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5화 (136/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외전 - 평소엔 백구, 가끔은 흑구

“아아.. 내 허리 좀 누가 좀 살려 줘..”

정말 요즘 나는 ‘바람 잘 날 없다’라는 속담이 잘 어울리는 일반인 1위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는 밤이라는 시간에 적응할 법도 한데, 왜 이리 밤이 제일 무서운 내가 되어버린 건 지.

어느 날 밤에 노크한 사람의 문을 열어주면, 소연누나가 씨익 웃고있고.

어느 날 밤에 노크한 사람의 문을 열어주면, 람뽀누나가 수줍게 서 있고.

어느 날 밤에 노크한 사람의 문을 열어주면, 효민이가 열자마자 날 덮치고.

어느 날 밤에 노크한 사람의 문을 열어주면, 지연이가 얻어먹으러 왔다면서, 밥은 다 먹고 날 덮친다.

그렇게 불안한 밤을 지새우는 동안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효민이나 소연누나 만큼의 수위력을 갖고 있는,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를 은정누나가 드라마를 찍는답시고 전에 비해 자주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숨통이 트였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만약 은정누나 마저도 스케쥴이 많이 비었다면 내 정력은 모조리 쫍쫍 ‘티아라’라는 서큐버스한테 빨렸을 것 같다.

아, 맞다. 서큐버스라고 부를 수 있는 그룹은 티아라가 ‘다’가 아니구나.

소녀시대를 사정으로 인해 못 만나서, 자매그룹인 에프엑스가 요즘 우리 집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사람들은 숙소가 좀 거리가 있어서인 지, 자꾸 바깥으로 불러댔다.

어쩔 떄는 아찔하게 에프엑스 숙소에서 한 적도 있었다.

주범은 세 명. 

수정이, 치엔누나, 설리인데 특히 설리는 이 셋 중에서도 수위력이 뛰어났다.

그녀가 날 먹기위해, 선택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주로 쓰는 방법은 바로,

‘오빠. 오늘도 과외해줘야지?’라는 말이였다.

괜히 소녀시대에게 말을 안 해주는 댓가로 이것을 제안하는 바람에 가끔씩 정기를 빨리고 있었다.

진짜, 소녀시대한테 안 알려진 게 그나마 다행.

근데, 언젠가는 들킬 기분이 확 든다.

거기다가 오늘 레알 다행인 것은 다들 스케쥴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자유를 바랄 수도..

‘삐리릭, 철컥철컥-’

그렇게 자유를 갈망하면서 행복함에 빠져있을 때 쯤, 그 행복함을 망가트려주겠다는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내 귓가에 짜릿하게 들려왔다.

우리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아.. 효민이와 은정누나는 알고 있는데..!?

그리고 은정누나는 노크해서 들어오지. 효민이는 그냥 비번 뚫고 들어온다고!

“효민아, 오늘은 왜..”

“음? 뭔 소리야.”

현관에 들어선 그녀를 자세히 보지도 않고, 무의식적으로 그런 식으로 자주 들어오는 효민이를 언급했다.

그러자 ‘뭔 소리임.’라는 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는 애교스럽고 색기가 약간 들어있는 듯 했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정신을 차린 채로 현관에 들어선 그녀를 보니,

아뿔싸! 은정 누나네.

“...누나네”

“뭐야, 효민이 이러고 여기 몰래 자주 왔던거야..?”

은정누나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따졌다.

음, 나도 당황해버려서 그런 지 은정누나의 말에 딱히 반박을 하지 않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돌려야 잘 피해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거지.

“에,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당황하면 나오는 행동 중 하나는 바로 아무리 반말모드를 진행 중이라고 쳐도, 튀어나오는 존댓말.

그것이 바로 내가 쫄았다는 증거다.

나도 가끔은 강해질 필요가 있는데, 왜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는 지.

아마도 남중 남고 테크를 타다가 이런 길로 들어서서 그런가. 

여자 앞에서, 특히 여자의 눈물과 애교 앞에서 한없이 무너지는 나였다.

“흐음.. 김민식?”

“네..”

“넌 나만 바라봐.”

내 이름 석 자를 스타카토도 없이 저렇게 부르는 것으로 봐선 진짜 실망하긴 한 듯한 눈치였다.

나는 은정누나가 말을 안 해도 알아서 눈을 깔며, 누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자 누나가 한 말은 다른 여자가 찝쩍거려도 자기만 봐달라는 그런 류의 말.

“왜 그러시나요.”

“왜 그러긴, 나한테 쓸 것도 모자라는 판에 남한테 기부해서야 되겠어? 난 나쁜 여자라 그러지 못해.”

나쁜 여자는 무슨, 낮에는 하얀 마음 백구고, 밤에는 시커먼 마음 흑구면서.

여튼 은정누나의 말에 귀기울이며 반박을 할 타이밍을 노렸다.

남한테 나를 기부하다니, 내가 무슨 소유물도 아니고.

좋아, 소유권에 대한 분쟁을 일으켜보자.

“누나, 나는 누구의 것이 아닌..”

“그래. 넌 나의 것이지.”

젠장, 내가 할 대사였는 데 은정누나가 먼저 선수를 쳐버렸다.

덕분에 소유권에 대한 분쟁은 일단락이 되어버렸다.

역시 나는 여자 아이돌(특히, 소녀시대와 에프엑스와 티아라)사이에서 소유하고 싶은 남자류 甲 이라는 칭호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인기가 많기는 무슨, 많아도 밤에만 많을 듯 했다.

“아아, 이 누나 왜 이래.”

“몰라서 물어? 너랑 너무 사랑을 못해서 그러징-”

거기다가 오늘은 잘 부리던 애교도 안 부리고 있고.

사람들이 맨날 하던 것을 안 하면 뭔가 아쉬운 느낌이 자주 드는 경우가 있다.

은정 누나도 마찬가지, 애교 빼면 색기인 그녀에게 애교는 반드시 필요한 필수요소.

다행히 내가 늅늅거리며 은정누나를 쳐다보며 말했을 때, 정확하게 애교를 부리며 치고들어오는 그녀였다.

캬아, 타이밍 죽이네.

“..그래서..지금..온 이유가..”

“음? 아, 그런 것도 있고.”

그런 게 도대체 뭔데. 

남녀가 건전하게 사랑을 하기 위해 극장이나, 식당에 가는 게 아니잖아.

누나가 바로 전에 했던 말과 지금 그런 것을 합쳐보자면, 내가 음탕한 건 지. 누나가 음탕한 건 지 

어쨌든 대..대충 그런 뜻이 나오잖아.

“그런것..이 뭔데..”

“히힛.. 알면서..”

나의 질문에 누나는 얼굴을 수줍게 확 붉히면서, 

아담한 검지손가락을 내밀어 나의 어깨를 살짝 밀고는 몸을 베베 꼬아댔다.

몸을 베베 꼬며 바닥을 쳐다보다가 나를 보며 다시 해맑은 미소를 짓는 그녀였다.

아, 저 미소마저 누나의 행동 때문에 점차 두려워지고 있다.

“다,다른 것도 있어?!”

“웅! 나 따라오면 알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목을 덥석 잡고는 현관 밖으로 나를 끄는 은정누나.

도대체 티아라님들은 뭘 드시길래, 이렇게 힘이 건장한 성인 남자보다도 더 센 겁니까.

다행히, 현관문은 자동잠금이라서 저절로 잠긴다만.

여튼 왜 건장한 성인 남자보다 더 센 이유를 생각해보니까.

...아, 그거 때문이였구나..

“아!? 왜 그러세요!”

“나 따라오면 안다니까.”

거의 납치(?)에 가까운 방식으로 나를 끌고가는 은정누나였다.

솔직히 약간의 힘을 준다면 은정누나를 뿌리칠 수 있긴 있는데, 그냥 끌려가주기로 했다.

왜냐면 여자는 살짝만 상처내도 기스마냥 쉽게 지워지지 않은 물건같아서, 

여기서 은정누나를 실망시켰다간 누나에게는 상처를 진하게 받을지도 모른다.

원래, 사람이란 자고로 그런 것이 아니였던가.

여튼 철학적 논제를 집어치우고, 누나에게 끌려가긴 하는데. 

근데 진짜 운동이라도 나 몰래 하셨나, 진짜 힘 세시네..

“어, 너는?”

“영훈형. 안녕하세요.”

“엉, 안녕.”

소녀시대랑 세 달 가까이를 지냈으니, 소녀시대 매니저형이랑도 친하고.

티아라랑 벌써 세 달 가까이를 지냈으니, 역시 티아라 매니저형과도 친하다.

이 형은 참 시크한 것 같아. 문제는 매사에 시크하다는 거.

“근데, 형은 어디 가는 줄 아세요?”

“나? 모르는 데.”

영훈형의 저 행동은 나를 두고 장난을 치는 게 확실했다.

로드매니저에다가 운전수인 사람이, 정처없이 스케쥴 하러 뛰러가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간단하게 논리적으로 따지고 보면, 완전 모순투성이인 영훈형의 드립을 귀찮지만 받아주기로 하고,

그냥 밴 의자에 기대서 편하게 있기로 했다.

“히힛, 매니저 오빠. 은정이도 탔으니까 출발이요!”

“엉.”

일단 내가 먼저 타고, 은정누나가 뒤따라서 탔다.

그리고 꽤나 큰 성량을 뽐내며 매니저 형에게 갈 길을 재촉하는 은정누나였다.

영훈형은 은정누나의 말을 듣고 시크하게 대답을 해주고는, 키를 돌려 시동을 켰다.

시동이 걸리는 소리와 함께 영훈형은 기어를 딱딱 맞췄고, 곧바로 차는 주차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은정누나는 밴에 타자마자, 앞에 영훈형이 없었으면 덜 쪽팔렸을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멤버들보다도 나를 더 일 순위에 두는 은정누나는 내 팔에 찰싹 달라붙어 해맑은 미소를 계속해서 지어냈다.

그리고는 내 허벅지에 손끝을 닿게 해서, 쓰윽 쓰윽거리며 빙그르 돌리고는 동그란 원을 만들었다.

도대체 내 허벅지는 왜 만지는 건데..

“힛.. 오랜만에 맡아보는 민식이 체취.. 좋다..”

“누나, 어디 가는 거야?”

“가 보면 알아.. 하암.. 민식아 나 졸려..”

은정누나는 내 팔에 찰싹 달라붙은 채 초승달 모양의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주변이 따뜻해서 그런 지, 금방 잘 것처럼 귀엽게 하품을 하는 은정누나였다.

그런 누나에게 영훈형에게 했던 것처럼 어디로 가냐고 물어봐도,

은정누나는 가보면 알 것이라며 다시 하품을 하고는 나에게 앙탈을 부렸다.

하, 은정누나의 앙탈이라서 받아주는거야.

뭐, 웬만한 여자는 다 받아주기는 한다만은. 그 웬만한 여자의 기준이 근래 들어 높아져서 말이지. 낄낄

어쨌든 졸리다며 내게 투정을 부리고는 눈을 비비적대는 귀여운 그녀를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졸리면 자.”

“웅..”

은정누나는 내 팔을 자신 쪽으로 좀 더 당겨서 꼭 팔짱을 낀 뒤, 머리를 몇 번 비비다가 내 어깨에 배고는 곧 잠이 들었다.

은정누나가 요즘 들어, 다시 스케쥴이 많아져서 그런 지 많이 피곤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래서 잠 자겠다고 마음 먹으면 바로 잠 드는 이유가 빡빡한 스케쥴 때문이라서 그런 것 같다.

뭐, 그렇다고 내가 광수사장이랑 친한 것도 아니고, 티아라의 스케쥴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는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내 입장하고, ‘티아라’라는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는 대표상품을 파는 ‘CEO’의 입장에서는 다른 거니까.

‘음, 여기는.. 스튜디오!?’

잠시 멍을 때리고 있다가, 시동이 멈추고 매니저형이 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샌가 밴은 스튜디오 안에 있었다.

너무 놀라버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은정누나를 깨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누나.. 누나!”

“우웅.. 더 잘래.. 근데 왜.. 다 왔어?”

결국 은정누나의 어깨를 흔들며 은정누나를 깨우고 있었다.

역시나 잘 자고 있는 데 깨워서 그런 지 얼굴을 찡그리며 투정을 부리는 은정누나였다.

“그런 것 같은데, 여기가 대체 어디야?!”

“히힛, 우리 엘레강스하고 클래식하고 앤티크하고 모던한 티아라 닷컴 쇼핑몰 촬영하는 곳- 그리고 쿨하고 시크하고 아크로바틱한 너는 내 파트너-”

마이 프린세스에 나오는 김태희 마냥 별의 별 수식어를 다 갖다 붙이며 말하는 은정누나였다.

은정누나는 팔을 갑작스레 쫙 피고, 일곱 살 짜리 꼬마마냥 즐거운 표정을 지어댔다.

아아, 전 리더의 위엄은 어디 갔나요. 왜 포스는 없고 함색기와 함백구의 모습만 가득한건가요.

어쨌든, 날 여기에 끌고 온 이유가 무비용으로 고효율을 내기 위해, 강제로 피팅모델을 시키려고 하다니.

괘씸해.

“헐.. 누나, 그 피팅모델. 나보고 하라고?”

“웅.”

“헐..”

“히잉.. 왜, 시러?”

내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곧바로 울상 4콤보를 보여주며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어대는 은정누나.

지금 저 울상에는 약간의 애교도 섞여있는 듯 했다.

여자의 눈물에 약하고, 애교에 약한 나로서는.

두 공격이 적절하게 혼합된 은정누나의 행동에 벌써부터 피팅모델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간 결국엔 질렀다.

“당연히..해야지”

“히힛.. 그래-”

결국엔 은정누나에게 양 손발을 다 들어버렸고, 손목을 은정누나에게 다시 잡혀 대기실로 질질 끌려가는 나였다.

아아, 무보상으로 착취되는 불쌍한 내 존재가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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