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9화 (70/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예순 다섯 번째 과외.

*

“이제는 맛집을 찾아야 한다니, 크흥. 내가 게이만 만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는 거였는데..”

기숙사에서 개 개인에게 마련된 컴퓨터 앞에서 구글링을 하며 프랑스에 있는 맛집을 찾아내고 있었다.

여러모로, 참 구글은 좋은 사이트란 말이야.

딱 한 번 검색하면 쫘르륵 하면서 검색 결과 리스트들이 나열되니까 말이다.

“스테이크 전문 식당, 럭키플레이어라.. 뭔가 메뉴와는 매치가 안 되면서도 끌리는 타이틀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끌렸던 식당은, 내가 모르는 프랑스어 따위는 쓰지 않으면서도 읽기엔 쉽고

뭔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듯한 이름이기도 하고 말이다.

딱 봐도 인기가 많은 식당처럼 보이고, 홈페이지를 들어가자 마자 눈 앞에 3D로 펼쳐지는 음식의 형태에,

오랜만에 조건반사가 작용해 입 안에 침이 고이는 듯 했다.

“어디보자, 위치가.. 호텔에서 가깝다!?”

이게 왠 떡이냐, 기숙사에서 좀 거리가 떨어지긴 했지만 애들이 머무르는 숙소와는 거리가 가깝지 아니한가.

이틀 전에 갔던 신 개선문 가는 길보단 덜 빡셀 것 같으니, 아주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아무래도 채소 음식도 아니고 육류 음식이니까 애들도 좋아할거야.

뭐, 스테이크가 싫으면 샐러드도 있으니까 만약의 사태도 예방되고, 참 내가 선택 하나는 기막히게 잘해.

‘일단은 예약해야 가서 뭐 시킬 때 훨씬 편하겠지 - ’

// 뚜우 - 뚜우 - //

“여보세요?”

“네, 수고들 하십니다. 거기 럭키플레이어 맞죠? 미리 예약 좀 하려는 데요, 15명이 앉을 자리가 비워져 있나요?”

“네, 지금은 사람이 많은 시간 대가 아니라서 1시 전에만 오시면 가능합니다.”

“그럼, 15명이 1시 전까지 그 곳으로 갈테니, 예약해주세요.”

“네, 이름과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이름은 김민식이고, 전화번호는 010 - XXX - XXX 입니다.”

“네, 예약 완료 되었습니다.”

예약도 물 흐르듯 되었겠다, 나는 본격적으로 나갈 채비를 하기 위해 외출복을 먼저 고르기 시작했다.

하얀 바탕의 웃는 얼굴이 드러나는 스마일티와 그 위에 블랙 조끼를 매치하고 하의는 남색에 가까운 바지를 입고는

왁스를 꺼내 머리 매무새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닭벼슬을 만드는 것은 중고딩이나 하는 짓이니, 적절하게 머리에 볼륨만 줘야겠다.

“캬아, 역시 나도 꾸미면 좀 되는구나.”

나는 거울 앞에 서 있는 나를 보고선 감탄을 자아냈다.

역시 나같은 비루한 남자도 꾸미면 덜 비루한 남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 말았다.

고개는 돌리지만 시선은 거울을 응시한 채 뒷머리도 확인해보니 말끔하게 세팅이 된 것 같았다.

나란 남자, 오늘만큼은 절대로 가오를 깨트리지 않고 그녀들에게 점수를 얻어내리라.

예전과는 다른 나의 모습을 선보여주겠어.

“일단은 지금 준비하라고 전화를 날리는 게 매너겠지.”

기숙사와 학교의 밖을 나온 나는 햇빛이 따사로운 거리를 걸으며 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태연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왠지 리더라서 믿음직하고, 전화하면 그녀가 제일 편하게 대해주기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태연아, 예약도 마쳤고 나도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슬슬 나오렴. 너무 늦으면 이번엔 진짜 화낼거야.”

〔알았어, 호텔 입구에서 5분만 기다려.〕

전화를 끝내고 몇 분을 더 걸으니, 그녀들이 머무르고 있는 호텔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 역시나 호텔 입구에 도착했어도 아직 그녀들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설리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슬슬 나올 거라 예상하며 몇 분을 더 기다렸을까.

‘젠장, 왁스가 녹아서 머리가 떡질 때 까지 대기타야되는거임!?’

이러다가 나의 앞머리를 힘주며 세팅해놓은 왁스가 녹아서, 머리카락들이 서로 부둥켜 안아서 떡진 머리의 정석을 보여줄 것 같았다.

나의 MP3라도 가져왔으면 덜 지루했을 것 같은데, 괜히 그녀들이 일찍 올 거라는 기대감에 안 가져온게 급하게 후회되었다.

“젠장, 아무나 와라.. 누구도 상관없으니 나와 말동무만 되어주면 돼...”

“민식아! 내가 많이 늦었지?”

‘으헉.. 저거슨 유리?’

혼자 독백을 지껄이면서 나 자신을 성찰하고 있을 때, 입구에서 낯 익은 실루엣이 나의 심리를 안정시켜줬다.

어디보자, 제일 먼저 입구에 도착한 저 여자는 까무잡잡한 피부와 길고 윤기있는 머리칼, 그리고 섹시한 느낌이 넘쳐흐르는 몸매.

젠장, 유리잖아!? 어제 낯 뜨거운 일이 있어서 그녀를 쉽사리 편한 눈빛으로 쳐다볼 수 없을 것 같은데..

“와,왔어?”

“야 - 왜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마치 어제 즐.거.운.일이 있었던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이야.”

“어제는 고마웠어.”

“괜찮아, 나도 고마웠는 걸. 한국가서도 또 해줄거지?”

유리야, 그건 잠시 고려 좀 해봐야 할 것 같은 문제인데.

어제는 내가 좀 이성의 끈을 놓은 상태라서 그렇게 격하게 행동했다만, 그로 인해 MP를 과하게 쓴 터라 채우려면 

일주일 정도는 걸릴 것 같으니 오랫동안 대기타고 있어줘.

“음, 그건 생각해보고..”

“치잇.”

“여튼 다른 아해들은 왜 모습을 안 보이는 거냐.”

“꾸미는 데 시간이 좀 걸리나봐.”

“너는, 왜 이렇게 빨리 나왔냐.”

“나야 뭐 워낙 준비가 빠른 여자이니까, 이런 여자가 네 이상형 아니야?”

나는 유리 말고는 아무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점점 예약한 시간과 가까워지자,

머리 안에 있는 나의 연합뉴런들은 모두 신호들이 뒤얽혀 복잡해졌고, 뜨거운 햇빛에 나의 똥줄이 타들어가는 듯 했다.

거기다가 유리가 자꾸만 헛소리를 지껄여대니, 긴장감과 짜증이 적절하게 믹스되서 분노로 변질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우우우우... 제발 나와라..’

이제는 공을 치기를 포기한 6연속 삼진 아웃의 홈런타자마냥 나는 속으로 애타게 기도를 하며,

유리를 제외한 다른 소녀들이 나타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식탁에다가 진수성찬을 다 차리고 그 앞에서 삼천배라도 하며 성불해야 나올 것 같아 보이는 그녀들의 심리에

아까 나온 유리는 아주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하는 나였다.

“오빠아아!!!!!”

이미 반 포기 상태에서 호텔에 드러누워 핀치 상태가 되려고 할 때 쯤,

어디선가 익숙하고도 반가운 목소리가 점점 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음? 어? 설리네 - ”

“이틀 동안 못 봐서 보고싶었엉!!”

“나도 보고 싶었어. 근데 이제 좀 멈춰야지? 왜 나한테 바디 스플래시를 시전하려 하는 것이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연인으로 인정 받았던 설리였다.

내 의견은 ‘전혀’ 수렴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래서 설리의 애정표현은 시간이 지나질 수록 좀 더 수위가 높아지는 것 같았다.

이제는 다른 멤버가 앞에 있어도 대놓고 나를 껴안아버리는구만.

아, 유리가 이 광경을 참으로 안 좋은 눈빛으로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다음에 유리와 혼자 만날 때는 몸 좀 사려야 살 수 있을 기세다.

“자, 설리야. 이제 이 팔은 떼야지? 야들이 몰려오면 어쩌려구 그래?”

“돈 워리 - 내가 언니들 봤는 데 아직도 화장하고 있어. 아마도 10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뭐,뭐꼬?”

“오빠 얼마나 놀랐기에 사투리까지 써.”

“미안, 지금까지 20분 기다렸는데, 앞으로 10분 더 기다릴 것 같아서 내가 19년동안 살았던 곳에서의 사투리가 튀어나왔나 보구나.”

“어디 살았는데?”

“부산★”

나는 접착제를 붙인 듯이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설리의 팔과 몸을 가까스로 떼면서 슬슬 나와 직면할 소녀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근데 아직도 준비가 낫 OK들이라는 설리의 말에 나는 그녀들의 방문을 활짝 열고 내가 대신 분을 발라주고 싶었지만,

내 가까스로 인내하며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로 말하는 걸로 분노를 대신했다.

그러자, 그 짧은 순간에 설리는 내가 사투리를 쓰는 것을 알아차렸는 지 곧바로 그에 대해 말했고,

나는 세세히 그것에 대해 설명해주자 설리는 나에게 다시 고향을 물었고 나는 간단히 ‘부산’이라고 대답해주었다.

“오빠 부산 살았었어?”

“당근이지, 여튼 만약에 내가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애들이 안 온다면 너네들을 기다리기가 두려워 나 스스로 봉인을 했다고 말해줘.”

“헤헤, 알았어. 근데 오빠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져보여?”

“아, 이거?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외출을 기념해서 머리에 힘 좀 줘서 그래.”

설리가 왜 이렇게 부산에 대해 물어보나 모르겠다.

설리도 혹시 부산이 고향이였나? 라고 의심될 정도로 물어보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나의 머리는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햇빛에 녹아 점점 세팅이 죽어가고 있었다.

지금 시작은 떡짐이 미미하지만, 끝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창대하리라..

“민식아 많이 기다렸지 - ”

‘아니, 나 자신을 봉인하려 할 때 들려오는 저 반가운 사운드는.. 30분동안 화장만 하는 아해들이군.’

얼굴에 무슨 특수화장이라도 하는 줄 알았더만, BB크림과 약간의 쌩얼 메이크업만 한 거였구만.

젠장, 옷도 그녀들의 평소의 취향과 다름 없고.. 그럼 도대체 왜 이리 시간이 오래 걸린거야?

그리고 예약한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20분. 

이렇게 여유있게 얘기하다간 1시간동안 헛걸음질을 한 꼴이 되고 말거야.

“야들아.”

“왜?”

“내가 식당 이름을 알려줄테니까, 어서 뛰어가서 예약 취소 안 당하게 해줘. 내 이름하고 핸드폰 번호만 부르면 돼.”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데?”

“어. 니네들이 약속한 것보다 30분이 늦게 나왔고, 그리고 이거 취소되면 또 몇 시간 걸어가서 새벽에 밥 먹을 순 없는 노릇이잖아.”

“치잇, 우리가 한 번만 봐준다. 럭키플레이어라고 했지? 많이 갈 필요도 없고, 3명만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설리야, 유리야 가자.”

나는 예약이 취소당하지 않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나와 가장 가까이 있고 또 다른 이유론 음식만 보면 환장할 것 같은

수영이를 붙잡아 곧바로 식당으로 달려가서 예약이 취소되는 일을 말려달라는 부탁을 했다.

수영은 왜 내가 그래야 하냐며 내게 따졌지만, 안 그러면 새벽에 쓸쓸히 불어있는 라면을 먹어야 한다는 나의 과장된 말에

곧바로 눈빛이 바뀌곤 제일 먼저 온 유리와 설리의 손목을 붙잡고 곧바로 식당으로 출발해버렸다.

“음, 선발대가 먼저 출발했으니 우리도 느긋하게 담소나 나누며 출발해보ㅈ... 응?”

유리와 설리와 수영이 바람과 같은 속도로 식당을 향해 내달리자,

예약은 캔슬이 안될 것 같은 안도감에 한 숨을 쉰 뒤, 소녀들과 여유로운 점심의 대화를 나누려보리라 했으나,

이 착한 소녀들은 어느새 나를 버리고 먼저 출발해서 나를 외톨이로 만들어버리고 지들끼리 아주 깔깔 웃어대며 놀고 있었다.

‘이 상콤한 냔들, 가만 두지 않겠어. 근데 내 앞길을 가로막는 이 두 아해는 누구인가..?’

나는 그녀들에게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속으로 울며, 후에 소심한 복수를 해야겠다 다짐하고 그녀들의 뒤를 뒤따라갔다.

하지만 내가 뒤따라가려던 그 순간, 바람직하지 못한 외양을 가진 두 서양인이 나에게 다가왔다.

“#§@ ☆§ ~”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What?”

“Umm.. Give me the money.”

두 서양인은 아마도 프랑스 사람인 듯 내 앞에서 알지도 못할 불어를 지껄여대며 내게 말을 했다.

프랑스어라곤 ‘봉쥬르’와 ‘마메종’과 ‘쥬뗌므’가 전부인 나에게 그런 말을 해대다니, 대답은 커녕 해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영어로 뭐냐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두 명의 서양인은 내가 영어권 범위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 지, 짧은 영어로

내게 말을 건넸다. 

Give me the money라니, 이 녀석들의 외양과 껄덕대는 지금의 자세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보았을 때,

이 녀석들은 내가 빚진 사람들이 아니고, 오늘만큼은 블링블링한 나님의 지갑을 상큼하게 털어갈 2인조 강도라는 것을 대충 눈치챘다.

아, 이래서 꾸미고 다니는 게 안 좋은 거였는데 .. ! 

왜? 도대체? Why? 내가 꾸밀 때만 피하고 싶은 녀석들이 나한테 들러 붙는거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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