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화 (66/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예순 두 번째 과외.

*

“이야, 길어질 줄 알았던 교환학생 생활이 오늘부로 끝나는구나.”

어느샌가 시간은 훌쩍 강물처럼 빠르게 흘러가버렸다.

뭔가 버라이어티 했던 프랑스 생활도 3주째에 접어들면서 점점 끝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펜을 잡을 일도 오늘을 끝으로 당분간은 없을 것 같다.

참, 많은 일이 있었어.

프랑스 오카마를 2주 하고도 6일을 여자로 착각하고 관계를 맺기 직전 까지 가지 않나.

소녀들의 28개의 발을 온 몸으로 직접 느끼지 않았나.

어쩌다보니 설리랑 공식적으로 커플로 맺혀지지 않나.

지난 일들은 뒤로하고, 일단 마지막 수업이라도 깔끔하게 풀타임으로 듣기 위해서

나는 오늘만은 잠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교재가 담긴 가방을 어깨에 메고 기숙사의 방문을 열었다.

오늘만큼은 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강의 시작 20분 전부터 천천히 기숙사 밖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 동안 강의시간이 늦을까봐 헐레벌떡거리며 뛰어서 보지 못했던,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도 내 눈에 한 아름 들어왔다.

진작 시간 좀 여유롭게 남겨둘 걸. 

어느 누군가가 말한 ‘천천히 움직이면 못 보던 것도 보인다.’라는 말이 진짜였구나.

나는 주변의 앤티크풍인 건물과 푸른 빛을 뽐내는 식물들을 감상하며 강의실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모두들 안녕! , 응? 다들 눈빛들이 왜 이래?”

나는 강의실 문을 활짝 열고 다시 한 번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나를 손톱에 묻은 때 보다도 더 못한 미생물 취급 하듯이 나를 흘겨보았다.

불과 몇 일전만 해도 날 거의 연예인 못지 않게 관심 갖고 지켜보더니,

이제는 이런 비루한 관심 조차도 주지 않으니 뭔가 마음이 허전했다.

나는 머쓱함을 느낌을 가지고 항상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 교수님이 오기 만을 기다렸다.

‘아, 바로 오시네.’

오래된 문이 귀 따가운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그 열린 틈에서는 내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교수님의 모습이 보였다.

나의 이런 마음을 교수님은 아시기나 하는건지, 묵묵히 출석부에 나열된 이름만 읊어대셨다.

“엠마? 오늘 안 왔나? 흐흠,  김민식?”

“네.”

수 십명의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다가 프랑스에 있지도 않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시고는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부르곤 나를 쳐다보시는 교수님이었다.

“엠마 학생 빼고는 다 왔나보군, 자.. 수업 나가볼ㄲ... 아!”

‘왜 저러시지.’

“민식군, 자네와 관련된 재밌는 기사는 잘 봤네.”

“네? 무슨 말씀이신지,”

교수님은 확실하게 출석체크를 하시고 강의를 진행하려던 도중에 무언가가 떠올랐는 지,

내 이름을 읊으시고는 갑자기 이해 못할 소리만 계속 말씀하셨다.

난 교수님이 하는 말에 이해가 안 가서 계속 ‘네? 네?’만 거리자, 교수님은 껄껄 소리내며 웃으시며 신문을 내게 던져주었다.

 ‘어느 한 동양인의 문란한 생활’

  어젯 밤 어느 한 동양인이 15명의 여자들로부터 반나체인 상태로 도망을 가고 있다.(▲ 사진)

  ( 자세한 내용 생략. )

                                                                                           」

아니, 이럴수가. 

어제 플래쉬 터지는 빛이 내 얼굴을 스치고 섬광처럼 사라지는 것을 느꼈었다.

하지만 그게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었다니,

더군다나 사진 속에 드러난 나의 얼굴에서는 호모로부터 도망치려는 나의 의지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거기다가 기사는 객관성이 드러나 있지 않고 그저 나를 반나체 였단 이유 만으로 각종 정신적 질환과 안 좋은 호칭들을

다 갖다 붙이며 신랄하게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

‘젠장, 이러니까 얘네들이 날 경멸하는 눈빛으로 흘겨보지. 이 더러운 기사.’

난 기사에 충격을 입은 채, 강의를 듣는 둥 마는 둥 듣고난 뒤 교환학생의 마지막 절차를 밟으러

행정실로 갔으나, 거기도 역시나 신문을 읽은 사람들이 즐비했는 지 나를 보자마자 모두 실소를 터뜨려 대기 시작했다.

난 망연자실하며 이것은 오보라며 상황을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워낙 상황이 보통 평범한 상황이 아닌지라 뭐라 말을 못하고 남들의 비웃음을 받으며 쓸쓸히 절차를 밟고 파리대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버리고 무작정 정문 밖으로 나와 기숙사로 걸어갔다.

‘역시 나를 알아주는 건 소녀시대와 에프엑스 밖에 없어. 크흑..’

절차를 밟았어도, 강의 수료만 끝났을 뿐 아직 기숙사에서 퇴원하는 날짜는 5일 정도가 남아서 

가방을 침대 위에다가 던져놓고 바로 소녀들이 있을 호텔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어디보자.. 금마들이 머무르는 곳이 이 근처 였던 것 같은데.”

“야!”

“응? 어! 순규 하이-”

전에 소녀들을 의도치 않게 만났던 복도의 층 수를 어렴풋이 기억해낸 나는 그 근처를 서성거리며 배회했다.

그렇게 행동한 지가 얼마 안되어 내 뒷통수 쪽에서 낯이 익은 얼굴과 많이 들어봄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몇 주전 나와 경기장에서 뜨거운 정사를 나눴던 자칭 ‘애교덩어리’ 순규였다.

아마 다른 여자애들한테는 순규라고 불리면 엄청나게 몸서리를 치며 싫어한다는데,

내가 순규라고 부를 때는 오히려 반기며 빵긋 눈웃음을 날린다.

다만 주먹을 부르는 애교도 과도하게 토해내는 게 흠이긴 하지만.

“다른 애들은?”

“다 방에 있쪄.”

“어억, 너 왜 또 애교부려. 어젠 그렇게 날 골로 보내려고 했으면서..”

“민식이가 귀여운 순규 냅두고 바람 펴서 그랬어용.”

“바람 핀거 아니라니까?”

조금이라도 잊을 만 하면 또 다시 내뱉어지는 ‘바람둥이’ 발언.

그것도 자기네들로는 모자라 남자까지 덮칠려고 했던 나였기에 더 더욱 그 듣기 싫은 소리는 계속해서 내 귓가에 웅얼거려졌다.

여튼, 지금의 순규는 어제 내 복부에 강력한 훅을 선사한 순규는 아닌 듯 하고 그저 애교가 과도하게 넘쳐 흘러 폭포수를 이루는

순규의 모습인 듯 했다.

“그럼 얘들 다 나오라고 해. 관광 시켜줄테니깐.”

“관광? 우린 아직 철저하게 준비 못했는데? 또 혼자 복도에 내비두면 외로울테니 거실에서 TV 보며 기다리고 있어.”

“응.”

순규는 나를 자신들이 머무르고 있는 방으로 안내하며 그 숙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순규의 말에 따르면 여기에는 자신을 제외하고 태연,유리,윤아,파니가 있다고 했다.

뭔가 다섯 명의 여자가 나와 연관성이 있어서 인 지 뜨끔하긴 했지만 마치 그저 친구의 집에 놀러왔다고 생각하며

거리낌없이 거실에 앉았다.

“어?! 푸훕- 민식이네. 푸하핫-”

“왜 웃어?”

나의 물음에 대답 대신 오늘 아침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문을 흔들어 보이는 유리였다.

아니, 저것은 내가 불과 3시간 전에 보고 쇼크를 입었던 그 문제의 신문이 아닌가.

그 때는 기사가 너무 오류성이 짙어서 기사만 읽어보았더만 사진까지 자세히 보니

선명하게 인화되어 나온 건 오직 나 뿐이였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흐릿흐릿하게 보여 얼굴도 분간할 수 없었다.

아흑, 젠장. 왜 나만 이런 몹쓸 상황에 걸리는거야.

나를 비웃던 유리의 웃음소리는 점점 더 그 음량이 커지다가 다른 웃음 소리와 겹치면서 더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어느새 그 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며 폭소를 자아내고 있었다.

‘젠장.. 이거 참 쓸쓸합디다?’

“오빠아아!!”

내가 이 방에 입성했다는 건 어떻게 알았는 지, 유리의 웃음소리는 점점 13명의 웃음소리로 변질되어가고있었다.

고로, 한 두명을 제외하고 나를 주제로 폭소를 터뜨려대고 있는 그녀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들에게서도 쓸쓸한 마음을 느끼며 조용히 아무도 없는 빈 방으로 들어가 빈 침대에 몸을 뉘였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고, 쥐 구멍에도 볕뜰 날이 있다고 ‘오빠’라는 밝은 목소리와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날려주는 설리만이 지금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나의 엔돌핀이 되어주고 있다.

“난 민식이 오빠 사진이 이렇게 나왔어도 오빠가 조아~”

“아흑.. 설리야!! 진짜 내가 격하게 아낀다.”

“꺄악-”

거기다가 다른 소녀들은 모두 그 사진과 기사를 보고 나를 보기만 하면 실소를 머금던데,

설리는 모든 말이 진심인건지, 아닌 지 분간을 못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아우라를 뿜어내며

아픈 나의 마음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듯 쓸쓸한 내 마음 한 구석을 채워주는 그녀였다.

난 그녀의 말에 감동해 그녀의 여린 몸을 와락 끌어 안으면서,

설리의 품의 포근함과 소녀다운 푸른 빛 싱그러움을 한 가득 느끼었다.

“애정표현은 바깥에서 하시지?”

“알았어, 알았어. 설리야 오빠랑 같이 먼저 나가있자.”

“헤헷, 웅.”

“치잇.”

내가 설리에게 감동해 설리를 격하게 끌어안고 있을 때 쯤, 

이런 장면이 보기 싫었는 지 질투가 조금 섞인 듯한 목소리로 수정이가 나와 설리를 노려보며 말하고 있었다.

분명 수정이도 나랑 같이 놀고 싶은 눈치가 한 가득인데, 어제 공식 연인으로 인정받은 설리가 눈엣가시가 되는 지

뭐라 말을 못하고 우리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가끔씩 나와 설리의 애정어린 표현을 방해하는 수정이였다.

거기다가 어제 설리 대신 자기가 손들었다면 내 옆자리에 자기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꽤나 배가 아파보이는 그녀였다.

난 이런 수정이의 생각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골려주기 위해서 설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숙소 밖으로 빠져나와

소녀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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