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1화 (172/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예순 네 번째 과외하기 - 잔혹동화 세 번째 페이지.

“뚜우-. 뚜우-.... 여보세요?”

“저 민식인데요.”

“어, 민식아?”

잠깐의 통화연결음 끝에 지은이의 매니저누나가 전화를 받았다.

도대체 소속가수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매니저가 왜 숙소에는 없고, 바깥에 있단 말인가.

“누나 저 지금 지은이 숙소인데요..”

“아, 진짜? 안 그래도 불안했었는데, 다행이다. 정말..”

매니저누나는 지금 내가 지은이의 숙소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다행이라는 듯, 안심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지은이 왜 저러는 거예요?”

“...에휴..”

나는 지은이한테 물어봐도 지은이가 끝내 대답해주지 않아 속으로만 묵힐 수 밖에 없었던 질문을 매니저누나에게 말했다.

매니저누나라면 지은이가 왜 저러는 지 대답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왜 저런 일이 생기는 지 더 자세히 알면 더욱 더 그녀를 잘 도와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매니저누나는 나의 질문에 대답 대신 일단 한 숨을 크게 내뱉어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일이기에 한숨을 쉴 만큼 고민해야하는 것이었을까.

“일단 며칠 전 부터 지은이가 이상해진 거 너도 느꼈지?”

한참동안 말이 없던 매니저누나는 수 초간의 고민끝에 나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는 지, 조근조근히 말하고 있었다.

나도 매니저누나가 하는 말에 조용히 반응을 하며 들었다.

“네, 뭐.. 방송태도라던지.”

얼마 전에 크게 떴던 뉴스의 헤드라인 하나가 머릿 속을 잠시동안 스치고 지나갔었다.

‘○ 삼촌들의 로망, 아이유 이제 대세라고 막 나가나’라는 헤드라인을 가진 기사는 댓글이 4~500개가 넘게 쓰여질 정도로

넷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지은이에 대한 이미지가 약간 안 좋게 변하긴 했었다.

물론 나는 그 인터넷기사를 전혀 믿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이리도 지은이가 약해질 줄은 몰랐다.

“그게 안티팬들 중에서도 악성인 안티 하나 때문이야.”

"네?”

지은이가 어떤 커다란 일에 사기나 휘말린 것도 아니고, 고작 안티팬 한 명으로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나로서는 전혀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알던 지은이는 악성안티가 있든 없든 전혀 상관않고 그저 웃으며 ‘으쌰으쌰!’하던 아이였는데,

안티팬 한 명의 행동으로 저렇게 사람을 초췌하게 만들 수 있다니.

“지은이가 그걸로 저런다구요?”

나는 매니저누나가 하는 말이 믿기지않아 몇 번이나 언성이 살짝 높아진 채로 되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악성팬 안티’때문이라는 게 매니저누나가 하는 똑같은 대답이었다.

“하아.. 그게 좀 사이코 같은 애 때문에..”

“네?”

역시나 단순히 악성안티 때문에 지은이가 이럴 것이라 생각은 하지 않았었는데, 사이코 기질이 있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단순한 악성안티였다면 그저 활동범위가 인터넷에서 그칠 게 분명한데, 싸이코기질이 있으면 무언가 하나에 전문가처럼 심각하게 파고드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지은이가 저러는 것을 봐서는 분명히 그 안티팬이 지은이네 집 앞에서 무언가 이상한 행동을 보였을 것이라 추측했다.

“몇 일 전 내가 회사 일 때문에 지은이가 혼자 숙소에 있을 때 였어.”

왠지 매니저누나가 그 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해줄 것 같아, 통화시간이 길어질 것 같은 예감에 베란다로 나와 매니저누나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

‘딩동-. 딩동-.’

“누구세요오오-.”

그 때의 지은이는 거실에서 울려퍼지는 초인종 소리를 낸 사람이 나인줄 알고 현관문으로 걸어갔대.

하지만 지은이는 아는 사람 외에는 문을 쉽게 열어주면 안된다. 라는 말을 자주 나한테 들어서 우선 인터폰을 확인했지.

‘...’

초인종을 누르면서 서서히 뜨는 인터폰 화면에는 아무도 없고 그저 계단이 보이는 통로와 한적한 복도만 보였다네.

그래서 지은이는 들은대로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고, 그저 거실에 가만히 앉아서 멀리서, 아주 멀리서 현관문을 쳐다보았다고 했지.

바로 그 때 였어.

‘끼이이익-. 끼이이익-.’

“꺄아아악!!”

누가 들어도 듣기 싫을 듯한, 현관문을 쇠로 이루어진 물건으로 소름끼치게 몇 분동안 계속 긁었대.

지은이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슬슬 겁을 먹기 시작했지. 물론 그 소리가 끔찍하니까 귀를 막은 채로 말이야.

그래도 그 소리는 지은이의 귓가에 파고들어와 지은이를 괴롭혔어,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니야.

‘투욱-. 쑤욱! 툭!’

신문을 넣을 때 쓰는 구멍 알지? 그 구멍에서 살아생전 볼 수 없는 괴이한 물체가 들어왔다, 나갔다 거렸다네.

겁을 먹은 지은이는 얼굴을 가린 채로 그 문을 지켜보았대.

그 문구멍 사이로, 아니나 다를까 피가 흥건히 묻은 손이 들락날락거렸다고하네.

무언가를 잡을려고 손을 휘젓는 듯한 행동을 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몇 분 후에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지은이는 이런 일이 무섭고 그러니까, 나한테 모든 사실을 바로 말했지.

지은이가 그런 일이 있다고 말해서, 나도 최대한 회사 일이 아니면 지은이 곁에서 있어주곤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 지, 꼭 내가 없고 지은이 혼자 있을 때만 그 남자, 아니 그 여자가 찾아와서 지은이를 괴롭힌다는거야.

그런 일이 있은 직후, 지은이에게 황급히 뛰어갔을 때는 현관문은 벌써 칼자국으로 꽤나 많이 그어져서 고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지경에 이르렀지.

그리고 지은이도 점차 그런 일이 반복되니까 몸이나 마음이나 둘 다 힘들어지고 있었지.

...

“그러다가 저번에 크게 일이 하나 터졌어.”

그렇다, 어떤 일이 제대로 터지니까 지은이가 저리 초췌해진 모습을 하고 누군가를 자꾸 찾지 않는가.

어쨌든 지은이를 괴롭히는 범인이 하는 범행방식은 대충 파악이 되었고, 지은이가 저렇게 된 결정적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슨 일이요..”

“고양이 시체가 택배로 배송되었다고하네.”

“...”

생각만 해도, 너무 공포스럽고 잔인한 행동이 아닌가.

궁금한 마음으로 정체모를 택배를 열어봤을 그녀인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그 안에는 썩은 악취가 진동을 하는 피가 범벅이 된 검은 고양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로서도 살짝 무서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현관문을 통해 들락날락 거리던 피 묻은 그 손이 지은이의 발목을 콰악 움켜쥐곤 놔주지 않았대.”

직접 경험하지 않고, 그냥 듣기만 해도 아직 성숙하지 않은 여린 마음의 소녀라면 충분히 혐오감을 느끼고 겁을 먹을 수 있을 만한 내용이었다.

그런 일들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니, 지은이에 대한 보호본능이 점차 샘솟으면서와 동시에 속에서 무언가 뜨거움이 일고 있었다.

“아니, 그러면 지은이가 소속사에다 말했을텐데.”

“...말했지.”

음, 지은이가 소속사에게 말해도 관리가 요 정도 밖에 안 된다는거라는 소리야?

이러면 안 되지만, 점점 열이 받기 시작했다.

“왜, 근데 소속사에서..”

“내가 지은이 말을 듣고는 한 번 말해보았지. 근데 사장님이 사건이 커지면 안 된다고, 그냥 모른 척 하자고 하시는거야.”

“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사장이 단지 수습 해야하는 것을 걱정하느라고 소속가수가 저리도 괴로워하는 데,

언론이 두려워 모른 척을 하자고 하다니, 진정으로 소속 가수를 관리하는 소속사 사장으로써의 책임감이 의심되었다.

“이런 일은 연예계에서 있다보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니깐 참아내야한다면서.”

그저 어이가 없어서 황당한 웃음만 나왔다. 나중에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소속가수를 관리하는 본연의 의무를 잊어버린 듯한

사장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주고 싶었지만, 겨우겨우 마음을 추스리며 매니저누나가 하는 말을 계속 들었다.

“아니, 왜..?”

“모르겠어, 나도 몇 번이나 말했는데 들은 체도 안하시고, 지은이가 나서서 말해봐도 ‘뭔 소리 하는거야.’라고 타박만 하시고 지나가셔.”

미칠 노릇이다. 순간 사장이 범인이 고용한 사람은 아닐까 생각해보았지만,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딸이라고도 할 수 있을만큼,

커다란 이익을 창출하는 지은이를 바보가 아닌 이상 사장이 그런 일을 벌일 만한 놈은 아닐 것 같았다.

어쨌든 사장을 비롯한 소속사의 무관심 때문에 지은이는 점점 미쳐가는 채로 그 안티팬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었다.

“아니, 왜 누나는 집을 비워?”

뜬금없지만, 매니저누나도 약간이나마 수상했다. 매니저누나가 없고, 지은이만 혼자 있다고 할 때마다 그러한 일이 생기지않는가.

그래서 이번에는 화살을 매니저누나를 향해 돌려서 말을 하며 떠보는 나였다.

“야, 나라고 좋아서 비우는 줄 알아? 맨날 밤새가며 회사 일에 치이면서 일하는데?”

갑자기 화살을 매니저누나쪽으로 돌리자, 매니저누나가 약간 짜증이 섞인 듯한 말로 내게 말했다.

짜증이 섞인듯한 그 말투 때문에 화를 잠깐 추스렸던 나는 화가 점점 올라왔다.

“아니, 그래도 지은이가 위험해지잖아요!”

“나도 아는 데 그걸 못 막잖아! 현실이 이런데 나보고 어쩌라고! 나도 지은이 곁에 계속 있어줘야 하는 데, 일은 많고! 소속사에서는 그냥 넘어가자고 하고! 나도 머리 빠개질 만큼 빠개졌다고!”

매니저누나도 참아왔던 화가 있었는 지, 내가 조금만 언성을 높였을 뿐인데 더 높여진 언성으로 대꾸를 하는 매니저누나였다.

그 순간 매니저누나의 말투에서 엄청난 양의 고충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용의선상에서 매니저누나의 가능성을 낮추기로 했다.

그리고 언성이 높아져, 자칫하면 지은이가 깨버릴 수도 있었기때문에 감정을 추스릴 필요가 있었다.

“하아.. 알았어요, 누나 우리 일단 서로 진정하고, 나중에 통화해요.”

“하아.. 그래, 민식아 내가 목소리를 높여서 미안하다.. 그리고 니가 오늘은 좀 지켜줘라, 오늘도 일이 많아서 못 들어갈 것 같으니까.”

“네..”

서로 언성을 높인 것에 대해 화해를 하고 오늘은 일단 지은이네 집에서 머무른 채로 무슨 일이 생기는 지 지켜보기로 했다.

어차피 아르바이트라고 치부할 수 있는 니콜이네 어머니집에 가서 일하는 것도 원하는 때에 가면 되고,

학업 문제도 방학이니 패스할 수 있고 말이다.

어쨌든 매니저누나와의 전화를 끊고 베란다에서 다시 거실로 나와 매니저누나로부터 들은 일을 머릿 속에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간략히 정리하고 난 뒤에 지은이의 침실에 가서 지은이가 잘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거실로 와서는 소파에 앉아 머리를 손으로 싸매며 고민을 했다.

도대체 왜, 왜 지은이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라는 주제의식이 내 머릿 속을 뒤덮었다.

그리고 소속사 측은 당연한 처사를 거부하는 것이고, 지은이를 괴롭히는 그 범인은 왜 지은이를 괴롭히는 것일까.

그리고 매니저 누나가 없고 지은이가 혼자 있는 것으로 봐선 무언가 한 가지 추측이 하나들었다.

‘그 범인은 지은이네 숙소 주위에서 서성거리며 내부 상황을 지켜보고 확실히 알고있다.’라는 것을.

이렇게 된다면 범인의 범행방식은 꽤나 계획적이고 지능적인 범행이 되기 때문에, 충동적인 범행을 벌인 범인과는 다르게 또 잡기는 까다로워질 것이다.

그걸 생각하고 지은이에게 정신적 피로감과 붕괴감을 주는 범인을 잡는 일은 꽤나 골치 아픈 일이 되어 내 머리를 찌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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