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서른 일곱 번째 과외.
이 곳이 현실이 아닌 꿈이라고 생각해보았다. 그러고 싶었다.
내가 원한 건 워너비 블론드 헤어인데, 왜 미역줄기가 얹혀져 있는거냐고.
아까까지만 해도 색이 잘 빠지게 나오게 해줄테니, 울지나 말라고 했던 유리의 말이 문뜩 떠올랐다.
젠장, 미역줄기의 싱싱함을 완벽하게 표현했잖아.
너무 완벽하게 표현한 나머지, 눈물과 분노가 어우러져 섞여나왔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머리에 미역줄기를 감은 한 마리의 버서커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남은 염색약들을 살짝 쳐다보았다. 활활 타오르는 복수덩어리.
그 때의 나는 아마 알라스토르(Alastor, 복수의 화신) 보다도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으리라.
“왜, 날 해조류로 만든거냐.”
“해조류..?”
일단은 야무지게 샘솟아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어금니를 꽉 깨문 채, 거의 복화술로 그녀들에게 말을 했다.
파니는 해조류가 무엇인 지도 모르는 지 고개를 갸우뚱거려댔다.
내 머리 건드렸던 애가 누구지? 화영이하고 파니였지?
하하 하하하. 일단 티아라냔부터 잡자.
“여튼 이게 뭐야!!”
“뭐, 어때. 개성이 넘치네!”
“뭐, 개성?! 너네들도 독특한 개성이 넘치게 해줄게!”
“꺄앗!”
나는 손으로 내 머리카락들을 꽉 쥐며 나의 복잡한 심청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아직 나의 레이지를 느끼지 못하는 지, 농담만 툭툭 던져나올 뿐.
좋았어, 그녀들의 농담에 무분별하게 앵거 게이지가 차오르고 있다.
이렇게 풀 모드가 될 때 까지 차오른다면, 그 때는 진짜로 폭주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끝까지 차올라라, 나의 분노여.
“우어어어어!”
아직 풀 모드가 되지는 않았지만, 빛 보다 빠른 이성해제로 본격적으로 먹잇감 사냥에 나섰다. 일단은 앞에서 방심을 하고 있던 유리냥의 어깨를 덮석 잡았다.
그리고 유리냥의 엘라스틴을 한 듯한 윤기가 넘치는 깜장머리를 나의 머리색과 똑같이 염색시켜 미역 커플이랍시고, 커플 염색을 해보려고 했지만.
유리냥, 은근히 눈치가 빠르고 반응도 빨랐다!?
“메롱- 잡아볼테면, 잡아봐라. 미역아-”
“후후후후, 좋았어. 깝율, 그렇게 깝치다가 네 머리도 미역 되지 않도록 조심해라.”
내 방에서 침대 위에서 뛰노는 한 마리의 유리냥이 나에게 도발을 시전했다.
미역이라니, 내가 열이 받은 결정적 요인이 그것인데, 그것으로 나를 놀리다니.
너의 그 까만 머릿결에 머리카락을 흰색으로 염색시켜, 새치머리가 있는 유리로 만들어주리라.
일단은 다른 냥은 안중에도 없었고, 침대에서 깝치며 앵기는 유리냥을 잡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만들어보자. 또 다른 미역머리를 만들어보자. 우우우우우!!
“히히, 몸이 느려서 날 잡을 수나 있겠어?”
“봐주는 거야. 너는 내가 금방 잡어.”
침대 위와 침대 아래에서 긴장감이 감도는 대치 상태.
유리는 여전히 특유의 깝을 쳐대며 나의 화를 자꾸만 돋구었고, 나는 내 화에 얼굴이 달아오른 채로 유리냥을 노려보았다.
아, 그리고 티아라의 효민냥과 화영냥을 잡아서 다리를 분지를 생각을 하고 있었는 데, 낌새를 눈치 챘는 지 내 방에는 효연이와 티파니 그리고, 내 타겟인 율냥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아, 안되겠다. 얘들아 도망가! 나라도 시간을 끌고 있을게!”
그리고, 갑자기 뜬금없이 발동되는 유리냥의 희생정신?! 은 훼이크고, 일단 팊양과 효랭양을 먼저 탈출시키고 자신의 발놀림을 이용해 동시에 탈출하려는 수작이었다.
역시나 효랭양은 율냥의 말을 듣자마자, 팊양의 손을 잡고, ‘뛰어!’라는 말을 했고.
팊양은 어설프게 효랭양의 말을 듣고는 뛰기 시작했다. 유리냥도 나랑 대치를 하고 있다가, 침대 위에서 과감하게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후훗, 그래봤자 너는 침대 위의 율냥이야.
“너 다가오면, 거..거기는 안전하지 못해.”
젠장, 이렇게 치사할 수가.
침착하게 깝치는 유리냥을 체포하려고 했던 나는, 침대 아래로 내려온 유리냥의 발 위치에 그녀를 생포하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발등이 정확히 나의 소중한 주름 잡힌 두 알의 밑에 있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놓아주어야 했다.
아아, 염색은 다시 복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고자는 복구할 수 없는 거잖아.
여튼 율냥을 그렇게 떠나보내고, 나는 아쉬움에 휩싸였다.
그래, 꼭 율냥만이 내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건 아니야. 나에겐 먹잇감 하나가 필요하다.
나의 독창적인 예술혼이 집약될 염색 아트의 마루타가 될 먹잇감이!
그래서 나는 복도로 재빨리 나와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세 명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다시 비명을 지르며 뛰어가는 세 명의 소녀들, 근데 중상모략이라도 하는 둥 가운데에서 열심히 뛰는 티파니를 내비두고,
유리와 효연이는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는 잠깐의 눈을 맞추고는 뭔가 결심했다는 듯 티파니를 잡았다.
“에잇, 파니야 미안해!”
“꺄앗!”
그녀들은 잘 달리고 있던 파니를 재빨리 멈춰세우고는, 재빨리 내 쪽으로 밀어버렸다.
그러자 금발을 휘날리며 달리고 있던 파니는 어느샌가 내 품에 쏘옥 안겨와 마루타로 희생되기 일보직전의 상태가 되었다.
파니가 불쌍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나와 똑같이 미역이 될 한 마리의 여자라는 동물이 필요했으므로.
꿩 대신 닭이라고. 그렇게 깝치던 깝율 대신 나의 염색을 전담했던 팊냥의 손을 꽈악 잡은 채,
내 방으로 끌고가다 시피 걸어갔다.
그러자 파니는 몸부림을 치며 유리와 효연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히잉.. 애들아, 가디마!”
“히히히.. 넌 이제 끝이다.”
“흐아아앙-”
하지만 자신들이 살기 위해 버린 파니를 효연양과 율냥은 구할 이유가 없었고, 묵묵히 파니를 버린 채 자신들의 방으로 도망가는 그녀들이었다.
아무리 데뷔하고, 같이 합숙한 지 3년이 넘었는 지. 누굴 버리고 괴롭히는 팀 워크 하나는 환상적인 것 같다.
나는 자조적인 사악한 미소로 파니를 살짝 보며, 다시 나의 방으로 그녀를 인도했다.
어느샌가 징징거리며 화장대 앞에 앉으며, 숭고한 의식을 기다리는 파니였다.
치렁치렁한 황금빛 머릿결이 미역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 미안한 마음도 있긴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기쁘다. 네가 죄가 있다면, 아마 나의 머리색깔을 이렇게 만드는 데 한 몫을 한 죄일꺼야.
파니가 써먹었던 레시피 그대로, 미역색깔을 만들기 위해 염색약을 믹스하는 나님이었다.
잘 저어야, 미역색이 잘 나오지. 룰루루루루-
“흐아아앙, 발라졌어. 흐윽..”
“괜찮아, 괜찮아. 너는 다시 코디가 염색을 해주겠지만, 난 비싼 돈 주고 염색해야 해.”
자신의 고운 머릿결에 미역색이 나오는 염색약이 발라졌다고 슬퍼하는 파니다.
하긴, 나는 머리가 짧아서 시간이 덜 걸렸다고 해도, 파니는 머리가 기니까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아, 생각해보니까. 파니 염색시키는 건 나잖아..
그럼 나도 그만큼 시간을 써야하는건가!?
내 꾀에 내가 당해버리고 말다니. 어쨌든, 나와 같은 처지의 동지를 하나 늘린다는 생각으로 해주면 되겠지.
뭐, 파니는 어떻게든 달래면 되는거고. 룰루-
“파니양. 이마가 좀 넓네요? 낄낄.”
“히잉.. 놀리지마아.”
젠장, 티파니는 무슨 놀릴려고 농담 하나 던지면, 바로 울상을 짓냐.
이렇게 울어버리면, 나만 나쁜 놈이 되고, 또 파니는 한 번 울면 그칠 줄을 모르는 그런 여자고.
거기다가 외국에서 하도 오랫동안 살고 와서 그런지, 아직 한국말이 어리숙해 말할 때 마다 살짝 늘리면서 말하는 끼가 있어서,
은근히 평상시에서도 애교 섞인 말투고. 젠장, 나의 약점인 두 가지를 평소에도 적절히 활용하는 그녀라니.
그래도, 가끔씩은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서 놀리는 맛은 제대로긴 해.
어쨌든 한 시간 동안 그녀의 머리에 염색약을 덕지덕지 발라주고는, 캡을 씌운 채 염색약이 스며들기만을 기다렸다.
“푸하하핫- 너 진짜 아줌마 같아.”
“...씨잉.. 너도 아줌마였거든!?”
뭐 때문인 지는 모르겠지만, 파니와 같이 놀고 있으면 나도 유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워낙, 파니가 유치한 장난도 재미있게 잘 받아줘서, 유치하게 놀아도 시간이 물 흐르는 것처럼 빨리 지나는 것 같다.
어쨌든 아까 내가 아줌마 같다고 놀림당한 것을 그대로 파니에게 말하자, 지도 아까 아줌마였으면서. 라는 류의 말로 발끈하는 파니였다.
후훗, 귀엽다 귀여워.
“치잇, 오랜만에 봤는 데 웃기만 하고.”
“그럼 뭐 해줄까?”
파니는 여전히 헤어캡을 쓴 채로 애교를 부려댔다.
아니, 이건 애교 보다는 징징대는 건가.
여튼 파니는 아직 마음이 여러서 그런 지, 거의 세 달동안 못 보다가 드디어 보게 된 내가 자신을 놀림감 삼아 웃고 있는 모습에,
살짝 삐지기라도 한 건지, 서운한 표정을 여과없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냈다.
아앗, 장난으로 다시 친해지려고 하는 건데, 이런 반응을 보이면 내 예상과 어긋나는데.
여튼 칭얼대는 파니를 달래주기 위해서, 나는 파니에게 여러번을 장난치다가,
그럼 내가 무얼 해주었으면 좋겠냐고 한 번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음.. 과외!”
“...”
예상은 했지만 파니가 선물이나 다른 것을 원하는 게 아닌, 과외를 원하다니.
이건 내 입보다는 내 허리가 고생하는 과외인데..
그리고 오늘 새벽에 진탕하게 시카랑 하느라, 무지무지하게 피곤한데!
또 다시 허리를 놀려야한다니.
어느샌가 몸이 자연스레 과외를 거부할 정도로, 너무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젠장, 오는 여자를 거부 안 하다보니 이렇게 고생하는 것도 있지만, 인간적으로 내 상상과는 다르게 얘들이 너무 밝혀.
“과외∼ 응? 과외∼ 세 달동안 못 했으니깐 하자아∼”
“....나중에, 염색 끝나고 생각해보자.”
“웅! 헤헷..”
팊냥은 아무래도 애교와 앙탈을 부리는 행동은 타고난 재주인 듯 했다.
요즘 애들이 애교를 부리면, 속수무책으로 내가 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상황이 유지가 된다면, 내 지갑은 물론이고. 내 정소마저도 탈탈탈 털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무래도 대책을 세우긴 해야겠는 데, 내 의지대로 안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해도, 내 말을 들을 그녀들이 아니고.
뭔가, 묘책이 필요해. 그 묘책은 137화 게시글에 달린 댓글에서 찾아봐야지.
“여튼, 우리 없는 동안 티아라랑 재밌었어?”
“응? 아, 재밌긴 재밌었지.”
“..씨잉.. 나쁜 민식이..”
“걱정마. 그래도 네가 더 좋아.”
“히힛.. 다행이다..”
파니는 세 달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 지를 궁금해했다.
그 질문에 무심코 생각않고, 그냥 무의식적으로 대답해버렸는 데 그 말에 파니가 다시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티아라에게 당하면서 능글맞아진 내가 아니던가.
약간 능글맞아진 말투로 파니를 대하니, 금새 삐진 게 풀리는 파니였다.
하, 파니는 쉽게 삐지는 만큼 쉽게 풀려서 다행이다. 쉽게 삐지고 쉽게 안 풀리면 내가 얼마나 고생할 지 안 봐도 비디오다.
“시간 다 됬으니깐, 이제 캡 벗기고 감겨주고 말려줄게. 후훗, 나랑 같이 미역이 될 사람인데 그 정도 서비스는 해줘야되지 않겠어?”
“히잉.. 미역이라니이..”
파니는 볼을 부풀린 채로 칭얼거리며, 순순히 화장실 안으로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
그리고 파니의 머리에 물을 주기 시작하자, 염색약의 색깔 그대로 물이 줄줄 나오기 시작했다.
후후, 이제 샴푸로 머리를 감겨주고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주면, 미역머리 탄생인가.
나는 기대감에 부푼 채로, 파니의 머리를 직접 감겨주고, 탈탈 머리카락을 닦아주고 말리며 어서 빨리 파니의 머리카락이 미역줄기가 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꺄아, 이쁘다!”
“...!?”
“히히, 고마워 민식아- 이렇게 잘 나오면, 염색도 안 해도 되겠네. 여튼 이쁘다-”
‘쪽’
“?!”
“이건 감사의 표시-”
분명히 미역을 돌돌 휘감은 아해가 나타나야 정상인데, 오히려 내가 흑발의 여신을 탄생시킨 꼴이 되어버렸다.
파니는 색깔이 잘 나왔다고, 정말 환하게 웃어댔다. 그리고는 고맙다며 내 볼에 뽀뽀를 하는 그녀였다.
도대체 왜.. 염색약을 과하게 섞으면 검정색이 되는 것이였던가.
아아, 난 완벽하게 머리색이 해조류 중 하나인 미역이 되어버렸는 데, 내 예술혼이 닿은 파니의 머릿결은 흑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니.
여튼 파니의 젖은 머리를 마저 말려주고, 아까 파니가 과외를 하자는 말이 있어서 기뻐하는 파니를 은근슬쩍 방으로 보내려고 했다.
“히히힛.. 우리 염색한 기념으로 과외하자아!”
“나,나중에..”
“그런 건 없어!”
“아아..”
하지만 파니는 과외를 아직 잊지 않은 우등생이었다.
나중에 하자는 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를 침대로 질질 끌더니 침대로 툭 밀쳐서 자빠트려버렸다.
그리고는 머리를 묶고있던 머리끈을 풀고, 산발이 된 채로 야릇하게 나를 쳐다보며 내 위로 올라타는 파니였다.
늅늅, 내 허리.. 누가 좀 지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