처음엔 지은이보다 먼저 나가면서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저것이 무엇일까. 라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해보니, 저것이 무엇일 지 떠오르게 되자 현관 밖으로 나오려는 지은이를 감싸안고는 저 물체를 못보게 막았다.
“오,오빠.. 왜 그래?”
“보지마, 절대 보지마!”
지은이를 감싸안으면서까지 지은이가 못 보게 막아서려고 했던 물체의 정체.
그것은 바로 붉은 피에 풍성한 하얀 털이 보기좋게 빨갛게 적셔진 말티즈의 사체였다.
그리고 말티즈의 사체의 옆에 무언가 피로 쓴 듯한 혈서와 비슷한 류의 종이가 보였다.
「 니가 나에게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
전화를 통해서 들었던 이야기를 직접 맞닥뜨리게 되니, 지은이가 느꼈던 기분이 어떠할 지 대충 감이 왔다.
나조차도 섬뜩해서 놀랄 지경인데, 아직 한 없이 여린 마음을 갖고있는 지은이는 그 수 십배로 정신적으로 충격이 가해질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존재를 그 범인이 아는 것을 말해주는 듯한 추신 또한 빨간 볼펜으로 쓰여져 있었다.
‘너.. 그 거지같은 년과 연관 안 되는 게 좋을걸? 너가 먼저 죽을 수도 있으니깐 말이야’
역시나 내 추측대로 범인은 주위를 서성거리며 지은이의 현재 상황을 알아내고 있다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제는 타겟이 나까지 향해 있는 걸로 봐선, 확실히 내 정체도 아는 듯 했고.
섬뜩한 느낌에 지은이를 감싸안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려보았지만, 한적한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사람이 없다. 그런 분위기만 유유히 풍길 뿐이었다.
“지은아, 이 상태로는 스케쥴 진짜 무리야.”
일단은 지은이를 밴 앞에까지 바래다 준 뒤, 마지막으로라도 지은이를 설득시켜보았다.
아무리 수 번, 수 십번, 수 백번, 수 천번을 생각해본다고 한 들, 지은이의 온전치 못한 몸 상태에서 스케쥴 감행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괜찮아, 오빠.. 내 일이야..”
지은이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바보같이 억지로 웃으면서 밴 안으로 몸을 실었다.
“아, 아무래도 불안해서 안 되겠다. 누나, 지은이 따라다니면서 보호할게요.”
“괜찮아, 오빠. 내가 도와달라고 전화할 때에.. 그 때 달려와주면 돼.”
지금 24시간을 지켜줘도 불안한 얘가, 나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는 이유만으로 이런 일을 감행하고 있다니.
아무것도 못해주고 있는 나 자신이 점점 한심스러웠다.
“아니, 안 괜찮아.. 지금 정상이 아니잖아..”
“민식아..”
“아니, 누나는 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미안함이 화로 번져 그 불똥이 매니저누나에게 튀었다.
하, 이러면 안 되는데.
“어쩔 수 없어.. 미안해..”
매니저누나의 마지막 말을 마치고, 밴은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나와는 반대 쪽으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씨발..”
지은이를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고, 미안했다.
그런데 약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도대체 왜 사장이 이 일에 대해서 쉬쉬하냐. 이거다.
소속가수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다는 대책이 고작 이 일을 암묵적으로 무시하는 거 라니.
일단 친한 소울메이트인 수만옹에게 전화해서 자세한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같은 직종을 가지며 일하는 수만옹은 그런 일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수만옹에게 지은이한테 생겼던 일을 모조리 전화로 털어놓고, 사장에 대해 말해주니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수만옹이었다.
“네?”
“그 사람, 얘들 잘 챙기기로 아주 유명한 사장이야.”
“근데 왜 저 일을..”
수만옹의 말대로 저 사장이 소속가수를 잘 챙겨주기로 유명한 사장이라면 왜 지은이에 대해서는 쉬쉬하고 넘어가는 건가.
점점 그 사장에 대해 알면 알 수록, 머릿 속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글쎄다.. 일단 알아봐줄게.”
“네, 부탁해요. 형..”
복잡해진 머리를 싸매면서 수만옹과의 통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그래, 동생 부탁인데 들어줘야지. 그리고 정 불안하면 경호라도 붙여줄까?”
지은이에게 경호를 붙인다면, 차라리 나 혼자 있는 것보단 몇 배는 더 안심되긴 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지은이를 이렇게 만든
범인을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 될 것 같았다.
“아니요,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뭔가 이상하거든요.”
“음?”
“범인이 지은이에 대해서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선 안 되겠지만 아무래도 매니저 누나에 대한 의혹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는 나였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지은이의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하는 범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게 무슨..”
수만옹도 이해가 아직 안 된듯한 목소리로 운을 떼며 말했다.
“왠지.. 아, 아니에요. 일단 제가 부탁한 것만 좀 알아봐주세요, 형.”
“그래, 알았어.”
‘뚝-.’
뚝 끊긴 핸드폰을 보고는 크게 한 숨을 한 번 내쉬면서 뱉어냈다.
닭살이 돋을 정도로 너무 추운 겨울날이다. 더군다나 일이 잘 안 풀리는 바람에 짜증이 배로 증가하는 것 같았다.
쓸데없이 피지도 않는 담배 생각이 나는 건 왜 일까 모르겠다. 어쨌든 풀리지않는 의문을 떠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걸어갔다.
“어디 갔다 왔어?”
“...아니야..”
요즘따라 우리 집에 자주 놀러오는 카라 멤버들도 하룻동안 내가 어디 갔다왔는 지 꽤나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물론 하라나 니콜이 더더욱 그랬지만, 지금은 그런 물음에 대해 대답해 줄 기분이 아니었다.
카라 애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별 대꾸를 하지않고 내가 살고있는 윗층으로 올라갔다.
‘범인은 도대체 누굴까, 나의 존재도 알고, 지은이도 아는 범인이 도대체 누구냐고.’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또다시 새벽이 되어서 그런걸까, 원하던 잠은 오지않고 계속해서 뒤척거릴 뿐이었다.
‘지이이잉-.’
뜬금없이 울리는 핸드폰, 핸드폰을 울리게 한 사람의 정체는 바로 소연누나였다.
소연누나라면 이 문제를 같이 공유하면서 고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 누나..”
“어라?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밝은 소연누나의 목소리와 달리 피곤함에 어느정도 쩔어있는 나는 목소리가 어느정도 쳐져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아..”
“왜 그래?”
순간 한 숨을 내쉬면서 말할까. 하다가 아차할 뻔 했다.
아직까진 지은이와의 관계를 아는 티아라 멤버는 고작 지연이 밖에 모르지 않는가.
“아, 아냐. 그냥 졸려서..”
“뭐야, 맥 빠지게.”
“하하.. 왜 전화했어?”
“아니.. 그냥.. 헤헷..”
서로 딱히 전화를 한 이유가 없다니, 뭐 일상적인 통화라면 이런 일이 있기는 다 반사다.
“힛, 민식아..”
“응?”
“무슨 말 못 할 사정인지는 모르겠는데, 힘들 때는 기대도 되는거야. 너한테는 이 든든한 누님이 있잖니, 정 못 참겠을 때 말해. 누나가 도와줄테니까.”
“...응.”
감동이었다, 역시 나이는 헛으로 먹는 게 아니라더니.
그 동안 살았던 세월만큼이나,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소연누나였다. 우울했던 기분이 약간이나마 풀어지는 것 같았다.
“아차차! 그리고 전화한 이유!”
“어?”
“따랑해-.”
‘뚝-. 뚜우-. 뚜우-.’
“풉.”
어지러운 이 상황에서도 설탕같은 달콤한 존재감을 떨쳐보이는 소연누나였다.
그런데 지은이는 매니저누나랑 같이 있기라도 한건가.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를 한다면서 전혀 하지않는 그녀였다.
불안한 마음에 먼저 지은이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몇 초동안의 통화연결음이 들리고 난 뒤 건너편에서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오빠..”
많이 축 쳐져있는 목소리, 힘들어하는 게 분명했다.
“어, 그래. 왜 전화 안 해, 괜찮은거야?”
“아, 아니..”
안 괜찮다면서 도대체 왜 전화를 하지 않은거냐, 이지은. 힘들면 힘들다고 나한테 모두 말하라고 했잖아.
“그럼 전화하지!”
“...사장님이.. 남자 부르지 말라고..”
“뭐?”
“매니저 누나는..?”
“언니는 다시 사장님한테 사정 이야기하러 갔어.”
“꼼짝말고 있어, 얼른 갈게.”
“응.. 흑..”
지은이의 흐느끼는 목소리를 끝으로, 나는 통화를 끊고 다시 지은이의 숙소를 향해 달려갔다.
지은이의 숙소에 도착했을 때에는, 지은이는 이미 겁먹은 강아지마냥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난 그런 지은이를 토닥거려주며 안심시켜주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와 똑같이 겨우겨우 재우고는 거실에 나와서 물을 마시려고 주방을 향해 걷고 있었다.
‘딩동-. 딩동-.’
그 때였다. 한적한 새벽에 전혀 어울리지않는 초인종소리가 내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지은이를 괴롭히는 그 범인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