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6화 (147/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서른 아홉 번째 과외.

“시카야, 붙어있어.”

“응..”

시카도 당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옆에 멀뚱히 있던 시카를 팔로 감싸안아 내 몸에 붙어있게했다.

그리고는 은정누나의 손을 잡아 끌어당겨 역시 마찬가지로 내 쪽으로 오게했다.

때 마침, 전철이 시부야역에서 멈추게 되어서 은정누나와 시카. 그리고 그 고등학생도 함께 내렸다.

은정누나와 시카는 겁이 살짝 든 듯한 눈빛으로 나와 고등학생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나는 살짝 노려보며 입을 열며 영어로 일본 고등학생에게 말했다.

“Are you touched her's hip?”

“?”

이 시키는 학교가서 영어교과서로 공부는 안하고, 베게로 써댔나. 대갈통이 텅 비어있네.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한 정도로, 못 알아 듣는 일본 고등학생이였다.

“君がお尻マンジョトジ? 네가 엉덩이 만졌지?”

“いいえ。아니요.”

순간 답답했지만, 답답함도 잠시 내 옆에 붙어있던 시카가 팔짱을 낀 채로 통역을 해주었다.

그러자 시카의 말에 일본 고등학생 녀석은 뭐라고 짤막하고 불량한 태도로 대답했지만, 일본어에 전무한 내가 알아들을 리가 있나.

할 수 없이 일본 고등학생이 한 말을 시카에게서 들어야했다.

“시카야, 저 뇨석이 뭐래?”

“자기는 안 그랬다는데?”

분명히 내 두 눈으로 제대로 봤는 데, 저렇게 발뺌하고 거짓말을 치려고 하다니.

내 안에서 살아숨쉬는 정의로움이 고등학생을 용서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 동안 몸을 수 없이 다졌는 데, 오늘 그 노력의 결과를 보여줘볼까.

오랜만에 사람을 때릴 준비를 하는 나는, 일본 고등학생을 노려보며 시카에게 말했다.

“시카야, 이 말 통역해줘. 존나게 맞으면 기억 날꺼라고.”

“응, あなたは、非常にたくさんの賈格にあった場合は記憶の日かもしれない。너 많이 맞으면 기억날거래.”

“しまった! 젠장!”

시카가 통역해주자마자, ‘시마타’를 외치며 플랫폼 반대 쪽으로 튀어가는 일본 고등학생이었다.

감히 은정누나를 더듬은 저 풋내기를 용서할 수 없는 나는 성큼성큼 뛰어가며 고등학생을 추격했다.

서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터라, 무풍지대인 지하철 플랫폼이 공기의 접촉으로 인해 수많은 내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있었다.

일본 고등학생은 너무 달리는 것만 생각하느라, 금방 막다른 곳에 다다랐고 나는 내가 달려오는 속도를 이용해 발을 튕겨 바닥에서 뛰어올랐고,

단듀에게서 맞아가면서 숙련해 온 단듀 드롭킥을 고등학생의 등판때기에 작렬했다.

그러자 단듀 드롭킥을 맞고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일본 고등학생.

고통의 신음을 내며 바닥에서 뒹굴면서 열심히 하얀 교복 와이셔츠로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만족을 못하는 나였다.

“너는 오 솔레미오좀 외쳐봐야되겠다.”

호선을 그리면서 허공의 궤적을 훑는 나의 다리.

힘이 0이 되는 구간까지 올라갔다가, 중력의 작용으로 인해 다시 반대로 호선을 그리며 내 발끝은 치면 GG치는 구역을 향해 충돌하려하고 있었다.

“오 솔레미오!!!!!!!!”

역시나 고자가 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고통의 효과음은 전세계적으로 일치한 듯 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나의 오솔레미오킥에 맥을 못 추고,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일본 고등학생.

그러길래, 누가 남의 여자를 함부로 더듬으래. 야동에 나오는 가짜 영상이 현실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는 걸 알았겠지.

여자가 기분이 이상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불쾌해한다는 걸 알아둬라.

“와, 민식이 멋있어..”

“와, 짱이다!”

내가 일본 고등학생을 잡으려고 질주하자, 깜짝 놀란 두 아가씨들은 언제 쫓아왔는 지 어느새 내 옆에 와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었다.

젠장, 치켜세워주면 기분 좋아지는 데. 어떻게 하지? 내색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은정누나는 그 고등학생이 괘씸하긴했는 지, 바닥과 하나가 되어가는 고등학생의 엉덩이를 굽으로 내리찍고 있었다.

아, 차마 못보겠다. 잔인해, 늅늅.

고등학생을 처리한 지 얼마 안되서, 지하철 관리요원들이 우리가 있는 플랫폼을 향해 내려왔고.

우리 셋 중에서 유일하게 일본어가 수월한 시카는 그들에게 상황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관리요원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고등학생을 서를 향해 끌고갔고,

그 고등학생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튼, 그렇게 변태사건은 간단하게 처리되었고 우리 셋은 지하철 역 밖으로 빠져나와 눈 앞에 펼쳐진 시부야 거리를 감상했다.

“왜 이렇게 크냐.”

“시부야니깐, 크겠지!”

시카양, 그렇다고 소리까지 지를 필요는 없잖아요.

순간, 나한테 항상 다정한 눈빛만 쏘던 시카양이 패기를 내뿜는 바람에 기절해버릴 뻔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어쨌든 시카양의 타박에 마음이 쫄았단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아침도 못 먹었는 데 어디 갈꺼야?”

“저기 크레페 가게 있는 것 같은데. 크레페 먹자!”

참고로 지금 시간은 오전 아홉 시.

그래서 출근길이라서 우리가 그런 상황에 부딪혔던거고. 

다른 사람들은 출근이나 등교하느라 바쁜데, 우리는 놀아야되는 데 가게가 닫혀있으면 어쩌나싶었지만.

일본 사람들은 부지런한 모양인가보다. 고작 오전 아홉시인데, 웬만한 가게 아니 모든 가게가 활짝 열린 채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맛있어?”

“응, 생크림이 혀 안으로 녹아드는게 달콤해!”

“치킨이 녹는다 녹아-.”

시카는 생크림파르페를 한 입 베어물고는 광고를 찍어대고 있고, 은정누나는 치킨파르페를 한 입 먹더니 온갖 연기를 해댔다.

나는 뭐냐, 그냥 달달한 파르페를 달라니까, 이름도 말하기 어려운 바나나 초코 퐁듀 파르페를 건네주는 직원이었다.

그래서 한 입을 베어무니, 아흑. 충치 생길 것 같을만큼 너무 달다. 늅늅.

어쨌든 각각 자신의 파르페를 야금야금 베어먹으면서, 눈으로 즐기는 쇼핑인 아이쇼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목적은 그게 아닌 듯 한 것 같다. 

아이쇼핑보단 맛집투어의 냄새가 슬슬 나기 시작하는데, 역시 아이쇼핑은 안하고 타코야키(문어빵) 가게로 신나는 얼굴로 걸어가는 그녀들이였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은정누나와 시카는 양심이 있어서 더치페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머리에 박아둔 것 같다. 정말 다행이야.

은정누나와 시카는 동시에 이쑤시개로 문어빵을 하나씩 찍더니, 입 안에 쏘옥하고 집어넣고는 먹으면서 부르르 떨어댔다.

“으, 오이시이-.”

“으, 오이시이-.”

귀엽다. 사랑스럽다. 흐뭇했다. 문어빵을 먹고서 저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할 수 있는 뇨자들이 얼마나 될까.

여튼 그녀들의 표정에 나도 이쑤시개를 하나 끄집어내서, 하나를 먹어보았다. 

크윽, 이건 맛있다. 결국엔 1인분 타코야키를 세 명이서 나눠먹는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쨌든 타코야키를 먹는 것을 끝으로 맛집투어는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아이쇼핑 및 레알쇼핑을 즐기려고 하는 우리였다.

멋진 모자도 많고, 이쁜 구두도 많았다. 역시나 시부야는 여러모로 볼 게 많은 거리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리고 점심시간 정도 되니, 사람들도 어느새 와글와글 많아지기 시작하고, 얼핏 보면 한국의 홍대라는 느낌도 든다.

“우와! 시카야, 너 여기 있어!”

“어디..!? 음....”

“....”

그렇게 열심히 아이쇼핑을 하고 있었는데, 은정누나는 언제부터 떨어져있었는 지 저 만치 멀리 가있었다.

그리고 은정누나는 거기서 무엇을 발견했는 지, 해맑게 우리를 불러댔고 우리는 신나서 그 쪽을 향해 걸어가보니, 

젠장, 시카가 프린트 된 길다란 베게가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안봐도 딱, 오덕상품이구만.

“이거 근데, 뭐에 쓰는 거야? 설마, 끌어안고자는.. 헙!”

“하..하하하.. 이, 이것도 인기라는 증거겠지..”

은정누나는 그 베게를 가리키며, 무슨 용도로 사용되는 것일까, 라며 우리한테 물어보려다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이게 어떤 사용용도로 쓰이는 지 알아챘는 지, 입을 막으며 시카를 바라보았다.

시카는 쿨한 뇨자의 모습을 보이려는 듯, 웃음을 지어대며 일본의 문화를 이해해주려고 하고 있지만, 웃음이 딱 봐도 어색해보였다. 

나는 갑자기 저 베개를 보고 장난기가 발동해, 지갑을 꺼내면서 시카와 은정누나에게 말했다.

“...저거 살까?”

돌아오는 대답은, 말 대신 주먹 뿐.

며칠만에 느껴보는 훅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 때 시카의 패기를 느낀 것 같다.

시카와 은정누나는 나를 ‘둔탱이! 멍청이! 변태!’라고 말하며 나를 때리고 있었다.

이러다가 미역머리가 발갛게 물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여튼, 시카와 은정누나는 나를 다 때렸는 지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고.

시카는 많이 발끈했는 지 나를 향해 소리쳤다.

“왜 사, 저걸!”

“그,그냥.. 기념으로..”

“내가 여기 있는 데 왜 사! 그냥 날 안아! 헙!?”

“!?!?!?”

은정누나의 앞에서 시카가 이런 소리를 하다니.

시카는 자기가 말해놓고, 또 ‘헙!’거리며 놀랐고, 은정누나는 벙쪄있고, 나도 벙쪄있었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어색함의 물결 속으로 스르륵 잠기는 듯 했다.

“아, 아니 변태같잖아!!”

“하하하.. 그래..”

“이 가게 둘러보자아.”

“그,그래..”

시카는 잠시 벙쪄있었다가, 곧바로 핑계를 대긴 했지만.

이미 분위기는 많이 어색해져있었다. 나 또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은정누나와 시카를 번갈아쳐다보았다.

은정누나는 쿨하게 연기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가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거기로 가자고 했고,

시카와 나는 순순히 따랐다.

“우와, 별게 다 있네.”

우리 셋이 들어선 곳은, 시부야에 위치한 한류상품을 판매하는 가게다.

젠장, 아까 거기는 그냥 커피였다면 여기는 T.O.P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스케일이 장난 아니었다.

소녀시대, 티아라, 동방신기, 카라, 초신성 등 여러 그룹의 앨범이 쫙 퍼져있었고,

그에 관련된 양말이나, 베게(!?), 피규어 등등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신기한 상품들이 진열되어있었다.

‘음, 카라라니. 여기,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 있는데..’

일단은 뿔뿔이 흝어진 채로, 자기네들이 보고 싶은 것들을 보고 있는 셋이었다.

나는 주로 앨범 쪽을 향해 발이 갔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은정누나와 시카는 아무래도 의류나 악세서리 쪽으로 간 듯 했다.

나는 앨범을 보고 있다가, K A R A 라는 마크가 써져있는 앨범에서 어디선가 몇 일 전에 본듯한 낯익은 얼굴이 유난히 눈에 띄였다.

그러다가도, 에이 설마. 하면서 앨범은 그만 보기로 하고 시카와 은정누나가 있는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히히, 이거 귀엽다.”

“음, 이쁘다-.”

“이건 괜찮네.”

우리 셋은 흩어졌다가 다시 뭉친 채로, 베개를 보고 얼굴을 찌푸리다가도 피규어 앞에서는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크기도 작고, 가격도 싼데다가, 각각의 개성을 잘 살린 듯한 모양의 피규어.

시카 피규어는 금발의 이미지가 강한 지, 금발의 시카 모습이였고, 은정누나는 ‘너 때문에 미쳐’ 때의 모습이라고 수줍어했다.

“람뽀 언니는 그대로네?”

“어, 진짜네. 크큭-.”

은정누나의 말에, 보람누나의 피규어를 보니 진짜라도 믿을 만큼 싱크가 일치했다.

그런 보람누나의 피규어에 웃음이 터져버리는 나였다.

“우리, 이거 사 가서 나눠가질까?”

“얘들 기념품?”

“응응! 사자!!”

가격도, 소녀시대 합본은 900円. 티아라 합본은 700円. (사실 아님.) 밖에 안 되었기에,

과감하게 더치페이(!?)로 계산하는 나와 은정누나와 시카였다.

어쨌든, 열 여섯명의 피규어가 들어있는 종이백을 내가 들고, 어느새 꼭대기를 지나 서쪽으로 기울고 있는 해였다.

아까 왔을 때는 분명히 동쪽에 있었는 데, 참 시간 많이 지나갔나보다.

“이제, 내 머리 바꾸러 가야지.”

“우리는 컨셉 바꾸면 안 되니깐, 너 혼자 짤라.”

“그럴 예정이었어.”

드디어 나는 내 주 목적인 미용실에 도착했고, 시카와 은정누나는 컨셉을 지켜야한다며 미용실 의자에 앉아서는

여우들의 수다를 떨어댔고, 나는 본격적으로 머리를 다듬을 준비를 했다.

헤어디자이너가 와서는, 헤어 잡지를 보여주며 어느 머리로 하실 것이냐고 묻고.

나는 무난하고 깔끔한 스타일의 머리모양을 손가락으로 찍고는, 염색은 금발을 하려고 했다가 이렇게 미역머리가 되었으므로.

과감하게 금발을 질러보였다. 그러자, 헤어디자이너는 고개를 끄덕거리곤 몇 명을 더 불러서 내 머리를 다듬고 염색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을 돌돌 말고, 사각사각 잘라냈을까. 헤어디자이너들은 내 머리를 감고 말렸고.

다시 눈을 뜨고 내 모습을 보니, 깔끔하게 머리를 친 내 헤어스타일과 찰랑찰랑한 금발이 보였다.

아흑, 이러면 안 되지만. 마치 한 명의 원빈을 보는 것 같아. (원빈 팬 죄송염, 요건 팬픽이잖슴. 낄낄, 원빈 - 어떤 머리스타일도 다 잘 어울림)

“와, 멋있다아! 역시 민식이당-.”

“히잉, 갈색머리로 염색하지 말 껄. 그대로 있었으면, 커플머리색인데!”

“!?”

시카가 오늘따라 왜 저렇게 적극적으로 구는 지 모르겠지만, 여튼 들어갈 땐 미역이었다가, 나올 때는 찰랑찰랑한 금발인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웃겨서 쳐다보는 것이 아닌, 까리해서 쳐다보는 눈빛들이 넘쳐났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시부야의 의류상가에 도착했고. 시부야의 옷들은 은근히 디자인이 괜찮은 것에 비해, 가격이 싸서 우리 모두 하나씩 옷을 챙겼다.

“히히. 우리 같은 옷 사자.”

“응?”

“시부야에 온 기념으로 세 명 모두 똑같은 옷 사자구.”

라는 은정누나의 말에 결국에 세 명 모두 엄지손가락이 치켜들어 올려진 그림이 프린트 된 옷을 사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귀국할 때 입자고 하는 그녀들. 그런 그녀들의 모습이 귀여워 입어주기로 하고는, 벌써 시간이 애들이 스케쥴이 끝나서 올 시간 쯤이 됬으니

다시 지하철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우리였다.

“은정누나, 거기서 뭐해?”

“우리, 이거 먹자!”

시부야역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데, 은정누나가 어느 자판기 앞에서 마치 백구마냥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대신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며,

시카와 나를 쳐다보며 이것을 먹자고 말했다.

나와 시카는 은정누나가 있는 쪽을 향해 걸어갔고, 그 곳에는 일본의 여러가지 자판기 중 하나인 라면 자판기가 있었다.

시카는 라면 자판기를 보더니 반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 이거 나 먹어봤어!”

“어떤데?”

“음.. 라면맛?”

“... 그, 그래 라면이지.. ”

시카도 은근히 4차원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그런 모습을 뒤로 하고. 

엔화 지폐를 몇 장 집어넣어서 라면을 구입하는 우리였다.

시카는 유부라멘. 은정누나는 돼지고기 지단이 들어가있는 라멘. 나는 된장라멘을 뽑았다.

그리고는 맛있는 소리를 내며 후루루룩.

“우와! 느끼해-.”

“우와! 느끼해-.”

“우와! 느끼해-.”

젠장, 세 명이 느끼는 라멘 맛의 공통점이 느끼함이라니. 어쨌든 돈을 주고 사긴 샀으니까, 우리 셋은 주변 의자에 앉아 라면을 다 먹고, 빈 그릇을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느끼한 여운을 없애 줄 디저트를 목을 돌려가며 찾고 있었다.

“베스킨라빈스다!”

그렇게 디저트 가게를 찾고 있다가, 시카가 어린아이같은 표정을 지으며 어느 쪽을 가르키며 소리쳤고,

은정누나와 나는 시선을 그 쪽으로 돌려보니 아이스크림집인 베스킨라빈스 31이 있었다.

망설임없이 우리 셋은 그 쪽으로 달려가서는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시카는 달콤한 딸기 아이스크림. 은정누나는 초코 아이스크림. 나는 진리의 치약맛이 나는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는, 느끼한 맛을 열심히 없애고 있었다.

“히히. 저기 고구마 판다.”

시카는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어대며 창문 밖을 가르켰고, 은정누나와 나는 고개를 그 쪽으로 돌려보니.

역시나 한국에서 보는 것과 비슷하게, 일본 고구마 장수가 군고구마를 팔고 있었다.

“서현이.”

“서현이.”

“서현이.”

낄낄, 김이 모락모락 난 채로 어두운 노란 빛의 덩어리를 자랑하는 고구마의 모습을 보고는,

우리 셋의 입에서는 동시에 서현이가 튀어나왔다.

고구마 하면 서현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튕겨져나오는 서로의 모습에 빵 터져서 웃어대는 우리였다.

어쨌든,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느끼한 맛도 없겠다. 돈도 이제 세 명 다 떨어졌겠다. 라는 결론이 난 시카와 은정누나와 나는 지하철역으로 바로 직행했고,

티켓을 뽑은 뒤, 때 마침 오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는 노곤한 몸을 뉘였다.

‘꾸벅꾸벅-.’

‘꾸벅꾸벅-.’

물론, 노곤한 몸을 뉘인 건. 내가 아니라 내 옆에 있는 두 뇨자들이지만 말이다.

두 뇨자들이 꾸벅꾸벅 잠자는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온 귀요미 천사들만 같은데, 문제는 어깨가 결리다.

그리고 의문점이 생기는 건. 왜, 은정누나와 시카를 사람들이 못 알아보냐는거다.

일본이라서? 라는 의문점이 생기긴했지만, 티아라와 소녀시대는 일본에서도 어느정도 유명한 그룹이 아니던가.

라며 골똘히 생각해보다가, 전철은 어느 역에서 멈춰섰고, 그 곳에는 티아라와 소녀시대 광고판이 있었다.

‘아, 알겠다. 화장을 안 해서 그렇구나-.’

화장을 안 했으니, 그녀들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는 일본사람들이 알아챌 수 있을리가 없다.

거기다가 일반인인 나와 다니는 데, 의심한 겨를이 있겠나. 그저 닮은 사람으로 봤을 게 전부 였다.

여튼 그렇게 있다보니, 아카사카역에 지하철은 멈춰섰고 우리는 헤롱헤롱한 채로 호텔로 걸어갔다.

은정누나와 시카는 자다가 일어나서 헤롱헤롱이고. 난 졸려서 헤롱헤롱이고.

여튼 그렇게 호텔로 가니, 어느새 소녀시대와 티아라 멤버들이 와있었는 지 우리들을 향해 크게 꾸짖는 말투로 소리쳤다.

“우리는 스케쥴 갔는데, 너네들은 놀고 있어!?”

라면서 우리 세 명을 향해 달려왔고, 우리 셋은 남은 열 네명의 소녀들에게 아스트랄하게 시달렸다는 후문이 그녀들과 나 사이에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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