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5화 (116/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열 한 번째 과외.

“에라잇,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 가입한 사이트 가서 놀아야지.”

“사이트, 무슨 사이트?”

어차피 지금 열심히 두 손 두 발 빌어봤자, 소용이 없는 일.

잠시 암울해지다가 일찌감치 체념을 해버렸다.

그리고는 아까 컴퓨터로 가입한 트위터를 핸드폰으로 직접 들어가보기로 했다.

효민이는 내가 자신과의 대화를 그만 두고, 휴대폰에 집중하자 궁금하기라도 한 듯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댄 채 핸드폰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내가 ‘트위터’버튼을 꾸욱 누른 그 순간, 그녀는 눈살이 살짝 찌푸려질 정도로 소리를 냈다.

“너 트위터 해!?”

“아, 귀 따가워.. 심심해서 한 번 가입 해봤는 데? 왜..?”

나는 효민이가 눈이 그렇게 초롱초롱한 지 오늘이 되서야 처음 알았다.

마치, 서인도제도를 막 발견한 듯한 콜럼버스의 눈빛이랄까.

“팔로잉이나 팔로워 있어?”

“그게 뭔데?”

효민이가 드디어 이상한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영문학과 재학 중인 나도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뭔 개소리야.’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나의 낯선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그녀의 눈빛.

이제는 슬슬 두려워져가고 있었다.

“모르는 걸 보니까, 아마도 내가 너의 첫 팔로잉이자, 팔로워가 될 것 같네.”

“그게 뭐냐니까!?”

“핸드폰 이리 줘봐.”

요청 보단 명령에 가까운 효민이의 어투.

자연스레 핸드폰을 쥔 손은 효민이를 향해 뻗쳐있었다.

씨익 웃으면서 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효민이.

하, 학창시절만 해도 이렇게 사람이 비루해지지 않았는 데. 서열이 비루해졌어, 늅늅.

“자, 여기.”

“뭐했는 데?”

“히힛, 맞팔(서로 팔로잉하는 것) 했지롱.”

효민이의 말대로 핸드폰 화면을 보니 우측 상단에 효민이로 추정되는 아이디가 나홀로 떠있었다.

여튼, 그렇게 효민에게 ‘최초의 이웃’이라는 칭호를 수여해준 나는 고개를 돌렸고, 창문을 통해  구수한 냄새가 풍길 듯한 시골의 도롯가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얼마를 더 달렸을까. 밴은 뭔가 휘황찬란하게 그래피티 스타일로 벽을 꾸민 한 집에 도착했다.

그 집 밖에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젠 난 뭐하면 되니.”

“히히, 일단 피디님한테 말해드려야지.”

효민이는 나의 손을 무작정 잡고는 거의 나를 질질 끌다시피했다.

그렇게 효민이의 손아귀에 이끌려 찾아온 장소는 스탠딩 카메라에 둘러싸인 곳에 앉아계시는 피디님이 있으신 곳이였다.

“아,안녕하세요.”

“아, 김민식군인가요? 반갑습니다. 청춘불패를 총괄하는 프로듀서 김호상이라고 합니다. 효민양에게서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예능감이 넘친다고 하시더군요. 이번 촬영에 기대할게요.”

피디와의 짧은 대면.

피디의 인상은 꽤나 인자해보였다, 여튼 피디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아이돌 촌’이라 불리는 수수한 모습의 집을 구경했다.

아직 출연진이라고는 효민이가 다 인듯, 티비를 통해 얼굴이 낯익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효민이는 분장한답시고, 집 안으로 들어가선 모습을 내보이지 않았다. 뻘쭘한 채로 그렇게 늅늅거리며 마루에 앉아있을 때 쯤

굳게 닫혀있었던 문이 활짝 열렸다.

“늅늅, 효민아.”

“히힛, 미안. 오늘 분장은 좀 길었어, 여기 낯설어 하는 것 같으니까 일단은 날 따라다녀.”

낯선 타지에서의 홀로서기, 까지는 아니고 홀로 뻘쭘하게 있기. 를 계속하고 있다가 꽃단장을 마친 효민이의 뒤를 펫 마냥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효민이가 인사를 하면, 똑같이 인사를 하고. 효민이가 소개를 하면, 인사를 하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면식을 익히고 있는 중.

드디어 연예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아이돌 촌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신영언니이―”

“병풍이네, 옆에 있는 분은 누구?”

“아, 사촌오빠―”

그 사람의 정체는 바로, 청춘불패의 엠씨군단 중 한 명인 김신영씨.

역시나 티비에서 보던 것처럼 조금 많이 통통하시고, 애드리브 하나는 끝내줄 것 같은 아우라가 풍겨졌다.

내가 그냥 컵라면이라면, 김신영씨는 봉지라면이랄까.

근데, 효민이는 자연스럽게 나를 사촌오빠라고 소개한다!?

살짝 놀라서 효민이의 등을 뒤에서 손가락으로 툭툭 찌르자, 나를 보면서 ‘왜?’라고 말하며 비릿한 미소를 자아냈다.

참 적절하게 스캔들은 피하겠구나. 늅늅, 앞으로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어디 나온다면 저 칭호가 따라붙을 듯할 느낌이었다.

“그럼 스물 둘 보단 위이신가?”

“아니요, 똑같이 스물 두 살인데 생일만 20일 더 빠를 뿐이에요. 사람들 많을 때만 오빠대우 해주지, 일상에서는 반말하고 막장으로 대해ㅇ.. 악!”

“히히, 내가 언제 그랬다고? 앙?”

김신영씨는 효민이에게 나의 나이를 물어봤다.

효민이의 말을 가로채, 나는 나이를 말하면서, 은근히 효민이를 디스하려고 했으나 역시 방송경력이 쌓였는 지, 재빠른 꼬집기로 대처하는 효민이.

나의 말은 중간에 적절하게 커트당했고, 티격태격하는 우리 둘의 모습을 보며 웃고 있는 김신영씨다.

“어, 거기서 뭐해?”

“어! 르샤 언니!”

‘저 사람이 마,말로만 듣던 나르샤!?’

멀리서봐도 성인돌의 위엄이 넘쳤다. 

섹시한 눈매에서는 색기가 차오르다 못해 흘러 넘쳤다. 라고 표현한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역시나 효민이처럼 사복센스가 좋았다.

효민이도, 나르샤씨도 서로를 발견하자 얼싸안고 좋아하고 있었다.

“효민이 옆에 계시던 남자 분은 누구셔?”

“아, 우리 사촌 오빠. 오늘 추수 때문에 일꾼 좀 필요하다니까, 바로 도와주겠다고 여기까지 따라왔어.”

“그렇구나― 보아하니, 꽤나 잘 생긴 얼굴이신데 친해져요, 후훗.”

야릇한 미소를 풍기는 나르샤씨.

하지만 아무리 내가 하렘인이라고 하더라도, 때와 장소에 분간하며 리액션을 하는 법.

간단하게 미소를 짓는 것으로 나르샤씨와의 대화는 일단 여기서 끝냈다.

그렇게 대화를 끝내자, 점점 사람들이 아이돌 촌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실, 청춘불패도 본 적은 한 두번이 끝이라서 웬만한 G7도 다른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비쳐주지 않는 한 기억을 하지 못했다.

기억하는 사람들이라곤, 나르샤씨와 효민이가 거의 전부. G7을 제외한 다른 MC 세 분은 워낙 티비에 자주 나오셔서 전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웬만한 사람들은 다 G7과 대화의 꽃을 피우겠지만, 나는 G7에서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라고는 나르샤씨와 효민이가 전부였다.

그렇게 대화의 장에서 애드립을 쳐가며 친분을 쌓아가는 나와 많은 출연진들.

“노주현씨, 김신영씨, 송은이씨를 제외한 나머지 출연진 분들은 아이돌 촌 대문 밖으로 나가서 기다려주세요.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열심히 대화를 하면서 친해지고 있을 쯤에 아까 짧은 대화를 나누셨던 피디님이 출연진을 부르곤, 촬영위치를 알려주셨다.

세 명의 엠씨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와 지인들은 모두 아이돌촌 바깥에서 촬영이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대문 안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한참 진행멘트를 치는 중인 것 같았다.

나르샤씨를 시작으로 하나 둘 씩 대문 안으로 들어갔고, 지인들도 하나 둘 씩 사라졌다.

어느샌가 나 홀로 대문 밖을 지키고 있는 대문지기로 도태되어가고 있는 상태.

나를 소개하는 멘트를 치는건가, 엄청나게 시끌벅적한 안이였다.

근데 그 멘트가 좀 길긴 깁디다!?

“김민식씨, 준비해주세요.”

“하암.. 아, 네.”

하품으로 시간을 지새울만큼, 지루한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을까.

나와 마찬가지로 대문을 지키고 있던 스텝은 무전기를 통해 연락을 받았는 지, 연신 하품만 토해내던 나를 불렀다.

그리고 문을 열어서 자연스레 입장하라는 스텝의 말이였다.

나는 스텝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닫혀있었던 대문을 활짝 열었다.

“와아아!!”

“잘생겼다!”

우레와 같이 터져나오는 출연진들의 리액션.

역시 리액션이 급이 달랐다. ‘지인’이라 읽고 일반인이라 부르는 그들의 리액션은 ‘G7’에게만 한정이 된 리액션에 비해,

연기자들은 리액션에서도 각종 애드립이 터져나왔다.

난 자연스럽게 동선을 따라 걸어가면서 미소를 짓고는, 효민이 옆자리에 적절하게 서있었다.

그러자 멤버들은 모두 하나와 같이 ‘니네 사촌 오빠 좀 소개시켜줘.’라고 말했다.

특히 의외로 나이가 많으신 르샤누님은 더 더욱.

은근히 음탕했지만, 은근히 친근하신 르샤누님. 르샤누님은 누나보단 누님이란 칭호가 더 잘 어울리는 듯 했다.

“민식씨라고 하셨나, 민식씨!”

“네?”

“하얀 여자 좋아하세요?”

“네..?”

“저 새하얀데 헤헤..”

선화라고 소개했나?

어쨌든 그녀가 나에게 저런 질문을 했다.

난 처음에 왜 선화가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지 알 턱이 없었다.

그래서 잘못 들었다는 듯이 다시 되묻는 물음형으로 대답을 일관했다.

자꾸 자기가 하얗다라는 드립을 치는 데, 자기가 무슨 바나나인가. 늅늅.

여튼, 다른 사람들은 다 웃고 있는데 나만 못 웃고 있으니까 왠지 모르게 소외감이 들었다.

다행히도 효민이가 귀띔으로 설명해주는 바람에, 대놓고는 아니라도 피식하고 웃을 수는 있었다.

그렇게 오프닝이 끝나려는 찰나에, 대문이 갑자기 활짝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모든 출연진들은 대문을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고,

이목이 집중이 된 피사체가 된 아해의 정체는.

“죄송합니다아, 스케쥴 때문에 좀 늦었써여어.”

“이,이 목소리는.. 마,마사카.. 치엔누나!?”

고개를 돌렸습니다.

왠지 모르게 효민이만큼이나 낯 익은 외모의 그녀가 보이네요.

웬 일인지 낮설지가 않아요― 설레고 있죠―

자연스레 그녀가 송치엔임을 탐지한 나는 곧바로 효민이의 등 뒤에 숨어 경계태세를 취했다.

그리고 효민이의 귓가에 급한 마음으로 귓속말을 해댔다.

“야, 뭐야! 안 온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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