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쉰 여섯 번째 과외 .
***
다시 몇 일후.
“오늘부로 프랑스에 있는 스케쥴을 죄다 끝났으니 노는 거겠지?”
“아무래도 그러겠지?”
파리의 어느 한 클럽에서 무대를 마치고 나온 다섯 명의 소녀들은 목과 어깨를 움직이며
지친 심신을 프랑스 파리 번화가에 위치한 어느 피부관리샵에서 풀고있었다.
물론 이것도 스케쥴과 관련된 기업에서 협찬해준 장소이어서 일정에 들어가기 하지만,
에프엑스의 체력을 재충전하는 곳으로는 딱 알맞은 곳이었다.
“그럼 유리언니가 부탁한 것처럼 민식 오빠 미행이나 해볼까.”
“미행? 오빠 감시하자고?”
“응. 저번 일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오빠가 바람피는 건 가만히 볼 수 없는 짓이야.”
“설리 네 말이 옳아. 어서 발을 놀리자. 언니들 우리 파리대 갔다올게-”
빅토리아,엠버,루나에게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문을 간단히 열며 샵에서 빠져나오는
낭랑 17세 라인인 수정이와 설리.
앞으로 그녀들에게 프랑스에서의 스케쥴은 없었지만, 유리가 부탁한 임무는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민식이 바람피는 지 안 피는 지 감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군다나 저번에 있던 일이 거슬렸던 터라 더욱 미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해지는 설리와 수정이었다.
아직까진 축제기간 이었기에 출입이 자유로운 설리와 수정은 별 문제 없이 민식이 있는 파리대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분수대 근처에서 그 서양 애랑 놀고 있겠지?”
“에이.. 설리야, 그럴리가..”
설리와 수정이는 분수대 근처를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찾기가 잠시 힘들었는 지 벤치에 앉아
잠시 민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설리는 턱을 괴고 곰곰히 생각하며 여기 근처에 민식이 있을 거라 대충 추측을 해봤다.
수정이는 근거없는 추측을 하는 설리의 어깨를 툭 건드리면서 설마라는 생각에 주위를 다시 한 번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역시나, 설마가 사실이 되어 버린 다는 말이 틀린 게 없었다.
분명히 설리를 나무라며 고개를 두리번 거렸는데, 100미터가 안 되는 곳에서 민식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설리야.. 저기 민식이오빠 아냐!?”
“잠깐, 지갑 좀 보ㄱ..뭐라고!?”
수정이의 놀란 어투에 가방에 있는 지갑을 꺼내려 했던 설리는 고개를 훽 돌리며,
수정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초점을 맞췄다.
“헤에- 진짜네. 얼른 따라가자!”
“근데 저기 전에 본 여자가 있는데?”
“뭔 상관이야. 일단 우리는 대화를 거는 게 아니고 미행하는 거잖아. 미행.”
“하긴 그렇구나. 어서 가자-”
그녀들은 최대한 자신들이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가방에다 숨겨둔
새까만 패션 선글라스를 끼고서 졸래졸래 민식의 뒤꽁무니를 쫓기 시작했다.
“저 여자하고 민식이 오빠, 진짜 친한 것 같아. 여친이라도 되나?”
“설마..”
“함 물어보까?”
민식과 엠마가 지나치도록 사이좋게 구는 모습에 질투심이 생성된 듯한 설리와 수정이는
민식에게 실망감이 엄청나게 들었지만, 그렇다고 엠마가 여자친구 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별로 화를 내지않았다.
하지만 설리는 눈에 보이는 이 파노라마들을 자신의 주관적 의견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 둘의 사정을 알고
있을만하고 영문과 교재를 들고 있는 서양 여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기요?”
“네?”
“저기 걸어가는 남자와 여자 두 분 있잖아요.”
“아, 민식 군과 엠마 양 말씀하시는 거예요?”
설리는 그들의 존재를 아는 서양 여학생을 보고 흠칫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민식이 프랑스 파리대 학과에서 입지가 이 정도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입은 듯한 설리였다.
그래도, 최대한 충격을 별로 못 받았다는 표정으로 다시 연기하며 그녀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날렸다.
“네. 혹시 둘이 무슨 사이가 되는 지 혹시 아시나요?”
“음.. 제가 들은 소문으로는, 사귄다는 얘기도 있던 것 같은데.”
“...!!”
“무슨 일이라도..”
“아..아니예요. 바쁘신 것 같은데 시간 소비하게 한 것 같아서 죄송해요.”
그렇게 설리가 붙잡은 여대생은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며 점점 그녀와 멀어졌다.
잠시 여대생의 입 밖에서 튀어나온 충격적인 발언에 설리는 정색인 표정으로 망부석처럼 멈춰있었다.
“설리야, 저 사람이 뭐래?”
“... 수정아...”
수정이는 설리가 가만히 서있기만 하길래 도대체 왜 저런 행동을 보일까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여학생이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설리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설리는 수정이를 침울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나즈막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 선에선 해결 안 날것 같다. 언니들한테 전화하자.”
“혹시 민식오빠가 여친이라도 만든거야?”
“응.”
“... 바로 전화 때려.”
설리의 침울한 표정에서 나온 실망 섞인 어투에 수정이도 곧 표정에 약간의 슬픔이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색의 차가운 슬픔들은 다시 새파란 얼음이 되었다.
시크해진 수정이의 말에 설리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9명의 그녀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오늘은 다 스케쥴 없다!! 꺄아악-”
‘♩, ♪- ♬-’
“무슨 전화지?”
여기는 일본 진출에 대비해 스케쥴에 공백이 생겨 하이톤의 환호가 가득한 소녀시대 숙소.
그 중에서 유리는 다른 멤버들보다도 더 많이 기뻐했다.
그런 그녀의 핸드폰에서 울려퍼지는 초저녁의 시끄러운 벨소리에 주인인 유리 말고도 다른 멤버들의 이목도 집중되었다.
“여보세요?”
〔언니!!〕
유리는 자신의 귓가를 찌를듯이 퍼져오는 다급한 설리의 목소리에 살짝 표정을 찡그렸다.
“왜?”
〔우려했던 일이 터졌어요!〕
흥분을 감추지를 못하는 듯, 설리는 고조된 목소리로 계속해서 유리의 귀를 찌를듯이 통화했다.
유리는 핸드폰에서 터지는 설리의 목소리가 시끄러운 나머지 잠시 볼륨을 낮춘 뒤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갖다댔다.
“무슨 일인데?”
〔미..민식오빠가 요즘 낌새가 수상해서 미행하고 있었는데, 같은 학과 학생한테 물어보니까 엠마라는 학생이랑
사귀고 있대요!〕
“뭐라고?! 설리야. 잠깐만 전화 좀 끊어봐.”
민식이 프랑스로 떠나가기 전에 그렇게 그런 행동을 벌이지 말라고 일러뒀건만,
설리와의 통화를 통해 끝까지 안 듣고 싶었던 말을 들어버린 유리였다.
그리고 곧바로 온천수같이 샘솟는 민식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
무색의 연기만 자욱한 그녀의 아우라가 공기를 녹일 듯이 느껴져왔다.
또한 자신만 이 사실을 알 수 없는 터,
유리는 통화 때문에 잠시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가 통화를 끊고 곧바로 거실로 다시 움직였다.
“유리야, 무슨 일이길래. 왜 이렇게 성난 표정을 지어.”
“음, 그 이유를 지금 말할려고.”
유리는 민식이 벌인 행동에 약간 열이 받았는 지, 약간 붉어진 표정으로 거실로 와버렸다.
수줍어하는 표정도 아니고 뭔가 핏줄이 설 것 같은 유리의 모습에 써니는 곧바로 그녀에게 반응을 보이며 이유를 물어봤다.
유리는 써니의 말에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지금 이러는 이유를 곧바로 말하려고 준비했다.
“아까 전화가 프랑스에 가있는 설리의 전화였어.”
“!”
설리의 전화였다는 말에, 곧바로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이는 태연,써니,윤아 그리고 파니였다.
다른 멤버들은 그게 뭐 어쩌냐는 식으로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유리를 쳐다보았다.
“설리가 프랑스 가서 민식이를 봤는 데, 걔가 어떤 여자랑 사귀고 있대.”
“뭐?!”
최대한 배신감을 참아봤는 데, 피어오르는 진홍의 분노를 억누를 순 없는지 어금니를 꽉 누르고 멤버들에게 말하는 유리였다.
써니는 유리의 말에 바로 반응을 표출해내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공부하라고 보내줬더니, 영어공부는 안 하고 여자공부를 하고 있어?”
“그런가봐.”
2NE1처럼 상관 안.한.다는 절대로 보일 수 없는 그녀들이었다.
곧바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민식에게 배신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그녀들.
특히 써니는 곧 찾아가서 죽여버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유리에게 말을 하며 민식을 비아냥거리더니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누구한테 전화걸어?”
“삼촌한테, 기다려봐. 곧바로 너네들이랑 같이 10박 11일 프랑스로 휴가 떠날꺼니깐.”
유리는 잠시 써니의 삼촌이 누구일 지 생각해봤다.
써니의 삼촌이라면, 자신이 소속되어있는 SM의 명실상부한 CEO 이수만이었다.
유리는 이수만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써니의 모습을 보며,
아무리 조카라고 해도 그렇게 쉽게 프랑스로 휴가를 보내줄까.. 라고 의심했다.
〔여보세요?〕
“삼촌, 에프엑스만 프랑스로 보내주지말고 우리도 보내줘. 그리고 에프엑스 만으로 한국의 여자아이돌을 느낄 수 있겠어?
적어도 우리 정돈 되야. 한국의 여자가수이구나.. 라고 느낄 수 있는거지.”
〔통화 초장부터 프랑스로 가야된다고 떼를 쓰다니. 스케쥴 보고 고려해보마.〕
“스케쥴? 우리 9명 모두 20일동안 일정 없어서 괜찮을 듯 싶은데?”
써니의 핸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이수만의 목소리는 많이 당황한 듯 들렸다.
그도 그럴것이, 오랜만에 자신에게 전화를 거는 써니가 초장부터 프랑스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으니 말이다.
이수만은 소녀시대의 일정을 잠시 확인하는 듯하고 이제 열심히 활동해준 소녀시대에게 잠시 휴가를 줘볼까 생각해보았다.
〔음, 너네들 많이 해외로 가고싶었구나. 그래, 프랑스 갔다와라.〕
“진짜지? 약속 물리기 없기.”
〔그래, 티켓 끊어 놓을테니 내일 당장 가. 기자들 오는 일 없게.〕
“내일? 알았어요. 사랑해요 삼촌!”
의외로 쿨하게 수락하는 수만의 모습에 써니는 의외라는 식의 말투를 지어냈다.
그리고 곧바로 삼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는 써니였다.
“어떻게 됐어?”
“얘들아. 짐싸!”
써니의 기쁨 어린 말에 이번 만큼은 소녀시대 9명 모두 기뻐했다.
휴가라는 의미로 기뻐하기도 했고,
제멋대로 바람을 핀 민식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기뻐하는 그녀들이였다.
***
“오늘은 나 안잤다? 여기 인증으로 필기한 거.”
“그래, 안 잔대신.. 계속 졸긴 했잖아.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필기체가 바로 그 증거고.”
“쩝.. 들켰네.”
오늘만은 엠마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 강의시간에 잠을 안 자고 버텨댔는데,
역시나 내가 필기한 여러 부분을 볼펜으로 찍으며 허약한 필기부분만 꼬집는 엠마였다.
“오늘은 카페에 가서 커피 좀 마실까?”
“커피? 파리지앵이 마시는 그 커피?”
“음. 따진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
“프랑스에서 한 번도 커피 안 마셔봤는데 오늘 마셔볼까.”
나는 책상 구석에 대충 걸쳐놓은 갈색 빛의 크로스백을 메고,
오늘따라 더욱 여성미가 풀풀 넘치는 엠마의 뒤꽁무니를 쫒으며 왠지 오래되어 보이는 커피집 안으로 들어가서
햇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자리에 앉았다.
“여기 커피집이 얼마나 됬는 지 알아?”
“음, 10년?”
“푸훗, 10년? 그 열 배야.”
헐, 100년이나 된 건물이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10년 된 건물처럼 관리를 잘 해 놓은거야.
한국과 다르게 유럽은 오래 된 건물이 많은 것을 잘 알지만, 막상 눈으로 보고나니 놀라울 따름이였다.
우리나라도 한옥이나 오래된 집 같은 것 부시지 말고 잘 보존해서 나중에 문화재로 삼아야 할텐데.
갑작스럽게 우리나라에 대해 씁쓸함이 느껴졌다.
“음. 우리학교도 오래되어 보이던데, 파리대는 언제 지었어?”
“이제 5년 뒤면 800년 찍어.”
커피가 나오기 전에 미리 깨작깨작 먹고 있었던 바게트 빵 파편을 그녀의 얼굴에 분사할 뻔했다.
800년이라면, 완전 ‘역사의 산물’중에서도 최상급 산물이라고 봐도 될 정도잖아.
프랑스의 건물을 보존하는 모습에 대해서 너무 충격을 받은 나는 어서 내 식도에서 따뜻한 커피가 흘러내리기만을 빌었다.
“여기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 스읍 - //
나는 긴 금발 머리의 웨이트리스가 커피를 서빙해주자, 한국에서 먹었던 것처럼 게걸스럽게 마시려고 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로 내 스스로 결심한 터라, 커피를 홀짝홀짝 30분동안 엠마와 대화를 나누며
전부 마신 뒤, 100년이나 되었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커피집을 빠져나왔다.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시내에 나온 겸 해서 밥도 좀 먹을려고, 밥은 내가 쏠게. 엠마야 네가 맛집 좀 추천해줘.”
“푸훗, 알았어. 그럼 나를 잘 따라와-”
엠마의 몸에 오른쪽 마우스를 누르고 ‘캐릭터 따라가기’를 클릭이라도 한 것 처럼,
나는 엠마의 이동경로를 따라서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녀의 구두 굽 소리가 멈춘 곳은 어느 길거리의 평범하고도 아늑한 카페테리아.
아까 뜨겁게 먹었던 커피 뿐만 아니라, 샌드위치 라거나 와플, 그리고 스테이크 까지 요리가 되는 식당이었다.
나는 메뉴를 시키고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녔을 때 가정시간에 배운 서양 정찬 식사 매너를 급하게 떠올렸다.
음, 이것은 전채 요리용이고 이것은 메인 요리 전용, 이것은 후식 전용.
아따, 허벌나게 컴플렉스(Complex)한 서양 식사 예절이다.
“맛있게 드세요.”
커피 카페에선 다르게, 웨이터가 서빙카를 끌고 오며 나와 엠마 앞에 전채 ( 에피타이저 ) 요리를 갔다주었다.
그리고 몇 분 뒤 메인 요리가 등장하고 몇 십분이 지나서 메인 요리를 해치우니 디저트가 나와 나의 인공조미료에 찌들었던
혀를 정화시켜주었다.
“아, 맛있게 잘 먹었다.”
나는 스테이크를 처리하고 수제 아이스크림으로 달콤함을 느낀 다음, 채워지는 포만감에 위가 있는 부분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리고 미처 보지 못했던 계산서의 내용을 확인했다.
‘10만 5천원’
나같은 가난한 서민 대학생으로서는 코가 뻥 뚫리고 눈이 확 뜨이고 소름이 돋을 고가의 가격이었다.
정식이라고 불리는 것도 고작 와인 잔에 담긴 물 한 잔과 메인,에피타이저,디저트 3개 밖에 안 먹었는 데
1인분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싼 지 난 의문이 갔다.
“음..가격이 좀 비싸네.”
“좀 부담 가는 것 같으니가 더치페이 할래?”
엠마가 진심으로 같이 나눠서 계산할 것 같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갑작스레 엠마가 사랑스러운 천사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나는 애써 쿨 한척을 해보지만, 프랑 지폐를 지갑에서 꺼내며 손이 떨리는 건 부정할 수 없었던 사실이었다.
엠마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올리며 대인배답게 식비의 반 값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
“엠마야..”
나의 손은 어느샌가 엠마의 매끄러운 턱선을 휘어잡고 있었다.
그리고 나즈막히 불러보는 매혹적인 금발을 소유한 그녀의 이름 두 자.
엠마는 나를 영롱한 눈빛으로 지그시 쳐다보았다.
“난 너와 더 이상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아.”
나는 진득한 눈빛으로 호수같은 그녀의 눈망울을 지그시 쳐다보며 얼굴을 점점 그대로 갖다댔다.
엠마의 동공은 작은 호숫가에 조약돌이라도 던진 듯 부르르 떨렸다.
엠마에게 말하는 나의 말투엔 약간의 의도적인 숨결이 서려있는 듯 했다.
“지금은 안 돼.”
그녀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의 다가옴을 막고, 단호한 어조로 내게 말을 했다.
나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입술을 검지와 중지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왜?”
“아직은 내가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민식아, 모레에 학교에서 어색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자.”
엠마는 의자 위에 놓여진 자신의 가방을 하얗고 기다란 손으로 잡고는 서두른 발걸음으로 나의 기숙사 방에서 빠져나왔다.
역시나 식사 때 물인 줄 알고 마셨던 화이트 와인이 지금의 행동을 벌인 화근이 된 것 같았다.
아직도 손으로 내 뺨을 살짝 만지작거려보면 체온보단 더 따스한 느낌이 드는게 확실히 내가 취기가 살짝 오른 듯했다.
하지만 방금 엠마에게 했던 내 고백은 단순히 취기 때문에 용기내서 한 고백은 아니었다.
가스레인지에 내 고백을 물에다가 담구고 부글부글 끓이면 어느정도 나의 진심이 우러나왔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거절이 더욱이 나의 마음을 씁쓸하게 후벼팠다.
***
“흐윽.. 오빠가 날 두고 바람 폈어..”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흩날리던 분수대 앞에서 수정이의 마음에는 두 개의 못이 박힌 듯 했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절제할 수는 없었던 지, 수정이는 설리에게 소녀시대 언니들에게 모든 것을 일러 바치라는 소리를 했고,
설리는 수정이의 냉소적인 말투에 곧바로 그녀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건 뒤, 설리와 수정이는 곧바로 자신들이 머무르는 호텔로 향했다.
그리고 그 둘은 아까 받은 충격을 모두 눈물로 승화시켰다.
마침내 겨우겨우 버텨냈던 그녀들의 감정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고 만 것이였다.
도화선에 지펴진 불꽃은 빠르게 폭약의 심지 끝 부분을 향해 달려갔고, 그 뒤로 그 불꽃은 심지 끝과 닿으며 순식간에 폭발했다.
그 뒤로 3일 뒤,
// ♪ - //
오늘도 여지없이 프랑스에서의 행사를 끝낸 그녀들에게 한 통의 전화가 울려왔다.
수정이는 자신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벨소리를 듣고 곧장 그 곳으로 걸어갔다.
“여보세요?”
“우리 사랑하는 수정이, 프랑스에서 잘 감시했어?”
수정이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유리였다.
역시나 ‘프랑스에서 어땠니?’라는 일상적인 질문보다 바로 민식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는 그녀였다.
수정이는 유리의 말에 한 숨을 푸욱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여는 듯 했다.
“하아..유리언니구나, 3일 전을 끝으로 감시하는 거 그만뒀어요.”
“왜?”
“몰라요, 오빠 바람피는 거 보니까 마음이 그저 그래요. 설리도 마찬가지구요.”
아무래도 자꾸만 북받쳐 올라오는 슬픔의 감정선을 주제할 수 없었나보다.
여태까지 고작 십 칠년을 살아왔는데,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던 남자가 지금 자신을 내비두고 바람을 핀 모습을 목격했으니,
쿨한 미국 여자도 아니고 마음이 여린 한국 소녀였기에 마음에 그어진 상처가 나아지질 않고 덧나기만 하는 그녀였다.
“어? 근데, 지금 유리언니 해외에 나가있어요?”
“응.”
아직도 슬퍼하는 수정이가 갑작스럽게 의구심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분명히 유리는 국제전화를 걸었을텐데, 왜 그와 관련된 신호나 메세지는 뜨질 않는 것인가 라고 하며 말이다.
“어딘데요?”
“나? 소시 애들 전부랑 다 같이 프랑스로 여행 왔지롱.”
“으응!?”
“언니들이 곧바로 그 쪽에 갈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수정이는 그녀들의 프랑스 입국 소식에 놀란 듯 잠시 요지부동 상태를 유지했다.
한 번의 전화로 프랑스까지 와버리는 그녀들이 새심 대단했고, 한편으로는 이상했다.
하지만 그녀들이 프랑스로 옴으로써, 수정이는 한 가지 추측만은 확신했다.
그것은 바로 ’민식을 좋아하는 멤버’들이 바로 한 두명이 아닌 것 같다는 것.
설리도 그렇고, 유리와 써니도 그랬다. 심지어는 태연,윤아 언니도 그런 모습을 가끔 가다 보여주었다.
수정이는 그녀들의 입성소식에 한 층으론 기뻐하고, 다른 한 층으론 어찌하면 저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민식을 가질 수 있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그녀들의 프랑스 입갤 소식을 자신을 제외한 에펙스 멤버들에게 말하는 수정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