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예순 한 번째 과외.
황인과는 다른 백인의 위엄에 소녀들은 그 상징을 보고 일동 모두 패닉 상태가 되었다.
나와 한 번 이상은 일을 벌였던 소녀들은 살짝 아니 일부러 놀라는 척 하는 듯 했고,
아직 나와 일을 벌이지 않은 소녀들은 커다란 하얀 소세지가 자신의 눈 앞에서 껄떡거리자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자신의 눈을 가렸다.
그리고 진짜 혐오스러웠는 지, 손가락의 틈을 벌려서 몰래 보는 얌체같은 짓도 하지않았다.
“후아.. 깜짝 놀랐네.. 근데 민식이 너 남자 좋아했어?”
“음!? 뭔 개소리야, 나 게이 혐오한다니까.”
파니는 백인의 위엄에서 벗어나려는 듯 고개를 귀엽게 도리도리 흔들며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가 게이냐는 듯 몰아세우며 날 추궁하는 그녀였다.
나는 소녀들에게 터치당한 곳을 손바닥으로 쓰윽 비비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파니의 게이드립에
평소의 나의 성격은 어디로 증발하고 여태까지 게이한테 당했다는 분노에 정색을 하며 파니의 질문에 대답했다.
“으으.. 김민식 너 진짜 실망이야.”
“으히잇.. 생각하기도 싫다.”
‘다들 정신 줄을 놓기라도 했나, 왜 저렇게 치를 떨어. 특히 나와 몸 섞은 애들.’
내가 파니에게 정색모드로 대답한 뒤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유리와 써니가 치를 떨며
실망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에 반응이라도 하듯, 소녀들은 하나 둘 씩 ‘너 좀 실망임.’이라는 뜻을 함축한 듯한 표정으로
매섭게 나를 쳐다보며 치를 떨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 나 정말 니네들이 상상한 짓 안했어! 오히려 저 놈이 날 속인거라고!”
나는 나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녀들의 행동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해,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하며 온 몸으로 진심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녀들의 눈빛은 바뀔 줄을 모르고 나를 향해 꽂혀있었다.
“야, 너.”
“응?”
“그냥 집에 가라.”
// 후다닥 - //
나의 변명을 담담하게 들은 제시카는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거리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알렉스를 쳐다보고는 특유의 시크한 말투로 그에게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알렉스는 지금이 기회인 것 같은 생각을 했는 지 매우 빠른 속도로 내 방에서 도망쳤다.
“자, 이제 외부인도 나갔으니 제대로 몸 좀 풀어볼까.”
써니가 어금니를 꽉 문 목소리와 우드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잠시 고통에서 숨을 돌리고 있는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써니를 선두로 뒤에 있던 소녀들도 점점 정색인 채로 내게 걸어왔다.
난 무섭게 다가오는 그녀들을 보며 10분 뒤 나의 미래를 상상해보았고, 그 미래는 참으로 암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 자유로운 상상도 잠시, 써니의 묵직한 라이트 훅이 내 허리에 꽂혔고 그 공격을 시작으로 나는 점차 샌드백이 되어갔다.
*
“여신님들, 진짜로 반성합니다요. 다시 한 번 이런 불상사가 생긴다면 그 때는 진짜 알아서 할복할게요.”
“할복할 것 까지는 없고, 한 번 더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우리가 널 그 자리에서 즉시 처리할테니 잘 알아둬.”
“네. 알겠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니 아무 말 안할게요.”
10분 동안의 묵직한 손놀림 끝에 온 몸이 피떡이 된 나는 더 이상 쳐맞다간 생명 유지에도 금이 갈 것 같아,
맞으면서 천천히 무릎을 꿇고 팔을 위로 번쩍 들어 소녀들에게 곧바로 사과를 구했다.
그러자 소녀들은 때리는 것을 그만두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뒤로 물러난 뒤, 침대에 앉아서 다리를 꼬거나
서서 팔짱을 낀 채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의 진심어린 사과에 소녀들을 대표해서 태연이 내 앞에 나타나 한 번 더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그 땐
진짜로 죽일 거라고 거의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하고 다시 뒤로 물러나갔다.
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여전히 존댓말을 한 채로 묵묵히 땅바닥만 쳐다보았다.
‘하아.. 다시는 바람 피지 말아야 겠ㄷ... 어? 근데,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해야 되지..? 딱히 나보고 사귀자고 대놓고 말한 얘들은 없잖아..?’
그냥 가만히 소녀들에게 사죄를 하고 잠시 찌그러져 있으면 풀릴 일인데,
갑자기 볍씨같은 생각이 나의 뇌리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이것도 그냥 생각만 하면 될 걸, 그 새를 못 참아 나는 생각을 바로 소녀들 앞에서 내뱉었다.
“근데.. 왜 내가 다른 여자애들 만나면 안 돼?, 내가 니네들이랑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
“으응?”
그러자 나의 예상과는 달리 소녀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후훗, 잘만 하면 상황도 뒤집을 수 있겠군’이라는 생각을 하며
중앙대학교 2학년 재학생의 혼을 내 입에다가 빙의시켜 그녀들에게 내 주장을 퍼부었다.
“그..그건..”
‘훗, 나의 승리다!’
“오빠!!”
역시나 내 주장을 그녀들에게 논리적으로 퍼부어대자, 그녀들은 계속해서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고
이 논쟁은 나의 승리로 기울어졌을 때, 마치 조커라도 되는 듯 설리가 나를 부르며 손을 번쩍 들었다.
“응?”
“히힛, 나 오빠 좋아해!!”
‘!!!!!!!!!’
설리는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말을 내게 던졌다.
그것도 자신 특유의 해맑고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찡긋 날리면서 말이다.
방금 설리가 날린 그 말은 장난스러운 농담보단 소녀의 순수함이 묻어나오는 수줍은 고백이였다.
“아니, 나도 너 좋아하고 모두 다 좋아해..”
“응! 알아. 히힛, 근데 난 오빠 사랑해 -”
“...”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아니, 그냥 통상적인 호감 표시도 아니고 무려 눈웃음을 휘날리면서까지 날리는 사랑스러운 고백이라니.
내 쪽으로 기우는 듯한 승세는 패색이 짙은 소녀들에게 돌아왔고,
이로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이 되어버렸다.
“그래, 우리가 널 때린 이유는 다 설리 때문이었어.”
“맞아,맞아. 우린 다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더 맞자.”
소녀들은 설리가 내게 고백을 날리고 그 뒤로 충격을 받은 듯 벙쪄있는 나의 모습을 보자
옳다거니 하며 승냥이떼 처럼 다시 내게 천천히 다가오며 말을 했다.
그리고 내가 설리의 고백에 딱히 거절을 하는 듯한 표현을 하지 않았기에,
무작정 그녀들은 나와 설리를 공식적인 연인으로 취급하며 애인을 상처받게 했으니 넌 더 맞아도 싸다.
라는 등등 다양한 이유를 대면서 다시 나의 몸에 묵직한 주먹들을 꽂기 시작했다.
특히 나와 한 번 이상은 몸을 뒤섞은 그녀들의 주먹은 유난히도 매웠다.
*
“아!! 진짜 잘못했어!! 진짜 다시는 안 그럴게! 아악!!”
때린 데 또 때려도 아프고, 그래서 일점사가 아프고, 그래서 난 아까 맞은 것보다 더 고통을 억세게 느꼈다.
그러자 살고자 하는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타올랐고, 곧바로 손바닥이 열이 나도록 싹싹 빌며
마음에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말이 곰국처럼 우러나왔다.
“그럼 용서를 해주는 대신 뭐 해줄 껀데?”
“내가 너네들 보다 파리는 더 오랫동안 있었으니, 파리 명소 관광 시켜줄게.”
“콜.”
다시 그녀들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고,
나는 고통이 남아있는 흔적들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프랑스 파리를 구경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흔쾌히 모두 이구동성으로 ‘콜’을 외치며 원래의 밝은 소녀들의 모습들로 돌아왔다.
“내일이 수업 마지막 날이니깐, 수업 끝나고 기숙사는 좀 그렇고 너네 호텔에서 보자.”
“알았어, 그럼 내일 봐. 상처엔 후세인이니 그것도 바르고.”
상처 걱정이라니, 껄껄. 참으로 고마운 소녀들이었다.
나는 쓰디 쓴 웃음을 지으며 내 방을 하나 둘 씩 떠나가는 소녀들을 배웅해주었다.
“응? 설리야, 너 안 가고 뭐해.”
“헤헤, 나 여기서 자고 갈래.”
“다른 멤버들이 걱정을 할 것 같은데,”
“최진리!! 어서 안 튀어나와?”
“히잉.. 수연언니..”
그렇게 소녀들을 거의 다 보내고 이제 좀 쉬려고 현관에서 거실로 다시 걸어갔을 때,
설리가 아직까지도 거실에 있는 모습을 보고 왜 아직도 안 나갔냐고 물어보자,
설리는 귀여운 웃음을 지어내면서 여기서 자고 가겠다고 투정을 부렸다.
나는 그런 설리의 모습에 그녀를 여기서 재우고 보내고 싶었으나, 곧바로 현관에서 들려오는
제시카의 샤우팅에 설리는 기가 죽은 듯한 목소리로 제시카의 이름을 나지막히 부르곤 마지막으로 내 방에서 떠나갔다.
나는 내 방을 꽉 채웠던 그녀들을 다 보내자,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 안도감은 눈 깜짝할 새에 노곤함으로 바뀌어 내 몸을 덮쳐왔고, 난 그것을 못 버텨 곧바로 침대 위로 올라가서
깊은 잠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