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9화 (80/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일흔 다섯 번째 과외.

*

알바 1일 째,

오늘은 첫 출근. 첫 매듭을 잘 지어야 한다는 지인들의 말에, 대학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리를 놀려대며 대학과 5분 거리인 이 곳에서

출근 시간보다 20분 더 빨리 가게로 출근해서 일을 시작했다.

20분 더 일찍 왔다고 보너스를 주는 것도 아니고, 퇴근시간이 5시 40분으로 조정되는 건 아니지만 나란 사람 성실한 남자라고

젊고 유능하신 사장님에게 어필을 해야 나중에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도 있을 것이 아닌가.

사장님은 첫 날부터 성실한 모습이라며 씨익 웃으시고는 내 어깨를 몇 번 치다가 또 전 처럼 엉덩이를 찰싹 때리셨다.

뭔가 이 더러운 기분은 뭐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지만 소용없는 일이고, 일단 한 달은 버텨보자라는 심상으로 웨이터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 지 어언 5시간 째, 5시간동안 서빙,주문 받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나 말고도 웨이트리스 두 명이 더 있는 데

왜 나한테 주문 받기를 원하는거지? 주문 받느라, 위에 산소만 허벌나게 채워대고 있어서 꼬르륵 소리가 난단 말이다. 우우우..

그렇게 총알처럼 6시간 20분의 업무가 끝나고, 사장님이 수고했다며 또 다시 나의 히프를 터치하려는 조짐이 보였기에

재빠르게, 아웃사이더의 랩보다 더 빠르게, 남다르게 다리에 모터를 단 듯 카페를 벗어났다.

땀을 삐질삐질 흘려대며 헐레벌떡 뛰고 나니 어느새 나의 몸뚱아리는 적절하게 아파트 입구에 멈춰있었다.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자 서서히 닫혀가는 조짐을 보이는 엘레베이터가 눈 안으로 사로잡혀 들어왔다.

그리고 애절하게 외쳐보는 한 마디.

“잠깐만요!”

그 소리에 엘레베이터 안에 있던 한 아가씨는 나를 쳐다보다니, 이윽고 내가 무엇을 원했는 지를 깨닫고

손가락에 모터라도 단 듯 열림버튼을 ‘다다다다’거리며 광클했다.

그 아가씨의 센스있는 대처 덕분에, 엘레베이터 문은 완전히 닫히는 것을 1초 정도 앞두고, 아슬아슬하게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뭐 이런걸로..”

다행히 난 엘레베이터 안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수 있었고, 나를 2분간의 기다림에 처해있을 상황을 2초만에 끝내준,

아리따운 여자 분께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엘레베이터 층 버튼을 꾸욱 눌렀다.

여자 분은 싱긋 눈 웃음을 지어보이며 나의 말에 대꾸를 해주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하’라는 소리의 웃음을 내뱉고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문뜩 엘레베이터 버튼을 쳐다보았다.

나는 8층을 눌러서 8층 램프가 발갛게 켜져있었다. 그리고 9라는 숫자에도 켜져있는 램프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빛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하하.. 제 위 층에 사시네요..”

“네.. 뭐.. 그렇죠.”

“왠지 모르게 자주 뵌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땐 인사 못드려서 죄송했어요.”

“하하하, 아..아니에요. 저도 인사 먼저 못 드려서 죄송해요. 모자랑 마스크로 얼굴 좀 가리느ㄹ.. 히익!?”

“뭐..뭐예요..? 왜 그렇게 놀라ㅅ.. 아, 제 집 층수에 도착한 것 같네요. 다음에 보면 먼저 인사드릴게요!”

나의 일상적인 어투에 간단히 대꾸해주며 맞받아쳐주는 그녀였다.

그녀가 말을 받아주자, 저번에 얼굴의 윤곽을 엘레베이터에서도 대충 본 것 같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동안 인사를 못해서 죄송하다고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두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자기가 더 죄송하단 말과 함께 자신이 인사를 못 했었던 이유를 나에게 말을 해주다가,

자기 혼자 말하다가 혀라도 깨물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번쩍 뜨며 자신의 입을 손으로 재빨리 막았다.

난 그런 그녀의 모습에 ‘뭐..뭐지’라고 당황해하며, 때 마침 우리 집 층수에 도착해서, 자연스럽게 엘레베이터에서 스르르 빠져나왔다.

도대체 저 사람은 잘 말하다가 왜 저러는거지?

**

히잉.. 사장님이 공식적인 스케쥴 아니면 일반인에겐 얼굴을 잘 드러내선 안된다고 하셨는데, 어쩌다가 지인도 아니고 그냥 몇 번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친 남자에게 완전히 메이크업한 얼굴을 드러내보였다.

나는 줄을 놓고 있었다가, 그 남자와 대화 도중에 내가 메이크업 상태란 걸 알아챘고 설마 남자가 날 알아보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에 몇 번 말을 얼버무려버렸다. 하지만 다행인것은 그 남자는 내가 연예인인것도 모르는 듯 했다.

다행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으로 찝찝한 느낌이 드는 건 무엇일까.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해보고, 난 닫혀있는 숙소의 문을 똑똑 두드렸다.

“누구세요..? 어? 은정언니!!”

“우쭈쭈, 지연이 집 잘 지키고 있었어?”

“우씨, 내가 몇 살인데!!”

숙소의 안에서는 귀여운 막둥이 지연이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뭐, 화영이도 있지만 생일 순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지연이가 2개월 더 늦게 태어나서 지연이가 막내라는 공식이 간단하게 성립.

여튼, 나를 반겨주는 지연이의 말에 대꾸해주며 다시 한 번 부드러운 볼살을 땡겨 집으며 아기 어루듯 말했고,

지연이는 그게 싫은 지 공룡모드로 귀엽게 발끈하며 말했다.

지연이와 나의 대화에 다른 멤버들도 내가 왔다는 것을 알아챘는 지, 모두 현관으로 걸어오거나 소파에 앉아서 “왔어?” 라는

말을 해주었다.

히잇,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멤버 운은 잘 뒀나봐. 후훗.

“아, 근데. 우리 안 유명해?”

“언니, 우리 10대 20대 사이에서 많이 유명해!”

“아.. 그래?”

그러다가 문뜩 생각난, ‘난 너님이 연예인인지 모르오.’라는 태도를 취해보였던 잘 정돈된 갈색머리의 그 남자.

나는 앞 뒤 문맥에 상관없이, 내가 몇 분 전부터 속으로 품어왔던 질문을 멤버들에게 말해주었다.

그러자 지연이는 애교 섞인 말투로 과장된 손짓을 하며 우리가 어른들 사이에는 아니라도, 10-20대의 대중들 사이에는

인기가 많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지연이의 대답에 간단히 대답해주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얼핏 봐도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데 왜 우릴 모르지..? 혹시 아저씬가!? 에이.. 설마..

***

“아, 젠장!! 오늘은 늦잠을 자버렸다! 흐흑, 학점아 제발 깎이지 말아다오.”

모닝콜을 설정을 안해놓다니, 나처럼 약간 흠이 있는 남자가 그렇게 커다란 실수를 해버리다니,

우우.. 줄기차게 깎여질 나의 학점에 대한 생각이 봄의 아지랭이 처럼 피어올랐다.

그렇게 발을 동동 구르며 엘레베이터 내려가는 버튼을 눌러대었고, 9에서 잠시 멈춰있었던 엘레베이터는

빠르게 8층에 도착했고, 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아, 오늘도 아침에 나가시나. 여태까지 녹색어머니회는 봤어도, 백색어머니회는 처음 봤는데..’

어제는 못 보았지만, 그저께도, 몇 일전 부터 계속 봐왔던 모자와 마스크를 줄기차게 고집하시는 아주머니 분들의 모습이 다시 눈 앞에 펼쳐지자,

미미하게 속으로 웃으면서 참으로 아스트랄한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생각이였을 뿐, 난 그 생각을 바깥으로 표출하지 않고 속으로 죽을 때까지 묵혀놓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다시 분위기는 어색하게 흘러가고, 어색하게 엘레베이터에서 몸을 싣고 뻘쭘거리면서 내려가는 그 순간,

“안녕하세요?”

“음? 누,누구세요..?”

한 여성 분이 형형색색의 모자를 벗고는 내게 안부를 물었다.

나는 뜬금없이 처음 보는 사람이 내게 인사를 건네자, 꽤나 당황한 낯빛과 말투로 대꾸했다.

근데, 누..누구였지? 어디서 좀 뵌 얼굴이신데..

“어제 엘레베이터에서 봤자나요!”

“아..!! 죄송해요. 바로 못 알아봐서, 어제는 잘 들어가셨어요?”

“아!? 네..덕분에 잘 들어갔어요.”

“제 덕분이라뇨. 아 참, 쑥스럽게. 아, 벌써 도착했네요. 아쉽지만 다음에 또 뵈요!”

나는 그녀의 말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해주었다.

그러다보니, 엘레베이터는 어느새 1층에 멈쳐섰고, 때 마침 교수님이 내 학점을 깎으려고 하는 상상이 뇌를 가득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엘레베이터 밖으로 나가며, 나중에 또 보자는 말과 함께 학점 누락 방지를 위해서 미친듯이 도보 거리 10분이었던 캠퍼스를 향해 

허벌나게 발걸음을 놀려대었다.

**

모자 벗고 생머리를 흩날리며 인사하면 알아볼 수 있을 줄 알았는 데, 역시나 그는 나를 모르는 듯 했다.

히잉.. 이거 참 실망인데? 내가 괜히 알아볼 줄 알고 약간 고개를 내밀면서 혼자 우쭐해 있었던 거였나?

우쭐했던 모습이 맥아리 없이 무너져 내려버리고, 왠지 모르게 슬퍼져 뜬금없이 눈물을 찔끔 흘릴 뻔 했다.

“은정아, 너 미쳤어? 그냥 가지. 인사는 왜 해!”

“히잉.. 큐리언니. 어제 못 알아보길래, 오늘은 내가 연예인인 거 알아볼 줄 알고 인사했는 데 역시 우릴 모르나봐..”

“어..? 듣고보니 그렇네. 은정언니, 그럼 나중에 우릴 진짜로 아는 지 모르는 지 시험해볼까..?”

역시나 큐리언니는 나의 돌발적인 행동에 그 당시에는 제지하지 않았지만, 그 남자가 엘레베이터에서 바로 나가자

지하에서 내린 뒤 주차장에서 조그맣게 날 나무랐다.

나는 칭얼거리며 내가 인사한 이유를 언니에게 차근차근 말해주었고, 말 끝을 흐려 살짝쿵 여운을 남겼다.

그러자 듣고 있던 우리 횸탱이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짚으며 나중에 그가 우리를 진짜 아는 지 모르는 지 시험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효민이의 제안에 살짝 귀가 쫑긋해지며 왠지 모르게 솔깃하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히히, 그럼 진짜로 테스트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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