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열 다섯 번째 과외.
치엔누나는 서운함이 북받치는 듯, 울상을 마음껏 지어보이더니 결국에는 울음이 터졌는 지, 쉴새없이 울었다.
사탕을 빼앗긴 꼬마, 억울하게 맞아서 서운한 아들보다도 더 서글픈 울음을 토해내는 치엔누나였다.
그리고 여자의 울음에 ‘많이’ 약한 나로서는, 이 상황을 어찌 극복해야할 지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꽤나 많이 머릿속이 여러가지 고민들로 서로 얽혀있어서 어지러웠다.
“누나, 처녀 아니잖아..”
내가 이렇게 말하자, 치엔누나는 여전히 말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린 채로 나를 향해 눈을 째리면서 말했다.
그 때의 치엔누나를 보고 등골이 살짝 오싹해진 것은 괜한 게 아니였을까.
“처음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으..응..?”
“나 무용해서 없는 거란 말야! 흐윽..”
목청이 떠나갈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큰 소리로 말한 치엔누나.
슬픔이 북받아쳤나보다, 치엔누나의 말에 생각해보니 전에 중국에서 무용을 꽤나 오랫동안 한 경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무용학원에서 SM으로 스카우트 된 치엔누나니까, 그럴 확률은 확실히 더더욱 증가할지도.
거기다가 다른 전례로 비추어 봤을 때, 여자들이 과격하게 움직이면 그 곳이 찢어진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여튼, 결론은 질투는 커녕 내가 지금 무릎 꿇고 두 손 두 발 다 빌어서 치엔누나한테 용서를 구해야 하는 상황.
“그,근데 키스는 왜 그렇게 잘해..?”
“나도.. 나이가 있는 데 키스 정돈..”
음, 하긴 나이가 스물 네살인데. 키스가 어설프고 또 이 외모에 연애경험이 없다면 그건 아이러닉한거다.
아까 치엔누나의 고백하는 어투를 봤을 때도, 연애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을 가능성이 다분했다.
“그런데 처녀라고?”
“세,섹스는! 진짜, 결혼하고 싶은 사랑이랑 할려고 했다고오..”
아아, 내가 치엔누나의 꿈을 산산조각으로 흩어지게 만든 것인가.
누나의 소박하지만 의미가 큰 그 꿈을 내 욕망에 의해 하늘로 흩날리게 만든 것에 대한 죄책감에 갑작스레 머리가 아파왔다.
“누나.. 그럼..”
“뭐, 너랑은 결혼할생각이지만..”
이건 뭔 또 뚱딴지 같은 소리.
저런 누나의 말에 난 또 다시 머릿속이 복잡할 지경이 아닌 터질 지경이었다.
괜스레 저런 말에 대책없이 내 심장은 쿵쾅쿵쾅 펌프질을 하며 피를 온 몸으로 퍼트렸다.
하, 일단 진정부터 하자.
“그래도오! 아직 준비가 안 됬는데에.. 안에다 싸면 우리 애는 어떻게 해..”
누나의 말에 다시 임신이 될 것만 같은 불안함이 머리 속에 들끓기 시작했다.
누나의 말로 보자면, 진짜 위험하긴 위험한가 보다.
그래서 피임약을 찾아야만 할 것 같은데, 이런 산골에 그런 게 있을리가 만무했다.
아아, 머리가 삼중고를 짊어진 듯 무거워지고 아려왔다.
“일단은 이러다가 누나 감기 걸릴 것 같으니 씻어.. 나도 저 구석에서 씻을게.”
피임약은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되도록 찾아야할것만 같고.
치엔누나의 몸이 점차 부들부들 떨리는 것으로 봐선, 이러다가 감기에 걸리는 게 아니련 지 모르겠다.
그 생각에 따뜻한 물이 나올 때 까지 틀어놓다가, 따뜻한 물이 나오는 찰나에 치엔누나를 다시 불러 씻게 했다.
그리고 나도 치엔누나와 저만치 떨어져 약간 차가운 물에 흠뻑 흘러나온 땀을 씻겨냈다.
군대에선 더 찬 물로 씻어서 그런 지, 물의 온도는 별 상관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 씻고 나와, 평소에 입는 일상복 스타일로 나오는 치엔누나.
그런 누나의 부들부들 떨리는 어깨를 겉옷으로 감싸주며, 모두가 자는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는 치엔누나의 이불을 포근하게 덮어주고는 내 자리로 가서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누나의 안에 뿌려진 수 억마리의 올챙이들은 하나뿐인 세포를 향해 꾸역꾸역 달리고 있었다.
시간이 급하다,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하는데.
*
“하아.. 오늘도 좋았어, 그지?”
“어.. 근데 안에다 싸버렸네. 어쩌지..”
“히힛, 괜찮아.”
오늘도 어김없이 효민이의 방문에 의해 뜨겁게 몸을 섞은 날.
효민이는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신음이 섞인 목소리로 숨을 골라냈다.
근데, 나의 실수로 효민이의 안에다가 내 정액들을 끈적하게 흩뿌렸다.
잠시 걱정하는 나와는 달리, 효민이는 날 껴안으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그렇게 정사를 끝내고 뒷정리를 하고 난 다음, 효민이는 옷을 다 입은 채로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너 그거 가지고 다녀?”
“응? 아, 혹시 모르니까 항상 가지고 다녀.”
그녀가 가방에서 꺼낸 건 다름아닌 피임약.
역시나 보기와는 다르게 예상치 못한 일이 터져도 대안이 있는 그녀였다.
그녀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물병을 들고, 피임약 몇 알을 입에 넣은 다음 물과 함께 시원하게 넘겼다.
그리고 해맑게 웃는 효민이었다.
*
‘효민이, 오늘도 챙겼을꺼야. 항상 가지고 다닌다니까.’
나는 그런 조건을 전제하에 두고, 효민이의 가방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아까도 움직이면서 들고 다녔으니, 제일 기억에 남는 가방이 효민이 가방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효민이 가방을 찾기 시작했다.
뒤적뒤적-
누가 보면 좀도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찾았다! 일단은 효민이 가방으로 보이는 물체 발견.”
지퍼 없이 윗단이 주름진 저 가방.
아까 효민이가 어깨에 매던 가방이랑 많이 비슷했다. 그리고 내가 볼 때 각자 들고 다니는 가방의 모양이 각각 달랐으므로, 효민이의 가방이 확실.
역시나 가방을 열어보니, 효민이의 아이폰과 효민이의 거울, 효민이의 지갑이 있었다.
“후후, 역시 항상 챙기고 다니네.”
그리고 그 사이에 진주마냥 숨겨진 빛나는 피임약.
그걸 발견한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자고있는 효민이의 볼따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으나 깰까봐 참았다.
그리고, 한 손에 들고 있을 피임약을 보고 뭐라 말할 지도 두려웠기에 깨지 않게 피임약을 든 채로 치엔누나 쪽으로 조심스레 걸었다.
물론 물병도 든 채로.
“치엔누나.. 이거 먹어.. 이거 먹으면 별 탈 없을거야.”
“우웅..”
나는 치엔누나의 손목을 잡아, 펴진 누나의 손에 약 두 세알을 꺼내서 주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일으킨 다음, 한 손엔 물병을 쥐어줬다.
그러자 귀엽게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치엔누나는 입 안에 약을 집어넣고는 물과 함께 식도 밑으로 꿀꺽 넘겼다.
일단은 가장 걱정되었던 점이 해결되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나였다.
치엔누나는 약을 먹고, 다시 누워선 이불을 눈 애굣살 아래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미안해.. 처음인 줄 모르고 강하게 해서..”
“아..아냐 좋았어..”
그런 치엔누나의 머릿결을 정리해주며, 나는 치엔누나에게 사과를 건넸다.
그러자 치엔누나는 나를 생각해주는 지는 몰라도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좋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오히려 부끄러워진 사람은 내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다음에는 부드럽게 해줘.. 알았지?”
이불로 온 몸을 다 덮고, 크고 동그란 눈만 깜빡거리는 치엔누나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치엔누나는 밝은 눈웃음을 지으면서, 눈을 감았다.
나는 치엔누나의 눈을 감은 모습을 보고 내가 자는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자려했는데, 왠지 모르게 잠이 들지 않았다.
괜스레 치엔누나한테도 잘못 잡힌 것만 같은 그런 기분에서일까, 한 시간을 더 뒤척거려서야 잠에 든 나였다.
*
“수고하셨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일을 하고 아침을 먹고서야 드디어 기나긴 촬영이 끝을 맺었다.
효민이도, 다른 멤버들도, 치엔 누나도 모두 스텝들과 출연진들에게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물론 나도 인사를 한 건 마찬가지.
그렇게 인사를 하며 다들 헤어질 때 쯤, 치엔누나가 밴 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치엔누나.”
“응?”
“소시 애들한테나, 다른 애들한테 절대로 말하지마.”
“응.. 어제는 말 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말 안할래. 니가 더 좋아졌어. 다른 애들과는 공유하고 싶지 않아.”
“!?”
치엔누나는 의미심장한 미소와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 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치엔누나가 탄 밴은 기나 긴 산골짜기의 굴곡이 진 길을 따르며 내 시야에서 멀어졌다.
“김민식, 어딜 그렇게 봐.”
“음? 아니야. 산이 아름다워서 구경하고 있었어.”
“칫, 거짓말하긴. 어쨌든 우리도 집에 가자.”
“응.”
이번엔 레알로 찍고, 밴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 부터 산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울긋불긋 아름답게 붉은 단풍이 진 저 산을 보고 있었단 말이다!
양반 집 규수의 다홍색 치마를 쥐어짠 듯한 저 색깔의 단풍을 내 눈에 담고 있었는데.
어쨌든, 효민이는 못 믿겠다는 의심스러운 눈치로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나는 효민이의 손에 이끌려 밴에 탑승했다.
“촬영 어땠어?”
“음, 힘들긴 했지만 항상 먹던 쌀을 내 손으로 직접 추수하니까 감회가 남다르더라고. 앞으로 시골 같은 데 자주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효민이는 내게 촬영에 대해 어땠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휴가 3일 중 반을 날려 먹으니까 기분이 좀 그랬어.’라고 말하기 보다는, 그런 말을 생략하고 유치리에 와서 좋았던 점을 말해주었다.
정겨운 느낌의 시골.
이번 촬영을 통해서 인맥이 얼마나 늘었는 지 상상도 못 할 정도였다.
근데 전화번호 추가한 건, 치엔누나 밖에 없어. 늅늅..
르샤 누님을 보고 계속해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행히 일어난 일은 없었고.
그 점이 참으로 내게 편한 마음을 줬다지.
“그렇구나. 민식아-”
“응?”
“히힛, 어제 약속 잊지 않았지♥”
효민이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해주었다.
그리고 갑자기 음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보며 말하는 효민이.
나는 그런 그녀의 눈빛에 움찔거리며 대답을 했고, 효민이는.
단추가 달린 셔츠의 윗단을 살짝 풀며, 은밀한 가슴골을 내게 보여줬다.
그리고는 야릇한 애교를 뱉으며 말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말에 어제 괜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는 나였다.
늅늅,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