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8화 (59/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쉰 네 번째 과외 .

“엠마야.”

“응?”

“공연 보지말고, 그냥 나가서 놀자.”

“히잉.. 다음 가수는 남자 가수 나오는데..”

“내가 재밌게 놀아줄게. 나가서 놀자, 응?”

왠지 모르게 그녀들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빅토리아 누나와 눈이 마주 친 후 부터는 푹신푹신하고 편안한 이 자리가 가시방석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여기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한 나는 무작정 엠마의 손을 잡고 강당으로 벗어났다.

분명히 다른 애들은 눈치를 채지 못했어도 빅토리아 누나는 내가 강당 밖으로 빠져나가리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뭔가 놀란 감이 있어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어서 빨리 이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라도 해야했다.

“민식아, 과녘 맞추기 할래?”

“뭘로 맞추는 건데?”

“히힛, 장난감 총으로.”

일단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일 먼저 한 행동은 단 돈 1 프랑에 5발을 쏠 수있는 과녘맞추기 였다.

맞추기 쉬운 곳에선 싸구려 중국산 인형들이 즐비했고, 점점 맞추기 어려운 중앙엔 고가의 상품이 배치되어 있었다.

1 프랑으로 100 프랑을 벌어볼까. 나의 중장급 서든 스나이핑 실력과 실제 군대에서 저격병으로 복무했던 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엠마가 들고 있는 장난감 총을 내 손에 쥐고서 곧바로 자세를 취해 사격을 시작했다.

첫 번째 타겟은, 스위스 산 수제시계.

참으로 비싸보이는 물건같았다. 과녁맞추기라는 이벤트를 열은 자만심이 넘치는 서양 청년은 설마 저걸 맞추겠냐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특히 턱을 괴고 있을 때, 은근슬쩍 보여주는 다이아몬드를 보여줄 때 더 더욱 그랬다.

난 ‘저 놈의 콧대를 꺾어주겠노라.’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총구를 겨눴다.

‘탕’소리와 함께 첫 번째 총알이 총구에서 광속으로 빠져나오다시피 했다.

고무 소재로 된 총탄은 ‘팅’소리를 내며 타겟과 부딪혔다.

결과는, 스위스 산 수제시계 획득 성공이랄까. 난 여유만만한 자세를 보이며 엠마에게 물었다.

“뭐,맞혀줄까?”

“저거! 프라다 명품 백 교환권.”

오냐, 맞춰주마.

망설임 없이 나는 총구를 코팅된 교환권을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귀 따가운 총성과 함께 고무총탄은 교환권을 향해 날아갔고, 모서리 부분을 쳐서 금속성을 내며 교환권을 떨어트렸다.

내가 두 발의 사격만으로 100 프랑 이상의 가치를 벌었을 때, 엠마는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며 날 껴안았다.

난 엠마의 포옹에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신이 난 엠마의 표정을 보니 이것도 괜찮은 듯 싶었다.

나는 그렇게 자만심과 오만이 넘치는 듯한 표정의 청년에게 좌절을 안겨주며 상품 중 제일 비싼 가격을 호가하는 두 개의 물건을

싹쓸이 하며 가져갔다.

스위스 제 장인이 손수 만든 시계는 나의 손목에 찰지게 감기고,

프라다 한정판 명품 가방 교환권은 싱글벙글하며 미소를 짓는 엠마의 지갑 안으로 쏙 들어갔다.

“와아아. 민식이 너, 총 엄청 잘 쏜다.”

“군대에서 저격수로 복무했었거든. 15m 밖에서 쏘는 목표물 맞추는 건 누워서 떡 먹기지 뭐.”

“그래? 오늘만큼은 내가 널 친구로 둔 게 자랑스러워. 히힛-”

엠마가 자신의 머릿칼을 내 팔에 비비적대고 팔짱을 껴댔다.

당황스럽지만 지금 이 상황을 튕겨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난 주변을 둘러보며 또 놀 만한 것이 있나 찾아보았지만, 딱히 그녀와 내 맘에 드는 놀잇감은 보이지가 않았다.

할 수 없이, 광장 분수대 앞의 의자에나 앉으며 둘이서 오붓한 대화나 나눠볼까라고 생각하면서 분수대로 걸어갔다.

***

“히잉..파리대에선 민식이 오빠 볼 수 있을 줄 알았는 데 없었어..”

프랑스에서, 그것도 파리대학교에서 민식을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설리는 공연 전중후에 강당을 살펴봐도

민식이 있지 않자, 어린 아이같은 모습을 보이며 칭얼거리고 있었다.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치엔언니?”

“아까 이 자리에서 나랑 눈빛이 마주친 것 같았는뎅..”

빅토리아가 중얼대듯 말하자 수정이 이 소리를 들었는 지 곧바로 빅토리아에게 추궁하듯 물었다.

수정이의 물음에 빅토리아는 입을 삐적 내밀고 손가락으로 민식이 앉았던 자리를 가리키며 어눌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수정이는 빅토리아가 가리킨 자리를 코로 킁킁대며 맡아댔다.

“수정아, 뭐해?”

“히히. 이러면 민식이 오빠가 어디 있나 알까 싶어서.”

“수정이 정줄 놓은거야?”

“아니, 장난으로 한 짓이야- 헤헤.”

빅토리아는 갑자기 괴상한 짓을 하는 수정이의 모습을 보며 ‘핏’하고 웃으며 말했다.

수정이는 빅토리아의 말에 뻘줌한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냄새를 맡는 걸 포기하며 ‘탐지견’이나 할 짓이 될까 싶어서

일부러 장난으로 해본거라고 말했다.

“치엔언니.”

“웅?”

“이 자리에서 말고 움직이는 모습 본 적 없어?”

“음..글쎄.. 아! 민식이 강당 밖으로 빠져나간 것 같았는 데. 어떤 여자 손 잡으면서..”

빅토리아의 마지막 말에 설리와 크리스탈은 분노감이 급 생성되는 듯 하였다.

분명, 바람피지 말라고 그리 일러두었는 데도 딴 여자와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에 

금방이라도 민식을 발견한다면, 분노 어린 자신들의 주먹을 그의 인중에 꽂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마음을 추스리며 정권지르기로 민식의 광대뼈를 박살내는 일은 참기로 했다.

그 대신 민식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수련회의 캠프파이어처럼 더 강렬히 타오를 뿐이었다.

“그럼 아직 기숙사는 안 들어갔을 것 같으니, 강당 밖에서 찾아보자.”

“설리 말이 옳아. 그렇게 찾아보자.”

“나도 딱히 할 일 없으니까, 너네들이 민식이 찾는 거 도와줄껨.”

“고마워, 세 명이서 찾으면 금방 찾겠다.”

민식을 찾기로 나선 세 멤버는 엠버와 루나를 숙소에서 보기로 하고 강당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리저리 고개를 둘러보며 와인색 머리를 가진 사람을 찾았지만, 찾은 사람들은 전부 다 콧대가 높은 서양 남자들 뿐이었다.

원래 계속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되면 지쳐서 찾을 생각을 안 할 법도 했지만,

그녀들은 끈기의 한국인이 아니던가. 포기를 모르는 세 여자였다.

와인 색의 머리칼과 동양미가 유난히 돋보이는 외모, 눈에 띄는 근육보단 잔근육이 많아 옷의 맵시를 잘 받는 그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치 않는 그녀들이었다.

“히잉.. 여긴 없는 것 같아.”

“그러게. 여기에 없으면 어디에 있을까?”

“아까, 강당으로 가는 도중에 광장 같은 거 잊지 않았어?”

오늘은 설리와 크리스탈이 빅토리아를 신처럼 받들어 모실 것 같았다.

만약 광장에서 그를 찾는 다면, 94년생 두 아해들은 자신보다 7살이나 많은 치엔언니가 시키는 일이라면

반대를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할 생각이 있는 그녀였다.

“와, 치엔언니. 오늘 왜 이렇게 생각이 날카롭지?”

“히히,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

“오늘은 노련미가 뛰어나다고 해줄게. 그럼 치엔언니 말대로 분수대가 있는 그 광장으로 가보자.”

세 여자는 물이 분산되어 희미한 무지개를 이루는 분수대를 향해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그녀들은 왠지 모르게 점점 그와 가까워 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

“교환학생으로 어떻게 오게 되었어?”

“1학년 때는 공부를 대충대충 한 것 같아서, 군대 갔다오고 난 뒤 많이 회의감이 들더라구.

  집에서 주는 눈치도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라서 이번에는 작정하고 공부하기로 했지.

  그러다보니까 어느새 여기 와있네? 하핫-”

“히히. 그렇구나. 난 브라운대에서 재학하다가 문뜩 고향에 대한 향수감에 젖어서,

  이 곳에 오게 되었는데..”

“브라운대? 미국에 있는 아이비리그?”

나는 이렇게나 밝고 쾌활한 엠마가 혼자 외로이 공부할 때는 이런 감정을 지녔는 지를 몰랐다.

거기다가 미국의 브라운대학교라니, 미국 동부 8대 명문 대학교를 부르는 아이비리그에 포함되어있는 그 대학교라니.

그런 곳을 놔두고 파리대로 학교를 옮긴 엠마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민식아. 넌 동생있어?”

“아니, 난 외동아들이고. 친척 중에서 동생,형,누나는 더럽게 많지. 그런 너는 동생 있어?”

“응. 알렉스라고 있는 데, 얘가 나랑 좀 많이 닮아서 여장하면 나랑 무지 많이 비슷해.”

“여기 살아?”

“응, 파리대 근처에서 나랑 같이 살아. 근데 얘가 좀 이상한 생각을 자주 해.”

“무슨 생각을 하길래?”

“ㄱ..아니다. 나중에 얘기해줄게.”

엠마는 무언가 망설이며 말할 듯 보였지만, 감정을 적절히 억제하며 나중에 얘기해주겠다는 말을 꺼냈다.

난 그녀의 입술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 지 궁금했지만 내뱉어지지 않자,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가정사를 깊게 파고들려는 건 내 사전에선 있지가 않았다.

그래서 아쉬움이 들어도 더 이상 그녀에게 동생에 대해 물어보지 않는 나였다.

“대화를 통해 서로 많이 알게 된 것 같으니까, 일어나서 기숙사까지 걸어볼까?”

“응!”

오래 앉아서 인 지, 다리에서 묵직한 피곤함이 느껴지자 난 다리를 두드리며 의자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자 엠마도 나를 따라서 일어났고 내 팔은 자연스레 그녀의 어깨에 걸쳐졌다.

그녀는 내가 한 어깨동무가 싫지 않은 듯한 눈치였다.

난 그런 그녀에게 슬슬 날이 어두워지니, 기숙사로 걸어가자. 라는 말을 하며 발을 한 걸음 씩 옮겼다.

“어?! 민식오빠!!!!!!!!!!!!!!”

그녀들로부터 벗어나서 잠시 마음이 진정되는 듯 했는데,

나의 귀를 맹렬히 찌르는 하이톤의 목소리에 나는 즉시 중추신경이 흥분되며 소리가 나는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니, 세상에 이런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매서운 눈매로 나를 쏘아보는 크리스탈과 주먹을 꽉 쥐며 ‘가만 안둘거야.’라며 입술을 뻐금거리는 설리, 그리고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드는 빅토리아의 모습이 내 눈 앞에서 펼쳐졌다.

나는 급히 엠마의 어깨에 올려놨던 내 팔을 아래로 내리고 눈을 비비적 거리며 내 눈으로 보이는 지금 이 상황인 지

진위여부를 가려보려 했다.

하지만 점점 그녀들이 내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걸로 봐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은 사실이 맞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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