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4화 (75/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일흔 번째 과외.

***

이틀 전에 한국에 도착한 우리와 f(x) 애들은 휴가가 끝나자마자 예정되어있던 스케쥴을 하러갔다.

오늘 잡힌 스케쥴은 다행히 지방까지는 안 내려가고 인천에서 하는 공연이었다.

“우아아아아!!”

어둡게 펼쳐진 하늘에 널리 퍼지는 우레처럼 열화와 같은 관객의 함성이 긴장 상태인 열 여덟개의 귀에 울려퍼졌다.

우리는 관객들의 함성에 보답하는 식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전에 알던 내가 아냐 Brand new sound - ’

쾌활하고 발랄한 멜로디에 우리의 목소리를 집어넣자, 입에서 흥얼거릴 듣기 좋은 노래가 서로의 귓가에 진동했다.

관객석이 파스텔 로즈 빛의 풍선으로 수놓아 진 모습이 보이자, 왠지 모르게 목소리에 더 힘이 들어가져서 노래를 훨씬 더 쉽게 부를 수 있었다.

그렇게 정규 2집 타이틀곡인 Oh를 끝내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우리 아홉 명은 마이크를 입에 갔다대었다.

“안녕하세요! 지금은 소녀시대!”

나와 8명의 멤버들은 데뷔 때 부터 써왔던 우리만의 구호를 문학경기장에서 외쳤다.

그리고는 예의 바르게 허리를 접어 폴더식 핸드폰처럼 인사를 한 다음, 몇 마디를 더 했다.

“여러분들과 헤어지기 아쉽지만, 저희는 Run devil Run을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내려갈게요-”

우리는 무거운 비트에 맞춰서 노래를 불렀고, 성공리에 무대를 끝마치고 대기실로 내려왔다.

나는 무대가 끝나자 곧바로 간이식 플라스틱 의자에 널부러졌다.

“히잉.. 그저께에 와서 논스톱으로 뛰는 것 같아..”

“윤아야 그만 칭얼거리자. 내일은 쉬잖아!?”

“알았어, 태연언니. 히히.. 내일 휴일이구나! 민식이 오빠도 내일 오고.”

“벌써 3일이 지났나?”

대기실에 들어서자, 윤아가 곧바로 칭얼거리면서 방 안을 어지럽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곱등스러운 윤아의 목소리에 내일은 휴업이니까 그만 좀 찡찡거리라고 말했다.

윤아는 내 말을 듣자 자리에 앉으면서 알았다고 말한 뒤, 민식이 이야기를 언급했다.

벌써 사흘이나 지났나? 스케쥴이 야무지게 차니까 시간도 참 야무지게 흘러가네.

내일이면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민식이도 오고, 그리고 민식이가 없으니까 왠지 무언가 쓸쓸한 느낌이 계속 드는 것 같아.

민식아 빨리 와야 돼!

“얘들아, 이제 스케줄 끝나고 하루동안 푹 쉬어라. 일본어 공부하는 건 잊지말고!”

“네! 매니저 오빠!”

숙소에 다다랐을 쯤, 매니저 오빠는 우리를 숙소에 내려다주고는 바람과 같이 쌩하고 떠났다.

칫, 칼퇴근이라니. 좀 돋네.

“태연언니!”

“왜?”

“히히히히히히히히히-”

“으잉? 웃지 말고 말 해봐. 뭐 말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었던 것 같아.”

“뭐!?”

윤아의 마지막 말에 나를 제외하고도 많은 얘들이 반응했다.

나 말고도 유리와 순규와 파니도 모두 동그래진 눈모양으로 윤아를 주시했다.

이 때, 나의 뇌리에 몇 어절의 문장이 스쳐지나갔다.

‘빠른 년이 민식이의 옆에서 노는거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윤아 마저 제치고 엘레베이터를 향해 대쉬했다.

계단으로 올라갔다면 이미 민식이의 옆자리에는 내가 아닌 다른 아해들이 앉아있겠지.

그건 용납 못해!

“어,언니.. 갑자기 왜 이러지..아! 같이가!”

“김태연 저 냔이-”

윤아는 갑작스럽게 엘레베이터로 대쉬한 나를 보고 왜 저럴까 잠시 생각하고 즉시 깨달았다는 듯 회오리처럼 빠르게 엘레베이터 쪽으로 뛰어왔다.

유리와 순규도 대충 내가 무슨 짓을 시도하려 하는 지, 눈치챘는 듯 이 쪽으로 쳐달려오기 시작했다.

뭐, 파니는 띨파니 답게 멍 때리며 쟤네들 왜 저래. 라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Pass.

1 vs 3은 너무 불리한 것 같지만, 나에겐 닫힘 버튼이라는 필살기가 있다고 얘들아, 후후후..

나는 먹구름의 틈에서 번쩍 하고 찰나에 치는 번개와 같은 속도로 닫힘 버튼의 빨간 램프를 켰다.

그러자 무거운 쇳덩어리가 서서히 열려있는 공간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아,안되.. 탱구야 젭라 자비점..”

‘쿵!’

후훗, 나의 승리다.

유리가 자신의 구릿빛 팔을 뻗으며 발악해보았지만, 매몰차게 손등을 쫙 하고 때려줘서 엘레베이터에 못 들어서게 했다.

그녀는 애절하게 나에게 자비를 원했지만, 넌 나의 옥수수를 받지 않고 다이아몬드도 주지 않았잖아..?

그에 따른 유혈사태라고 생각해두렴.

“히히, 민식아 기다려. 내가 곧 놀아줄게.”

난 기대에 찬 목소리로 엘레베이터 안에서 독백을 했다.

엘레베이터에 써져있는 숫자가 1에서 2로 올라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구나.

‘띵- 2층입니다.’

“잉? 왜 여기서 멈춰!! 아.. 권유리 네 이냔을 확!”

“히히히히히-”

나의 승리라고 생각했는 데, 숫자가 2에서 3으로 안 올라가고 지금은 들리지 말아야할 ‘띵’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누군가 재빠르게 2층으로 올라가서 이 버튼을 눌렀나 보구나.

그렇다면 버튼을 2층만 누른 게 아니고 6층 까지 다 눌렀을 게 불 보듯 뻔하구나.

쳇, 승리인 줄 알았는 데 나의 패배다. 권유리 너는 내가 숙소에서 가만 안 냅두겠어.

허무하게 열린 엘레베이터 문의 바깥 쪽에서 미친듯이 쪼개는 유리의 목소리가 내 귀를 기분 나쁘게 찔러왔다.

‘띵- 3층입니다.’

‘띵- 4층입니다.’

‘띵- 5층입니다.’

‘띵- 6층입니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나와라 이 악마의 딸 궈뉴리!!”

“히히히힛.”

“악마 권유리는 선역인 내가 잡겠어, 오늘이 네 제삿날임.”

“그러게 누가 간디같이 행동하랬나- 그리고 나도 층 마다 꼬박꼬박 엘레베이터 버튼 누르느라 숨찼어.”

역시나 내 예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적중했다.

유리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했을 거라고 기대를 약간이나 걸어봤지만, 역시나 디테일하게 2층부터 5층까지 야무지게 누르며 올라간 그녀였나보다.

딱딱한 여성의 목소리가 층마다 들려왔다.

그리고 수 분간의 기다림 끝에 나는 드디어 유리의 몸뚱아리가 뉘여질 6층에 도착했고, 곧바로 매무새를 가다듬고 그녀에게 타격을 시도하려고 대기를 탔다.

유리는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악마에 빙의한 듯한 사악한 웃음소리로 나를 노려보았고,

나는 민식이를 때렸을 때와 같은 전투의지가 폭포수같이 샘솟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유리는 간단하게 대꾸하며 나의 전투의지를 상실시켰다.

젠장, 망할 흑진주냔.

“언니들, 그래봤자 비번 모르면 오빠 집 못들어가. 근데 난 알지!! 훗.”

“어머, 오늘따라 왜 이렇게 우리 융이가 여신처럼 보일까?”

유리와 내가 엘레베이터 앞에서 아웅다웅,티격태격 하고 있을 때 윤아가 다음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오고선,

우리 둘의 모습을 보고 가볍게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번이라니, 그래. 나는 민식이네 집의 비밀번호를 몰랐지. 그럼 윤아에게 아부라도 쳐야되나..

쳇, 유리 냔이 먼저 윤아에게 다가가서 아부를 떨다니.

같이 나이 21개를 먹은 동갑으로서 드는 생각인데, 참 부끄럽구나 유리야. 

물론, 유리 냔이 먼저 선수만 치지 않았더라면 나도 아부를 떨어겠지만 말이야.

“자, 그럼 나는 오빠네 집으로 곧장 간다!”

“어어..? 같이 가!”

“융느님, 소녀 유리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윤아는 유리의 아부를 뿌리치고 옆에 있는 민식이의 집을 향해 달려갔다.

난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을 빨리 눈치채고, 윤아의 꽁무니를 따라 쫄쫄 쫒아갔고,

유리는 사극 톤으로 발연기를 하며, 나의 뒤를 쫓았다.

유리의 연기를 보며 느끼건 대, 너 연말에 하는 소녀시대상에서 깝침 부문 최우수 상 좀 받겠다?

“비밀번호는 나만 아니까, 가려서 눌러야지.”

“젭라, 융느님 자비점여.”

“히히, 이미 눌렀지롱- 응? 근데 왜 안 열리지!? 분명히 제대로 눌렀는데..”

“역시 허당 융선생이였어. 하지만 연기 하나는 일품이었다. 우리 두 명을 낚다니.. 제 점수는요,”

윤아는 민식이네 집의 문 앞에 달려있는 비밀번호 패드에다가 손을 가리고는 비밀번호를 눌러대었다.

나는 윤아의 손을 내려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싶었지만, 역시 별명 중에 힘윤아 라는 별명이 있는 윤아여서

나같이 연약한 숙녀는 윤아의 팔을 쉽사리 내릴 수 없었다.

윤아의 발 밑에 볼펜을 깔 수도 없는 노름이고.. 치잇, 나중에 민식이를 시달리게 해서 알아내야겠다.

하지만 윤아가 연기를 했었나보다.

윤아가 분명히 비번을 여러 번 눌렀지만, 아직도 ‘띠리링’소리와 함께 민식이네 집은 쉽게 열려지지 않았다.

나와 유리는 윤아의 놀라운 낚시 연기에 감탄을 표하며 슈퍼스타K 심사위원에 빙의하며 윤아의 연기점수를 매겼다.

유리는 80점, 나도 80점이었다. 다른 면에선 뛰어나지만 연기 부문이 낚시 연기였다는 사실이 감점을 20점이나 시키는 요인이 되었다는 게

나와 유리의 평이었다.

“히잉.. 그럼 할 수 없지. 민식오빠 문 열어줘!!”

“서방님, 소녀랑 놀아요!”

“김민식! 네 아내 김태연 왔으니 문 열으렴!!”

우리 셋은 각자 부르는 민식의 애칭을 외치며 거칠게 문을 두드려댔다.

그러자,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고 거기엔 민식이가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문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민식이의 따뜻한 목소리가 아닌,

“왜 와서 시끄럽게 해, 시끄럽게 하지 말고 꺼져.”

민식이지만 민식이가 아닌 듯한 차가움이 서린 그의 목소리가 우리 셋의 귀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시즌 2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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