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여섯 번째 과외.
‘오늘만큼은 저 누나들이 부럽다.’
아이유를 보좌(?)하면서 카메라의 촬영범위에 담겨지느라 몸은 두 배로 더 피곤했다.
그에 비해, 저기 저 카운터에 앉아 여유롭게 잡지를 보고 있는 두 명의 여자를 보라.
왠지는 모르겠지만 쟌니스트 부러운 건 사실이다.
그렇게 카메라의 압박에 치이면서 살 때 쯤, 반가운 쉬는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속으로 열렬히 환호하며, 곧바로 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카운터로 곧바로 도망가서 의자에 걸터앉았다.
겨우 스물 두 살인데, 방송체력은 안 따라주네. 우우우, 내 청춘은 학창시절 때만 불타올랐던가.
“히히. 오빠 이름이 뭐예요?”
“김민식.”
카운터에 걸터앉아 열심히 널부러져 있는 중인데, 귀찮게 아이유가 카운터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리고 나를 오늘 처음 본 사람 마냥 존댓말을 쓰는 모습.
풋, 뭔가 어색하지만 아마도 존댓말을 쓰는 이유는 아이유 옆의 카,카메라!?
쉬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 아니잖아!
어쨌든 내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아이유의 모습에 간단히 대답해줬다.
“칫, 시크하네. 나이는요?”
“나이까지 알 필요가 뭐 있어. 뭐. 스물 둘?”
시크하게 굴긴 해도, 대답해줄건 다 해주잖아.
그리고 이름, 나이 물어보는 데 그렇게 과장해서 말 할 필요있나.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거 방송 타면, 시작부터 아이유한테 말 깠다고 뭔가 두 가지 오해가 생기겠는데.
하나는 아이유랑 친분!? 그건 사실이지만 여론들이 그렇게 생각을 안할테고,
다른 하나는 태도가 불량!? 젠장, 나중에 이미지에 데미지가 가겠는데.
그리고 설마 소시나 에펙이라거나 티아라가 이 방송을 봐서 이 쪽으로 쫓아오는 건 아니겠지.
하하. 안 생길 일에 김칫국부터 마시다니 설마 오겠어?
“음. 그러면 애인 있어요?”
“응? 그건 왜?”
그러다가 뜬금 없이 애인이 있냐는 질문을 하는 아이유.
원래 인터뷰의 정석은 이름, 나이 다음에 사는 곳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었던가!?
아니면 뭐 말고. 여튼, 아이유가 나에게 애인이 있냐고 물어보고 있는데, 지금 상황은 있긴 있는 데 수도 없이 많아서 있다고 대답해주기도 어렵고.
만약에 있다고 치자면, 지금 내게 인터뷰를 거는 아이유도 여자친구와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있어보여서요―”
“아니.. 없는 데..”
일단은 없다.
아까 말한 것 처럼 있다고 하면 장난이 아니게 많았스므로.
괜스레 입 안에 고여있던 침이 식도 밑으로 넘겨졌다.
아이유는 뭐가 그리 좋은 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앙증맞은 입술을 뗐다.
“없으면 저랑 사귈래요?”
“헐. 야, 촬영인 거 잊었어?”
아이유의 갑작스런 발언에 나는 화들짝 놀라버렸다.
이 냔이 드디어 방송이고 자시고 나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는 훼이크고, 딱 봐서도 아이돌인 애가 카메라 앞에서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많이 컸구나. 乃
“푸힛. 농담인데. 푸하하―”
‘이 냔이.’
아이유는 어디서 날 농락하는 방법을 배우기라도 했는 지, 능글맞게 말을 했다.
뭐, 다른 사람에게 배웠을 리는 없을 테고, 나랑 놀 때 배우기라도 했나.
논 적은 녹음실하고 집을 전전하면서 논 것 밖에 없는 데 그새 나의 화술을 따라하다니.
그렇게 날로 나를 농락하는 기술을 늘리는 아이유를 흐뭇하게 쳐다보며 남은 일을 마저하다보니, 촬영도 끝나갈 시간이 다 된듯 매출을 확인할 시간만 남았다.
“오늘 얼마나 벌었어요?”
어느샌가 아이유도 카운터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서 수입이 얼마나 될 지 기대가 되는 듯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오늘 수입을 계산하고 있는 두 누나들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계산이 끝났는 지 활짝 핀 얼굴로 카운터 밖에 있는 나와 아이유를 향해 말하는 둘.
“와, 아이유양.”
“네?”
“우리 카페에서 일하면 안되요? 평소 매출 보다 대여섯 배는 오른 것 같은데.”
허얼― 무려 여섯 배?
오늘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카페를 채우고, 밖에도 사람이 끊일 줄을 모르더만.
이런 믿을 수 없는 일매출을 올리다니.
이 정도 벌려면, 내가 거의 일주일동안 꼬박꼬박 카페에서 일을 해야 벌 수 있는 금액 아니야.
새삼스레, 아이유를 쳐다보며 연예인의 인지도라는 것은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카페요? 뭐, 내일부터 나가면 되나요? 히히히.”
와, 진짜 능글맞아졌네.
날 쳐다보는 저 눈빛 봐라. ‘내일부터 나와서 오빠를 시달리게 하겠어요.’라는 굳은 각오가 각인이 되어있네.
나는 그런 아이유의 눈빛을 옆 테이블의 꽃병으로 시선을 옮겨 적절하게 피했다.
그리고는 때 마침 들려오는 반가운 소리.
“컷! 오늘 촬영 끝났습니다. 스태프 여러분들도 수고했고, 아이유양도 수고했고, 카페 직원 분들도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아.”
“수고하셨어요.”
드디어 촬영 중이라는 표시였던 빨간 램프가 카메라에서 사라졌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만세 삼창 중이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촬영 때문에 여덟 시가 되서야 끝났다.
항상 해가 뉘엿뉘엿 붉은 놀을 자아낼 쯤에 퇴근하곤 했는데, 오늘은 까만 도화지에 희노랗게 둥근 쟁반이 가지런히 놓여져있었다.
스텝들도, 지은이도, 나도, 누나들도 모두 다 촬영을 끝내고 열심히 정리하는 중.
나는 일단 이 유니폼을 벗기 위해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써져 있는 팻말이 달린 문을 힘껏 열었다.
“하, 피곤하ㄷ.. 미안.”
“꺄아아아―”
일 초동안 천국을 보았다.
뭐, 그냥 그렇다고.
열자마자 바로 문을 닫자, 삼단 고음이 아스트랄하게 들려왔다.
이건 뭐, ‘좋은 날’보다 더 올라가잖아.
그렇게 어쩔 줄 몰라하며 문이 알아서 열리기를 바랄 때 쯤,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지은이가 나왔다.
“씨이. 오빠 변태.”
“야, 옷을 갈아 입고 있었으면 문을 잠궈놔야지. 다른 외부인이 들어오면 어떡하라고.”
‘오빠 음흉해.’라는 눈초리로 날 노려보는 지은이.
나는 핑계라도 대보며 둘러댔지만, 지은이의 눈빛은 망부석 마냥 그대로다.
난 애써 그 눈빛을 피하며, 캐비닛이 즐비한 관계자실로 몸을 옮겼다.
일단은 나도 옷을 갈아입어야하니까.
관계자실로 몸을 옮긴 나는 상의를 훌러덩 탈의해버렸다.
이게 얼마나 더운 지 이해를 못할거야. 그렇게 약간 시원한 관계자실에서 땀을 말리고 있을 때 쯤.
‘끼익.’
“히히. 오빠 몸 좋네.”
“야. 문 닫아!”
“치잇. 알았어.”
문을 살짝이나마 여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고개를 뒤로 돌리니, 문 틈 사이로 빼꼼히 지은이가 고개를 내밀고 내 몸을 대놓고 감상하며 웃고 있었다.
나는 갑툭튀한 그녀의 모습에 어서 빨리 문을 닫으라고 했고, 그녀는 삐진 듯 알았다면서 관계자실로 들어와서는 문을 닫아버렸다!?
“뭐 하냐..”
“문 닫으라며, 그래서 닫았지. 어서 옷 갈아입엉.”
태연한 표정으로 내게 옷을 갈아입으라며 손짓하는 아이유에게 나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그래. 봐라봐라봐라봐. 어차피 예전에 볼 꺼 안 볼꺼 다 봤으니 난 쿨하게 굴테다.
캐비닛에서 옷을 꺼내서, 상의를 덮는다.
아, 제길. 바지가 문젠데? 딱 보니 저 노마는 안 나갈 기세인데.
에라, 모르겠다.
“꺄핫―”
재 빨리 벗고, 재 빨리 입는다.
그 철칙에 따라 나는 작업복을 벗고 스키니진을 입었다.
아,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안 들어가냐.
아이유는 손바닥으로 눈을 가려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이 벌어진 틈 사이로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보이는 것을 보니, 꽤나 꼼꼼히 보는 듯 했다.
“오빠.”
“응?”
“여기서 할까아?”
읭, 저건 뭔 개드립이여.
내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우선은 내 몸 쪽으로 다가오는 지은이.
이 냔의 눈빛이 처음부터 수상하다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굴 줄이야.
예상했지만, 예상했어도 당황스럽다.
하지만 항상 당할 내가 아니지. 이번엔 지은이를 좀 당황시켜볼까. 후훗.
“그래, 하자.”
“꺄핫!?”
지은이의 어깨를 잡아 캐비닛으로 확 밀어버렸다.
그리고 내가 얼굴을 가로로 눕혀 키스를 하려고 하자, 입술은 살짝 내밀면서 눈은 질끈 감는 지은이.
훗, 귀엽네.
‘쪽’
“꺄아아아― 할 거면 제대로 하지. 흐잉..”
가볍게 지은이의 수줍은 입술에 반 초동안 입을 맞댔다. 그리고 뗐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문 안으로 지은이의 안타까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나오자 한적하기만 했다. 불은 어느샌가 꺼져있고, 카운터에는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을 뿐.
‘이걸로 확실히 카페 문 닫고 퇴근. 열쇠는 화분 밑에 숨겨놔.’
글씨로 봐선 완벽하게 민정 누나의 글씨.
포스트잇을 다 보며 간단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열쇠가 짤랑짤랑 거리는 소리를 내며 카페 문 밖으로 나왔다.
뒤따라 종종걸음으로 쫓아오는 지은이.
“오빠아!”
“왜.”
“여기 앉아서 잠시 떠들다 가자. 아직 차 오려면 십 분 더 있어야 돼.”
“그래.”
일단은 문을 닫고, 아직은 서늘한 바깥 테라스 테이블에 앉아 잠시 담소를 나누기로 한 나와 지은이.
아까 나한테 낚시 당한 건 벌써 잊어버렸는 지, 해맑은 표정으로 내게 말하는 지은이였다.
“하아.. 힘들다 그치?”
“응. 너도 이런 촬영 맨날 하잖아?”
“응!”
“그래도 밝구나. 지은이 대단하네.”
“헤헤, 뭐. 지연이가 있어서 심심하진 않아. 촬영할 때 쉬는 시간에 몰래몰래 사랑을 나누거든, 힛.”
순간 돋았다.
사랑을 나누다니, 뭐 어떤 식으로. 어떻게 나누는 거지!? 마,마사카..
그리고 생각해보니, 지연이도 영웅호걸에 출연한다는 걸 잠시 잊어버렸다.
‘나는 요오오오 오빠가아아아 좋은 거어어어얼- ♪’
“어머, 오빠 벨소리가 좋은 날이네?”
“어? 벨소리 안 바꿔서 예성 노래 그대론데. 누가 바꿨지.”
분명히 ‘너 아니면 안 돼’였는 데 언제 ‘좋은 날’로 바뀐건지, 아이유의 행적이 수상하다.
아마도 나 몰래 내 핸드폰을 건드려, 바꾼 듯 했다.
연예인들은 스킬도 참 다양하다. 남 몰래 벨소리를 바꾸는 그런 스킬 말이다.
어쨌든 이미 날아간 1000원. 뭐, 어쩌겠는가. 어쨌든 지은이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터치폰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흐잉.. 오빠 나 힘들어어어어. 와서 바래다 줘어어어.”
전화를 받자 들려오는 징징거리는 목소리.
수신자를 핸드폰을 떼서 바라보니, 징징막내 지연이었구나.
오늘은 나도 힘들어서 징징거리는 거 받아주기 힘든데.
“오빠도 힘든 데. 어딘데, 여기서 가까우면 데리고 가지 뭐.”
“힛, 징짜?”
“ㅇ..엇!”
가까우면 숙소까지 바래다주겠다는 말에 반색하는 지연이의 목소리.
목소리로만 듣지만, 꽤나 귀엽다. 꽤나 애교있어.
뭐, 막내들은 애교 빼면 시체 아닙미까!? 서현이는 아니던데. 우우우..
어쨌든, 지연이의 징징거리는 말투를 받아주며 통화하고 있을 때 쯤, 먹이를 노리는 매 마냥 핸드폰을 노린 지은이는 재빨리 내 폰을 뺏어서 제 귀에 갖다댔다.
“지연아― 니가 말한 오빠가 민식이 오빠야?”
라는 말을 시작으로, 한참동안 떠드는 지은이와 지연이.
지은이가 통화를 끊고 내게 핸드폰을 건네줄 때 쯤에는 통화시간이 10분을 넘어섰다.
제길, 내 핸드폰 요금..
“히히, 오빠 힘들겠어?”
“응? 뭔 소리야.”
“지연이한테 다 들었어―”
“뭘..”
“뭐, 상상은 자유! 헤헤헤. 여튼, 오빠 방금 문자로 차 왔다니깐 요 앞까지만 데려다 줘.”
“응?”
“벤을 저기에다가 주차했다는 데 어둡잖아.”
“매니저 형 불러.”
“히잉.. 같이 가주라아-”
지은이가 내 팔에 붙어 애교를 부려댔다.
지은이가 애교를 부리면 아기 목소리가 나온 다는 것도 깨달았다.
평소에 애교 대신 복근웃음만 선보였던 지은이가 애교라니. 돋아서 가주기로 했다.
지은이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내 팔에 얼굴을 기대며 종종걸음으로 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아, 무겁지는 않지만, 불편해.
“근데, 오빠 집이 지연이 아랫 집이야?”
“응.”
“그렇구나. 근데 오늘 보고 나중에 또 언제 보지.”
“연락 하면 받으니깐 자주 보겠지. 그러니까 연락 자주해.”
“흠, 난 바람둥이는 싫다아. 메에롱.”
지은님이 민식님에게 도발을 하셨습니다.
민식님이 멍을 때리셨습니다.
어쨌든 내게 도발을 하고 밴을 향해서 도주를 하는 지은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은이는 밴의 손잡이를 잡고는 고개를 돌리며 해맑은 웃음을 지은 채로 내게 소리쳤다.
“그래도 지연이가 좋아하니깐 나도 좋아할래― 안녀어엉― 나중에 보자 오빠― 내가 많이 아끼는 거 알지 ―”
그렇게 손을 크게 흔들며 말하고는 밴 안으로 사라지는 지은이.
이윽고, 지은이를 태운 저 검정색 밴은 도로를 따라 빛의 선을 그리며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지연이에게 어디서 촬영 끝나냐고 물어보니, 저 멀리서 촬영이 끝났다는 지연이었다.
음, 멀리 있는 곳이라면 난 못 가는 데. 그런데 지연이가 ‘어차피 밴 타고 와서 안 와도 돼, 히잇. 그냥 해본 소리였는데 오빠 착하다아.’ 라는 말을 하며 통화를 끊었다.
하, 날 떠본 셈이였군.
어쨌든 길을 멍하니 걸으면서 아까 아이유가 했던 말을 되집어 보았다.
‘지연이가 좋아하니깐..? 마,마사카!? 에이, 그냥 오빠로써 좋아하는거겠지.’
괜한 생각만 했다고 생각하고, 아이유가 아까 했던 말을 구긴 채 한 쪽으로 던져버리는 나였다.
하, 오늘도 아스트랄한 일상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