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8화 (139/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서른 한 번째 과외.

“어..? 왔어..?”

“람뽀..”

내 침대에 떡하니 앉아있으면서, 날 도끼눈으로 째려보는 람뽀누나.

람뽀누나의 말투에서 ‘이 상황을 해명해보시지?’라는 뜻이 심각하게 많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음, 누나의 뜻대로 내가 해명을 하긴 해야하는 데 말이야.

과연 열 여섯명이 다 내 말을 이해해주려는 지 걱정이네.

“어? 태..태연아, 아..안녕?”

“음.. 우리 없이 잘 지냈나 매일 걱정했는데, 티아라랑 잘 지냈나보구나?”

람뽀누나와의 아주 짤막한 한 토막짜리 대화를 마친 지 얼마 되지않아, 

어깨에는 아담하고도 살기가 느껴지는 감촉이 닿았고, 굳어버린 목을 돌리니 태연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참으로 태연이도 세 달동안 못 봤으니, 진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였고, 태연이의 애교도 잠시였다. 

곧, 복부에서 묵직한 데미지가 올 것같은 예감.

아아, 프랑스에서는 음, 열 네명이었고. 음, 일본에서는 열 여섯명이네? 

해외로 갔다올 때마다, 아주 새 삶을 시작하는 느낌이야.

다음에 가는 곳은 도대체 몇 명이 들러붙으려나.

“힝, 우리가 질려서 도망간 거 였어?”

“나쁜 놈.”

람뽀는 도끼눈인 채로 날 하염없이 노려보고,

태연이는 아담한 키를 갖고 있는 데도, 팔을 뻗어 내 어깨에 손을 올린 다음 언제라도 데미지를 줄 작정인 것 같고.

아까 나를 쫓아와던 두 명의 추격자 중 한 명인 순규양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짓다가도 곧바로 섬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순규양이 소녀시대의 대표적인 데미지딜러였었지..? 

그리고 윤아양은 마치 내가 바람둥이인양 노려보는데, 그런 윤아의 말에 반박할 수 없는 이유는 왜 였을까.

“바람둥이.”

“써니 노예 같은 놈.”

소녀시대 세 명이 먼저 공격을 하면, 티아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나보다.

은정누나는 여태껏 나에게 주지 않은 실망의 눈빛을 잔뜩 준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효민이는 나를 순규의 노예라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내게 내뱉고 있었다. 

쳇, 지는 써니 병풍이면서. 하지만 차마 면전에 대고 말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남자고 거기다가 출생이 패기가 끓어넘치는 부산이 아니었던가.

나의 출생지와 성별이 나의 찌질한 면모를 조금이나마 막아주는 듯 했다.

“민식아, 그래도 내가 일 순위지?”

“뭔 소리야! 내가 먼저야!!”

그 와중에 소연누나는 다른 아해들과는 달리 행동하는 지능적인 태도를 보였다.

어차피 나는 맞을 운명에 처해있으니까,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일단 자신의 순위부터 확인하는 저 태도를 보니,

여자는 무서운 동물이야.

그리고 소연누나가 논란이 큰 말을 던지니까, 다른 아해들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근질거리는 지,

모두 일제히 자신이 일순위라며 큰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아아, 아이돌의 환상은 이미 소녀시대를 처음 만났을 때 부터 깨졌는데.

그리고 지금 이대로 분위기가 흘러가면 본격적으로 ‘소녀시대 vs 티아라’라는 구도로 싸움이 터질 기세여서,

내가 도망갈 수 있는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씨이.. 씨이..”

“히익.. 히익..”

서로 경계를 하며, 으르렁 소리를 내는 요 때가 지금 내가 도망가야 할 타이밍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녀들과 떨어지며, 문 쪽으로 찔끔찔끔 다가가고 있는 나.

아직은 많은 아해들이 눈치를 못 챈듯, 일단은 서로를 쳐다보며 으르렁거리는 중이였다.

어쨌든 나는 얼른 도망쳐서 프론트에 숨던가, 아니면 날이 어두워질 때 까지 어디로 도망가야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음, 신주쿠나 가볼까..

그렇게 심야에 갈 곳을 머릿 속으로 정리하며 뒤로 찔끔찔끔 움직이다가,

마침내 등에서 문의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고, 그 감촉을 느끼자마자 문고리를 당겨 문을 열려 튀려던 그 순간!

“어디 가요, 바람둥이 오빠.”

“...지,지연아..”

내 어깨에서 누군가의 노련한 손길이 느껴졌다.

고개를 ‘딱’하고 돌려보니, 지연이가 나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어서 바삐 서둘러야 할 길을 간단하게 막고 있는 중이었다.

아아, 이대로 도망칠 수 있었을 거라는 내 작전은 그저 이루어 질 수 없는 허망한 것이였던가.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 막내에게 잡히려고 하다니..

그러한 신세 한탄도 잠시 내 다른 쪽 어깨에서 누군가 손을 올려놓는 느낌이 더해졌다.

“오빠, 벌은 받으셔야죠?”

“살려도.”

내 어깨에 올려진 또다른 손의 정체는 서현이의 손이었다.

서현이는 아주 바람직한 미소를 지으며, 섬뜩한 말을 내뱉고 있었다.

마치, 예전에 보았던 ‘우리결혼했어요’에서 태연이와 정형돈씨가 가상커플을 했었을 때,

서현이의 ‘오빠, 이게 쌓여서 나중엔 죽어요!’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순간 개오미존 돈느님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는 느낌이 무지하게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지연이와 서현이, 각 그룹의 막내들에게 질질 끌려서 다시 논란의 중심 앞에서 널부러졌다.

“언니들!”

“오빠, 도망치려고 했어요!”

이런 귀요미 고자질쟁이들.

끌려가면서도, 먹을 것이라도 사준다고 약속하면서 내 편으로 끌어들였어야 하는 건데..

서로 편까지 가르며 싸우던 소녀시대느님과 티아라느님은 두 막내의 고자질에 잠시동안 동맹을 맺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어이, 내 목숨 안..전한거겠지?

저기 급하게 달려오는 소-티 동맹의 맹주인 태연양과 람뽀누나를 보면 전혀 안전할 지 못할 것 같은데,

일단은 저 공격을 앉아서 맞으면 데미지가 클 테니까, 일어서서 피하려고 하려던 그 순간.

“뭐시라!?”

“이게!!”

“으어어억!!”

차라리 앉아서 맞았으면, 데미지가 덜 했을텐데.

새로 결성된 단신듀오의 공격은 정강이를 노리는 로우킥이 아닌, 몸통을 노리는 드롭킥이었다.

그것도 혼자서 날리는 드롭킥이 아닌, 두 명이 동시에 후리는 더블 드롭킥이었다.

거기다가 레슬링을 전문적으로 배워보셨는 지, 데미지 전달이 아주 제대로 된 것 같았다.

그녀들의 공격에 난 곧바로 K.O. 상태에 다다랐고, NEW 단듀의 공격을 시발점으로.

티아라와 소녀시대는 살기를 뿜어내며 나를 진정으로 죽일 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아, 진짜 살려줘.

그렇게 저승사자와 하이파이브를 해야 할 시간이 다다른 그 순간,

내 앞에 나타난 어떤 레이디는 그 공격들로부터 나를 막아주려는 듯, 나를 부축해주고 감싸안아주었다.

“시..시카야?”

“걱정마 남편, 내가 지켜줄게.”

죽음의 수렁에 빠질 내 신세에, 이렇게 착한 눈길로 내 편이 되어주는 선량한 아이의 정체는 시카였다.

다들 나를 죽이려고 들 때, 용감하게 혼자 내 편을 들어주는 시카를 보니 감동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저 중에서도, 만약 태연이나 소연누나가 내 편이 된다면 괜찮을텐데.

모두 적수가 되어버리다니, 참으로 아쉽기 짝이 없었다.

여튼 나를 남편이라고 부르며 나를 지키려는 시카의 표정을 보니, 매우 부드러운 표정이었고.

또, 나를 보면서 싱긋 웃어보이는 그녀였다.

그녀는 진짜 말이 아닌 진실로 나를 지키려는 듯 나를 꼬옥 안은 채로 열 다섯명의 아해들을 향해 패시브 스킬을 사용하는 시카였다.

그러자 일제히 날 죽일 기세로 달려들다가도 시카의 패기에 잠시 움직임을 멈추는 그녀들.

“뭐..뭐야, 시카베이비!”

“뭐가?”

“네가 왜 민식이를 감싸냐고!!”

“내꺼니깐.”

일단 패왕색의 패기를 가진 시카에게 앵겨보는 서울에 사시는 권유리양.

유리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시카에게 대들어보지만, 나를 지켜주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시카를 이길 리 없었다.

역시, 아무도 시카의 패기를 이길 자는 없었던 것이였는가!?

왠지 시카의 모습이 든든해지기 시작했다.

어쨌든, 또 다시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도 시카가 지켜준다면 안심이 되겠지.

“이 냔이!! 민식이를 감시하랬더니, 오히려 죄인과 바람이 나!?”

“뭐, 난 좋아하지 말라는 법 있어?”

순규양은 정겨운 비속어까지 써가며, 시카를 조여오려고 하고 있었지만.

간단하게 사랑은 인간의 기본적이자 평등적이고 자유로운 권리라며, 천부인권설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시카였다.

그런 시카의 말에 순규양은 시카를 밀어붙이려고 하다가도, 

말문이 막혔는 지 더 이상의 입을 놀리는 행동 대신, 주먹을 더 꽉 움켜쥐는 행동을 보였다.

아아, 저 모습이 더 불안하고 두렵다..

“시카야, 이번만은 물러나라..”

“뭐, 니가 민식이한테 고백하라며!”

태연이는 소녀시대 리더로써, 시카와 타협을 하려고 시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시카는 날 더 꽉 껴안은 채로, 절대로 주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태연이를 올려다보았다.

아아, 시카가 자신의 가슴 쪽으로 날 꼭 껴안는 바람에 얼굴에서 느껴지는 뭉클한 감촉 때문에,

순간 황홀해질 뻔 했지만, 그래도 아직 눌리지 않은 오른쪽 눈으로 상황을 판단 중이었다.

아아, 그래도 황홀해.

여튼, 비켜달라는 태연이의 말에 시카는 살짝 발끈하면서 말했다.

음, 시카가 용기내서 고백한 것도, 다 뒤에서 태연이가 도와준거였군. 이라고 생각한 나는

뭉클한 감촉이 계속해서 느껴지는 채로 앞에 보이는 모습을 쳐다보았고,

아마, 티아라와 소녀시대 여러분이 시카의 말에 반응했는 지 태연이를 찌릿하게 노려보았다.

태연이는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당황해하며 아니라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보였다.

“오호, 태연이 네가 그랬단말이지?”

“때때! 그러는 거 아냐아!”

“...왜 이래.. 얘들아.. 나, 나는 네들 편.. 꺄악!”

그렇게 수 많은 프레데터들이 내 앞에서 태연이를 잡아먹기 시작했고, 

아마도 이게 바로 네가 맞을 시범타다. 라고 가끔씩 날 쳐다보았다.

시카의 품에 안긴 채로, 나는 몸을 떨어가며 태연이가 기절해가는 잔인한 현장을 몇 초동안 보다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우우우, 쟤네들이 어딜 봐서 포풍청순가련하고 건드리면 툭하고 쓰러져버릴 것 같은 천상여자냐! 완전 조폭이구만 조폭.

눈을 다시 천천히 뜨며 빛을 받고 있을 때, 나는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한 마리의 때때를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잔인하게 불쌍한 태연이를 처리한 프레데터들은, 아직 피 맛을 더보고 싶은 건지.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보실까?”

경쟁 그룹 ‘소녀시대’의 리더를 처리하는 데 한 몫한 티아라 현 리더 ‘람뽀’누님은 양손으로 깍지를 껴가며,

본격적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카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점차 맹렬한 기세로 쫓아오는 그녀들.

과연 시카가 막을 수 있을 지 심히 궁금하다.

“우리, 은정언니가 태권도 3단이지라?”

“지연이도 3단이지라?”

“나는 힘윤아지라?”

거기다가, 효민이와 큐리누나가 티아라의 데미지딜러는 ‘은정’누나와 ‘지연’이라고,

우회적 말하기를 통해서 내게 간접적으로 알려주었다.

그 소리에, 은정누나와 지연이가 있는 곳을 쳐다보았을 때.

바람을 가르는 360도 돌려차기의 소리와, 

‘우지직!’

지연이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옆에 있는 책상을 내려찍기로 맹렬히 두 동강을 냈다.

아아, 저거 보상해줘야 하는데.. 늅늅..  내 돈.. 호텔에 있는 거라서 비쌀텐데..

거기다가 윤아는 자신의 별명 중 ‘힘윤아’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정권지르기를 휙휙 날렸다.

그러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내 귓가에 맹렬하게 들려왔다.

아아, 살려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