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쉰 여덟 번째 과외 .
다시, 몇 시간 뒤.
“지금 온데?”
“응. 유리언니가 문자보냈어, 곧 저 문에서 나올거야.”
지금 에프엑스는 방금 파리에 도착한 소녀시대를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13번 게이트 난간에서 몸을 기대고 9명의 실루엣이 보이기만을 학수고대했다.
수정이는 기다리기가 좀 지루한 지 연신 입을 뻐끔거리며 하품을 했다.
설리는 그런 수정이를 보며 어깨를 토닥거리고 다시 게이트 쪽을 지켜봤다.
“설리이이.”
“응?”
“저기, 소시애들 맞지?”
귀엽게 옆으로 머리를 포니테일식으로 묶은 빅토리아가 지루해서 잠시 딴 짓을 하고있는 설리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
게이트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설리가 그 쪽을 향해 시선을 옮겨보니, 과연 그녀의 말대로 낯이 익숙한 아홉 명의
실루엣이 자신이 소유한 캐리어를 끌고 에프엑스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언냐들 하이루!!”
“음? 설리구나. 그새 피부가 좋아졌네!”
“피부 좋아진건 오히려 유리언니구만. 히잉.. 난 여기와서 쉴 줄 알았더니 스트레스만 받아서 푸석푸석해졌어.”
“괜찮아, 우리들이 해결해주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 아니겠니?”
설리는 제일 먼저 소녀시대 멤버들 중에선 가장 친한 유리언니에게 달려가며 그녀를 진심으로 반겼다.
유리도 자신에게 귀여운 얼굴로 다가오는 설리를 진심으로 감싸안았다.
그리고 한 치의 쉴 틈도 없이 바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설리야.”
“네? 순규언니?”
“야! 순규라고 부르지 말라니깐! 흐흠, 어쨌든 김민식 걔는 지금 어딨어?”
“아마도 캠퍼스에 있을걸요?”
유리와의 오랜만의 해후를 푸는 설리에게 써니가 다가가 짧게 말을 걸었다.
설리는 곧바로 그녀의 말에 반응을 했고, 써니는 프랑스에 발을 디딘 지 얼마도 안되서 민식을 찾기 시작했다.
써니의 말에 설리는 민식이 오랫동안 있을 만한 곳은 캠퍼스 밖에는 없다고 생각해 대충 둘러댔다.
“그럼 캠퍼스로 곧장 가자.”
“캠퍼스요? 짐은..?”
“당연히.. 놓고가야겠지. 그럼 일단 호텔로 빨리가서 짐 놓고 바로 캠퍼스로 가는거야!”
써니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의 상체만한 캐리어를 끌고 공항 밖으로 달려나갔다.
선봉장으로 먼저 가는 써니의 모습에 다른 멤버들도 똑딱대는 힐굽소리를 내며 써니를 뒤따라갔다.
*
“여기가 바람둥이가 있는 그 대학교야?”
“피힛, 바람둥이라니.”
“바람둥이 맞잖아. 우리를 냅두고 딴 여자에 한 눈을 팔았으니 갸는 그냥 맞아도 싸.”
“푸핫, 순규의 말이 맞는 것 같아.”
“순규라고 부르지 말라니깐 !?”
파리대학교의 정문에서 당찬 모습을 지닌 14명의 소녀들의 실루엣이 눈 앞에 들어왔다.
갑작스런 그녀들의 등장에 주변에 있던 행인들은 그녀들에게 이목을 집중했다.
“근데 경비를 어떻게 뚫지?”
“나만 믿고 따라와.”
유리는 정문 앞에 굳건히 서있는 경비원들을 보고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유리와 같이 그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써니는 자신있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카라처럼 당당하게 정문을 향해 걸었다.
“아! 파니야.”
“웅?”
“너도 나랑 같이 정문으로 가자.”
“왱?”
“니가 통역을 해야 될 거 아니야, 민식이 안 보고 싶어?”
“보고싶징! 알았서, 통역할겡!”
써니는 자신있는 걸음걸이로 정문 쪽으로 걸어가다 말고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세우고 파니를 불렀다.
파니는 써니와 몇 번의 대화를 나누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며 써니와 함께 제일 선두로 앞장서서 정문을 향해 걸었다.
“잠깐! 파리대 학생 신분증을 제시해주세요.”
“히잇, 시작이구나. 파니야 잘 통역해줘.”
“우웅, 나만 믿어.”
역시나 써니의 예감과 별 다른 차이 없이 파리대로 쳐들어갈 기세로 다가오는 그녀들을 한 경비원이 제지를 했다.
그리고 학생임을 알려달라는 신분증을 제시해달라는 경비원의 말에 써니는 슬슬 입을 푸는 운동을 하며 파니에게 말했다.
파니도 아이우에오 입모양을 지으며 써니의 말에 대답했다.
“저희가 한국에서 프랑스로 잠시 여행 차 들렸는데요, 여기 '김민식'이라는 학생이 교환학생인 신분으로 재학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반가움에 이 곳으로 걸어왔는데요. 갸에 관한 소식을 들어보니, 갸가 이렇게나 많은 14명의 친구를 버리고
한 명의 프랑스 여대생에게 빠졌다네요. 일명 음, 바람 맞은거죠.. 그래서 간단한 복수를 하기 위해, 잠시 양해 좀 구할려고
하는 데 괜찮죠? 재학생들에겐 피해 안 가게 할게요~ . 흐아.. 파니야 통역해줘, 애절하게 말하는 거 잊지말고. 알았지?”
“웅, 나만 믿어. 흐흠, 저희가요.. 한국에서 프랑스로 잠시 여행 차 들린건데요.. 파리대에 '김민식' 학생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움에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소문을 들으니까 걔가 어떤 여학생이랑 여기서 바람을 피고 있다네요.. 저를 포함해서
옆에 있는 얘랑 저..저기 뒤에 있는 12명까지 배신하면서요.. 그래서.. 걔를 좀 혼내고 싶은데..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피해 안 가게 할테니까.. 네?”
“얘기를 듣자하니, 아가씨들이 참 딱하군. 내 이번만 눈 감아 줄테니, 그 '김민식'이라는 학생, 아주 바람 못 피게 혼을 내줘요!”
“진짜요..? 감사합니다!”
써니가 말하고 파니가 애절하게 통역하는 둘의 합동 콤비네이션에 경비원은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굳은 살이 많이 박힌 자신의 검지손가락으로 눈가를 비비적거리며 눈시울을 서서히 붉혀가는 것을 보아하니,
같잖은 티파니의 연기가 어느정도 프랑스인의 감성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나보다.
파니도 자신의 어설픈 발연기가 통하자,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으며 기뻐했다.
“너의 발연기가 통할 때도 있다니, 정말 쥐 구멍에 볕 뜨는 격이구나.”
“히히, 나도 놀랐어.”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제시카가 정말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티파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티파니도 멋쩍은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반응에 대꾸했다.
***
“어? 민식이 왔구나! 어서 와.”
“꺄아악, 너 오늘따라 더 잘생겨진 것 같애. 어쩜 좋니-”
어이쿠, 이 놈의 인기는 점점 식어갈 줄을 모르는 구만.
처음에는 내가 혼자 동양인이라서 애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엠마와 더 친하게 지낼 수록
나에게 관심을 표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만 갔다.
여학생들의 인기를 받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남학생들도 점점 내게 호감을 가지며 대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짧은 기간 사이에 많은 영어로 된 질문을 받아내느라 영어 실력이 미묘하게나마 상승한 것 같았다.
오늘도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하루 전 보다 더 열화인 반응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런 반응 때문에 나의 태도가 점점 안이해지기 시작했지만, 그러지 않도록 어느정도 노력을 하기 때문에 인기에 비교하여
안이해져가는 게 덜한 편이었다.
그렇게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받아가며 나는 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몇 번 꾸벅 꾸벅 졸다가 타임리프가 되는 경우도
가끔 있었긴 있었지만, 나는 쿨한 남자이므로 가볍게 넘어가려고 했고 엠마도 이런 내 모습에 이미 적응이 되어가는 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흠냐.. 또 수업 끝난거야?”
“응..”
“오늘도 필기를 못해버렸네, 에힛. 엠마야 또 빌려줄 수 있지?”
“음.. 글쎄?”
엠마는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더 이상의 대답을 않고 나의 존재를 잠깐 무시하며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녀의 뒤꽁무니를 쫒아다니며 노트를 빌려달라고 거의 부탁 아닌 부탁까지 했고, 그녀는 내게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광장에 펼쳐져있는 넓은 잔디밭에서 필기를 다 하고 가라는 것이 그 조건이였다.
난 흔쾌히 수락을 했고, 우리는 곧바로 잔디밭을 향해 걸어갔다.
“엠마야 잠깐만 기다려, 금방 필기하고 여기서 줄게-”
“응.”
// 웅성- 웅성- //
‘무슨 소리지.. 또 나 때문인가..? 아, 나란 남자는 도대체 어찌할 수 없군.’
나는 국산 샤프펜슬을 들고 필기하고 있는 도중에 주변에서 소리있는 아우성이 들려오자,
또 나의 존재감에 사람들이 반응하는건가 라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니 나의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닌
저 건너편에서 웅성대는 소리였다.
‘나 때문에 웅성대는 게 아니었구나, 도대체 어떤 자가 납시었길래 저렇게 요란스러운지 확인해봐야겠다.’
“엠마야, 나 저기 잠시 갔다 올게.”
“응!”
나는 교수님에게 과제용으로 받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엠마에게 잠시 저기를 구경하다 오겠다고 말하고
곧장 발걸음을 둘러싸여져 즉 ‘화제집중’이 된 그 곳을 향해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그리고 그 무리에 가까이 다가가 많은 인파를 뚫으며 무리의 앞줄까지 자리를 옮겨 화제집중이 된 사람들의 면목을 샅샅이 쳐다보았다.
‘이런 된장! 소녀시대 애들이 여기 왜 있어?! 어쨌든 지금 들키면 뭐 되겠다.. 잠시 도망가야지.’
“어? 언니들, 저기 저 사람 민식오빠 아니에요?!”
“...”
아니, 이럴수가. 신이시여 지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아무리 눈을 비비적거리며 그 존재를 부정해보려 해도 내 눈 앞에 보이는 낯이 익숙한 14명의 얼굴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상황판단과 눈치가 적절하게 빠른 저는 어서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보려 합니다.
나는 소녀시대와 에프엑스 애들이 아직 눈치를 못 챈 걸 알아채서 슬금슬금 인파 사이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신은 내 편은 들어주지 않았는 지, 내 뒷통수 쪽에서 머리 좋고 눈도 좋은 막둥이 서현이가 자신의 레이더망에 내가 포착되었는 지
나를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덕분에 난 그녀들에게나 무리들에게나 이목이 집중되었고, 난 당황스러움에 몸이 굳은 사람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