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6화 (157/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마흔 아홉 번째 과외.

‘안타깝다, 뭐. 한 봉다리인데 아저씨 창피하지 않게 모른 척해야지.’

나님은 선량한 남자, 이번만큼은 아저씨가 참 딱해서 인심을 베풀기로 했다. 

“그럼 수고하세요.”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했단 듯이, 경비실의 문을 손으로 밀고서 나왔다.

경비아저씨는 바닥에 떨어진 꽃등심이 든 까만 봉다리를 다시 줏으시면서 허공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고맙네, 학생.”

나즈막한 그 소리를 희미하게 들은 나는 다시 집으로 가면서 뿌듯함과 함께 입꼬리를 조금 위로 올렸다.

“우왕, 꼬기다!”

현관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니콜양은 내가 아닌 내가 들고 있는 봉지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은 듯 했다.

흐흑, 왠지 모르게 섭섭한데.

“아, 맞다. 귤 언냐!”

지영양은 소파에 앉으면서 티비를 감상하다가, 무언가 딱 떠올랐는 지 무릎을 딱 치며 뜬금없이 규리누나를 불렀다.

“응?”

“저기, 집들이로 내 친구들 놀러온다고 하는 데 되지?”

“응, 뭐. 상관없지.”

쿨한 여자 박규리씨. 나 또한 그녀를 롤 모델 삼아, 쿨하게 꽃등심을 노릇노릇하게 굽고 있었다.

아, 누구보다 차갑고 시크한 모습으로 고기를 굽고있는 민시그... 는 얼어죽을, 역시 꽃등심이라서 그런 지 입 안 가득 침이 저절로 고인다.

아, 저 고기 먹고 싶어. 젓가락을 뻗으면 닿을 위치에 있을 꽃등심이 오로지, 익지 않았단 이유로 못 먹는 다는게 아쉬웠다.

“헤에, 쓰읍-. 맛있겠따아-.”

역시 내 옆에서 고기가 구워지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관전하던 니콜양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침이 고이다못해, 넘치는 지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으로 입술을 닦아내고는 나처럼 쪼그려앉은 채 한 손에는 젓가락을 쥐고 꽃등심을 탐욕의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정니콜양. 접시 좀 갖고 와봐요.”

“히이, 네엣!”

눈 앞에 구워지는 꽃등심은, 니콜양도 춤추게 한 다더니. 입이 귀에 걸렸나,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신나는 마음으로 주방으로 달려가는 니콜양이였다.

여전히 집게로 고기를 뒤집는 노동을 하면서, 살짝 주방의 모습을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았다.

수저를 식탁에 놓는 하라양, 접시를 가지러 간 니콜양, 또 다른 반찬거리를 만들고 있는 승연누나. 어느새 식탁 의자에 앉아서 티비를 보며 깔깔 웃는 지영양.

“하아, 시원해.”

규리누나는 언제 또 씻고 나온거지!? 아직 미처 마르지 못한 규리누나의 금발의 젖은 머리카락이 그녀의 살갗에 찰지게 달라 붙어 있었다.

주변 지인들의 말을 듣기로는, 규리누나는 자신에 대한 애착이 큰 캐릭터라던데.

“흐음, 내 얼굴은 언제 봐도 예뻐, 훗..”

도도하고, 쿨하고, 자신에 대한 애착이 크고, 별명을 스스로 정하고. 흐음, 대충 규리누나에 대해 결론이 난 것 같다.

공주병이야, 공주병. 아니면 레알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나. 아마, 둘 중 하나 겠지.

“첫 번째로 꿔놓은 거, 다 구웠다. 니콜양, 접시 토스좀요.”

“히잇, 여기요-.”

니콜양은 오늘 레알 기분 좋은가보다. 아주 말 할 때마다 애교가 한 스푼 씩 가미되어있네.

주변 지인의 말을 듣기로는, 니콜양은 참 친해지기 쉬운 캐릭터라던데. 그 이유가 무엇일지 대충 알 것 같다.

마치 오래 안 듯한 내숭없는 자연스러운 행동, 사랑스러운 애교, 그리고 넉살이 좋은 것 까지. 멤버들의 말로는 니콜이가 인맥이 마당발이라고 불릴 정도로 넓다던데, 그런 연유도 다 여기에 있겠지.

“맛있겠지?”

‘끄덕끄덕-.’

아, 나도 고기를 접시에 담고, 니콜양도 도와준다고 같이 구워진 고기를 접시에 담고 있다.

나랑 니콜양 모두, 멋진 자태의 구워진 고기의 위용에 침이 폭포수마냥 주르륵 흘러내릴것만 같았다. 

하지만 첫 인상도 있고, 이미지도 있기에 그런 행동은 자제하도록 하고. 여튼 공감을 형성하려고 내가 말 한 마디를 던지자, 니콜양은 대답대신 고개를 위 아래로 격하게 끄덕거렸다.

아마도, 강한 동의인듯. 그녀도, 나도 이 꽃등심을 지금 당장 섭취하고만 싶었다.

“이제 마지막 접시!”

‘끄덕끄덕-.’

여기에만 고기를 담으면 곧 내 혀에 사르르 녹아버릴 것만 같은 달콤한 꽃등심의 고유의 맛이 야무지게 느껴지겠지.

“고기 다 담았ㄷ..”

‘딩동-.’

“지영양!?”

“어, 애들 왔나 보다!”

오래 기다린 끝에, 일단 구운 꽃등심 중 마지막 파트마저 접시에 다 올려놓고, 이제 맛보려고 하는 찰나.

기막히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식탁에서 탈출 아닌 탈출을 감행하는 그녀였다. 아마, 문을 열어주려고 하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고기를 맛보기만을 기대하던 나는 왜 이렇게 탈출로 보이지.

“노른자아아아아-.”

“흰자아아아아아-.”

노른자? 흰자? 왜, 갑자기 저런 소리가 나오는 겨. 사실, 지영양의 정체는 영장류 중 최고 지성체인 인간이 아니라, 알에서 태어나는 조류 or 파충류 였던가.

그리고 흰자를 말하시는 여성분의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 것 같다.

“뜌뎡아아아아-.”

“띠영아아아아-.”

아, 혀가 반 토막인 채로 내는 소리에 집들이 하시는 두 명의 손님의 정체가 누구인지 파악되었다.

난 분명히 이삿날 후로 최소 일주일동안은 자유로운 영혼인 채로 노닐 것이라 예상했는데도 불구하고, 신은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보다.

첫 번째 목소리는 설리, 두 번째 목소리는 수정이다. 갑자기 두 소녀를 초대한 지영양을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툭-.’

일단 놀란 척을 하면서 젓가락을 떨어트리는 게 최선이겠지. 그리고는 그녀들로부터 시선을 회피하는거야.

‘쓰윽.’

그리고는 슬쩍 두 소녀들을 쳐다봤다. 아직 나를 보지 못했는 지, 참.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들이였다.

일단은 두 소녀들로부터 도피할 필요가 있었다.

“화장실좀요.”

태연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되도록 마주치지 않게 얼굴을 가린 채로 화장실로 직행하려고 했다.

젠장, 하지만 그게 더 수상했다. 도피를 하려다가 오히려 발각될 것만 같다.

“응? 흐음, 어디서 많이 보던 뒷태인데.”

“민식이 오빠 같다.”

역시 눈썰미 하나는 더럽게 노련하시네요.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나, 그래도 모른 척. 시치미를 떼야 하나.

“무슨 말씀이신ㅈ..”

“어? 너네들 이 오빠 알아!?”

아오, 시치미 좀 떼는 연기 좀 하려니까. 진짜 신이 안 도와주는 건지, 같은 94이신 지영양께서 안 도와주시는 건지.

지영양 덕분에 잠깐은 베일에 감싸져있던 나의 정체가 완전하게 탄로나버렸다. 이건 마치, 아비터를 믿고 투명모드로 깔짝거리다가 아비터가 터진 꼴과 똑같은 이치다.

‘텁-.’

두 개의 다른 감촉이 내 어깨에 와닿았다. 아마, 두 소녀들이 내 어깨를 손으로 잡은 듯 하다.

“잠시 검문 좀 있겠습니다?”

“고개 좀 돌려보시라우?”

그리고 적절하게 섞인 북한 사투리를 사용하며, 잠시 콩트를 날려대는 그녀들. 

아무리 내가 위급한 상황이라도, 장단은 맞춰줘야겠다 싶어 나도 머리를 쥐어짜내 북한 사투리를 생각해냈다.

“시..싫슴내다.”

“확, 간나 쌔리가!”

역시나 설리는 힘이 쎘다. 단번에 내 얼굴을 잡더니 바로 자기 쪽으로 돌렸다.

하마터면, 콩트 하다가 목 비틀려 저 세상 사람이 될 뻔 했다. 순간 죽을까봐, 내 염통이 쫄깃해진 것 같았어.

“미,민식 오빠?”

설리와 수정이는 나의 얼굴을 보며 깜짝 놀라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 역시나. 나를 샌드백 삼아 몇 대 후리려는 생각 같다. 괜히 에프엑스한테는 소리 없이 도망쳤나. 맞을 짓을 했나?

“으헤에에엥.. 오빠아아!”

“우우웅.. 오빠아!”

하지만 내 예상이 빗나갔다. 주먹을 불끈 쥐더니, 곧바로 불끈 쥔 주먹을 풀고 내 품에 안긴 채 애교를 부리며 울어대는 두 꼬맹이였다.

그러한 두 소녀들의 러쉬에 나는 하마터면 나자빠질 뻔 했고, 카라 멤버들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지 이해할 리 없었다.

“아아, 그러니깐 민식이가 소시나 티아라나 에프엑스 애들이랑 친하다는거네?”

“흐음..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됬어.”

할 수 없이 이 상항을 도저히 이해를 못하는 카라 멤버들 때문에, 밤일을 제외한 이야기를 대략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설명한 보람이 있었는 지, 그제서야 이해를 하는 카라멤버들. 그리고 어느새 두 꼬맹이의 합석으로 인해, 자리를 식탁에서 작은 상으로 옮겼고.

내 옆자리는 설리와 수정이가 보란듯이 꿰차고 있었다.

“자, 오빠. 아∼ 해.”

“오빠, 수정이 것도 아∼”

그리고 쉴새없이 내 입에다가 쌈을 공급해주는 그녀들이었다. 딱히, 먹는 데 손이 안 가서 편하기는 한데.

그렇게 쿨타임없이 내게 쌈을 맥이면 한계점이 초과되서, 치즈라면 때의 악몽이 재림될 것만 같아.

“근데, 민식이 오빠랑 너네 둘이랑 사이 엄청 좋아보인다.”

“당연하지, 민식이 오빠가 우리랑 얼마나 많이 놀아줬는데.”

하라양은 고기 한 점을 집어먹으며, 화목하게 두 막내의 쌈을 먹고있는 내 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수정이는 또 다시 쌈을 하나 더 싸면서 대답을 했고, 또 다시 싼 쌈은 자신의 입이 아닌 내 입 앞으로 다시 재림되었다.

웁, 살려줘. 그리고 수정아, 점점 쌈 안에 있어야 할 마늘의 양이 늘어나는 건 너의 의도적인 움직임이 아니겠지.

“흰 자! 민식이 오빠 좋아?”

“응! 진짜 좋아! 헤헤..”

설리는 지영양의 질문에 거침없이 내가 좋다고 대답해주었다. 훗, 두 꼬맹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구는 게 왜 이렇게 보기가 좋냐.

지영양은 자신이랑 친하게 지내던 설리가 오래 전부터 한 남자를 좋아하고 있단 사실을 몰랐었는 지, 살짝 놀란 눈치다.

어쨌든 일단은 꽃등심으로 맛있게 저녁식사를 한 것 같다. 별 트러블 없이.

“뚜뎡아, 흰자야. 너네 오늘 여기서 자고 간다고 했지?”

저녁상을 다 치우고, 잠시 소파에 앉아서 부풀어오른 배를 가라앉히고 있는 와중에 지영이 설리와 수정이에게 물었다.

“아니, 오빠네 집에서 잘 껀데?”

“아니, 오빠네 집에서 잘 껀데?”

“히잉..”

“!?”

설리야, 수정아. 지영이가 슬퍼하잖아.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말하면, 나도 당황스럽고 지영이도 당황스럽잖아.

어쨌든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왜. 저 두 막내가 여기 카라 숙소가 아닌, 내 집에서 투숙하려고 마음을 먹냐구.

“야, 그래도 남자 혼자 사는 집에서 자도 괜찮겠어?”

“히히, 괜찮앙-. 예전에도 우리 둘이 민식이 오빠 집에서 잤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

규리누나가 그녀들을 살짝 걱정을 해주긴 하지만, 별 걱정 하지말라며 태연하게 말하는 두 소녀들의 모습에 카라 멤버들은 수긍하며, 두 소녀들을 내 손에 맡겼다.

카라 숙소에서 빠져나온 설리와 수정이는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 지, 양팔에 각각 자신의 팔을 껴대며 얼굴을 거기다가 부비대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다.

“아, 근데 오빠.”

“응?”

“왜 또 이사했어?”

수정이는 팔짱을 낀 채로, 계단을 올라가며 나를 불렀다. 그리고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데, 그 질문이 꽤나 마음이 뜨끔했다.

흐음, 뭐라고 대답해줘야 잘 대답한다고 소문 날 수 있을까. ‘하하, 그러게. 왜 내가 또 이사했을까..’라고 자문을 구하며, 질책을 받아야할까.

으아악, 머리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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