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1화 (112/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일곱 번째 과외.

쓸쓸한 낙엽이 사람들이 지나는 거리 안으로 장렬하게 쏟아졌다.

낙엽이 쏟아지는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는 마냥 하늘은 그저 청량하기만했다.

그리고 내 어깨와 허리는 뻐근하고.

“으아아아, 잘 잤다!”

눈 따가운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기 전에 기지개부터 피는 나.

몸의 이 곳 저 곳에서 퍼즐을 완성시켜가듯이, 뼈를 제 자리에 맞추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들려왔다.

뚝, 뚝, 뚝. 뼈가 우드득거리는 소리는 잔인했지만 이런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시원했다.

아, 이 침대 매트리스는 일주일에 한 번은 빨아야 돼.

무슨 모텔도 아니고 정흔이 왜 이렇게 많아. 물론, 그 흔적을 남긴 데에는 나도 있지만 수시로 개별로 찾아오는 음탕한 누나 두 명하고 동갑내기 한 명이 문제라고! 우우우..

그래서 나는 한 번 굳은 마음을 먹고 수입의 10%를 새 매트리스를 사서 하나를 빨면 하나를 쓰고, 다시 그 하나를 빨면 하나를 쓰는 교체 방법을 대안으로 내놓기로 했다.

덕분에 십 오만원은 증발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딱딱한 바닥에서 자는 걸 피할 수 있으니까 뭐 괜찮아.

오늘 처음으로 매트리스를 교체하고 나머지 매트리스는 빨래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참 빨래하기도 어려운 매트리스를 화장실에 낑겨넣고 이 곳 저 곳 솔로 문질렀다. 아, 역시 단백질의 흔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아.

그렇게 노동 아닌 노동을 해가며, 매트리스와 실랑이를 버리고 나서야 나는 매트리스 빨래를 마칠 수 있었다.

매트리스를 테라스에 적절하게 마를 수 있도록 걸고, 이제서야 핸드폰을 확인했다.

“음, 문자 왔나.”

새 말풍선이 화면에 쫙 하고 나타났다. 거기엔 멀티메일이었는 지 사진도 있었다. 그 문자를 꾸욱 눌러 자세히 확인해보았다.

1004 라고 누가 장난을 친 듯한 문자, 장난문자는 워낙 싫어하는 편이라서 그냥 씹어두려고 했는데, 사진이..

〈설리 구하고 싶지? 그러면 명동거리에 있는 Lamp라는 카페로 나와. 시간은 1시, 반드시 지켜.〉

반라의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설리. 그게 그 사진의 전부였다. 

강의실 사건 이후로 만나면 안 됬지만, 워낙 문자나 통화를 설리가 많이 하는 바람에 돈독하게 지내는 편이었는데.

이런 말도 안되는 문자가 오니, 당혹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문자의 내용을 보니, 분노감도 느껴졌다.

어쨌든 문자를 읽고나서 시간을 한 번 보았다. 11시 30분. 지금 출발해서 도착하면 적절하게 1시일 것 같았다.

설리가 위험한 데 망설일 이유는 없지. 나는 간단하게 입고 있던 면티에, 옷에 대충 걸은 어제 입은 핏한 셔츠를 입고 아래에는 옷걸이에 걸려있는 바지 중 제일 잘 보이는 청바지를 입고는,

열쇠와 핸드폰, 지갑을 챙기고는 곧바로 바깥으로 나갔다.

*

헐레벌떡 교통수단을 타며 명동에 도착, 시간은 12시 50분이였다.

역시 번화가라서 그런 지, 유동인구가 장난 아니었다. 정체 모를 익명의 인물이 이런 문자를 보내서 그 카페를 찾는 동안에도 지나가던 행인과 몇 번 어깨가 스쳤다.

뭐, 서로 죄송하다고 인사를 했지만.  

여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설리의 상태가 중요했지, 부딪혀서 사과한 다는 게 중점은 아니니깐.

명동 거리는 인산인해, 겨우겨우 문자로 써져 있는 Lamp라는 카페가 내 시야 안에 쏙 들어왔다.

아마, 2층에 있는 듯 멀리서 보면 보통 카페 보단 조금 아기자기 해보일까. 그렇게 그 카페 건물 근처에 다다랐을 때 쯤 

수신자 1004의 문자가 다시 한 번 내 핸드폰을 울렸다.

〈건물 안에 있는 계단 쪽으로 와〉

‘씹새, 설리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넌 죽는다.’

속으로 나지막히 읊조렸다. 그리고 그 카페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어디서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왜, 영화에서만 보던 일을 내가 해야하는 거냐고.

어쨌든 설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1004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Lamp라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기 전 입구의 계단으로 걸어갔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계단이 아닌, 대리석 같은 재질의 매끄러운 암석으로 만들어진 듯한 계단.

위로 올라가서 수신자를 찾으려 무작정 성큼성큼 올라가는 찰나에.

“뭐ㅇ.. 읍!”

첫 번째 층의 계단을 다 오르고, 턴을 돌려는 하는 시점에서 옆에서 누군가가 확 내 어깨를 끌어당겼다.

나는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미처 대비할 틈이 없었고 순간 벽으로 밀쳐진 나는 ‘뭐야.’라고 말할 새도 없이 갑작스럽게 내 입술에서 부드럽고도 달콤한 촉감이 뒤덮여졌다.

내 입술이 점점 촉촉한 감촉으로 덮여져가고 있는 찰나에, 일단은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나에게 기습 키스를 시전하는 이 처자가 누군지 알아봐야할 것 같다.

그래서 입술은 여전히 덮인 채로 눈을 뜨고 자세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지 모자의 윗부분 밖에 내 눈에 안 보였다.

그리고 모자로 차마 못 가린 부분에서는 화장기가 없지만 꽤나 깨끗해보이는 피부가 유난히 눈에 띄였다.

그리고 모자의 윗부분 밖에 안 보인 걸로 봐선, 체구는 아담한 듯 보였다. 얼굴도 마찬가지로 반반해보였다.

그러나, 감상은 잠시 아직 누군지도 확실치않은 사람에게 기습키스를 당하고 있었기에 거부를 하려고 밀어내려는 데,

내 허리를 자신의 두 손으로 감아서는 꽈악 붙잡고 놓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입술을 애처롭게 이리저리 미묘하게 움직이며 나의 입술을 베어물고, 혀를 내밀어 내 입술을 툭툭 건드려 벌려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난 순간 방심해 입술의 틈을 열어주고 정체불명의 그녀와 혀를 얽히고 있을 때, 문뜩 내가 지금 뭐하는거냐. 라고 생각하며 갸녀린 체구의 그녀를 살짝 밀어 내 몸에서 떼어냈다.

“아니, 지금 뭐하ㄴ.. 수정아!?”

나의 화술을 이용해서 따지려고 하는 찰나에, 내가 밀쳐버려서인지 모자가 떨어진 그녀였고.

그녀의 모습은 내가 잘 알고 있는 수정이였다. 그럼 그 문자도 수정이가 보낸건가.

모자가 벗겨지자마자, 눈가에 슬픔이 가득 맺힌 채 나를 애절하게 쳐다보았다.

“흐엥.. 오빠아―”

수정이는 울상인 얼굴인 채로 나를 쳐다보다가 벅차오르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엔 내 품에 안긴 채로 실컷 울었다.

내 셔츠가 눈물로 범벅이 될 정도로, 색이 좀 더 진해지면서 혼탁해질 정도로 말이다.

나는 갑작스레 미안해지는 마음에, 수정이를 꼭 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만 할 뿐이었다.

“그,근데.. 수정아 이게 대체 무슨..”

“나빴어. 항상 설리랑만 연락하고..”

여전히 수정이는 내 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듯 안겨있는 채로 말했다.

아직도 슬픔이 가시지 않은 듯, 울먹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애절하게 내 귓가를 울렸다.

“아..”

“내가 얼마나 오빠를 찾아다녔는 지 알아..?”

“미안..”

“꿈 속에서도.. 얼마나 찾았는데..”

내 품에 안긴 채로 팔을 더 힘을 줘 나의 허리를 꽉 감싸안았다.

절대로 안 놓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말이다.

아아, 은근히 나를 보고싶어했던 애들이 많았구나. 이젠 만나기도 미안해지는데.

특히 아직은 어려서인지 여린 면이 많이 보이는 설리나 수정이에게 미안해지는 마음은 배가 되었다.

“이제 오빠 절대 안 놓칠꺼야!”

“수정아..”

“안 돼.. 나 오빠 없으면 죽을 것 같아.. 제발..”

수정이는 숨겼던 슬픔을 또 다시 한 번 터트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수정이를 다시 격하게 껴안아주며 위로했다.

수정이는 어깨를 미미하게 들썩거리며 내 품 안에서 애절하게 흐느꼈다.

수정아, 이제부터 너도 연락하면 대꾸해줄게.

*

달콤한 카라멜향이 카페를 은은하게 채웠다.

달달한 커피향이 수정이와 나 사이에서 살랑살랑 피어올랐다.

서로 마주앉은 채로 있는 나와 수정이, 수정이는 아직도 서러운 지 어깨를 살짝 들썩거리며 훌쩍거리고 있었다.

풋, 귀여워. 난 말 없이 웃으면서 수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얼굴이 미미하게 발그레 해지는 그녀였다.

나는 주문한 달큼한 초코케익을 한 스푼 떠서 수정이에게 먹여주었다.

수정이는 우느라 퉁퉁 부은 눈으로 아랫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으면서도, 내가 케잌을 떠서 주면 귀엽게 받아먹었다.

입 안에 초코케잌이 가득 든 채로 우물우물 거리는 그녀가 귀여워 자꾸만 머리를 쓰다듬게 되었다.

이러다가 수정이 머리 헝클어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뭐, 내가 다시 정리해주면 되지.

“자, 수정아 여기 커피도 마셔.”

“쪼옵..”

“풋, 잘 마시네.”

“오빠가 먹여주니깐..”

“응?”

“오빠가 먹여주니깐 맛있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달달하고도 따뜻한 카라멜 커피를 훌쩍거리고 있는 수정이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앙증맞게 머그잔의 양 옆을 두 손으로 잡고는 입술을 오므린 채로 홀짝 마시는 수정이의 모습.

꽤나 귀엽다-

그렇게 수정이의 모습을 보면서 얘기하다가, 수정이가 하는 말에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근데 왜 아무 말 없이 사라진거야?”

하, 이걸 왜 안 묻나 했다.

벌써 네 번째네. 유일하게 말해준 건 태연이 뿐이었지만. 미안하지만 수정이에게도 왜 사라졌는 지는 말할 수 없었다.

“미안.. 그건 말할 수 없어.”

“어째서?”

“너희를 위해서야..”

“...그렇다면 뭐.. 나는 오빠를 믿으니까..”

“그래 미안하다..”

다행히 수정이는 이해심이 깊은 여자였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카라멜 커피를 홀짝 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난 고마워 다시 그녀의 머릿결을 어루만져주었다.

그렇게 수정이는 말은 안했지만, 살짝 미소를 지으며 웃고있다가 내 손을 덥썩 잡고는 무언가를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어째서 설리랑은 연락하는 거지?”

순간 제시카보다도 더 차가운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그녀였다.

수정이가 잡고 있던 내 팔목이 금방이라도 얼어붙을 듯이 굳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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