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1화 (132/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스물 일곱 번째 과외.

*(현실은 1979,1981,1982년생 이지만. 나이 차를 고려해 1986년생으로 통일)

-참고로 비밀을 말하자면, 민정(이민정) - 사랑(김사랑) - 유진(유진) : 과외하기에선 일반인으로 나옴.

“누..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부로 이 카페에서 일하게 될 김사랑입니다! 나이는 스물 다섯 살이구요, 잘 부탁드려요!”

어느덧, 이 카페에서 썩어간 지도 두 달이 지나가고 세 달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는 특이한 특징의 손님들이 오신다고, 이질감 같은 불필요한 느낌을 내뱉지는 않는다.

그래서 요즘 매장이 잠잠하다 싶었는데, 너무 잠잠하다고 신입 카페 직원이 더욱 더 추가가 되었다니.

사장님이시여, 이제는 손님이 아닌 매장 직원에게 변화를 주는 것이란 말입니까.

풍성한 머릿결과 꽤나 볼륨이 진 매력있는 몸매를 소유한 그녀는 우리 셋을 향해 방긋 웃어보였다.

“아, 민식이랑 같이 웨이터 할 직원이 한 명 더 온다더니, 사랑씨네요.”

“네, 이 쪽이 민식씨인가요? 잘 부탁드려요-”

“아.. 네..”

사장님이 또 누나들에게만 통보하셨구만.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차별하는 건가, 왜 카페가 돌아가는 일을 나만 모르는 지.

쩝, 어쨌든 김사랑이란 이름을 가진 신입사원 분은 하는 일이 나랑 똑같다고 했다.

웨이터라, 난 웨이터 겸 셔틀인데. 

“오늘부터 일 하시는 거예요?”

“네, 오리엔테이션은 채용된 후에 이미 받았어요-”

“그럼 어떻게 하셔야 할 지 잘 아시겠네요? 딱히 안 가르쳐줘도 잘 하시겠네요.”

음, 저번에 지은이 때 처럼 일일히 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되겠네.

그 때는 무려 한 시간동안 강의를 좔좔 해주느라 혀가 바짝 탔는데도 불구하고, 물은 없었다지.

근데, 사장님이 직원을 한 명 더 채용하는 이유는 뭐지.

저번에 영웅호걸 나온 이후로 손님이 거의 두 세배는 증가해서 그런가.

“그러면 어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오세요. 곧 영업을 시작해야하는 시간이라서요.”

“네-”

원래 이런 건 민정누나 아니면 유진누나가 쳐야 할 대사인데,

왜 이런 말을 내가 치는 거냐구. 알바생이라서 월급 비루하게 받아서 우울한데.

그리고 혼자 쓰면 괜찮지만, 쓰고 싶지 않아도 여자님들의 월급 드레인에 지갑은 금방 바닥을 드러내기 일쑤.

어쨌든 사랑양이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달려있는 문 안으로 들어가자,

유진누나와 민정누나가 바람의 속도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왜요.”

“민식아, 쟤 조심해라. 너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아.”

“맞아 맞아. 쟤가 찝적거리면 이 누나가 막아줄게.”

평소엔 어떻게 하면 날 굴릴 생각만 하던 누나들이 왜 이래.

새로 온 저 직원을 경계하는 거야, 아니면 오늘 잘 해주는 척 하면서 내일 신명나게 굴릴려는거야.

아니면 둘 다 인거야?

“저, 갈아입고 왔어요.”

“아, 4명 모두 유니폼을 입었으니. 오늘도 열심히 장사해요.”

“응! 오늘도 달려!”

문을 열어, ‘영업 끝’이라는 팻말을 돌려 ‘영업 중’으로 바꿨다.

오늘도 아스트랄한 사람들을 만나, 내 인생사를 읊조려야 하는 건가. 

개시하기가 무섭게, 여대생이 그룹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역시 대학가의 위엄은 넘쳐나는구만.

“사랑씨가 받을래요, 아니면 제가 받을까요?”

“에에, 뭘요?”

“주문이요.”

“아아, 처음에는 민식씨가 시범을 보여주세요. 그 다음은 제가 할게요!”

“아 예-”

역시나 처음부터 의욕이 넘칠 것이라는 건 완벽히 훼이크였던 그녀였다.

결국엔 내가 주문서를 한 손에 든 채 주문하는 것을 받으려고 시끄러운 여대생 무리 사이로 들어갔다.

“어? 티비에서..”

“영웅호걸에서 아이유양이랑 잠깐 나왔어요, 여튼 주문 뭘로 하시겠습니까?”

“청춘불패에서도..”

이래서 알아보면 귀찮다니깐.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는 여대생 무리들.

짜증나게 주문은 안 하고, 방송에 대해서 물어보고 아이유와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래도 대놓고는 싸가지없게 손님들을 대하지 않았다.

끈질기게 근성을 발휘해 기다려서야, 자신이 먹을 것들을 알려주는 여대생들.

어차피 싼 도넛하고 싼 커피 먹을거면 진작에 말하지, 왜 이렇게 질질 끄노.

“주문 받는 시간이 기네요?”

“네, 알아보면 귀찮고, 그렇다고 손님한테 차갑게 대할 순 없으니까요.”

“아, 손님 또 오셨다!”

“이번엔 저 말고 사랑씨가 가세요. 한 번 보여줬으니 잘 할 수 있겠죠?”

“네에- 걱정 붙들어 매세요.”

걱정 반 근심 반, 결국엔 걱정을 풀로 하며 주문을 받으러 원정을 떠나는 사랑씨를 지켜보았다.

처음인데도 잘 하는 듯 보였다.

역시 청순한 외모에다가 글래머러스한 몸매라서 그런가.

주문 받는 남자놈들은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은가 보다.

원래 웨이터들은 주문만 받고 다시 와야되는데, 그렇다고 찝쩍대는 걸 싸가지없게 받아들이면 카페 평판도 안 좋아지고.

여튼 골머리 앓는 일들이 수두룩한 직업이 웨이터인 것 같다.

사랑씨는 몇 분이 지났을까, 주문 내역을 적은 주문서를 들고서 카운터로 건네주곤, 다시 내 쪽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저 잘했죠?”

“음, 글쎄요. 한 번 보고는 모르는 일이고, 열 번은 더 지켜봐야할텐데.”

“치잇.”

시크한 나의 말투에 볼을 살짝 부풀린 채로 나를 보는 그녀.

귀엽다.

아, 내가 이런 반응 하면 안 되는데?

여튼 사랑씨와 내가 돌아가면서 주문을 받다보니, 시간도 어느새 문이 닫을 시간.

오늘은 주말이라서, 아침 일찍 열고 네 시가 되서야 닫는다.

우리 카페 직원들은 참으로 성실해서, 지각은 잘함과 동시에 퇴근 또한 칼퇴근.

사장님은 이렇게 출근하시는 것보단 재택 근무를 하시기에 보는 횟수도 거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랄까. 

여튼 나는 맨 먼저 옷을 갈아입고 나왔고, 나가는 건 같이 나가자는 말을 하는 두 명의 누나들의 모습에 간단하게 ‘싫어’라는 소리를 내뱉고 도망을 시전했다.

으음, 새로 온 직원은 다른 두 누나들보다는 얌전한 편인 것 같았다.

귀여운 면도 조금씩 보이고, 근데 내가 아까 직원 출퇴근부를 봤을 때는 다른 두 누나들이랑 같은 나이던데, 계속 존댓말 해야되나.

뭐 친해지면, 자연스레 말 놓게 되겠지.

“아아, 같이 나갈 거라도 그랬나. 누나들한테 점심 얻어 먹어야했었는데! 실수다!”

순간 떠올랐다. 알바비 받자마자 누나들 먹을 것 사주느라, 5퍼센트나 드레인 당했다는 사실을.

오늘 민정누나, 유진누나 월급 받는 날이라서 드레인 했어야 했는데.

이번 달의 가장 큰 실수를 한 것 같은 느낌에, 내 마음은 지금 인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좌절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오가 있어서 참고 있다.

여튼 이대로 있기엔 내 몸이 근질근질했기에, 이번엔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 여자분들께 빠짐없이 문자를 보냈다.

물론 소녀시대 아해들은 빼고.. 에프엑스 애들은 뭐 들켜서 어쩔 수 없지.

보내자마자 포탄같이 수두룩하게 답장해오는 누님들과 동갑님과 동생님들, 이 님들 스케쥴 안 뛰나..

《ㅠㅠ 나 촬영 ㅠㅠ 민시가 살려줘 - 은정누나》

〈아아.. 못 살려줘. 그럼 수고〉

일단은 제일 먼저 온 답장은 은정누나의 답장이었다.

저 짧은 문장에도, 촬영이 힘들다는 게 한 눈에 보였다. 마음 같아선 도와주고 싶지만, 단지 마음일뿐이니까 몸이 고생하긴 싫었다.

열심히 촬영하고 오라는 답장을 날리고, 다음 문자를 확인했다.

《나 바뻐 자지∼ - 소연누나》

헐, 답장도 못하겠다.

소연누나.. 설마 저거 오타낸 거 겠지? ‘자기’를 ‘자지’라고 한 거겠지?

《유치리인데.. 올래..? - 효민》

〈아니.. 안 가..〉

효민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청춘불패 촬영을 하러 가나보다.

서울에서 유치리까지의 거리는 멀었고, 교통비는 빡셌기에 바로 안 가겠다는 답장을 보내는 나였다.

《오빠 나 언니랑 놀러갔는데 - 화영》

〈아 그럼 잘 놀고 와〉

그 다음은 막내라인들 중 한 명인 자이언트 화영이의 답장.

언니라면, 음 쌍둥이라고 하던 효영양이었나. 

언니 동생간의 애정이 돈독한 쇼핑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에, 따도남의 모습을 보여주는 답장을 보냈다.

《나 홍대앞ㅋ 올래? - 큐리누나》

〈아니〉

홍대라니, 그러고보니까 큐리누나는 툭하면 홍대 가더라.

아마도 홍대에 갔다 올 때 마다 가방이 바뀌는 것 같던데, 이번에도 바뀌려나.

《수정이랑 소시언냐들 숙소 가는중∼ - 설리트먼트》

〈헐 너님 내가 문자했다고 말하지 마라〉

《ㅇㅋ - 설리트먼트》

설리는 내가 만나서는 안되는 아해를 만나러가는구나.

나는 설리에게 나를 만났다는 얘기를 하지말라고 입 단속을 요망했다.

그러자 시크하게 답장을 보내주는 설리.

아, 아무래도 불안한데.. 그래도 틈 날 때 마다 과외시켜주니깐 괜찮겠지, 뭐.

나의 대한 정보를 봉인해제 했다간 그 날로 과외는 없다고 했으니깐, 후훗.

근데 수정이도 입 조심 해야할 텐데.

《...나..그..그거..으음..닉쿤이랑..같이.. - 치엔누나》

핸드폰을 집어 던지려다 참았다.

우우, 비싼 핸드폰이라서 망정이지 꽁폰이였으면 망설임없이 핸드폰을 던졌을거야.

아, 시카와 지연이에게는 답장이 없었다.

시카는 지금 시간에 아마 자고 있으려나, 그리고 지연이는 도대체 뭐하고 있지?

그렇게 지연이가 무엇을 하고 있을 지 궁금해 질 때 쯤, 누군가에게 문자가 왔다.

《지연이 집에 있으니까 심심하면 지연이랑 놀아 - 은정누나》

박지연!

집에 있는 데, 답장을 안 했다니.

괘씸하도다, 곧바로 티아라 숙소를 습격해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곧바로 집으로 직행하는 나의 몸뚱아리.

카페와 집 사이의 거리는 가까웠기에, 금새 도착할 수 있었다.

분명히 문은 닫혀있을 게 분명하니, 초인종을 딩동하고 누르는 게 상책.

“누구세요∼”

“응? 지연이 목소리가 아닌데.”

문 사이로 들려오는 낯 익은 목소리.

아무리 낯 익은 목소리라고 한다지만, 지연이의 목소리는 아니였다.

그럼 도대체 누구지, 다른 멤버들은 다 나갔고 지연이 혼자만 있을텐데.

여러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뒤죽박죽 어지럽혀놓고 있을 때 쯤, 닫혀있던 문이 활짝 열렸다.

“어? 오빠 왠일이야?”

문이 활짝 열린 사이에 보이는 얼굴은 지연이가 아닌 날 보며 반색하는 지은이의 모습이였다.

응? 가끔 일 생기면 보는 지은이가 왜 티아라 숙소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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