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9화 (150/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마흔 네 번째 과외.

*

다행히 식사시간이 됨과 동시에, 소녀들의 배꼽시계는 징하게 울려댔다.

그 덕분에 자동으로 나의 소파모드는 해제가 되었고, 저녁을 먹고 소파가 되라는 그녀들의 제안을 강하게 뿌리치며 제일 먼저 밥을 먹고, 티아라의 숙소 밖으로 빠져나왔다.

소녀들은 이런 모습을 보인 내가 가소롭게 생각하겠지만, 이 가소로운 행동들이 하나하나 쌓이게 되면 나중에는 만만하지 않게 될거야.

어쨌든 오늘은 경험치도 못 쌓고 소파모드로 피로도만 오라지게 써댄 것 같아서, 

다시 리필하는 겸으로 곧바로 침대로 달려가 누운 다음 푹신한 느낌이 나의 등을 감싸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내 머릿속으로 예의 바르게 찾아오시는 신세 한탄.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되는거지.”

한 숨도 보통 때보다 더 크게 쉬어지고, 피로는 더할나위없이 야무지게 축적되기만 하고 있는 것 같다.

학업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낮에 시달리고, 밤에도 시달리니. 

잠도 못 자, 밥도 못 먹어,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놀지도 못해.

완전 우리 안에 갇힌 앵무새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다. 

급하게 담배가 꼴리기 시작했지만 수능 때도, 군대에서도 안 배운 담배를 필 리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담배가 집에 없기도 했고.

“뭐, 그게 니 운명이라면 니 운명이지.”

침대에서 골똘히 신세한탄을 하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는 데, 불 꺼진 암흑의 방에서 암흑의 실루엣이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짜리몽땅만한 키, 하지만 그에 비해 소름 끼치는 목소리.

여태까지의 나와 몸을 섞은 여자 연예인들 중 감히 서열 1위라고 할 수 있는 퀸쏘였다.

시카의 패기를 발랐다면 말을 다 한 거지 뭐. 

어쨌든 소연누나는 내가 누워있는 침대까지 다가와서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 딱 웃음이 뭔가 큰 일을 도모할 때의 그 미소인데.

“또 주거침입.. 자꾸 이러시면 경찰 불러서 콩밥 먹게 해준다?”

“그 전에 너 죽을듯?”

불법주거침입을 한 소연누나를 감히 법으로써 다스리려고 깔짝대봤으나, 자신의 아래쪽을 가르키며 내가 죽을 것이라며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하는 소연누나였다.

젠장, 법치주의 국가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가 법이 안 통할 때가 많았긴 했지만, 이 때도 안 통할 줄이야.

어쨌든 퀸쏘의 등장으로 혼자 있던 방이 야릇해진 분위기가 된 건 당연지사.

소연누나의 눈빛도 음흉하다.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소파모드를 했었고, 이번엔 일곱 명이 들러붙어서 몇 십배는 더 피곤한 몸이라서.

이번엔 나를 아무리 꼴리게 해도, 할 힘이 남아있지 않다.

“또 왜.. 나 힘든데..”

“오늘은 스케쥴 때문에 나도 힘들어서 안 해.”

하, 그렇다면 레알 다행이고.

광수아저씨의 스케쥴 폭탄이 쓸 만 할 때가 많긴 많았지만, 이런 효과도 불러 일으키다니.

왠지 티아라 아해들이 더 피곤했으면 좋겠다고 사악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얼핏 봐도 소연누나는 미소도 평범한 미소가 아니라 피곤해서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

근데, 이 누나. 말 없이 내 허락도 안 받고 내 이불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오고 있다!?

“그럼 왜요..”

“그냥 니 옆에서 잘려고..”

“엥?”

“끌어안고잘려고.”

대한민국엔 유교정신이 판치고, 유교정신 중 남녀유별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듯이.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분별이 있어야 한 다는 데, 지금 이런 상황을 비추어보자면 나와 그녀들 사이의 관계에서는 그런 건 개나줘야하나보다.

나의 바램과는 달리 소연누나는 내게 좀 더 붙으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금방이라도 애교를 부릴듯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넌 내가 1순위니깐 들어줘야 돼 알았지이-.”

역시나 내 예상과 비슷하게 소연누나는 애교 섞인 귀여운 협박을 내게 하고 있었다.

난 져주는 행동을 보이며, 어쩔 수 없이 내 품 속으로 재빠르게 파고드는 소연누나를 껴안았다.

그리고는 어린 애를 재우는 것처럼 등을 느린 템포로 토닥거리며, 자장자장이라는 소리를 거의 속삭이듯 말하고 있었는 데.

소연누나는 날 껴안은 채 고개를 빼꼼 올리며 내게 말했다.

“근데.. 소시 애들이랑은 몇 명이랑 한거야?”

“...응!?”

언젠간 다른 그룹에서 누군가가 또 다른 그룹에 대해서 물어볼 것이라 생각했건만.

그게 바로 오늘일줄이야. 일본에서의 여러 사건으로, 대충 누구 누구와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라고 분명히 생각했을 소연누나다.

어쨌든 갑작스레 이런 중요한 질문을 던지니깐 살짝 당황한 감도 없지 않았다.

“누..누님.”

“뭐, 4명이나 13명이나 다를 게 뭐가 있어. 빨리 말해-.”

아아, 아직 자신이 티아라에서 네 번째로 관계를 맺었고, 끝이라고 소연누나는 생각하나보다.

의외로 지연이가 이미 나랑 관계를 맺었는데, 아마 지연이가 멤버들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여튼 4명이나, 13명이나 다를 게 뭐가 있냐며 편하게 말하라는 소연누나의 소리에 왠지 모르게 묘하게 설득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그래도.”

“안 잡아먹어.”

편안한 표정을 짓는 소연누나의 모습에 괜스레 내 마음도 편해져가고있었다.

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소연누나니깐 비밀은 지켜주겠지.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로 해요.. 특히 소녀시대랑 티아라 애들.”

“알았으니까 말하라고요-.”

“하, 태연이.. 순규.. 유리.. 파니.. 윤아.. 그리고 시카요..”

“많이도 했네-.”

소연누나의 앞에서, 나랑 관계맺은 소녀시대 애들을 결국에는 말해버렸고,

소연누나는 참 많이도 했다며, 나를 비꼬는 말투로 말할 줄 알았지만. 말투는 변함없이 소연누나 그 자체였다.

짐작이라도 했다는 건가. 이 정도까지 짐작한 게 돋기도 했지만, 그 만큼 나를 생각한다는 말도 되는 것 같다.

어쨌든 관계를 맺은 애들을 말하고 나니 괜스레 얼굴이 붉어져서, 어색하게 소연누나의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했다.

“그래서, 그 중에서 제일 좋았던 건 시카지?”

“네, 뭐 그렇죠.”

흐음, 시카가 확실히 여러모로 좋긴 했는 데. 

나는 왜 경험을 토대로 이런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며, 왜 소연누나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것이며.

어떻게 소연누나는 내 마음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인가!?

뭔가 이상한 스멜이 킁킁 나기 시작하는데?

“누..누나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뭐, 내가 이것저것 이뻐해줬으니깐.. 히힛..”

갑자기 수줍어하는 표정을 짓는 소연누나였다. 

얼마나 수줍어하면 퀸쏘의 모습을 걷어두고, 내 품 안에 사랑스럽게 파고드는 쏭녀의 모습으로 돌아왔겠는가.

나도 얼굴이 붉어지고, 소연누나도 얼굴이 붉어져가고, 왠지 시카도 붉어질 것만 같은 검은 밤이였다.

그리고 점점 소연누나 그 자체가 두렵기도 하고.

“도대체 어떻게 이뻐해줬길래.”

“흐음.. 너 만큼 이뻐한 건 아니지만, 씻을 때도 너랑 밤에 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가끔씩 예전에 같이 숙소생활 할 때도 그랬고.

  여튼 많지, 더군다나 그 때는 지금처럼 성인이 아닌 풋풋한 고등학생 애들이였으니깐, 물론 그 때도 나는 20대 초반이긴 했지만. 히힛.. 몰라앙-.”

아아, 소연누나가 부끄러워하며 저렇게 말해도 대충 무슨 짓을 했는 지 명확히 알 것만 같다.

나랑 밤에 하는 행동이면 끝났네, 그거네. 남녀간에 야심한 밤에 벌이는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행위.

신음과 교성이라는 짐승스러운 소리가 가득한 그 행위, 凸와 凹가 결합하는 그 행위.

아마, 태연이와 시카가 퀸쏘에게 격하게 당한 듯 보였다. 

그래서 퀸쏘와 아이 둘이라서 그런가. 유난히 태연이에겐 퀸쏘의 기운이 보이고, 시카에겐 패기가 보이더라.

그러한 능력을 얻게 된 것도, 선천적 능력이 아니었구나. 후천적 경험을 통해 얻어낸 결과였다니.

레알 소연누나가 두려워져가고 있는 나였다.

*

소연누나를 품에 안으며, 두려운 밤을 지새운 그 날.

다행히 허리를 쓰는 일은 없었지만, 머릿 속과 가슴이 심히 복잡해져서 다른 연유로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엔 잠을 별로 못 잤는데, 이번에는 람뽀누나가 아닌 두 막내들의 호출.

두 막내들의 호출이라면 불 보듯 뻔하다, 아직 화영이 때문에 3P라는 심히 꺼려하는 부탁을 할 리는 전혀 없겠고.

나를 갖고, 진정한 게임의 의미로 경험치를 획득하려고 하거나. 건전하게 놀려거나.

하지만, 대부분의 이유는 항상 전자였다.

“에잇, 죽어랏! 죽어랏!”

하하, 오늘도 그랬다. 이 냔들은 공정한 결투를 위해서라도 나에게 검 하나라도 쥐어주고 2:1로 결투를 했어야 했는데,

칼을 지네들이 다 챙기고, 나는 맨 몸으로 맞거나, 아니면 아파서 꼬우면 연약한 여자들을 때리라는 것이었다.

그럼 나보고 우짜라고. 여자들을 때릴 순 없으니 묵묵히 쳐맞으라는 거 아녀.

그런 두 막내들의 의도를 알아챈 나는 그녀들이 손에 불끈 쥔 장난감 검을 뺏아보려고 애썼으나, 

그럴 때 마다. 화영이나, 지연이나 모두 뺏으면 울어버리겠다는 뜻의 울상을 지어댔다.

결국에 미녀의 애교와 눈물에 취약한 나는 차마 뺏지 못하고, 더 아프게 맞을 뿐.

이러다간 정말 죽겠다는 생각이 가끔 들고 있다. 거기다가 지금은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황.

여러모로 피로가 쌓여있는 데, 진짜 큰 일이 날 것만 같다.

“하아.. 애들아 잠깐.. 오빠 힘들어.. 쿨럭..”

“에잇, 뻥치지 마. 이 용아!!”

그 동안 한국에 온 동안, 소녀시대 아해들이 기를 신명나게 뺏어가고. 티아라 아해들은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나의 몸은 점점 허약해지고, 밥도 못 먹고. 시달려만 가고. 말을 자꾸 주절주절대고 있고. 여튼 많이 힘든 상황이였다.

심지어 지금은 아파서 기침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하지만 아직 그녀들은 어려서 레알 많이 약해진 내 몸의 상태를 알아채지 못하는 지 계속 칼질 아니면, 주먹질을 해대는 그녀들이였다.

아오, 풋풋한 열 여덟살 냔들 같으니라고. 도대체 격투기는 어디서 배워온거야.

“맥시멈 킥!”

지연이랑 투닥거리느라 화영이의 공격을 간과했나보다.

그녀는 나 몰래 소파 위로 올라가서는 뛰어내리며 2단 옆차기를 내 갈비뼈에 그대로 내리 꽂았다.

딱 맞는 순간, 비명도 안 나왔다.

너무 갑작스럽게 맞아서 그런 것일까. 몸살 걸린 상태에서 쟌니스트 세게 화영냥의 맥시멈 킥을 맞아서일까.

그대로 눈이 절로 감겼다.

아, 죽은 건 아니다.

*

“오빠, 일어났어요?”

몇 시간을 꿈 속에서 소연누나에게 시달렸을까.

몇 시간을 꿈 속에서 헤맨 나에게 제일 먼저 보였던 그림은,

청순가련 그 자체의, 조강지처 모습 그 자체의, 순백색의 순수함을 갖고 있을 듯한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

그리고 고개를 올려다보았을 때, 천사의 미소를 희미하게 짓고있는 서현이가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