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7화 (128/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스물 세 번째 과외.

***

‘콕. 콕. 콕. 콕.’

얼굴에 느껴지고 싶지 않은 감각이 얼굴을 향해 포화되어있었다.

순간 고딩 때 매점에서 사먹던 라면볶이가 문뜩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나.

그렇게 나는 정체 모를 손길들에 의해서 라면볶이가 되나보다 했다.

난 더 이상 이렇게 이런 오묘한 감촉들을 느끼고 싶지 않아,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 마냥 활짝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네 명의 흐릿한 실루엣.

“내가 라면 볶이냐. 콕콕콕콕 찍어보게.”

“뭐, 여러 의미에서는 음식이지.”

씨익 웃으며 나를 위에서 쳐다보는 4인의 티아라 여자님들.

출입금지령을 슬슬 내리고 싶은 은정누나와, 효민이. 그리고 람뽀누나, 람뽀누나랑 아힝흥헹을 하고 난 뒤 적극적으로 잘 대해주는 소연누나까지.

다들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내가 전생에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의 장난스런 발악에 씨익 웃으면서 돋는 발언을 하는 소연누나였다.

다른 건 모르겠고, 효민이 보다 소연누나가 더 무서워.

“잘 잤어?”

“응.. 잘 자고 있었지.”

그런 소연누나에 비하면, 애교스러운 얼굴에다가 선한 성격까지.

조강지처 스타일로는 완벽한 은정누나. 하지만, 밤에는 조강지처 보단 구미호에 가깝다.

그래서 요즘 은정누나도 피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어쨌든, 나의 안부를 물어보면서 헝클어진 나의 머리모양을 조금이나마 정리해주는 은정누나였다.

이마를 통해 전달되는 보드라운 은정누나의 손 끝.

그 손 끝의 느낌은 나의 앞머리선을 타고 움직였다.

“안녕안녕!”

하, 효민이는 밤에 오지만 않으면 참 마음에 드는 아이인데.

너님 왜 이렇게 자주 오니. 요즘 들어 아르바이트에 써야하는 힘을 너한테 써버리는 것 같아.

서큐버스 같으니라고.

어쨌든, 일본 활동을 조금씩 병행을 하는 티아라 멤버들이라서 그런 지.

맨날 보다가 이틀 만에 날 봤다고 이렇게 신나하다니.

어린아이의 모습이 보이긴 하네.

특히 효민이는 손을 빙빙 돌리면서까지 내게 인사를 하다니.

“민시가!”

아아,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달려오다시피 하는 보람누나.

점점 대쉬 데미지가 크게 느껴지는 걸 보니, 몸무게와 대쉬 스킬에 스텟 좀 올인하신 듯.

보람누나의 대쉬를 초문으로, 가만히 나를 지켜보기만 했던 세 명의 여자 분들도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저번과 다를 바 없이, 거실로 끌려가 하나의 소파가 되었다.

위치는 저번과 동일하므로 설명 생략.

“민식아.”

“응?”

“갔다 오면 할 말 있다고 했지?”

내 손을 덥썩 잡으며 뭔가 꿍꿍이가 있는 눈빛으로 말하는 소연누나.

일본 스케쥴 가기 전에 몰래 찾아와서 그런 말을 하긴 했으나, 레알일 줄은 몰랐는 데..

덥썩 잡은 내 손목에 힘을 주고는 날 소파에서 끌어냈다.

아아, 이대로 끌려가다간 뭔가 불안한 일이 생길지도. 살려줘..

“안대!! 쏭! 오늘은 내 차지야!”

구원군인 지, 소연누나 처럼 날 노리는 하이에나일 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람뽀누나는 내게 다시 대쉬해왔다.

그리고 소연누나가 붙잡은 그 손목을 떼게 한 다음, 람뽀누나가 이번엔 날 끌고 나가려고 했다.

난 어리둥절했지만 보람누나가 날 밖으로 데려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어디로 날 끌고가려고.

“람뽀. 씻고 옷만 갈아 입을게. 숙소로 가 있어.”

“흐음.. 알았어, 얼른 와야대!”

보람누나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은정누나와 효민이랑 같이 우리 집을 빠져 나갔다.

소연누나는 이미 먼저 숙소에 간 건지 모습을 먼지 한 톨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편해진 마음으로 욕실에 들어가는 나.

아무런 경계없이 세수하고, 양치한 뒤 샤워할까 하고 우선 위에 입고 있던 모든 옷을 벗었다.

“오오.. 의외로 몸이 좋네?”

잉? 이건 무슨 소리야. 분명히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씻으러 들어간건데?

소리가 나는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내 몸매에 감탄하고 있는 음흉한 눈빛의 소연누나가 보였다.

분명히 소연누나의 존재 無 까지 확인했는데!

어디서 숨어있었던거지, 아니면 소연누나가 작아서 안 보인건가!?

“왜. 뭐. 계속 해.”

“뭐를.”

“샤워.”

소연누나는 자신이 있다는 것에 신경을 쓰지말고 하려던 샤워나 계속하라고 말했다.

아니, 남자도 아니고 여자가 저렇게 지켜보고 있는데, 가능하기나 하겠냐구요.

태연하게 샤워를 하라는 소연누나의 말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할 것이라 예상도 하지 못하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해?”

“뭐 어때. 닳는 것도 아니고.”

“나가!”

“칫.”

점점 당연한 듯 말하는 소연누나의 말에 당황스러운 느낌과 두려움이 겹치기 시작했다.

지금 이러고 있는 소연누나를 말려줄 다른 누님이나 효민이가 없었기에, 불안한 마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뿐.

하지만 이대로 불복할 내가 아니었기에, 단호한 목소리로 소연누나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통하기는 했는 지, 살짝 토라진 소연누나의 목소리가 짤막하게 들렸다.

하, 완전히 소연누나가 나간 걸 확인하고 문을 잠군 뒤 씻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씻고 난 뒤 머리를 완벽히 말리며, 클리블랜드 야구잠바와 진청바지. 그리고 야구모자를 착용한 채, 바깥으로 나갔다.

“민시가!!”

“켁..켁.. 놔줘..”

아,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문을 열자마자 숙련된 대쉬 데미지가 복부 쪽에서 야무지게 느껴졌다.

진짜 마스터하면 내출혈은 기본, 죽음은 옵션이겠는데.

보람누나의 어깨가 점점 날카로워지는게 무섭다. 

여튼, 보람누나의 데이트 복장은 어떤 모습일까 보니.

오 마이 갓, 지져스. 신이시여, 완전 꼬마잖아요. 늅늅.

병아리색의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있는 후드티와 하의실종 패션을 하려는 듯 짧은 핫팬츠가 말이 됩니까요.

아, 말이 되네요. 그리고 조그만 크로스 가방을 어깨에 둘러맨 걸로 봐선 하의실종 된 초딩으로 느껴지는 람뽀누나.

“나 어때?”

“초딩 같아.”

“우씨!”

역시나 자신의 스타일이 어떻냐고 물어보는 건 여자의 공통 질문.

난 거기에 솔직히 대답해 줄 필요가 있다.

여태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거다.

솔직한 나의 대답에 명수옹 마냥 나를 향해 매의 눈빛을 쏘아대는 보람누나. 

풋, 그래도 귀여워.

“어디 놀러갈래?”

“놀이공원!”

“응, 뭐라고..?”

“놀이공원!!”

놀이공원이라, 어디보자 이 근처에 있는 놀이공원 중 제일 가까운 놀이공원이 롯데월드고.

롯데월드에 간다면 나의 생활비가 빛의 속도로 줄어들 게 뻔했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는가. 쥐꼬리만한 알바비 갖고는 놀이공원에 가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라는걸.

그것은 나도 잘 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절대로 물러서지를 않을 생각이다.

월급 받는 날이 아직 일주일 가량 남았지만, 이번에 롯데월드 가면 아마도 나는 라면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해지겠지.

그럼 일주일동안 티아라 숙소에 은신하면서 끼니를 때우는 무리수를 쓸 수 밖에 없다.

만약 그 곳에서 머무른다면, 음. 낮에는 영양소가 채워지고, 밤에는 빠지는 건가. 돋네.

“꼭 오늘 가야돼?”

“아아아아아앙!! 놀이공원!!”

“.....나 돈 후달린ㄷ..”

“아아아아아아아앙!!”

“아아, 갑시다.”

“아싸!”

아따, 보람누나는 1차 스킬로 떼쓰기를 찍고 2차 스킬로 대쉬를 찍고 있나.

떼 쓰는 성량이 참으로 우람차구려. 순간 보람누나가 9단 떼쓰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곧 내 지갑에서 마지막으로 빠져나갈 세종대왕님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세종대왕님. 한 달 가까이 제 지갑에 계셔서 고마웠어요. 안녕..

여튼, 보람누나의 우기기에 어쩔 수 없이 질질 끌려가며 지금 나에겐 지옥인 롯데월드에 도착했다.

“빅4로 끊을까?”

“자유이용권!”

그래, 여기서 최대한 돈을 아껴보면 살 방도가 있을꺼야.

나는 보람누나를 구슬리며,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4개 탈 수 있는 빅4 이용권을 끊으려고 했으나.

자기가 사지도 않을꺼면서, 자유이용권을 끊으라고 닦달하는 보람누나.

또 다시 빅4로 끊을려는 내 의지를 굳힌다면 아이유 돋는 폭풍 성량을 보람누나에게 볼 수 있을테지.

암, 그렇고말고. 나는 후에 펼쳐질 재앙을 생각하곤, 지갑에 엄청난 타격이 가는 거액의 자유이용권을 과감히 구매했다.

하, 슬프다.

마음 속으로 흐르는 지, 진짜로 흐르는 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의 감촉이 내 얼굴에서 잔잔하게 느껴졌다.

“으아! 천천히 가자.. 천천히!”

“안 돼! 빨리 안 타면 줄 서야 대!”

작은 고추가 맵다고, 힘은 어디서 나오는 지 그 몽땅연필 같은 키에서 엄청난 파워가 느껴졌다.

다 큰 위너가 덜 큰 꼬마에게 끌려가는 꼴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뮤지컬에서? 정수연 꼬시기에서? 영혼이 뒤바뀌다에서? 팬픽에서?

다 틀렸다. 여기서만 독점으로 볼 수 있다.

어디에도 이렇게 허점이 많은 주인공은 찾아볼 수도 없을거야.

“민식아, 저거 타자!”

어느새 실내를 벗어나, 야외 테마파크에 도착한 우리 둘.

람뽀누나가 어느 놀이기구를 손가락으로 가르키길래, 범퍼카이겠거니 했는데.

어머, 아틀란티스네?

내가 롤러코스터에 쥐약인 걸 알면서 저런 걸 타라고 하네. 

빠져나갈 궁도를 찾아야 한다.

“으음.. 누나는 못 타.”

“왜!”

“키가 안 되거든.”

“우씨!”

“아악! 내 등!!”

괜히 키로 건드렸다가, 오히려 등만 옴팡지게 세게 맞았다.

아아, 등치기 스킬도 짱먹는 듯.

도대체 내가 안 보이는 사이에, 얼마나 렙 업을 하고. 얼마나 스킬을 찍어댄거야.

혹시 다른 누나들이 SP북이라도 선물해줬나!?

여튼, 내가 등의 고통이 점점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는 도망치기엔 이미 늦었다.

“우아아아아!! 신난다!!”

“으아아아악!!”

짧은 두 팔을 쫙 핀 채, 기쁨의 괴성을 지르는 한 여자와.

기인 두 팔을 손잡이에 잡아 뻗은 체로 두려움의 비명을 지르는 한 남자가 놀이공원에 놀러온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전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