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2화 (143/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서른 다섯 번째 과외.

“..덜덜..”

씨익 웃는 소연누나의 모습을 본 나와 태연이는 온 몸에 나있는 구멍이 아직 멀쩡한 지 살짝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었다.

음, 콧구멍과 귓구멍, 그리고 눈구멍과 도날드덕이 위협받았던 앞구멍과 내 뒷구멍은 이상 무.

태연이는.. 음, 패스.

“아, 민식아. 나 배고픈 데 저기 파는 푸딩 사줘!”

“네. 사드려야죠, 그래야 살 ㅅ.. 여튼, 태연이 너는?”

“나도 푸딩!”

다행히, 칠만삼천원이라는 거액의 지출에도 약 2000円 정도가 내 지갑에서 살아숨쉬고 있었다.

소연누나의 갑작스럽게 어린 애 같은 앙탈에 사주긴 사주려 하는데, 사실 아까 그 멘트를 접하지 않았다면 한 번쯤 튕겼겠지만.

잊을 만 하면 자꾸만 보는 퀸쏘의 모습이라서 저절로 지갑이 나도 모르게 개방이 되었다.

그렇다고 소연누나만 사줄 수 없으므로, 태연이에게도 의사를 물어보긴 했는데, 역시나 푸딩을 노리고 있는 태연이었다.

나는 꼬꼬마같은 아담한 키를 가진 두 처자를 양 팔에 낀 채, 질질 끌고 푸딩가게의 앞에 멈춰섰다.

“お困りですか?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음.. 저.. 그게..”

“プリン2個アイスクリム1個ください。푸딩 2개와 아이스크림 1개 주세요.”

일본인 종업원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일본어에 순간적으로 또 당황해버렸다.

머릿 속에서 그렇게 외웠던 ‘일본여행기본회화 200문 200답’이 효력이 소멸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좌절도 잠시, 일본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때때양께서 유창한 일본어를 바로 발휘하는 바람에,

어느순간 내 지갑에서는 600円이 나가고 그녀들의 손에는 푸딩이, 내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있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두 녀자는 어느샌가 푸딩 뿐만 아니라 햄버거와 콜라도 들고 있었다!?

아아, 600円이 아니라 1600円이었네. 영수증에 1이 가려진 것을 못 보고야 말았다.

여튼 미키마우스가 디즈니랜드의 효자상품이긴 한 지,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벤치에 앉아 유유히 햄버거와 푸딩을 뜯고 계시는

퀸쏘와 때때. 그리고 두 꼬마의 보호자 겸 물주로 다니고 있는 내가 방금 산 간식 중 제일 싼 아이스크림을 혀로 햝짝 햝짝대며,

아껴먹고 있었다. 

근데 이 사람들은, 왜 먹을 때도 팔짱끼고 먹는 겨. 그럼 내가 먹는게 불편해지잖수.

“어? 아이스크림 묻었다.”

역시나 불편하게 아이스크림을 햝짝거리느라, 방향조준이 잘못된건지 아이스크림의 끄트머리는 차갑게 내 입술의 옆을 촉촉히 적셨다.

이제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면되나라고 생각하면서 그 흔적을 손가락으로 꾸욱 지울려고 했을 때,

소연누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말을 하더니, 내 얼굴로 다가와서는 입술 옆에 묻어있던 아이스크림을 햝짝하며 없애버렸다!?

그러면서 내 입술도 혀끝으로 훑으며 스치는 바람에, 안 먹고 피부에 양보하려던 아이스크림은 소연누나에게 양보해버리고 말게되었다.

그것을 당한 나도, 그 모습을 본 태연이도 황당해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주 태연하다.

“누,누나!?”

“언니!”

“아, 탱구야 아쉬워?”

“어?”

특히 태연이는 뜬금없는 이 상황이 정말 황당했는 지, 살짝 발끈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소연누나는 태연이의 발끈한 모습을 보면서, 나한테 했던 것처럼 태연이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쉽냐는 말을 하더니, 태연이가 당황한 틈에 확 끌어안아 입술을 빼앗아가는 소연누나.

덜덜, 도대체 퀸쏘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이냐. 시카한테도 그렇고, 태연이한테도 그렇고.

“히히, 왜 그래? 우리 자주자주 이러고 놀았잖아.”

아마, 그 놀이의 종류는 레즈플레이인것인가. 내가 불과 얼마 전에 본 쌍지의 모습과 같은 그런 놀이!?

음, 여튼 추측은 뒤로 하고 어쨌든 퀸쏘를 보필하면서도, 애매한 상황에서는 피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민식아, 태연아, 나 화장실 좀―”

태연이와 나는 퀸쏘의 위엄에 부들부들 겁을 먹고 떨고 있을 때쯤, 잠시동안이라도 겁을 먹지말라는 건 지.

소연누나는 나의 팔에 끼고 있던 팔을 푼 뒤, 손을 흔들며 잠시 화장실로 떠나갔다.

하, 오른팔이 잠시동안 자유로워지자 나는 뻐근한 오른팔을 뺑뺑 돌리며 풀었다.

그리고는 태연이와 나만 오랜만에 둘만 남으니, 묘한 기류가 우리 둘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뭐하고 지냈어?”

“..어?”

잠깐의 침묵 끝에 내 잠잠한 귓가로 찾아온 태연이의 목소리.

아마도 세 달동안 내가 뭐하고 지냈는 지 묻는 것 같았다.

음, 세 달동안 니네그룹 멤버 시카랑도 놀고, 알바도 하고, 공부도 하고, 거의 티아라랑 많이 놀고, 가끔씩 에펙 막내 둘과 치엔누나랑도 놀고.

그랬다고 말할 순 없었기에, 일단은 얼버무려보았다.

“...그냥저냥.. 애들이랑 놀았지.”

“그렇구나..”

아아, 진짜 어색하다. 시간이 독이 되었나보다.

불과 세 달동안 안 봤다고, 이렇게 둘만 있으면 어색해 질 수 있으려나.

태연이는 나의 별 말없는 말마디에 고개를 살짝 끄덕거리더니,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또 던지는 두 번째 질문.

“저..”

“응?”

“티아라랑도.. 나랑 했던 거랑 같은거.. 한 멤버있어..?”

처음에는 태연이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인지 살짝 이해가 안되서 대답하는 시간을 늦추긴 했지만,

얼마 안되서 태연이의 말이 무엇인 지 알아채버렸다.

분명, 태연이랑 나랑 맨 처음으로 관계를 맺었으니깐 다른 그룹인 ‘티아라’의 멤버 중 관계를 맺은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 같다.

나는 그녀에게 사실을 말해주고 싶지만, 여린 마음에 소녀마인드인 태연이가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일단은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선의의 거짓말. 

“아, 아니 무슨.”

“그래..”

“그럼, 넌 소연누나랑 했어?”

나는 분위기가 쇳덩이에다가 먹구름을 덮은 마냥 너무 우울하고 무거운 것 같아서, 분위기 좀 풀기 위해 장난을 태연이에게 쳐보았다.

그리고 어색한 관계를 다시 레알 친한 관계로 돌리기 위한 것도 있고. 

여튼 내가 이런 장난을 쳤으니, 분명히 태연이는 ‘무슨 소리야!’ 하면서 귀엽게 발끈하겠지.

생각만 해도 살짝 웃음이 ‘핏’하고 나오고 있었다.

분명히! 바로 발끈해하며 부인해야하는데!

“...아, 아니..”

태연이는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게 더듬거리며 내 장난스러운 질문에 대답을 했다.

아,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했는 데 오히려 더 묶인 격이 되었잖아.

내 선의의 장난이 수포로 돌아가자, 어떻게 이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줘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태연이를 안아줘야하나? 아니, 그건 너무 뜬금없는 것 같고. 아아아아!! 도대체 뭘 해야해!

그러고 있는 동안, 문뜩 호텔에서 시카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라 그것을 묻기로 하는 나였다.

“시카이야기는 뭐야?”

“..어?”

“니가 고백하라고 했다며.”

“아..”

분위기가 또 다시 쳐지기야 하겠지만, 여튼 말수를 늘려서 다시 친해져야 하니까.

그렇게 태연이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태연이는 대답을 할 생각도 않고 햄버거만 묵묵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귀 부분의 빵을 입으로 뜯고는 우걱우걱 씹어대는 태연이. 햄버거를 어느 정도 먹고, 

콜라를 또 잠시 쳐다보더니, 빨대를 물고는 쪼르르르륵 소리를 내며 마시는 태연이.

그러더니, ‘꺼억.’하며 귀엽게 트름하는 태연이!?

젠장, 내 앞에서는 보여줄 꺼 다 보여줬다. 이런건가.. 난 뭐 별 상관 없으니까요.

그렇게 먹을 거 다 먹고 쩝쩝 거리며 입 맛을 다시던 태연이는 다물고 있었던 입을 스리슬쩍 열었다.

“다 소중하잖아.”

“어?”

“시카도.. 너도.. 모두 소중하니깐.. 히힛..”

태연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음이 아주 짠해지는 것 같다. 

멤버들을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조금씩 희생해가는 리더의 모습을 보자니 짠해진다.

항상 그래왔지만, 나도 나를 사랑해주는 애들이랑 단 둘이 있을 때는 그 아이만을 바라봐야 할 것만 같다.

그래야, 그게 바로 그 아이를 위한 것인 최소의 배려인 것 같으니까.

골고루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어쨌든 어른스러운 대답을 한 태연이의 바보같은 웃음을 지그시 보고있던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꼬옥 태연이의 아담한 몸을 감싸안아주었다.

그러자 태연이는 나에게 꼭 안긴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근데, 우리들만 봐.”

“응..”

음, 뭔가 그럴 수 없을 것만 같지만. 일단은 태연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디 가지 말고.”

“응..”

세 달동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느라, 아이들에게 진하게 남을 만한 상처를 줘버렸으니.

그걸 치료해준다는 핑계삼아, 오랫동안 그녀들의 곁에 남아있어야 할 것만 같다.

“연락 자주자주 하기?”

“응..”

연락은 니네들이 먼저 말을 걸면, 거의 씹지 않고 꼬박꼬박 답장해주는 터라 별 문제 없을 것 같고.

이대로 태연이의 바램이 끝나는 줄 알고, 그녀를 잠시 쳐다보고 있었는 데.

태연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랑 자주자주 하기?”

“으..야!”

“히힛.. 쳇, 안 넘어오네.”

하마터면 이것도 약속할 뻔 했다. 역시 소녀시대의 리더는 꼼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계속 ‘응’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 틈을 노리며 저런 바램을 말하다니.

만약 저 약속에 응해버렸다면, 이번엔 퀸쏘가 아닌 프랑스에서 한 번 보았던 퀸탱의 모습을 자주 보았겠지.

더불어 탱큐버스의 모습도 말이야. 하, 다행이다.

여튼 소연누나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 까지 즐겁게 노닥거리고 있을 때.

마침내 소연누나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다 봤는 지, 무작정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자, 가자가자!! 얘들이 점심 먹자고 전화했어. 다들 거기 모여있으니깐, 어서 가자고!”

나는 소연누나의 힘에 속수무책으로 질질 끌려가고, 태연이는 자리를 일어나선 깜찍하게 치마와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털고 나를 뒤따라 쫓아왔다.

“이야기는 잘 했어?”

“어?”

“히히”

여튼 태연이는 나를 뒤따라오며 걸어오고 있었고, 소연누나는 내 손을 잡은 채로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이야기는 잘 했냐고 물어보았다.

소연누나가 이런 말을 한 걸로 봐선, 나와 탱의 소원한 관계를 알아채고 일부러 자리를 비켜준 의도가 있었나보다.

의외로 퀸쏘가 아닌 배려심이 넘친 소연누나의 색다른 모습에 살짝 감동한 나랄까.

여튼, 퀸쏘와 뒤따라오는 때때의 손을 잡아 내 옆으로 당긴 뒤, 아이들이 모여있는 식당에 도착했다.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환영해주었고, 나는 그제서야 쏘와 탱의 손을 놓고는 스테이크와 샐러드, 그리고 파스타를 배터지게 먹기 시작했다.

물론 소녀들의 옆에 있다간 또 시달리게 될 지도 모르므로, 티아라 매니저인 영훈형과 티아라 코디네이터인 진우형의 옆에 앉아 그들의 보호를 받으며 맛있게 밥을 먹었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혼자 가는 것이 아닌, 열 여섯명이 타는 전용대형버스를 타고 호텔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들 너무 열심히 놀아서 녹초가 되었는 지, 모두 장렬하게 뻗어있었다.

나도 약간 피곤해서 맨 뒷자리에 누워있었는 데, 양 어깨에 익숙한 향기와 감촉이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소연누나와 태연이가 내 어깨에 의지한 채 달콤한 잠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두 그녀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그녀들의 손을 꼬옥 잡아준 채로, 나도 호텔에 도착하기 전 까지 잠깐의 낮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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