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쉰 네 번째 과외.
“으아아아악!!”
말도 안 되는 사실에 머리카락을 억세게 움켜쥐며 크게 울부짖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너 왜 이래? 구제역이라도 옴팡지게 걸렸냐?”
이 냔은 끝까지 날 디스하는 데 여념이 없다. 기달려라, 서연지. 내가 언젠가 큰 한 방을 먹여주지. 그게 언제일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 말이야.
** 3인칭 관찰자 시점
“최수영!”
이 곳은 평범하기보다는 난장판인 소녀시대 숙소. 이것이 말로만 듣던 남자의 로망이라고 일컬여지는 장소가 맞을까싶을정도로 난장판이다.
이 와중에 모레에 엠티를 간답시고, 한껏 무엇을 입을까. 라고 생각을 하며 고민하고 있는 권 유리(22.여)양은 최 수영(21.여)양에게 샤우팅을 시전중에 있다.
“왜!”
태어난 년도를 따지자면 수영양이 유리양에 비해 어리긴했으나, 빠른 90이니 그건 간단히 패스. 그냥 처음 봤을 때 부터 말 깠다고 하니.
어쨌든. 수영양은 자신에게 소리를 지른 유리양에게 맞대응을 하려는 듯 마찬가지로 소리를 질러댔다.
“아, 시끄러! 니네들끼리 방에 가서 좀 얘기 해!”
두 소녀의 샤우팅에 피해를 입는 주민은 다름아닌 텔레비젼을 보고있던 정 수연(22.여)양.
그녀들의 엄청난 데시벨의 샤우팅에 민시그가 나온 방송 출연분(영웅호걸, 청춘불패)이 야무지게 소리가 묻히게 되자, 분노가 상승한 듯 했다.
“아, 알았어..”
역시 아직 싴의 위엄은 떨쳐지고 있었던 것인가. 수영양이 수연양의 분노가 서린 부탁 한 마디에 꼬리를 내리며 유리양의 방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지은양. 이거는 이렇게 하는 거고, 저거는 저렇게 하는 거고, 그거는 그렇게하는거예요.’
“히힛.. 민식이 목소리는 역시 달콤해애..”
혼자만의 세상을 구축하고, 그 곳에서 누군가에 취한 채 놀고 앉아있는 수연양이었다.
“왜 불렀어?”
수연양의 데미지를 어느정도 받은 수영양은 유리양의 방에 스스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큰 소리로 부른 유리양에게 물었다.
“너도 쉬는 날에 1박 2일로 MT 가지?”
유리양의 침대에 널부러져 있는 옷들은 꽤나 가관이었다. 수영양은 왜 이틀 전부터 유리가 이렇게 성급하게 준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응, 가지. 근데 내일 준비를 하면 될 것 같은데, 왜 지금부터 준비해?”
“내일은 스케쥴로 꽉 차 있잖아. 이 둔탱이 식신아!”
아, 그랬었지. 라는 생각으로 잠시 멍해지는 수영양이었다. 근데 식신? 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며 이마에 힘줄이 잡히는 듯한 수영양의 모습.
“식신? 둔탱이? 너 오늘 깝 좀 친다?”
“히힛, 원래 내가 한 깝 좀 하잖아.”
“자랑이다. 이거는 깝 친 댓가야!”
유리양의 등짝에 손바닥이 찰지게 달라붙었다가 떨어졌고, 유리양은 용수철마냥 확 튀어오르며 침대 위에서 나뒹굴었다.
깝율이 파국으로 치닫는 순간이였다.
**
“하, 중앙대까지 왕복시간이 2시간이라니. 서울인데, 좌절이다. 우우..”
상도역에서 행당역까지라니, 차로 타면 저 정도는 안 걸리겠는 데 아직 면허도 안 딴 상황이고, 암울하게도 차도 없는 상황이라서
애석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했다. 아무래도, 책이나 멀티플레이어는 필수인 듯 하다. 오랜만에 문학소년 민시그가 되려나.
‘꼬르륵’
위장에 작렬하는 굶주림의 공명음. 이것은 필시 냉장고를 열어 요리를 만드려는 신의 계시렸다.
위장에 울려퍼지는 웅장한 선율을 들으면서 주방을 향해 가볍게 스텝을 밟았다.
“열려라, 냉장고!”
하지만 음성인식만으로 열리는 냉장고가 아니라서,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활짝 열릴리가 없었다.
괜히 쓸데없는 드립만 친 것 같아서, 냉장고 문고리를 잡으면서 살짝 후회중이다.
‘휘익.’
결국 셀프로 냉장고의 문을 확 열어제끼고, 남아있는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서 입에다 넣으려고 했지만.
이사하고 생활비 받은 기념으로 신나서 고기만 샀었나보다. 밥도 없고, 심지어 재료도 없는 참 암울한 상황.
냉장고가 안에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채 시린 공기만 머금고 있었다.
“이런 말 하긴 좀 어색하지만, 남는 게 돈이니 마트에 가서 한 달치 재료라도 사오지 뭐.”
내가 드립친건데 혼자 어색해져서 괜히 노란 머리카락만 긁적거리다가, 다시 바깥으로 기어나왔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멍을 잡고 있는데, 엘레베이터가 내려가다가 아랫층에서 바로 멈춰서버렸다.
“어?”
“어?”
엘레베이터가 멈춰섬과 동시에 문이 샤르르 열리면서 그 틈 사이로 보이는 사람은 다름아닌 하라였다.
비록 설리와 수정의 위엄으로 살짝 묻히긴했으나, 카라 멤버들 중에서도 제일 많이 대화를 나눈 건 하라였을 듯 하다.
양 옆에 설리와 수정이가 있었긴 하지만 건너편이 하라라서, 일부러 건너편에 있는 하라랑 대화를 더 많이 나눠서 좀 돈독하다(?).
“민시그 오빠네.”
“하라야, 안녕.”
민시그라는 별명이 이젠 이름이 되어버렸나 싶을 정도로, 하라는 민식이라는 말 대신 내게 민시그라는 말을 더 많이 하고 있었다.
어쨌든 말은 서로 시크하게 해도, 행동은 또 다르다. 하라가 애교가 조금 있는 편이라서 그런 지 팔에 찰싹 달라붙으며 팔짱을 껴댔다.
‘설리랑은 다른 감촉이라니!’
하지만 신은 사람을 완벽하게 만들지는 못하는 지, 하라에게 미모를 주셨지만 봉긋한 살덩어리는 미처 주지 못하셨나보다.
얼굴도 완벽하고, 허리라인도 완벽하고, 다리도 완벽하고, 엉덩이도 완벽한데. 나는 왜 그녀의 등이 어딘지 판가름 할 수는 없는 것인가.
“오빠는 어디 가?”
“어, 나 냉장고가 텅 비어서 먹을 것 좀 사러.”
“어!? 나도, 나도 먹을 거!”
여자아이돌은 왜 이렇게 먹을 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내 입에서 먹이라는 얘기만 꺼내도 금새 목적을 알아차리고는 이렇게 방방뛰니 말이다.
나는 약간 조증이 있어보이는 하라를 진정시키고, 수만옹이 미안하다고 생활비 뿐만 아니라 내가 2종소형면허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아차렸는 지,
깔끔한 스타일의 오토바이를 주차장에 주차하셨다고 했다. 아, 생각해보니 그냥 밴타지마고 오토바이 탈 걸. 이라는 생각이 더럽게 들었다.
‘시, 시바.. 내 시간..’
뒤늦게 깨닫고 후회가 막심하게 몰려오고 있었다.
“아, 근데 하라야.”
“응?”
“나 오토바이 탈 건데. 오토바이 탈 수 있어?”
하라의 눈이 순식간에 휘둥그레해졌다. 아마도 나같이 비루한 남자가 무려 오토바이를 개인 명의로 갖고 있다고 하는 게 어메이징한건가.
“오토바이?! 진짜아아!?”
“응.”
말 보단 행동, 백문이불여일견이라 가르침을 받았다. 괜히 입으로 나불거리는 것보단 오토바이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나았기에,
소싯적에 오토바이를 건전하게 타던 실력 좀 뽐내며, 수만옹이 말한 붉은 빛이 감도는 오토바이를 향해서 걸음을 내딛었다.
‘DN-01!?’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혼다의 오토바이 제품 중 하나인 DN-01이었다. 시가가 천 오백만원을 호가한다고 하던데.
스케일이 큰 수만옹에 무척 감동해버린 나였다. 헬멧도 센스있게 두 개를 준비해놓다니, 역시 소울메이트는 다른 듯 했다.
어쨌든 이렇게 좋은 오토바이를 제공한 수만옹에게 속으로 감사를 드리면서 기쁜 마음으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부르릉, 부릉-.’
역시 시동소리마저도 내겐 감동이었어.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조용하면서도 위엄이 넘쳐났다.
“히잉.. 왜 이렇게 타게 힘들어..”
하라도 잘 탔나. 라고 생각하면서 뒤를 돌아봤을 때는 하라가 열심히 올라탈려고 시도를 할 뿐, 진짜 타는 건 다 실패하고 있었다.
“풋.”
“히잉.. 웃어!?”
“아, 아니야. 오빠 손 잡아.”
조금이라도 웃으면 안 되나.
나는 낑낑거리며 오토바이를 타려고 하고 있는 하라의 손을 잡아주고 힘껏 그녀를 오토바이 위로 올렸다.
“헤헷.. 탔다..”
그러자 하라는 가볍게 위로 올라가며, 별 문제없이 내 뒷자리에 안착했다. 그리고는 기분이 좋은 듯 웃음을 지으며 내 허리에 자신의 팔을 감는 그녀였다.
“자, 여기 헬멧. 안 쓰면 교통법상에서도 걸리고, 더 중요한 건 안 쓰면 다치니까.”
“응!”
유난히 생기가 넘치는 하라였다. 얘가 조증이라도 있나, 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뭐가 그리 좋은 지 참 많이도 웃어대는 그녀였다.
그렇게 하라가 헬멧을 쓰는 것을 보고, 나도 헬멧을 쓴 채 오토바이의 엑셀을 밟고는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부와아아아앙-.’
달리는 소리가 운전자가 뿌듯할 정도로 좋았다. 하라도 내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니, 감고있던 팔을 더 세게 붙잡았다.
그렇게 오토바이는 서울의 도로를 빠르게 질주하며 금새 마트에 도착했다.
“하, 오랜만에 달리니까 살 것 같다.”
오토바이를 통해 얻는 질주의 쾌감을 그 누가 아리오. 나는 헬멧을 벗고는 살짝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아직도 오토바이 의자에 앉아있는 하라의 손을 잡아 그녀를 바닥으로 인도했다.
“너도 헬멧 벗어야지.”
그리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살짝 넋이 나간 듯한 하라의 헬멧을 벗겨주고는 헬멧을 거는 곳에 벗긴 헬멧을 걸었다.
“우와아, 처음으로 오토바이 타보는 건데 날아갈 것 같았어!”
“나도 오랜만에 타보니까 그 기분이 살짝 들긴 했어.”
“힛, 오빠. 학창시절 때 좀 놀았었나봐?”
살짝 뜨끔하긴 했지만, 그렇게 논 것도 아니니까. 하라의 농담에 웃으며 마트의 안으로 들어갔다.
하라는 마트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신분을 가리려는 듯 입고있던 후드티의 모자를 머리에 덮으며 나의 옆으로 쫄래쫄래 뛰어왔다.
“칫, 치사하게 오빠 먼저 가기야!?”
“그게 뭐가 치사해..”
나보고 치사하다니, 이런 경우 갖고 치사하단 말은 처음 들어본다.
어쨌든 마트에 들어온 나와 하라는 위 층으로 가는 무빙워크 위에 올라탄 채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 맞다!”
“?”
“오빠, 청춘불패에 나왔더라.”
!? 할게 아니라, 내가 청춘불패에 나왔다고 그거에 고개 끄덕거리는 건 당연한거고. 하라가 약간 수상한 눈빛을 짓고 있는 걸 봐선 뭔가 의문점이 있는 듯 했다.
“흐음.. 효민언니랑 빅토리아 언니랑 무지무지 친해보이던데에?”
“으..응?”
“오빠의 정체가 도대체 뭐야?”
내 정체는 .. 천공을 돌파하는 로봇 그렌라간이다! 가 아니라 무척 평범해보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은 대학생인데.
“설리나 수정이도 오빠를 되―게 좋아하는 것 같고, 빅토리아 언니는 포옹까지하고, 효민언니랑은 사촌지간이고.. 아무래도 정체가 수상하단 말이지.”
하라의 의문은 무빙워크에 실은 나와 그녀의 발이 윗층에 닿아서도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되었다.
점점 얼굴을 내게 다가오면서, 눈을 ‘부릅!’ 뜨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