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9화 (170/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예순 두 번째 과외 - 잔혹동화 첫 번째 페이지.

- 아이유 시점

‘딩동-. 딩동-.’

누군가에게는 오랜 기다림 끝에 들려오는 반가운 소리. 

다른 누군가에게는 짧거나 길었을 여정 끝에 안락한 마음으로 누르며 쉬는 소리.

일상을 보내면서 참 많이 듣는 익숙한 초인종소리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저 초인종 소리는 몇 일 전부터 내 심장을 무자비하게 찌르는 잔인한 칼날이 된 채로 나를 뒤덮은 채로 괴롭히고 있다.

“흐윽.. 흑.. 흐흑..”

아무리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채 흐느껴봐도, 아무도 내 슬픔을 알아주지 않아.

최근 안도할 틈새도 없이 나를 괴롭히는 저 듣기 싫은 소리 때문에 약해진 다리를 일으키고는, 현관문에 다다르기 전에 천천히 인터폰에 드러나는 화면을 통해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그 화면을 들여다본다.

‘...’

아무도 없다. 그저 공허하게 소리없이 차갑게 식은 공기의 흐름이 어두운 복도를 스치고 지나갈 뿐이었다.

아무도 없다. 그래서 괜스레 마음이 공포심에 붙잡혀 어쩔 줄을 모르고 걷잡을 수 없이 뛰기만 하고 있다.

아무도 없다. 무섭다. 누가 날 제발 지켜주기를, 보호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끼이이이익-.’

“꺄아아아악!”

마찬가지로 몇 일전 부터 초인종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잠시의 텀을 주고 들려오는 듣기 싫어지는 문이 쇠붙이에 긁히는 소리.

소름이 끼쳤다, 그 소리가 아주 날카로운 촉을 가진 쇠창이 되어 나의 귀를 수없이 찌르고 또 찔러댔다.

불쾌하고도 귀를 찢어버릴 듯한 쇳소리에 섞이는 안절부절 못하는 나의 비명소리가 조용하게 긴장감을 높이고 있었다.

도저히 듣기 싫은 불협화음이지만, 지금의 나는 원래의 내가 아닌 고통에 젖어서는 허우적거리는 죽어가는 나다.

그리고 쇠붙이를 현관문에 긁는 소리만큼이나 보기도, 듣기도 싫은 틈새 사이에 불시로 들쑥날쑥한 어두운 공간 속의 손이 나를 미치게 하는 공포심을 심화시키고 있었다.

손이거나, 손이 아닐지도 모르는 정체모를 모습의 실루엣이지만 둥그런 타원형의 틈새 사이로 들쑥날쑥한 자체의 모습에 상관없이 나에겐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것이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든, 아니든간에 나는 그것에 다가가기도 싫고, 인정하는 자체도 싫었다.

조그맣게 겨우 용기를 내서 다가기라도 한다면 그 둥그런 틈새 사이로 무언가의 감정이 어려있는 듯한 두려움의 두 눈동자가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시커먼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조그맣게 겨우 용기를 내서 다가기라도 한다면 그 둥그런 틈새 사이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와서는 가느란 나의 다리를 붙잡고는 내가 공포감에 흠뻑 젖어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고 발악을 할 때 까지 계속 놔주지 않았다.

벌써 몇 일째 여자로 추정되는 악랄한 그녀는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나를 미쳐버리게 할 만큼 무자비하게 괴롭혀왔다.

내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얼마나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기에 나를 이토록 죽고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괴롭혀오는 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그저 몇 일째, 아무 대처도 못하고 혼자서 조용히 방 안에 들어가 검게 덮쳐오는 두려움에 굴복해선 흐느끼며 울 뿐이었다.

눈 속으로 깊게 파고드는 공포스러운 실루엣, 귓 속을 갈기갈기 흔적도 없이 찢어버릴 불협화음의 부조화에 나의 몸 속에 흐르는 피들은 검고 떨려오는 기운에 덮쳐져,

점점 검붉게, 점점 희미하게, 점점 빠르게 바짝 말라져서는 풍성하고 생기있었던 나의 모습은 죽음을 앞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여길 수 있을 만큼 초췌했다.

“흑흑.. 언니! 제발 도와줘요!”

“지은아, 거기서 꼼짝말고 기다려. 언니가 금방 갈테니까!”

어깨를 감싸다못해, 짓누르는 거무스름한 기운에 더 이상 못 견뎌낸 나는 수 없이 떨리는 손으로 겨우겨우 핸드폰을 집어 간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뚜우-. 뚜우-.’라고 들려오는 적막하고 지겨운 선율이 갑자기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면, 매니저 언니가 전화를 받기 전까지 억눌러왔던 감정을 모조리 터뜨리며,

간절하게 매니저언니에게 구조요청을 했다. 

그렇게 말하면 다행히도 매니저언니는 나의 간절함을 느끼고 있는 지, 한 시간 안으로 부리나케 달려와서는 잠시동안만이라도 나를 진정시켜주는 포근한 엄마의 품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참 더럽고 불결하고 비겁하게도, 매니저언니가 나의 숙소에서 나가자마자 몇 분이 안 되어 나에게 무참히 정신적인 데미지를 입혀 나의 자아를 붕괴시키고, 잔인하게 짓밟았다.

그로인해 흘린 눈물은 그 양이 다 했는 지, 울고 싶어도 눈물이 부족해져 눈물 없이 소리로만 흐느끼는 채로 몇 일동안 이러한 괴로움을 수없이 받고 있었다.

  

‘...’

몇 십분이나 흘렀을까, 오늘도 전혀 무사하게 하루를 넘길 수 없었다. 공포심에 휩싸여 정신을 아예 놓아버릴 때 까지에 다다라서야, 나를 괴롭히는 그 움직임은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다.

이대로 나의 정신을 놓아두게 만들어서, 무감각해지리만큼 나 자신을 버리게 된다면 이 고통을 좀 더 편안히 느낄 수 있을텐데.

항상 이성과 이성을 잃은 모습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을 때 쯤에,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바람에 매일매일 예리하고 날카로운 날을 세운 채로 공포는 나를 끊임없이 전율하게 만들었다.

단지 고통을 잠시 버틴 끝에 들려오는 소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괴롭혀서 만족한 듯한 소름이 끼치는 힐굽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었다.

현관문을 열어서는 유유히 사라지는 그녀를 잡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있을만한 조금의 용기도 내 몸에선 나올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검다란 실에 의해 ‘나’라는 구관인형은 자의적인 행동이 아닌, 조종당하는 듯한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흐윽.. 무서워.. 흐흑.. 제발.. 흑.. 도와줘요..”

‘또각-. 또각-.’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공포감으로 인해 나 자신이 붕괴된 채,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주저앉은 채로 눈물이 없어서 메마른 듯하게 보이는 슬픔을 한 없이 토해냈다.

어느 순간부터 사라진 눈물 때문에, 몇 일 아니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생기가 넘쳐났던 나의 두 눈동자는 생기를 잃어버린 채 불투명하게 탁해졌다.

그리고 두 눈동자의 초점도 잃어버린 채로, 흐릿흐릿한 시야로 세상을 몇 분째 바라보는 중이었다.

넋을 놓아가는 채로 허공을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쯤, 오늘은 사라진 줄만 알았던 두려움의 그 자체인 힐 소리는 선명히 제 소리를 내며 다시 내 귀를 괴롭혀댔다.

아마 나를 괴롭히는 너는 나에겐 한 없이 공포의 존재가 되겠지. 그리고 네가 괴롭히는 나는 너에겐 악을 쏟아붓게 만드는 존재가 될거야.

내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공포에 나의 넋도 전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더럽혀졌고, 무쓸모해졌어. 이제는 그 공포에서 나를 놔주게 하겠니.

하지만 넌 이렇게 간절한 내 모습에 희열을 느끼며 어떻게 하면 나를 죽게 할 만큼 괴롭힐 수 있을까. 라는 즐겁고도 잔인한 고민을 하겠지.

그래서 난 네가 한 없이 무서워. 이 세상에는, 아니 내 주위에는 착한 사람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 데, 불량한 정도도 아니고 싸이코패스라고 느껴질만큼 무서운 너란 녀석이 있었다는 게 미쳐버릴만큼 두렵다.

다시 인터폰을 켜보아도 너의 흔적은 털 끝 조차도, 먼지 한 톨 조차도 전혀 보이지 않아. 오로지 너무나도 한적한 화면이 나의 두려움을 높이고 있고, 식어버린 계단이 유일하게 시퍼런 화면에 비춰지고 있어.

너무나 철저하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로 나를 괴롭히는 네가 소름끼쳐. 그래서 아주 희끄무리한 용기 한 움큼을 가지고, 너란 녀석이 도대체 누군지 보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마음을 굳게 먹고 현관문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갔지.

그래도 아무 것도 느껴지지가 않아.

왜, 내 몸은 무언가에 홀린 채로 현관문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선 너란 존재와 맞닿으려고 하는걸까.

왜, 내 발은 바닥을 쓸어내며 간지러운 소리를 내는 채로, 점점 칠흑의 공간으로 빠져버릴려고 하는걸까.

왜, 내 눈은 현관문에 아주 조그맣게 뚫려진 문구멍에 무의식적으로 가까이 대보았을까.

깜빡깜빡.

아무 것도 없을 줄 알았던 그 구멍 밖으로 무언가가 움직이는 모습이 느껴졌다. 

검었다가, 희미하게 흰 색깔이 보여지고, 또 그 안으로 검다란 원모양의 동공이 보여졌다.

“꺄아아악!”

이번에도 나는 그저 두려움에 사로잡힌 비명을 수 없이 내질러댔다. 그리고 힘 없이 차가운 현관의 바닥으로 내리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공포감에 휩싸인 채, 미친듯이 요동치는 심장을 손으로나마 애써 움켜쥐려고 하지만, 움켜지지 않았다.

나의 심장도 점점 검은 기류에 덮쳐져서는 폭발해버릴만큼, 떨려오는 그 진동이 느껴질만큼 맹렬히 움직였다.

‘휘익, 착-.’

“!?”

그리고 주저앉자마자, 끔찍한 소리와 함께 내 다리에서는 기분 나쁜 촉감이 느껴졌다.

주저앉아버림으로써 느껴지는 엉덩이 쪽의 고통도 잠시, 기분 나쁜 촉감이 내 발목을 잡은 채로 이리저리 내 다리를 더듬고 있었다.

굳어진 적갈색의 혈흔이 묻혀진 나를 괴롭히는 그녀의 갸냘픈 손이 내 다리를 세게 움켜쥔 채로 놓아줄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열려진 둥그런 틈새 사이로 보이는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희미한 실루엣의 두 눈동자, 이번에는 눈으로, 피부로 느껴지는 공포에 그만 나는 정신을 놓아버린 채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

“야, 지은아! 지은아!”

“...어, 언니..”

다시 정신을 차려보았을 때는, 내가 그렇게 도와달라고 울부짖어보았던 매니저 언니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황급히 깨우며 쳐다보고 있었다.

매니저언니가 온 것을 봐선 나를 그렇게 광적으로 시달리게 만들었던 공포의 그녀는 이미 제 일을 다하고 더 잔인해질 내일을 기약하며 자리를 뜬 듯 보였다.

꿈이였을까, 꿈이었다면 나 자신을 무참히 짓밟게 만들어버린 악몽(惡夢, Nightmare)이라도 된 것이었을까. 

그래, 그런거야. 라고 속으로 읊조리며 나 스스로 부정해보이지만, 잔인하게도 그럴 수 없다는 듯, 아까 내 발목을 잡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와닿게 해줄,

선명한 적갈색의 혈흔이 나의 하얀 발목 위에 손의 모양 그대로 진하게 묻혀져 있었다.

아무리 부정해봐도 이 곳은 내가 만든 세계가 아닌, 오직 시간의 진행만이 가득한 현재다.

나를 괴롭히는 악몽은 과거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언니..”

“그래, 지은아.. 아이고..”

공포로 인해 한 없이 나약해진 나는 매니저 언니의 품에 안겨 서로의 처지를 매우 안타깝게 여기며, 서글픈 눈물을 흘렸다.

혼자 있을 때는 도저히 눈물이 안 나왔지만, 누군가 나를 지켜주고 있을 때는 그렇게 나오지 않던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려 내 턱 밑까지 모여들었다.

그렇게 흐느끼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둠 속의 공간을 무의식적으로 힐끗 쳐다보았다.

‘!?’

매니저언니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너무나도 검은 정체모를 물체.

하지만 그 물체에서 기분이 나빠지는 썩은 향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체모를 검은 물체의 겉에서 나의 발목에 묻은 혈흔과 같은 색의 혈흔이 묻어져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물체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두 개의 탁한 구슬.

또 다시 밀려오는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매니저언니의 품 안에서 나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 아이유 시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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