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1화 (142/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서른 네 번째 과외.

손목에 채인 자유이용권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효민이가 오라 한 미키마우스 석상을 오라지게 찾는 도중에

시커먼 색깔의 카메라가 스포트라이트마냥 쉴 새 없이 한 곳을 향해 쏘아져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대충 예상을 하고 그 곳으로 걸어가니, 점점 수다 떠는 소리가 귀를 찌를 듯이 따갑게 들려왔다.

흑흑, 아카사카에서 지바현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걸렸던거야. 드디어 오랜 시간동안 찾기를 갈망했던 일행들이 보이자, 눈물이 아주 찔끔 날 것만 같다.

“어, 민식이 너 여기 어떻게 왔어?”

“말도 마세요. 얘기 하자면 좀 길어요.”

지하철만 몇 번을 갈아타고, 또 그 안에서 몇 번이나 꾸벅 졸았고, 몇 번이나 지루해했는 지 웬만해선 알 수 없을 것이다.

말을 하면 돈키호테의 모험담보다도 더 부풀릴 수 있는 나였기에, 어떻게 찾아왔느냐고 묻는 영훈형(티아라 매니저)의 말에 간단히 오는 데 힘들었다고 대답해주는 나였다.

“근데, 오늘 무슨 촬영 해요?”

“아, 티아라하고 소녀시대 애들이 ‘한류를 이끄는 여 그룹.’이라는 주제로 특집을 진행중인 일본 매거진 프로그램이랑 촬영하고 있대.

  예를 들자면 한국의 ‘연예가 중계’같은 거랄까. 어쨌든, 거의 촬영 끝나가.”

“아, 그렇구나.”

불과 몇 달전만 해도, 그저 철 없기만한 애들인 줄만 알았는 데.

몇 달이 지난 지금, 신한류를 이끌어가는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다니. 새삼스럽게 아이들이 뿌듯하게 보였다.

오늘만은, 이 한 몸 희생해서라도 열심히 놀아줘야겠다! 라는 마인드로 열 여섯명의 아해들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티아라 매니저인 영훈형과 벤치에 앉아서 노가리를 까면서 말이다.

어느샌가, 소녀시대 매니저형도 심심했는 지. 두 매니저형과 나는 나란히 앉아선 인터뷰가 끝날 때 까지.

열심히 그녀들 몰래 뒷담을 까고 있었다. 잠버릇이 어떻다는 둥, 성격이 어떻다는 둥.

시시하지만 깔 게 충만한 그런 소재들을 갖고 뒷담을 까다보니, 인터뷰가 끝났는 지 마무리 인사중인 것 같은 그녀들이다.

“인터뷰 끝났다앙!”

“야호!”

일본의 프로그램 출연진들이 속히 디즈니랜드를 떠나자, 오늘의 스케쥴이 끝난 건지 두 손을 하늘 위로 뻗으며 만세를 외치는 열 여섯명의 소녀들이었다.

수영이의 ‘야호’를 시작으로, 모두 일제히 야호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런 행동을 하는 그녀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가, 본격적으로 놀아주려고 슬슬 그 무리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눈치를 보며 날아오는 쓰라린 주먹 맛 뿐. 아, 맵다. 

“풀렸다고 생각하면 아직 오산이다?”

다름 아닌 주먹의 주인공은, 자신을 청순가련한 여자라고 칭하나 본색은 색기절정인 유리양 되겠다.

구릿빛 기운이 좔좔 넘치는 살결을 가진 그녀는 갸녀린 몸에서 오랜 요가로 다져온 주먹질을 내 몸에 퍼부어댔다.

아, 아픈데. 요가만 한 거 맞아?! 주먹은 왜 이렇게 세?!

여튼 유리냥은 나를 지멋대로 샌드백에 빙의시킨 채 주먹질을 하다가, 분이 풀렸는 지 ‘미안해-’라는 한 마디를 내뱉고,

소녀들이 넘쳐나는 무리 사이로 숨어들어갔다. 

젠장, 당했다.

“유리야? 효민아? 놀아줄게, 어디가!?”

그래. 오늘은 유리가 좀 분을 삭히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니, 유리의 분노좀 풀 겸 같이 놀아주려고 했더니만.

이미, 유리는 갈색머리의 시카와 서로 팔짱을 낀 채로 디즈니랜드 저 편에서 한 점이 되어 사라져가고 있었다.

시카는 ‘권유리, 이 손 놔! 난 민식이랑 놀아야 돼!’라고 할 줄 알았지만,

역시 놀이공원은 씐나는 곳이여서 그런 지, 나를 그토록 좋아하던 시카도 유리랑 해맑게 웃으면서 그냥 사라져버렸다.

아아, 애교까지 부리며 오라던 효민이는 이미 써니와 오랜만의 데이트를 하러 율싴보다도 더 먼저 사라져버렸고.

“화영아, 우리 튀자!”

“응!”

“어딜, 너네들은 보호자가 있어야 되니까 언니가 따라가 줄게.”

“히잉..”

도주를 계획하던 티아라의 발칙한 두 막내는, 모두 미성년자라서 그런 지 은정누나가 보호자 겸으로 그녀들의 사이에 낀 채,

두 막내들보다도 더 신나하며 마찬가지로 나의 곁에서 사라졌다. 덩달아 서현이도 그들을 따라가서 움직였고.

수영이, 효연이, 윤아는 내가 막내들을 쳐다보는 도중에 어디로 사라졌는 지 또한 보이지 않았다.

제길, 점점 외로워진다.

“우웅..”

“오옷, 파니 발견이다. 파니랑 놀아줘야하ㄴ..”

“같이 움직이자.”

이러다간 디즈니랜드에 혼자 겨우 와서는, 비싼 칠만 삼천원 짜리 자유이용권을 협찬 없이 내 돈으로 끊고,

라면으로 남은 기간을 버텨야 할 위기까지 찾아왔는 데도, 정작 놀아 줄 사람도. 같이 놀 사람도 없이 또 다시 혼자 움직여야 하는 이런 가엾은 처지라니.

그렇게 혼자 갖은 궁색을 떨며 중얼거리다가, 혼자 있어서 당황스러운 듯 볼을 부풀리고 있는 파니가 문뜩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다가가 같이 움직이자 라고 말을 걸려고 했는데, 람뽀누나가 먼저 선수를 쳐버렸다.

파니는 또 신나해하며, 보람누나의 파티의 일원이 되었고. 또 다른 파티원 큐리누나와 함께 디즈니랜드 저 편으로 사라지는 파니였다.

“태연이와 소연누나는 워낙 예전부터 친하다고 했으니, 또 둘이서 놀겠네. 그래, 난 그냥 매니저 형들과 노는거야.”

어차피 태연이와 소연누나도 마찬가지로 둘이 짝을 지어 움직이고 있을 게 뻔했기 때문에.

모든 걸 체념하며, 두 명의 매니저 형님을 끼고 칙칙한 놀이기구 탑승을 상상하는 나였다.

아아, 생각만 해도 그림이 별로 안 좋아 보인다는 게 물씬 풍겼다.

오랜만에 이렇게 빼입었는 데, 하는 짓이라고는 두 형님들과의 오붓한 놀이기구 즐기기라니.

우우, 왠지 모르게 암울해진다. 라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

다행히도 양 팔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자의 향기와 함께 여자만의 감촉과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해?”

“가자―”

F1을 보듯 양 옆으로 고개를 재빨리 돌리니, 태연이와 소연누나가 양팔을 싸움없이 공평하게 나눠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태연이는 나한테 지금 뭐 하냐고 물어보고 있고, 소연누나는 무작정 놀이기구를 타러 가자고 하고.

뭔가 좋아해야 할 지, 나빠해야 할 지를 쉽사리 결정짓지 못하는 애매한 라인 사이에 낑겨버리고만 나다.

물론, 매니저 형들이랑 안 돌아도 되서 무지무지하게 고맙지만. 하필이면 멀쩡한 율싴이나, 파니를 내비두고.

왜! 왜! 퀸쏘와 때때인 것이냐!?

여튼, 그녀들의 어트랙션 취향은 소녀들의 감성이 여전히 진득하게 묻어져 나오는 회전목마나, 회전컵이었나 보다.

우리는 그 곳까지 한 걸음에 달려갔다.

“으아아아악!!”

“우힛- 신난다!”

“꺄아아아앗!!”

아, 한 걸음에 달려가긴 달려갔는 데. 그녀들이 발을 멈춘 곳은 회전 목마로 가는 길에 좀 더 직행한 뒤에,

그 길가에 자리 잡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곳이였다.

장렬히 낚시를 당한 나는,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안면으로 강타하는 맞바람에 내 넋과 얼을 하늘로 증발시키면서,

신종 낚시에 대한 대처법을 천천히 생각해보았다.

롤러코스터 탑승을 마치고, 출구로 나온 여자 두 명의 모습과 남자 한 명의 모습은,

마치, 두 명의 서큐버스와 정기를 빨린 한 명의 남자같은 모습이었다는 후문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녀들은 롤러코스터에 그치지 않고, 바깥에 나와서도 정신을 잡지 못한 나의 손을 잡고 질질 어디론가 끌고가고 있었다.

“어어,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 것보다, 왜 그렇게 넓었던 디즈니랜드가.. 왜 한 눈에!? 왜..ㅇ..으아아아악!!”

“꺄아아앗-”

아까는 내 얼굴에 있는 구멍이나, 뻥 뚫린 곳으로 야무지게 스며들어오는 윈드 어택에 야무지게 당하고 말았으나,

이번만큼은 당하지 않으리라 결심했고, 근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아래를 바라보니,

어째서 땅바닥은 보이지 않고. 내 발등과 신발, 그리고 개미같이 작게 보이는 사람들과 광활했던 디즈니랜드가 점점 미니어처가 되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거지.

라고 생각하며 다시 정신을 차리며 이 상황을 이성적으로 대처하려고 했으나, 곧 느껴지는 중력의 위엄에 남자답지 못하게,

외마디 비명을 몇 번 내지른다음 다시 ‘아웃 오브 소울’모드를 가동하는 나였다.

그러다가도, 번지점프나 스카이다이빙 때 많이 보던 안전기구들을 내 몸에 장착한 뒤 날개도 없이 하늘을 날아도 보았다.

그리고 치사하게 지네들은 안 타고 낄낄 웃어대기만 했다.

어이, 퀸쏘하고 때때. 내가 개그맨이냐, 나 갖고 놀면서 빵빵 터지게.

그렇게 듣도 보도 못한 여러 놀이기구들을 모조리 그녀들와 내 머릿 속에 집어넣은 채로 섭렵하고, 편안히 벤치에 앉아 쉬려고 할 때 쯤.

어디서 뜬금없이 도날드 덕 한 마리가 우리 쪽에 다가와서는 기념품을 사라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안 꺼지면 오리탕으로 해버린다.”

람뽀가 옆에 있었다면, 살짝 발끈했을 멘트였겠지만. 

다행히 람뽀말고도 충분히 단신듀오의 자질이 빛나는 태연이와 소연누나였기에 간단하게 이 발언에 웃음을 짓지도.

울음을 짓지도, 또 그렇다고 눈물을 짓지도, 또 그렇다고 소름이 돋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대기시간이 빡치는 놀이기구만 골라서 타서, 지금 나의 모습은 살짝 화가 난 상태라서,

도날드 덕이 또 나를 건드리다면 이번엔 가차없이 죽빵을 날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분노의 한국말을 날려서, 도날드덕을 가차없이 비난했지만. 도날드덕은 일본 출신이었나보다. 말귀를 못 알아쳐먹는다.

그래서 만국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해보니, 일본 출신에다가 영어라곤 배운 경험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하는 도날드덕이였다.

얘도 회화북 자세히 보진 않았구나, 여튼 영어로 계속 협상을 보려고 해도, 사건의 진전이 없는 것 같아,

그만 포기하려고 했는 데. 내 옆에 있던 소연누나는 도날드덕의 항상 열려있는 귓등에 뭐라고 귓속말을 살랑살랑 날려댔다.

그러자, 도날드덕은 겁이 먹었는 지, 약간 움찔거리며 정적인 채로 서 있다가 곧바로 튀튀하는 그였다.

“우와, 누나 어떻게 한거야?”

“응?”

“일본어.”

“아, 그냥.”

“언니 뭐라고 했어?”

영어를 써도, 한국어를 써도 전혀 말귀를 못알아먹던 도날드 덕이, 소연누나의 말에 힘입어 저렇게 도주를 했다는 사실을 신기해했다.

여튼 소연누나의 놀라운 협상실력에 때때와 함께 감탄해하며, 어떻게 협상을 했는 지에 대해 궁금해지는 나와 태연이었다.

그러자, 소연누나는 웃으면서 그렇게 섬뜩한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아, 빨리 안 꺼지면. 도날드덕이 들고 있는 솜사탕, 도날드덕 앞구멍에 그대로 쳐넣어 버리겠다고. 히힛..”

역시나 ‘퀸쏘’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섬뜩한 발언을 일삼는 소연누님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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