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3화 (134/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스물 아홉 번째 과외.

*

람뽀누나의 쿠션, 소연누나의 쿠션, 은정누나의 쿠션, 효민이의 쿠션 에서 

람뽀누나의 소파, 소연누나의 소파, 은정누나의 소파, 효민이의 소파로 날이 가면 갈 수록 발전하고 있는 나의 기능이었다.

예전엔 그냥 앉아서 내가 쿠션 역할을 했다면, 요즘은 완전 나를 물건으로만 보는 듯 다들 나를 소파삼아 드러누워있었다.

아아, 이건 옳지 않아. 

“우리 또 일본 가지, 언니?”

“응.”

내 오른팔에 팔짱을 낀 채로 내게 머리를 베고 있었던 은정누나는 내 무릎 위에 앉은 람뽀누나에게 스케쥴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람뽀누나는 은정누나의 질문에 시크하게 고개를 위 아래로 살짝 끄덕거리며 말해주었다.

그녀들이 또 다시 일본에 간다는 말에 마음 한 켠으로 기뻐하면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며칠 가?”

“한, 일주일..?”

일주일이라니, 이틀도 기뻤는 데 일주일이라니.

티아라님들에게 일본 스케쥴을 계획하신, 매니저님과 광수사장님. 그리고 일본 방송사나 광고사 여러분께 깊은 경의를 표했다.

물론 마음 속으로만.

하지만 내가 일주일의 자유에 다시 히죽거릴 틈도 없이, 내 왼쪽 팔에 얼굴을 기댄 채 애교를 부리고 있던 소연누나가 있었으니.

“으음.. 우리 민식이 데려갈까?”

“응?”

아니,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요.

한국에서 편하게 쉬려고 하는 데, 왠 갑자기 가깝고도 먼 타국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하십니까.

저번에 프랑스 갔다오고 나서, 잠깐 해외기피증이 생겼는데.

또 다시 도지게 생겼구만.

나는 이런 원망스러운 드립을 친 소연누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속으로 부르르 떨어댔다.

소연누나는 이런 내 맘을 알 지는 못하는 지, 내가 지그시 쳐다보자 애교만 부려댈 뿐.

“콜!”

“좋아!”

“으,응?”

은정누나는 소연누나의 말에 1박2일을 보는 듯이 ‘콜’을 외쳤고, 

효민이는 소파 위에서 내 목을 안고 있는 채로 내 머리를 흔들어댔다.

켁켁, 효민이는 역시 힘이 센 것 같아.

“좋네, 짐꾼으로 데리고 다니면 딱이겠다.”

“엥?”

큐리누나는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짐셔틀로 부릴 요량의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큐리누나의 그런 웃음을 자연스레 피하면서 내 손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뭔 지는 모르겠지만, 이내 곧 이 손에 가방 손잡이가 상에 맺힐 것 같아.

뭐, 내 환상이겠지.

“오빠도 가는거예요?”

“오빠도 같이가아?”

이번엔 네 명으로도 모자라서, 두 명이 더 달라붙었다.

지네들끼리 놀고있던 두 막내인 지연이와 화영이는 티아라의 여론에 이끌려 효민이를 따라 내 등에 달라붙으며 말했다.

나는 안 가겠다고 말했지만, 막내들의 애교가 보통이 아니라서 말이죠.

특히 지연이의 애교는 예상 외로 돋는 것 같습니다.

*

〔東京際空港にられた皆さんを心から迎します。 도쿄국제공항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아, 오고 싶지 않았는데.

효민냥이 언제 광수사장한테 나를 데리고 가는 걸 허락받았는 지, 원래 있던 여권을 제외하고는 구해야되는 비자는,

직원을 시켜서 공수해왔는지. 일본 비자까지 구해온 그녀였다.

와, 이런 근성으로 가수 활동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우우우우..

어쨌든, 티아라에 의해 강제적으로 따라오게 된 일본의 모습은 역시나 대도시라서 그런 지 꽤나 시끌벅쩍했다.

낯 익지않는 일본어가 귀에 살랑살랑 들어와서는 울려퍼졌다.

내가 아는 일본어는, ‘야메떼’라거나 ‘스고이’나 ‘오이시’ 등등.

대한민국의 성교육을 가정에서 체험하게 해주는 영상으로 일본어 교육도 동시에 하긴 했는데, 다 짧은 문장이라서 쓸만하지 않네.

아아, 도쿄까지 와서 영어를 써야하는건가, 영어는 그나마 대화 정도는 통한다는 게 다행이다.

근데, 일본식 영어는 발음이 좀 이상한 경향이 있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있으련 지는 모르겠다.

“어디서 머무르는데?”

“음, 도쿄의 번화가 중 아카사카라는 동네가 있는데, 거기에 있는 뉴오타니 호텔이라는 곳에서 머무를꺼야.”

어디서 숙박하는 지 모르는 나는 나에게 딱 달라붙은 채, 같이 걸어가고 있는 은정누나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은정누나는 역시 전 리더의 기질이 보여서 그런지,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일본은 가본 기억도 없어서,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심지어 도쿄에 아카사카라는 동네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유일하게 아는 동네는 신주쿠나 오다이바라고 해야되나.

도쿄는 서울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지도를 봐도 무슨 말인 지 모르겠고, 다행히 일본어 밑에 영어가 적혀있어서 그걸로 대충대충 길이 어떻게 되는 지 기억하는 중이었다.

이래뵈도 길은 안 잃어버리는 남자, 민시그라고.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온 티아라 멤버들과 매니저 형 한 분, 코디 두 분, 그리고 나는 준비된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한 몇 분을 타고 가자, 은정누나가 말한 뉴오타니 호텔이 눈에 뵈기 시작했다.

“와, 크다.”

버스에 내리고 난 뒤, 높게 치솟은 뉴오타니 호텔을 치켜 올려보았다.

모두 세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뉴오타니 호텔 중 우리가 머무를 곳은 다른 곳에 비해 층수가 낮은 건물.

저렇게 낮다고 하지만, 본관이란다. 

역시나 안에 들어가보니까 시설은 5성급 호텔답게 고급스럽고 우수했다.

매니저 형에게 키를 받고, 이번에 나는 매니저형이랑 같이 자는 게 아닌, 개인 방을 받았다.

우우, 대우가 다르다! 소녀시대랑 부산 갔을 때는, 분명히 매니저형이랑 같이 잤다지.

아, 그 때는 보조매니저 아르바이트 하고 있었지..

여튼 티아라느님들의 캐리어를 질질 끌고 가서, 티아라님들이 단체로 머무르는 곳에다가 캐리어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민식아, 너도 여기서 자지 그래..? 응..?”

“뭔 소리야. 여자 일곱 명에다가 남자 한 명이라니, 내가 자다가 이상한 꼴을 당할까봐 두려워서 같이 안 잠. 난 내 방으로 갈게-”

“야..야!!”

나를 유혹하려 하는 일곱 명의 여우들을 내버려두고, 내 방으로 가서 짐을 풀어냈다.

그리고는 바람을 쐬볼 겸, 창문 아래로 보이는 야외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 수영하기에는 조금 쌀쌀한 날씨인데. 중학교 때 다이어트를 수영으로 한 터라, 수영은 어느 정도 할 줄 아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게 수영장을 돌며 주변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을 때 였을까.

‘첨벙’

누군가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수영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누군가가 빠지기는 확실한 듯 일정한 동심원이 수영장 전체를 향해 퍼져가고 있었고,

그 동심원의 아래에는 어떤 사람이 빠져있는 듯 했다.

그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외국인이든, 우리나라 사람이든 상관없었다.

우리 아버지가 항상 나에게 하신 말씀이 있었기에..

‘위험에 빠진 사람은 도와줘야 한다.’

‘첨벙!’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나는 망설임없이 수영장 풀을 향해 잠수자세를 취하며 다이빙했다.

그리고 그 정체불명의 실루엣을 향해 헤엄쳐 달려갔다.

***

“아우우우..”

핸드폰만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텐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민식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게 망설여지고 있다.

이제는 일본 활동하러 떠나가야 되는 데, 이대로 가면 언제 또 만나며 고백할 수 있을까.

“시카야..”

“흐윽, 나 어떡해.. 고백 못 하겠어.”

난 거의 울먹거리는 억양으로 나의 이름을 부리는 태연이를 보며 말했다.

태연이는 내 마음을 이해하긴 하는 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럼 일단 일본활동이 우선이니깐. 갔다오고 나서 고백하자.”

“그래.. 다녀와서..”

그러자 태연이는 일단 일주일동안의 일본활동을 하고나서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고백하라고 제안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태연이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일본 스케쥴을 떠났다.

도쿄로 가는 비행기 안은, 일본에 간다는 사실에 신나해하며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누며 떠드는 우리 멤버들로 시끌벅쩍했다.

하지만 난 착잡한 마음으로 퍼런 하늘 아래에 펼쳐진 흰 구름뭉치들을 쳐다보며 한 숨을 쉬었다.

그리고 유리창에 빛이 반사되어 비쳐지는 내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며 민식이를 떠올렸다.

“민식아.. 다녀오면.. 꼭 내 마음 전할게..”

일본활동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반드시 고백하기로 마음을 먹고, 불편한 잠을 청했다.

얼마쯤 잤을까, 태연이가 나를 깨웠고, 평소에 잠꾸러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나는 단번에 깨버렸다.

도대체 뭐 때문이였기에, 내가 이렇게 잠에 바로 깨는 거지. 괜스레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내가 하게 되자, 마음만 더 어지러웠다.

일본 활동 중에는 어느 한 숙박시설에 머물러서 스케쥴을 뛰러 가기로 했는데, 우리가 머무를 곳은 일본 아카사카에 위치한 뉴오타니 호텔이었다.

호텔 본관 앞에 펼쳐진 수영장이 심하게 인상적인 뉴오타니 호텔.

우리가 머무르는 곳 옆에서 시끌벅쩍한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누구길래 저렇게 해맑은 소리가 들려오는 걸까.

나도 민식이가 지금 여기에 있다면 기분이 좋아질텐데.

근데, 민식이는 한국에 있지. 여기에는 없잖아, 후우..

“시카 베이비, 쇼핑하러가자!”

“나 피곤해애. 니네들끼리 가, 난 좀 쉴래.”

“왜애애애.”

“얘들아, 수연이 좀 피곤하대잖아, 아까 비행기에 있을 때부터 그랬으니깐 오늘은 내비두고 내일 놀면 되지. 그럼 우리들끼리 고고-”

피곤하고 착잡한 심신을 이끌고, 잠깐 쉬기 위해서 침대에 누우려고 하는데,

이런 행동도 막는 깝율과 티파니. 다행히 태연이의 배려 덕분에, 애들은 지네들끼리 신주쿠로 쇼핑을 하러 떠났다.

나는 혼자 호텔 방 안에 남아, 상사병 걸린 사람 마냥 한 숨만 푹푹쉬어댔다.

“우우.. 답답해. 나도 따라갈 걸 그랬나.”

하지만 호텔 방 안에 혼자 있는 건, 너무나도 외로웠고 답답했다.

그래서 바깥 바람좀 쐴 겸 프론트를 벗어나 아직은 쌀쌀한 가을의 라운지에 왔다.

그러다가 문뜩 보이는 수영장에 가서는 물에 빠지진 않고, 앉아있는 채로 발로 물장구를 쳐댔다.

수영장 물은 첨벙첨벙 거리며 동심원 모양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아, 민식이에 대한 사랑이 진짜인 듯, 하염없이 그 물결에도 민식이만 보였다.

“하우우..”

“私のとってみろ!! 나 잡아봐라!!”

“捕まると放っておかない! 잡히면 가만 안 둬!”

민식이 생각이 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떨쳐보이려고 애썼지만 다 무소용이었다.

잔잔한 물결을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지않고, 오히려 더 복잡할 뿐이었다.

그 때, 근처에서 일본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지 일본어를 하면서,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어. 저렇게 뛰어오면 나랑 부딪힐텐데.

‘툭’

“어..어어∼!?!? 꺄아아앗!!”

‘풍덩’

완전 수영이라고는 하지도 못하는 맥주병인 내가 일본 아이들에게 밀려 그만 성인용 수영장에 빠지고 말았다.

어린이 수영장이라면 그나마 괜찮았지만, 이 곳은 다이빙도 할 수 있는 곳이라서 수심이 장난이 아닌데.

나는 수영을 못하니깐 수면 위에서 허우적거리며 소리를 질렀을 뿐.

“싸..살려주세요..콜록..콜록..”

거기다가 피곤해있는터라, 그 소리도 크게 나오지 않았고. 

더군다나 주위에 사람이라곤, 아까 지나간 두 꼬마말고 여러 사람들도 많이 있었지만, 수심이 깊어서 그런 지 섣불리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나는 주위의 무관심 때문에 물 속으로 서서히 잠겨갔다.

나의 머릿결도 내가 수면 아래로 잠겨감에 따라 머리카락이 위로 뻗었다가 스르륵 내려왔다.

‘고백도 못하고.. 죽을 때 까지.. 너만 떠올리네.. 잘 있어 민식아..’

물이 내 몸을 덮치면서도, 나는 민식이를 떠올리고 있었다.

잠깐 그를 떠올리고 난 뒤, 갑작스럽게 눈 앞이 깜깜해져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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