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3화 (124/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열 아홉 번째 과외.

“어..어?”

나는 순간 민식이가 하는 말에 당황했다.

‘그럼 다음을 기약해야겠네.’같은 말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건만, 나의 생각을 벗어나는 민식이의 말에 나는 말을 더듬었다.

“너도 지금 시간이 있으니깐, 나한테 전화 건 거 아냐? 나도 심심했는데 만나자.”

“어...어? 어..응.. 그래..”

“그럼 좀 있다 봐.”

난 민식이와의 통화를 끊내자마자, 방방 뛸 듯이 기뻤다.

이제 민식이도 나를 좋아하는 건가..? 데이트 신청이라니. 히힛, 기쁘다..

통화를 끊고, 옷장 문을 활짝 열어 오늘은 무엇을 입을 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이번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처럼 초라한 패션을 민식이한테 보여주지 않을 거야.

깔끔한 스타일, 시크한 스타일 등등 여러가지 스타일의 옷을 입어 보면서 고민하고 있었다.

근데, 왜 다 하나같이 민식이가 좋아하지 않을 스타일 같지.

“으음.. 내가 아닌 것 같아..”

혼자서 수 차례의 고민을 했을까.

드디어 수 없이 머리를 지끈거렸던 데이트 옷차림을 끝냈다.

근데 이 옷은 평소의 내 성격과 정 반대되는 의상인데.

뭐, 첫 데이트니깐. 남자친구에게 사랑스러워보인다는 핑크색 원피스에, 내 성격엔 평소에 끼지는 않는 러블리한 핑크색 머리띠 까지.

딱 스멜이 저번 단콘 때 입기 싫었던 그 의상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민식이가 좋아해주겠지?

“뭐.. 이래도 좋아해주겠지?”

신나는 마음으로, 혼자 있는 방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얘들은 내가 걱정이 되었는 지, 모두 다 거실에 모여있었다.

그렇게 나와 멤버들의 눈빛은 마주쳤고, 멤버들은 나를 보자마자 모두 하나같이 멍을 하나 씩 골라서 잡숴 계시고 있었다.

“쟤, 누규?”

“뭐야.. 왜 그래?”

그 중에서도 순규는 멍을 때리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하는 특이한 재주를 지녔다.

지금도 나를 보면서 저런 말을 지껄이는 순규. 

우리 순규 때문에 오랜만에 집합 좀 해야겠구나.

여튼, 나는 얘들의 시선을 살짝 의식하면서 도대체 이유 모를 이목의 집중을 받는 이유를 그들에게 물었다.

“너, 그 꼴이 뭐냐?”

“...이상해?”

유리도 마찬가지로 순규와 비슷한 반응을 내게 보였다.

아무래도 평소엔 차가운 도시의 녀자처럼 시크한 스타일을 추구하다가, 갑자기 순규보다 돋는 스타일을 입고 나오니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듯한 유리.

아무래도, 유리 때문일까. 나는 더욱 주눅 들은듯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히잉, 권유리 너. 나중에 미백 한다고 하면 똑같이 말할거야.

“시카야, 오늘 너 너무 귀엽다아- 나 너무 조아! 헤헤, 핑크다 핑크으♥”

“괘,괜찮니, 파니야?”

“우웅!! 이뻐!”

냉정한 말투로 말하는 순규나 유리와는 달리 파니는 무척이나 기뻐하며 내게 달려왔다.

내 두 손을 잡고 활짝 눈웃음을 지으며 팔을 붕붕 돌리는 파니.

네가 그나마 저 네 뇨석들 중엔 가장 순수하구나.

너는 집합에서 면제시켜줄게.

여튼, 핑크덕후 파니가 괜찮다는 말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유리와 순규의 취향이 민식이의 취향이 아닌 법인 거니까.

“데이트라도 하러 가냐?”

“아니.”

순규가 뜬금없이 나에게 데이트라도 가냐며, 의심의 눈빛을 흘리며 나를 매의 눈빛으로 노려보고있었다.

순규냔.. 왜 저렇게 눈빛이 매서워.

하지만 내가 누구냐! 포커페이스 정수연이었으므로,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순규에게 말했다.

시니컬한 눈빛을 가득 쏘아주면서. 그러자, 곧 바로 꼬리를 내리시는 순규님.

하지만 아까 순규가 날 매섭게 노려봤을 때, 나는 살짝 그 시선을 회피했다.

솔직히 들킬까봐 무서웠어.

“호호..”

“얘네들 왜 이래.. 꺄악!”

그리고 멤버들은 나를 보다가 지네들끼리 모여서 대화를 나누더니, 음흉한 미소를 내게 띄웠다.

도대체 뭐 하려는거야? 라는 표정으로 의아하게 그녀들을 쳐다보았으나, 어느새 그녀들의 손은 내 몸 근처에 다다랐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날 끌고선 어디론가 납치하는(?) 여덟 명의 소녀들이었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거야!?”

“훗, 말은 필요없다. 끌고 가자 얘들아!”

나는 내 의지가 아닌 소녀들에 의해 몸이 움직여지자, 발버둥치면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순규가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바람에 일단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허공에 왜 이러냐고 질문해보니, 태연이가 아까와는 다르게 장난스러운 모습이 짙은 꼬맹이 모습으로 돌아와,

소녀들을 컨트롤 하고 있었다.

아아, 때로는 이미지 실세 제시카도 단신듀오(태연, 써니)의 위엄을 이길 수 없나니.

나는 그저 엄지손가락(乃)을 치켜세우며, 소녀가 끄는 대로 몸을 움직일 뿐이었다.

“여,여긴 어디야!”

“효연이네 헤어샵.”

살라카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바비디부. 생각 하는 대로 안 이루어지는 이 곳은 명성이 내 방까지 끼치던 효연이네 헤어샵이 아니던가.

물어물어 찾아봐도, 정작 이 곳은 찾을 수 없었는 데 강제적으로 이끌려 올 줄이야.

어쨌든, 원장님으로 보이는 효연이가 내 머리를 정리하며 말을 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뭘 어떻게 해줘! 날 여기서 풀어줘!”

“조수 탱. 약물 주입시켜!”

“네! 효랭 원장님!”

우리 숙소 근처 미용실 원장님들을 관찰한 효연이 답다.

말투가 비스무리 하네, 아마도 은근히 효연이도 성대모사에 일가견이 있는 듯. 이 아니라, 내가 왜 여기서 시간을 보내야 돼!

마지막 발악을 해보지만, 태연이가 내미는 오이가 섞인 야채주스에 곧바로 알아서 냄새에 취하는 나 였다.

그래, 니네들이 알아서 꾸며봐라.

“조수 융. 손님 싴의 문제점은?”

“으음, 손님의 화장이 데이트 하러 가는 여자로 보이지 않아요. 그냥 남자 차러 가는 메이크업인데요. 좀 더 러블리하게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효랭 원장님.”

“으흠, 문제점을 바로 찾았군. 좋아! 조수 융, 조수 율! 너네들은 시카의 메이크업을 맡는다!”

“예 썰!”

아주 콩트를 치고 앉아있네.

여튼, 효랭이의 명령에 따라 내 메이크업을 뜯어 고치는 임무는, 윤아와 유리가 맡은 것 같다.

지네들이 데이트 할 것도 아니면서, 나한테 왜 이렇게 신경써주는거야.

유리와 윤아도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꽤나 집중하면서 나의 메이크업을 다시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거울을 통해, 이번엔 효랭이가 누구한테 어떤 드립을 칠 지 지켜보았다.

“우리 임직원 중에 코디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누구지?”

“저, 저요! 히히.”

“좋아, 조수 팊. 가서 시카 옷에 어울릴만한 백과 구두를 챙겨와!”

“네에!”

화장에 모잘라서, 이번엔 코디냐.

하, 모르겠다 이젠. 티파니는 지금 이런 상황이 신나는 듯 아주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효랭이가 명령을 날리자, 번개 마냥 멤버들 방 이 곳 저 곳을 휘젓고 다니며 아이템을 수집하고 있었다.

그런 얘들의 모습을 보며 한숨 섞인 웃음을 지으며, 다시 내 얼굴에 집중했다.

히잉, 윤아하고 유리의 뒷통수에 가려져서 내 얼굴이 보이지도 않네.

“언,언제 다 끝나?”

“초조해하지마. 곧 끝나.”

“언니, 움직이지마요. 이러다 빗나가겠네.”

“으응..”

우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원래 같았으면 화를 내고 분위기를 파토냈을 내가 고분고분 멤버들의 말을 듣고 있다니.

팬들의 예측과는 달리 내가 실세가 아니게 되버리잖아. 히잉..

그래도, 민식이가 좋아한다면 이런 고생(?)도 참을 수 있어.

아자아자, 해보자 정수연. 윤아와 유리의 닦달에도 열심히 참아보는거야!

“효랭 원장님. 다녀왔습니다아!”

“좋아. 조수 셩과 조수 현은 조수 팊과 같이 시카에게 어울릴 만한 액세서리를 이 곳에서 찾아!”

“어이구, 효랭 원장님은 안 찾으세요?”

“나,나는 총괄이야!”

파니는 열정이 대단했다.

저 빠른 시간에 저렇게 많은 악세사리를 공수해오다니. 너한테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싶다.

여튼, 효랭이는 놀고 있는 서현이와 수영이에게 티파니와 함께 나에게 어울릴만한 액세서리를 찾으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상황극을 일구어내며 놀고 있는 얘들을 보다가, 은근히 효랭이가 말만 하고 자신은 안 하고 있는 걸 보자, 비꼬는 듯한 말로 효연이를 공격했다.

그러자, 효랭이는 말을 더듬으면서 자신은 ‘총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은근슬쩍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말하는 효랭이. 아무래도, 찔리긴 찔렸나보구나.

“효랭 원장님이 화장실로 가셨으니, 효랭 원장님이 오기 전까지는 이 탱구가 원장이다! 우히히-”

“시, 시마타!”

“후아, 메이크업 끝-”

효랭이가 화장실로 피신을 한 사이, 침대에 앉아서 유유히 야채주스를 들이키고 있었던 태연이가 효랭이의 자리가 공백인 것을 알고는,

곧바로 스틸하는 위엄을 보였다. 효랭이는 뒤늦게 탱구가 이미 먹어버린 원장 자리에 ‘시마타!‘라고 외치며 바닥을 쳐댔다.

그렇게 태연이와 효연이가 각자 개그를 펼쳐보이는 것을 보며 웃고 있을 때, 어느샌가 유리와 윤아가 기지개를 쫙 피며 메이크업이 끝났다고 말했다.

나는 거울로 통해서 내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까는 무언가 2% 부족한 듯한 사랑스러움이었는데, 역시 문제는 메이크업에 있었나보다.

거울로 보이는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사랑스럽잖아! 아, 근데 이렇게 내가 나에게 빠지면 공주병인가? 

아니야. 난 시카니까 그렇지 않을꺼야.

“시카야, 이거!”

“으응..”

“와, 귀엽다!”

율융의 메이크업을 받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파니는 나에게 핑크색 백과 핑크색 구두를 건내주었다.

아니, 구두는 좀 더 짙은 분홍색이었다. 핫핑크색인가, 여튼 얘들이 챙겨준 분장과 악세서리를 장착한 채로 어느새 나는 현관으로 이끌려가고있었다.

우르르 현관 앞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여덟 명의 소녀들.

“나..나 다녀올게.”

“응- 데이트 잘 하고 와 시카야-”

“나는 시카 저기까지만 배웅 나갔다 올게.”

그렇게 멤버들의 초롱초롱한 기대를 떠안고, 바깥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태연이는 나를 배웅해준다며, 결이 풍성한 뒷머리를 묶은 채 나를 따라왔다.

아마도, 태연이는 무언가 나에게 할 말이 있어서 나를 여기까지 쫓아 온 것 같다.

“태연아, 나 이제 갔다와볼게.”

“응.. 시카야, 민식이 잘 보고 와.”

“...응”

그렇게 태연이의 배웅을 뒤로 하고,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택시에 올라타고, 내렸다.

순식간에 와 버린 민식이네 집. 

역시나 항상 그랬듯이, 민식이네 집 문 앞에만 서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초인종을 딩동, 딩동, 딩동, 딩동 거릴수록 내 마음은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해졌다.

발소리를 터벅, 터벅, 터벅, 터벅 거리며 문 앞으로 다가오는 듯한 민식이의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힛, 민식이가 이런 내 모습을 보고도 좋아해줄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