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아흔 한 번째 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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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짜증나! 오늘 노는 날인데, 왜! 왜! 흐잉..”
내가 왜 그 벌레보다 조금 더 나은 녀석을 찾겠다는 말을 했는 지 모르겠다.
지금에서야 후회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애꿏은 머리만 헝클어뜨리며 가기 싫은 나의 심정을 호소해보지만,
알아주는 이 한 명도 없고, 전에 지들끼리 파티를 맺은 네 명은 뭐가 그리 좋은 지 나를 보며 실실 쪼개댔다.
“뭐..뭐야. 왜 그렇게 웃어.”
“시카야아. 난 니가 민시기를 찾을 수 있을 꺼라고 믿어어.”
파니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양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리고 핑크색으로 도배된 츄리닝 바지에서 소란스럽게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뭔가를 꺼냈다.
“이게 뭐야?”
“히히, 딸기맛 사타앙.”
누가 핑크덕후 아니랄까봐, 뇌물로 준다는 사탕의 포장지 마저도 분홍색이네.
나는 그 뇌물(?)을 고맙게 받아들고 포장지를 뜯어 핫핑크에 가까운 사탕알을 입 안으로 밀어넣어 우걱우걱 씹는다.
“맛있어어?”
“그다지. 근데 달달해서 좋긴하네.”
파니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여전히 사탕을 입 안에 넣고 우걱우걱 씹으면서 파니의 말의 대꾸를 해줬다.
파니는 제 일을 해냈다는 마음에 자신이 자랑스러운지 몇 번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쪼개더니,
지 방으로 움직이는 그녀였다.
파니가 가고나니, 파니가 있던 자리에는 망할 룸메이트 유리냔이 있었다.
“궈뉴리, 청소 좀 하라고오!”
“알았서어, 청소 할게. 그 대신 오늘 민식이 찾는 거 열심히 찾아줘야돼. 알겠지?”
유리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어제 유리가 방 안을 어질러놓고 디비 쳐자는 바람에,
내가 새벽에 난데없이 땀을 흘려가며 청소한게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서인 지, 누구보다 빠르게 유리를 닦달했다.
유리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대답하다가, 파니처럼 그 망할 놈을 찾는 것을 열심히 해달라고 말했다.
“내가 왜? 뭐 땜에?”
“자, 여기 니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학교 들어가서 정찰하면서 먹어.”
딱히 동기부여도 없어서 유리에게 귀여운 반항을 해보자, 유리는 뒷짐을 지면서 숨겨놓았던 아이스크림을 내게 스리슬쩍 내밀었다.
나는 파블로프의 개 마냥 아이스크림을 보자 조건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그 아이스크림을 챙겼고, 챙긴 뒤 유리의 흐뭇한 미소를 보고서야 내가 말려들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 혹시 이거 준 이유가..”
“응! 뇌물. 받았으니깐 열심히 찾아.”
당했다. 철두철미한 나 정수연이 하찮은 권유리에게 당하고 말다니, 이건 살면서 가장 수치스러운 굴욕일꺼야.
저런 말이 나오면 원래 다시 돌려주며 ‘이거 못받겠어.’같은 현대극 드라마에서의 흔하디 흔한 대사를 날렸어야 했는 데,
이미 내 손은 종이뚜껑을 야무지게 뜯고 이미 먹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뭐, 이미 뜯은 거 맛있게 먹고 찾는 건 대충 찾아야지.
그렇게 유리냔이 준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섭취하고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대충 준비하고 네 명의 쓰잘데기 없는 환호를 받으며 현관 밖을 나갔다.
“근데 일단 나가긴 했는 데, 무작정 대학으로 가야 한다니. 이거 막막한데..”
그 때였다.
막막한 심정으로 잉여스럽게 현관 앞에서 도태되고 있을 때 쯤, 징하게 바지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려퍼졌다.
수신자는 우리 귀여운 진리였다.
〔언니 뭐해?〕
“그냥 심심해서 밖에 돌아다닐려고.”
설리의 질문에 심심하게 대답해주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평소에 돌아가게 만들고 싶어도 돌아가지 않던 머리가
모터가 달린 듯, 재빠르게 회전되었다.
어차피, 혼자 이리 쓸쓸하게 정찰다닐거, 할 짓 없어서 내게 전화를 거는 자이언트 베이비 진리를 꼬드겨 같이 도태되면 덜 쓸쓸할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진리야, 너 스케쥴 없지?”
“응. 없으니깐 언니한테 전화를 걸었지이~”
“또 누구 없어?”
“수정이. 다른 언니들은 다 스케쥴 있써. 왜애?”
“아, 그래. 히히, 언니가 좀 있다가 전화할게. 잠시만-”
전화를 끊고, 나는 혼자 잉여마냥 있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속으로 요란스럽게 계단 위에서 방방 뛰었다.
만약 실제로 이 짓을 했다면, 이웃에게 난 미친 년이라는 취급을 받을 것 같아서 ‘속’으로만 행동하는 개념이 옹골찬 나님이었다.
어쨌든 진리도 스케쥴 없고, 사랑스러운 나의 친동생 수정이도 스케쥴이 없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 둘을 잘 꼬드겨 나와 같이 희생 정신을 배우게 하는 일만 남았다.
〔왜애?〕
“언니랑 오랜만에 같이 대학 구경가자.”
〔대학 구경은 이미 행사 때문에 지겹게 봤는 데?〕
우리 설리가 달라졌어요.
연습생 시절부터, 꼬꼬마 촏잉 때 부터 내 말이라면 잘 듣던 설리가 슬슬 사춘기인가봐요.
좀 놀자니깐, 핑계를 대며 은근슬쩍 뺄려고 하네요.
하지만 설리가 점점 이렇게 굴 수록, 내 머리는 점점 빨리 굴러간다는 사실.
“니가 보고 싶은 사람도 볼 수 있는데?”
〔응? 그럼 따라갈게. 기다려어~ 수정아 너도 준비해!〕
역시나 나의 시크한 언변술에 제대로 떡밥을 물고마는 설리였다.
설리도 수정이도 어지간히 그 놈에게 빠졌는 지, 나의 훼이크에 이렇게 걸려들고 말다니.
도대체 그 놈은 뭐가 매력적인 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쓸데없이 한 여자만 지고지순하게 지키지 못할 망정, 늘리고 있는 꼴이 한심해보인다고 생각하는 나였다.
“언니의 발은 이미 니네들 숙소를 향해 움직이고 있으니 빨리 준비해.”
〔으응, 언니이. 이따 봐아-〕
이번에도 설리가 먼저 끊었다.
제길, 이번엔 내가 먼저 끊을 수 있었는 데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돈이라고는 세종대왕 네 장이 전부인 지갑을 들고 멈춰있는 택시에 탔다.
난 택시에 타자마자 도도한 포즈를 취하며 앉았고, 내가 앉자 택시는 부르릉 시동이 걸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 숙소가 점점 점이 되어가며 사라지고 있었다.
**
“저,저기요..”
“뭐요!”
나, 파릇파릇하지 못한 서른 다섯 살 택시기사 문정환.
오늘 취객 보다도 더 상대하기 어려운 손님을 만났다.
워낙, 도도한 포스가 물이 가득찬 양동이 마냥 흘러넘치려고 할 기세라서 섣불리 건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로 목적지 없이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난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시니컬한 짜증이 섞인 손님의 대답이었다.
“아,아닙니다!”
그 놈의 망할 소심한 성격 때문에, 하고자 하는 말을 못하고 참 난감한 처지에 이르렀다.
미터기는 내 맘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열심히 달리며 야무지게 금액을 올리고 있었다.
이러다간 내가 ‘시망’단계에 이르를 수도 있다는 불안한 생각에 후달리는 마음을 억지로 누르며,
다시 용기를 내서 시크한 그녀에게 말했다.
“저..저기.. 손님..?”
“아, 왜요!”
순간 시크한 그녀의 샤우팅에 삼십분 전에 싸고온 오줌이 다시 재림될 뻔했다.
하지만 노련함으로 그 위기를 간단히 들키지 않고 넘긴 뒤, 십 분 전부터 그녀에게 하고싶은 말을 용기를 내어 질렀다.
“소,손님 목적지가 어디신가요!”
**
“저..저기.. 손님..?”
“아, 왜요!”
자꾸 뭐라 말을 하지 않고, 더듬기만 한 택시 아저씨의 모습에 답답한 마음이 짜증난 마음으로 바뀐 채로 택시 아저씨에게 소리를 질렀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꽤나 긴장이 되시는 지, 자꾸만 하려는 말을 집어넣는 것이 내 눈엔 쏙쏙 보인다.
처음엔 싸인이라도 받을려고 하는 가 싶어, 더 도도한 척을 해보려고 했지만 아저씨가 눈치를 보는 행동을 봐서는
그것은 딱히 아닌 듯 싶어 접어두고 소리를 지른 뒤 아저씨의 대답을 기다렸다.
“소,손님 목적지가 어디신가요!”
그 소리에 나는 새색시 보다 더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하도 도도한 척을 하느라, 턱이 빠질 지경이고 또 이 택시는 뺑뻉 돌기만 하나라고 속으로 씨부렁거렸는데 원인제공은 모두 나였다니.
확 달아올라버려 뜨거워져버린 내 얼굴이었다.
“...... xx 아파트로 가주세요.”
나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애써 감추며, 에프엑스 숙소인 곳으로 가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엑셀을 밟았고, 부리나케 달리던 택시는 어느샌가 숙소 앞에 도착했다.
“다 왔습니다. 손님. 금액은..”
“잔 돈 필요없어요, 나머지는 다 팁으로 가지세요!”
미터기를 봤다.
이 만원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게 지금 중요한 건, 괜히 도도한 척했다가 시원하게 말아먹었다는 거다.
나는 택시기사 아저씨의 손에 만 원짜리 배춧잎 세 장을 쥐어주곤, 도망치듯 택시 문 밖으로 뛰쳐나왔다.
“아.......택시는 혼자 타면 안 되겠다..”
아직도 화끈하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서늘한 바람에 식히고 부채질을 하면서 애써 발갛게 된 내 얼굴이 원상태로 돌아오길 바랬다.
그리고 아까의 소중한 경험을 통해 택시는 혼자 타면 있던 가오든 없던 가오든 모조리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부끄러웠던 나의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설리와 수정이가 사는 숙소가 있는 아파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낄, 우리 숙소보다 별루네. 아직 딱히 대박 친 노래가 없어서 그런가. 설리 수정아, 너네들 아직 소시 따라잡으려면 멀었다.
유일하게 따라잡는 건 키뿐이야. 알았지 설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