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스물 여섯 번째 과외.
*
‘똑똑똑-’
“누구세요-”
얼마 전에 내가 한 예상은 과연 틀리지 않았다.
다섯 배도 너무 잡게 잡은 수치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두 당 두 배로 쳐서 여덟 배로 시달리는 것 같다는 느낌일까.
세 명도 힘든데, 거기에 음탕한 여왕님 소연누나가 더해져있으니,
매일 밤 마음 편히 잘 수가 없었다. 맨날 아침에 일어나기만 하면 온 몸이 오라지게 찌뿌둥하니, 기분은 참 아스트랄한 것 같아.
어쨌든 내가 문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듯한 애절한 노크소리에 발을 질질 끌며, 현관 앞으로 빠르게 도착.
그리고 잠금장치를 돌려 현관문을 열었다.
“아..으,은정누나..?! 효민이?! 람뽀누나!? 소연누나!? 지연이!? 화영이!? 큐리누나!?”
“민식아.. 흐흑, 우리 또 일본 가..”
현관문을 활짝 여니, 단체로 울상을 짓고 있는 일곱 명의 숙녀 or 소녀분들을 볼 수 있었다.
하나같이 울상을 짓고 있는 이유가 일본스케쥴 때문이라니.
후훗, 만세.
티아라 님들이 여기서 사라져주시면, 나는 문을 닫고 곧바로 만세 삼창을 할꺼예요.
오늘 밤은 편안히 잘 수 있겠다.
흐흑, 이게 얼마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임?!
어쨌든 일본으로 외화를 벌러 떠나는 티아라 멤버들을 위로해주는 ‘척’을 하며, 달래주었다.
내가 달래주자 어린아이마냥 울음을 뚝 그치는 모습을 보이는 그녀들이었고, 특히 소연누나는 팔이 짧아서 안달이 난 듯
멀리 떨어진 거리인데, 팔을 쭈욱 뻗어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했다.
훗, 누나들은 슬퍼도 난 기쁨.
“그런데, 밤에는 몰라도 낮에는 심심한데. 누구한테 전화를 걸까, 우리 설리트먼트한테 전화를 걸어볼까나.”
핸드폰에 있는 전화번호부를 눌러 설리의 전화번호를 찾아댔다.
성비율 여자8 남자2 정도의 전화번호부, 절대로 내가 의도한 게 아니다.
그리고 난 번호를 딴 적이 없다, 오히려 따인 적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내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사람은 많았다.
최진리(17.여)양도 그 중에 한 분.
아마, 내 핸드폰에는 설리트먼트라고 저장되어있을텐데.
찾았다!
010-XXXX-XXXX. 위에 설리트먼트라고도 적혀있으니, 설리가 확실했다.
‘뚜우우- 뚜우우- 연결이 되지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며, 통화료과 부과ㄷ..’
“우우우! 이럴 순 없소이다. 설리트먼트양이 전화를 안 받다니요! 늅늅..”
아, 설리양이 스케쥴이라도 간 것인가요.
소녀시대 분들은 전화했다가는 백방 털릴 게 확실하구요, 제시카양은 스케쥴이랍니다.
아, 맞다. 설리는 어제 문자로 내일 스케쥴 있어서 놀고 싶어도 못 논다고 그랬지.
수정이도 설리랑 더블로 촬영간다고 했고, 그럼 이제 남은게.
훗, 치엔누나구나.
설리트먼트양보다 치엔누나를 찾아내는 건 더 쉬웠다.
검색을 했으니까, 아. 이럴 줄 알았다면 설리트먼트 찾을 때도 현대의 지식인 답게 검색을 했어야 하는 건데.
에프엑스 노래의 컬러링이 잠시 들리고 난 뒤, 곧바로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
아마 촬영 중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누나, 뭐해?”
〔어..어? 나..어, 음.. 촬영중.. 이따가 전화할게에..〕
“으음? 누ㄴ..”
‘뚜욱- 뚜욱- 뚜욱-’
젠장! 진리나 수정이었다면, 오히려 내가 끊어야 할 정도로 질리도록 통화하는데.
치엔누나는 레알 촬영 중이었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심심한데 치엔누나의 촬영장을 기습해볼까.
나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나의 폰을 꺼내들어 치엔누나의 핸드폰 위치를 파악했다.
코갤수사대 돋는 민시그수사대(MSI)의 집념은 누구도 이기지 못하리.
“후훗, 한강 둔치네. 옷은 이미 입어뒀으니 가볼까.”
버스로 한강을 가려면, 아마 수 백년은 걸릴 게 분명했기에.
과감하게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비를 어제 받아서 지갑은 두둑하다구. 후훗..
그렇게 택시에 몸을 싣고 달린 지 어언 몇 십분.
배춧잎 한 장하고, 율곡 이이님 한 분 보내시는 안타까운 상황에 부닥친 나는, 거금의 지출이 아까웠지만.
아직 남은 잔액은 100만 5천원이었기에, 쿨하게 그들을 보내주기로 했다.
어쨌든 씐나는 마음으로 한강 둔치 입장.
하려고 했으나, 촬영장에 오자마자 펼쳐지는 참으로 거지같은 기분에 이마에 살짝 핏줄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 촬영이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이었고,
거기에 출연하는 치엔누나는 닉쿤과 함께 희희낙낙 웃으며 다정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오자마자, 기분 잡치네.”
갑작스럽게 치엔누나 옆에 있는 닉쿤이 부러워짐과 동시에 마음 속에서 검은 기운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다.
이게 아마도 여자들이 많이 느끼는 감정 중 하나인 질투일 것이다.
어쨌든 매의 눈빛으로 닉쿤과 치엔누나를 쳐다보며 미행하고 다녔다.
물론, 아직까진 촬영엔 지장을 줄 만큼 그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다.
여튼, 데이트 하는 가짜 커플을 따라다니며 지켜보니.
자기들끼리 커플이라도 되는 마냥 밥 먹여주고, 좋다고 자기들끼리 희희낙낙 해맑게 웃어대고,
더군다나.
치엔누나의 옷이 흘러내리는 걸, 닉쿤! 닉쿤이 올려다주고!
그걸 또 치엔누나는 좋다고 해맑게 웃고있다.
아아, 못 참겠다, 꾀꼬리.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어 치엔누나에게 전화를 걸어버리는 나였다.
〔여,여보세요..? 미..민식아.. 나 바쁘다니까..〕
나는 치엔누나와 닉쿤이랑 약간 동떨어진 위치에서 치엔누나를 지켜보면서 전화를 받았다.
아, 누나가 이러면 이럴 수록 왜 이렇게 질투기가 오르지.
“그래, 멀쩡한 남자친구 놔두고 2PM의 닉쿤씨와 데이트 하느라, 참 바.쁘.시.겠.죠, 안그래요?”
이렇게 ‘나 질투 좀 돋음.’이라는 찌질한 말을 비아냥거리며 지껄인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역시나, 치엔누나는 갑자기 내가 그런 드립을 날리니까, 내가 주변에 있겠다고 생각했는 지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쳇, 이제는 안 되겠어.
저 꾀꼬리 같은 사이의 커플 사이에 방해 작전을 펼쳐야겠다.
우선, 첫 번째로.
“하하, 빅토리아씨 어디 앉을까요.”
“저기 앉아요오-”
편하게 쉴 벤치를 찾고 있는 두 명(빅토리아, 닉쿤)을 발견했다.
그런 낌새를 눈치 챈 나는 대충 치엔누나가 가리킨 곳이 어딘 지를 짐작한 다음, 위치를 파악해 딱 앉으려고 하기 전에 가서,
“에헴, 여기 제 자리에요. 다른 데서 앉으세요.”
먼저 앉아버리는 참으로 상대방이 상콤해 할 행동을 보였다.
오늘 내가 하는 행동은 나조차도 찌질해보이는 행동이었지만, 뭔가 오늘은 그러고 싶었다.
장난을 치고 싶었고, 찌질하게 굴고도 싶었다.
이게 다 치엔누나의 옆에 있는 닉쿤에 대한 시기와 질투 때문인가.
나보다 얼굴은 살짝 더 잘 났고, 키는 나랑 비슷한 닉쿤이고, 뭐. 성격은 나 보다 더 매너있을 듯한 닉쿤이었지만,
그래서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았지만, 치엔누나의 옆에 있는 모습을 보자니 그저 사랑의 훼방꾼 같아 보일 뿐.
친해지는 건 우결에서 하자하고 나서 부터다.
후훗, 그런 방식으로 몇 번을 더 훼방을 놓은 뒤, 그마저도 재미 없어져서 그냥 치엔누나에게 ‘촬영끝나면 벤치 쪽으로 와.’라는 문자만 던지고,
그 만나기로 한 벤치로 가서는 앉아서 몇 분동안 멍만 주구장창 때렸다.
그렇게 멍을 얼마나 잡고 있었을까, 누가 급한 걸음으로 뜀박질 해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에 나는 다시 현세로 돌아왔고, 내 앞엔 숨이 찬 듯 숨을 고르는 치엔누나를 볼 수 있었다.
“미,미안해앵.. 그게 방송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해야되서어.. 말하면 너 기분 나빠할까봐아..”
울상을 지어내며 내게 사과하는 치엔누나였다.
나는 말 없이 치엔누나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그녀의 손목을 확 휘어잡고서는, 어디론가 걸어갔다.
아니, 나는 걸어가고 치엔누나는 끌려갔다라는 표현이 알맞으려나.
둔치를 빠져나와 주변에 낮이지만 어둑한 골목을 찾아 움직였다.
그러다가 발견한 새로 지은 두 건물 사이의 골목길.
많이 으슥하고, 어두웠다. 가서 이야기하기엔 딱 좋겠군.
“어..? 어..어디가 민식아..”
누나의 질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어두운 골목길 안으로 누나와 함께 들어가고는,
좁디 좁은 통로에서 딱딱한 시멘트 벽에 누나를 밀쳐버리고는, 나갈 수 없도록 내 두 손을 치엔누나의 몸의 양 옆에 탁하고 치고는,
강제로 치엔누나의 입술에 내 입술을 붙였다.
치엔누나는 처음에는 너무나도 당황해서, 날 밀어내고 벗어나려고 했지만.
남자인 내가 쉽사리 여린 치엔누나에 의해 밀릴 리는 없을 것이었고, 입술을 붙이는 것으로는 모자라 혀로 누나의 입술을 툭툭 건드린다음
벌려진 그 틈 안으로 치엔누나의 말캉한 혀와 어우러졌다.
나의 노련한 혓놀림에 치엔누나도 결국엔 녹아버린 듯, 이 키스를 즐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빠져나오려고 하던 치엔누나가 어느새 자연스레 자신의 팔을 내 목 뒤에 감고는 몸을 붙였다.
부드러운 치엔누나의 가슴이 내 가슴팍에 닿아 묘한 느낌을 자아냈지만,
여기서는 바로 할 만큼 내가 그리 짐승은 아니었기 떄문에, 몇 분간 서로의 몸이 닿은 채로 키스를 더 하다가 입술을 뗐다.
입술을 떼니 진득하게 키스를 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는 듯, 진탕하게 침 줄기가 늘어졌다가 이내 끊어졌다.
치엔누나는 키스가 좋았는 지, 눈이 풀린 채로 몽롱한 상태였다.
“누나는 내 꺼야! 저딴 놈에겐 절대로 안 뺏겨. 지금도, 앞으로도, 누나는 내 꺼야.”
“풋..”
왠만해서 이렇게 단호한 말투로 치엔누나에게 말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역시 어색하기는 어색했나, 치엔누나가 내가 ‘누나를 소유하겠어.’같이 소유욕이 짙은 말을 뱉자 풋하고 웃어댔다.
그런 치엔누나의 모습에 나는 아까의 터프했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다시 당황하기 시작했다.
치엔누나는 조금 웃다가 그 웃음을 멈추고는 내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바보야.. 내가 그랬잖아.. 결혼할 생각 있는 사람이랑만 관계를 맺을 거라고.. 민식이 너야말로 내 꺼야.. 앞으로도 쭈욱..결혼 할때까지..아니 우리 둘이 눈 감을 때까지..”
“아아..?”
“그럼 나는 이제 이만 스케쥴 있어서 가볼게. 다음에 또 보자-”
치엔누나는 나를 진심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치엔누나의 말이 나도 진심이라고 느꼈는 지, 잔잔하게 내 마음에 와닿았다.
아까의 질투도 저렇게 말하는 치엔누나의 말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 했다.
그렇게 치엔누나는 나에게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게 할 말을 하고는 스케쥴 때문이랍시고 골목길에서 빠져나갔다.
아아, 근데. 생각해보니, 이거 내가 누나를 잡으려다가 내가 잘못 잡힌 느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