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7화 (138/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시즌 4 프롤로그

사랑으로 어루만져줄 듯한 기세로 달려오는 향긋한 티아라 멤버들.

그리고 무려 세 달동안 종적을 감추었다는 죄로 걷잡을 수 없는 살기를 내뿜으며 달려오는 소녀시대 멤버들.

오른쪽으로 가면 약간은 안전하겠지만, 그래도 소녀시대와 맞닥뜨리게 되니 죽는다.

왼쪽으로 가면, 뭐 가자마자 즉사(卽死)해버릴 기세라서 왼쪽으로 갈 생각은 전혀없다.

“아.. 계단이다!”

일단은 삼심육계줄행랑을 쳐야 목숨은 잠시나마 보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안 돌아가는 머리로 도망 경로를 모색해보았다.

민시그 레이더망을 돌려가며, 도망 경로를 탐색해보니 일단 첫 번째 도망루트로는 저 복도 끝에 위치한 계단만이 나의 살길이었다.

상황판단능력은 약간이나마 우월한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라는 아웃사이더의 구호에 따라 복도 끝으로 젖 먹던 힘을 다해 도망쳤다.

“김민식! 너 잡히면 가만 안 둬!”

아무리 그녀들이 뛴 다고 한들, 프랑스에서 그렇게 많이 도망치고 밤낮으로 너님들에게 봉사하는 나의 체력을 따라 잡을 수 없을 터.

역시나 내 예상이 그랬듯이, 그녀들은 날 따라잡지 못하고 소리만 꽥꽥 지르며 저 만치 멀리서 나를 잡으려고 뛰어오고있었다.

무려 열 개나 되는 계단을 후다닥 내려가 아래 층에서 상큼하게 걸음을 뛰노니고 있을 때 쯤, 

추격자(소녀시대 아해)들도 여전히 포기하지않고, 근성으로 나를 향해 뛰어오고있었다.

특히 유리, 써니가 시골에서 수요일마다 뼈빠지게 일해서 와서 그런 지, 체력이 우월한 듯.

거기다가 나 또한 이런 막힌 곳에 뛰다간 결국에 잡힐 것 같은 예감에 어느 방이라도 들어가서 방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야했다.

‘오! 저기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문이!’

삭막하게 닫혀있는 문 투성이 중에서도 복도 끝에 살짝 열려있는 듯한 느낌의 문이 보였다.

저 곳이 바로 내가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방이라 생각한 나는 망설임 없이 일단 그 곳으로 대쉬했다.

때 마침, 내가 그 방문을 열었을 때 쯤 추격자 유리양과 써니양은 코너 근처에서 발견이 되었고,

더 이상 돌아갈 곳도 없었기에 나는 그저 그 방 안으로 들어가 세차게 문을 닫은 뒤, 잠구고 문 앞에서 숨을 골라냈다.

“사..살려주세요..”

“왜..왜 이러세요..”

역시나 내가 세차게 문 닫는 소리에 방 주인이 스르륵 나와서는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그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하고, 곧바로 주인의 다리로 향해 대쉬를 하고 살기 위해 구걸을 했다.

아직 청춘이라, 지금도 청춘인 소녀시대와 티아라에게 살해를 당하긴 무지하게 싫었다.

그래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그 주인의 다리에 매달려 구걸을 하고 있었다.

마치 ‘선녀와 나무꾼’을 연상케하는 애처로운 내 신세에 한탄하자니, 눈물이 나오는 듯 했고,

그 주인은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지 나를 숨겨주었다.

아, 근데 목소리를 들어보는 데, 남자가 아니라 여자던데. 라고 생각한 나는 위를 올려다보니

딱 동물에 비유하자면 햄스터를 닮은 듯한 20대의 젊은 숙녀분이 나를 가엾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 사정 참 딱하네요. 근데 괜찮으세요?”

안 괜찮아요, 그러니까 그런 질문은 하는 게 아니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의 생명을 부지시켜주신 생명의 은인이신터라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여튼 그 여자분은, 나의 사정을 참 딱하게 여기며 나에게 차와 쿠키를 대접해주셨다.

나는 부들부들 떨려오는 손으로 찻잔을 집어 씁쓸한 맛의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아아, 내가 왜 이러고 시달려야 하나.”

그렇게 내 몇 개월간의 인생을 탄식하고 있을 때 쯤, 

내 눈 앞으로 휴지 몇 장이 건네졌고, 자연스레 햄스터를 닮은 그녀의 모습을 쳐다보게 되는 나였다.

그런데 그녀는 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 근데, 이제 곧 멤버들 올 건데..”

“흐흑.. 예?”

눈물을 훔치다가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란 말인가.

그녀는 ‘멤버’라는 소름돋는 단어를 언급하며 걱정스러운 어조로 내게 말을 했다.

나는 슬프다가도 그녀가 하는 소리에 당황해하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 지금 멤버들이 스케쥴 끝내고 멤버들이 요기로 오고 있거든요.”

“혹시.. 가수세요..?”

“...모르시나요..?”

“...네..”

스케쥴이 끝나고, 멤버들이 있다면.

단체로 촬영스텝들이 여기서 자는 것도 아닐테고, 그렇다고 영화배우도 아닐테고.

결론은 하나.

지금 여기 앞에 있는 그녀도 가수라는 것이였다.

하지만, 티비를 안 봐서 그런가.

내 앞에 있는 그녀가 도대체 누구일 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소녀시대 아해들을 제외한 에프엑스, 티아라 아해들은 직접 맞닥뜨려서야 생각났는 데,

이번에도 그럴듯한 냄새가 줄기차게 나고 있었다.

어쨌든 나의 실망스러운 대답에 약간은 슬픈 표정을 지어내고 있는 그녀를 보자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았다.

“하아.. 우리도 아직 멀었구나..”

“아.. 아니에요! 제가 워낙 갇혀살아서..”

“호호, 신경쓰지마세요.”

“여튼, 멤버 분들 오신다니까 가볼게요. 숨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슬픈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이제 앞으로는 텔레비젼도 자주 봐야겠다. 라고 굳건히 다짐을 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쿨하게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에 무언가 귀여움이 흘러나오는 듯 했다.

여튼, 멤버들이 곧 온다고 했기에 양해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정중히 사과한다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시 내가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히히.. 살았..”

그리고 방문을 활짝 열고, 도주의 기쁨을 만끽하려는 찰나에.

눈 앞에 펼쳐지는 다수의 실루엣에 말문을 이어가다가 멈춰버렸다.

오, 도대체 몇 명이냐. 열 여섯 명이지?

여튼 목숨을 이십 분이라도 부지해서 참 다행인 것 같아.

그 동안 고마웠다. 민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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